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평화 쇼’ 가짜 본색 드러내며 솟구친 북 ICBM]
[끝내 ‘괴물 ICBM’ 도발한 北, 5년 전과는 다른 응징 각오해야]
[올브라이트 별세]
‘5년 평화 쇼’ 가짜 본색 드러내며 솟구친 북 ICBM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북한이 공개한 신형ICBM. 화성-17형으로 추정된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북 미사일 중 가장 높은 고도 6200km까지 올라갔다. 정상 궤도로 쏘면 미국 전역에 도달할 수 있다. 북의 ICBM 사거리는 과거에 이미 완성된 만큼, 이번에 탄두 재진입과 다탄두 시험이 성공했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북 ICBM 도발은 4년 4개월 만이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6차 핵실험을 하고 ICBM을 발사한 뒤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더니 문 정권과 ‘평화 쇼’를 시작했다. 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를 선언했다. 그러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김여정이 참가했다. 핵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으면서 문 정부를 이용해 대북 제재만 풀려 했다. 미국이 그 속셈을 모를 리 없다. 북은 전략이 먹혀들지 않자 다시 ICBM 도발에 나선 것이다.
앞으로 상황은 거의 예정된 절차처럼 굴러갈 것이다. 미국은 추가 대북 제재에 나설 것이고 유엔 안보리에서 규탄과 제재 논의도 시작될 것이다. 북은 이에 반발한다면서 다시 핵실험이나 ICBM 발사에 나설 수 있다. 다음엔 ICBM을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방식으로 발사할 수도 있다. 내달 실시할 한미 연합 훈련엔 항모 전단과 전략 폭격기 등도 대거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긴장이 높아지겠지만 일희일비하는 것은 김정은이 바라는 것이다.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제는 한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북한 집단에 대한 환상만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 북은 핵과 미사일 외엔 아무것도 없는 집단이다. 선의를 베풀면 핵을 버릴 것이라는 생각은 망상이다. 그 망상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국민 눈을 가리고 국내 정치에 이용해온 것이 문 정권 5년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북의 잇따른 도발에도 도발, 규탄이라는 말도 못 하더니 이제야 ‘규탄’이라는 말이 생각났나.
북한과는 앞으로도 협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핵을 갖고 있으면 죽고, 버리면 살 때만 핵을 포기한다. 대북 협상은 그런 조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남북 쇼 하고 눈물 쇼 하는 TV 이벤트가 아니다. 북핵 폐기는 지난한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북 협상의 끈을 놓지 않되, 우리 내부적으로는 북핵과 미사일을 기정사실로 보고 그에 대한 실질적인 군사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첨단 기술의 혁명적 발전이 핵에 군사적으로 대비하는 일까지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조선일보(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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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新舊권력 정면충돌 속 北 ICBM 발사. 레드라인은 우리가 넘겠으니 文·尹은 線 지키라는 건가.
-팔면봉, 조선일보(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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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괴물 ICBM’ 도발한 北, 5년 전과는 다른 응징 각오해야
북한이 어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혹은 화성-15형으로 추정되는 장거리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고각(高角) 발사된 이 미사일은 고도 6200km까지 솟아 1080km를 날아간 뒤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 화성-17형이고 정상 발사됐다면 미국 전역을 위협할 ‘괴물 ICBM’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한의 모라토리엄 파기를 강력 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도 규탄 입장을 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국제사회가 경고해온 레드라인(금지선)을 끝내 넘어 5년 전 ‘분노와 화염’ 시기로 시계를 거꾸로 돌린 것이다. 북한은 한국의 정권교체기와 세계적인 신냉전 대결의 시기를 노렸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마지막 뺨’을 때리면서 윤석열 새 정부에도 호락호락하지 않겠다는 기선 제압용 경고를 날렸다.
북한의 도발은 오래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올해만 미사일을 12차례 발사하고, 정찰위성으로 위장한 ICBM 성능시험을 두 차례 감행한 북한이다. 풍계리 핵실험장과 영변 핵단지의 재건 움직임으로 미뤄볼 때 조만간 핵실험도 재개할 태세다. 군사력 과시나 간 보기 차원에서 이뤄졌던 기존 무력시위와는 완전히 다른 정면 대결 국면으로 몰아가려는 속셈이다.
북한은 이번에도 5년 전처럼 극한 대결국면 이후 극적인 협상국면으로 전환해 뭔가 보상을 얻겠다는 계산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김정은이 상대하려는 윤 당선인이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년 전의 한미 정상과는 다르다. 유엔 제재와 함께 말폭탄만 오가다 협상으로 전환한 그때와 달리 북한의 불법 망동을 좌시하지도, 보상책으로 달래지도 않을 것이다. 과거의 낡은 각본을 되풀이했다가는 북한은 고립과 봉쇄 속에 고사되는 결말을 피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ICBM 도발로 지난 5년의 평화 집착이 실패로 끝났음을 자인하고, 윤 당선인 및 미국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대북 보복 능력을 과시하는 화력훈련은 물론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같은 동맹 차원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와의 공조에도 적극 나서 북한이 도발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빠져나갈 빈틈이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동아일보(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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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브라이트 별세

“김정은은 진성(true) 파시스트의 전형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18년 발간한 책 ‘파시즘’에서 내놓은 평가다. 북한을 “세속적인 IS(이슬람국가)”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신격화된 김씨 일가가 독재정권을 세습하며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지는 것을 비판하는 취지다. 그런데 그는 2000년 미 장관으로선 처음 북한을 방문했고, 김정일을 “지적인 인물”이라고 호평했었다. 그 사이에 북한에 대한 평가가 180도 달라진 것일까.
▷북-미 간에 화해무드가 무르익던 시기에 찾아온 올브라이트에게 김정일은 적극적이었다. 함께 집단체조를 관람하던 중 미사일 발사 장면이 등장하자 김정일은 “첫 번째 쏘는 것이자 마지막으로 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민감하게 여기는 올브라이트를 배려한 발언이었다. 그도 김일성의 묘를 참배하며 성의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자서전에서 “외교상으로 필수적인 듯했으므로 묘를 찾았지만 어떤 경의도 바칠 수 없었다”고 썼다. 내심까지 북한을 존중한 것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23일 타계한 올브라이트는 뼛속까지 외교관이었다. 1978년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한 것을 시작으로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미국 외교의 핵심인 유엔대사와 국무장관을 지냈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의 양심”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해외 인권침해 문제에 적극 개입하면서도 국익 중심의 외교에 무게를 뒀다. 올브라이트는 브로치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내비치는 ‘브로치 외교’로도 유명하다. 김정일을 만날 때에는 성조기, 김대중 대통령과 회담할 때는 햇살 모양 브로치를 달았다.
▷체코에서 유대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힘겨운 유년시절을 보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로 조부모를 비롯한 친인척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홀로코스트를 피해 영국으로 피신했다 돌아오니 이번엔 체코에 공산정권이 들어섰다. 외교관이던 아버지가 생명에 위협을 받게 되자 가족 모두 미국으로 도피했다. 이후 스스로의 힘으로 유리천장을 깨고 여성 최초로 미 행정부의 3인자인 국무장관까지 올랐다.
▷“나는 ‘은퇴’라는 단어를 혐오한다”고 그는 말하곤 했다. 64세에 장관에서 물러난 뒤 학계와 싱크탱크에서 활동했고, 숨지기 전까지 국제문제 컨설팅업체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의 회장을 지냈다. 2020년에는 책 ‘지옥과 다른 목적지들’을 펴냈다. 방북 당시 그를 수행했던 웬디 셔먼은 국무부 부장관이 됐고, 조지타운대에서 그에게 배운 네드 프라이스는 국무부 대변인으로 활동 중이다. 거장은 떠났지만 그의 정신과 인맥은 미 외교가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장택동 논설위원, 동아일보(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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