[그래도 ‘진실의 시간’은 다가온다]
[울산 공작, 원전 조작, 대장동 수사 막으려 檢 수사권 박탈한다니]
그래도 ‘진실의 시간’은 다가온다
[朝鮮칼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 이재명 계 박홍근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이덕훈 기자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한다. ‘검수완박’이란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을 줄인 말이다.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신설)에 넘기고 검찰은 기소만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권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로 검찰 수사권을 6대 범죄로 축소했는데 그나마도 모두 뺐겠다는 것이다.
명분으로는 ‘검찰 개혁의 완수’를 내걸었다. ‘개혁’이란 표현 자체도 가당치 않은데 문재인 정권은 이미 사법제도 변경과 인사(人事)를 통해 검찰을 군사독재 시절의 정권 보위 조직처럼 만들어 놨다. 정권에 맹종하는 검사들로 요직을 채워 ‘정권 수사’를 틀어막더니 선거에 지고 나서는 ‘검찰 개혁’이 아직 덜 됐다고 한다. 그런 ‘몰염치’ 때문에 문재인 정권이 임명했던 검찰총장에 의해 5년 만에 ‘치욕스러운’ 정권 교체를 당했는데 이제 한 술 더 뜬다.
청와대는 공석인 감사위원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사정(司正)의 또 다른 축인 감사원에도 방어 진지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청와대 개방’에 제동을 걸어 국민 이목이 거기에 쏠리는 사이, 청와대는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를 지명했다.
감사원 감사위원은 현재 두 자리가 공석이다. 최소 한 자리를 현 청와대가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7인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는 문재인 정권과 가까운 인사가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감사원의 감사 계획은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검찰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수사도 감사원 감사가 출발점이었다. 그 당시 감사원장이 최재형이 아니었다면 월성 1호기 감사보고서는 햇빛을 못 볼 뻔했다.
탈원전, 태양광, 청와대 특활비, 4대강 보 철거, 대북 교류 등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감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아이템을 꼽으면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40일 남짓 남은 문재인 정권이 4년짜리 감사위원을 굳이 임명해 훼방을 놓으려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민주당과 청와대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란 말이 많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묶어 놓으려는 목적에, “여기서 밀리면 다 죽는다”는 생존 본능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 이재명계와 이낙연계가 이 문제만큼은 접점을 이루는 것도 흥미롭다. 여권이 ‘20년 집권론’ ‘50년 집권론’으로 기세등등할 때, 또 야권이 뚜렷한 대권 주자 없이 지리멸렬할 때 “설마 5년 만에 정권을 내놓겠느냐”는 생각에 곳곳에서 해 먹다가 인제 와서 “아차”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법과 원칙에 따라” 임기를 지키겠다고 밝힌 것도 순수해 보이진 않는다. 대선에 이긴 쪽이 ‘점령군’인 양 검찰총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김 총장이 과연 ‘법과 원칙’에 따라 처신을 해 왔는지도 의문이다. 공수처 폐지론 대두에 책임이 있는 김진욱 공수처장은 묻지도 않았는데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임기 완주 의사를 밝혔다. 주변에 “윤석열이 당선됐으니 그만두겠다”고 했던 현직 고검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마치 스크럼을 짠 듯하다.
윤석열 정부의 사정(司正)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굳이 새로 쥐어짜 낼 필요없이 검찰이 수사할 대상이 널려 있다는 것이다. 대장동, 성남 FC 후원금, 이재명 전 경기지사 부부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의혹은 일찌감치 수면 위로 떠오른 대표 사례다. 검찰 내부에선 “‘정치 보복’ 프레임을 의식해 그냥 묻고 간다면 직무유기다.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라임 펀드 사기 사건,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처럼 여권 인사 연루설이 무성했다가 용두사미로 끝난 것도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월성 원전 사건, 이스타항공 사건은 청와대 상층부로 향하다가 막힌 상태다. 정권 교체의 영향으로 이 사건들 수사가 새롭게 뚫릴 개연성은 충분하다.
법조인들은 “민주당이 만들려는 ‘검수 완박’ 법안은 대낮에 범죄자를 탈출시키는 ‘탈옥 법안’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지금 청와대와 민주당의 모습은 그런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주며 결과적으로 ‘진실의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인가.
-최재혁 기자, 조선일보(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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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공작, 원전 조작, 대장동 수사 막으려 檢 수사권 박탈한다니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을 반대한 가운데,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 인수위원들이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무례하고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24일 예정됐던 법무부의 업무 보고를 취소했다. 박범계 법무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 확대’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자 업무 보고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윤 당선인의 검찰 관련 공약은, 문재인 정권이 자기들이 저지른 불법을 덮으려고 검찰 수사 대상을 축소하고, 정권의 불법을 수사한 검찰총장을 몰아내려고 법무장관이 지휘권을 악용한 일이 앞으로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취지다. 문 정권 불법 방패막이를 해 온 박 장관이 이에 반대하는 것은 예상된 일이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검찰 수사권을 전면 박탈하는 법안을 겨우 40여 일 남은 문 대통령 임기 중에 서둘러 국회를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국회 170여 의석의 민주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문 대통령이 임기 중에 공포해버리면 정식 법률로 확정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해도 어쩔 수 없다. 입법 대못 박기다. 이는 문 정권 임기가 끝난 뒤에도 검찰이 문 정권의 불법을 수사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무리수를 둘 수 없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은 문 대통령의 친구를 당선시키려고 대통령 비서실 내 여덟 조직이 나서 야당 후보를 억지 수사하고, 다른 후보를 매수하는 등 선거 범죄에 군사작전식으로 뛰어든 사건이다. 대통령이 탄핵당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문 대통령이 총책임자인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은 국기 문란 수준이다. 이런 불법을 덮으려고 친정권 검찰은 문 대통령 바로 앞에서 수사를 멈췄고 정권 편인 대법원장은 재판을 질질 끌며 뭉개왔다.
수천억 원 특혜와 수백억 원 뇌물이 오간 초대형 부패 범죄인 대장동 비리도 검찰이 6개월 다 되도록 본질 수사는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다. 여당 대선 후보의 정치 생명을 살려주기 위한 대법원 재판 거래 의혹 사건도 검찰과 경찰이 폭탄 돌리기만 하고 있다. 이 모든 불법은 제대로 수사만 한다면 곧 진상이 밝혀지게 돼 있다. 그러니 문 정권이 법으로 검찰 수사를 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것이다.
-조선일보(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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