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넬슨 만델라의 길
[김도연 칼럼]
국민 딱 절반으로 나뉜 골 깊은 대선
尹 멀리, 넓게 조망하며 국정 이끌어야
통합과 화합의 ‘만델라 리더십’ 필요하다
제20대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3400만 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개표율이 99%를 넘어서야 승패가 결정되는 대단히 치열한 경쟁이었다. 우리 헌정사에 없던 일이며 이 기록은 앞으로도 깨지기 힘들 듯싶다.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직접선거에서 한 표라도 더 받는 후보가 선택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이렇게 딱 절반으로 나뉜 국민들 사이에 너무 깊은 골이 파였다는 사실이다. 이제 국민통합은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당선인께서는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는 이재명 후보가 선거 결과에 승복하며 남긴 말이다. 그리고 윤석열 당선인은 첫 행보로 현충원을 방문해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의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갈등과 분열을 씻어내고 국민이 하나 되도록 통합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는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물러나는 문 대통령께는 그간의 수고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정부는 한결같이 내 편만이 정의라며 인사 등 모든 국정운영을 독점했다. ‘내로남불’의 지휘봉으로 우리 사회를 두 동강 내고 말았다.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지난 정부가 국민통합을 위해 좀 더 진실되게 행동했더라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훨씬 안정되고 행복한 국가일 것이다. 새 정부가 필히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다.
여하튼 윤 당선인은 그동안 거칠고 험한 길을 넘어 이제 대한민국 운명을 가름하는 최고지도자가 됐다. 해야 할 일은 많지만 모두를 이룰 수는 없다. 가능한 한 멀리 그리고 넓게 미래를 조망하며 차분하게 국정을 이끌기 바란다. “높고 멋진 산에 오르면 다시 올라야 할 험한 산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당선인도 마찬가지 느낌일 것으로 믿는다. 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가 남긴 이야기다.
만델라는 스스로의 삶을 통해 인간 세상의 미움과 갈등을 용서와 화합으로 바꿀 수 있음을 온 인류에게 가르쳐준 존재다. 인간으로서 겪는 어려움 중에 피부색 때문에 차별당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있을까? 만델라는 흑인 지역에 살면서 흑인 학교에 다녀야 했고 백인 전용 해변가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받던 참혹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20대 중반부터 인종차별 저항운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해 처음에는 평화적 투쟁을 벌였지만, 그 한계를 절감하곤 무장조직을 만들어 혁명을 꿈꾸는 최고지도자가 되었다.
결국 만델라는 체포되어 1964년에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나는 그동안 백인들의 지배와 인종차별에 저항해 싸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화합하며 함께 사는 사회를 꿈꾸었습니다. 이 신념을 위해서라면 죽을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 이는 만델라의 법정 최후진술이다. 그는 이렇게 전투적인 혁명가였으며, 실제로 스포츠에서도 권투를 가장 좋아했다. 분노와 좌절을 샌드백을 치며 다스린 전형적인 투사였다. 당시 만델라가 사형을 면한 것은 그에 대한 국내외 지지가 이미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1990년, 만델라는 무려 26년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72세의 나이에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 긴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한이 쌓였을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는 흑인도 참여하는 1인 1표의 민주적 선거에 의해 1994년 남아공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그 후, 세계의 관심은 당연히 만델라가 과거의 백인 지배계급에게 어떻게 정치적으로 보복할 것인가에 쏠렸다. 그러나 그는 남아공의 백인들에게 어떤 불이익도 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만델라는 본인을 감옥에 넣고 아내를 핍박하고 동료들을 괴롭혔던 바로 그 사람들과 함께 일했다.
만델라는 “용기 있는 사람은 용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화해 추구에 진력했고, 흑백 인종 화합에 큰 업적을 이루었다. 그렇다. 과거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꼭 필요하지만 처벌은 별개다. 만델라가 적폐청산이라며 전임 백인 대통령들을 모두 처벌했으면 지금의 남아공은 어디에 있을까? 경제에서는 자신의 사회주의 신념에도 불구하고 전임자들의 시장자유주의를 유지했다. 그는 5년 통치 후 두 번째 대통령을 거절하고, 가난과 에이즈 퇴치에 봉사하다가 삶을 마감했다. 만델라는 남아공의 국부(國父)를 넘어 20세기 인류의 마지막 성인으로 불리는 통합과 화합의 지도자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리더십이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동아일보(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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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식

1∼3대 이승만 대통령과 5∼7대 박정희 대통령의 취임식은 중앙청 광장에서 열렸다. 지금은 철거되고 사라졌지만 당시 중앙청은 행정부 청사 건물이었다. 4·19혁명으로 물러난 이승만의 뒤를 이은 윤보선 대통령의 취임식은 지금의 서울시의회에서 거행됐다. 서울시의회 건물은 당시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됐다. 새 대통령이 중시하는 정치적 기반을 상징하는 곳에서 취임식을 한 것 같다.
▷유신 선포로 직선제가 간선제로 바뀌면서 ‘체육관 선거, 체육관 취임식’ 시대가 열렸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이 8대 대통령 취임식을 한 장충체육관이 단골 무대였다. 1980년 전두환 대통령 취임식 장소는 잠실체육관이었다.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식이 열린 것은 1988년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였다. 민주화 이후 첫 직선제 대통령인 만큼 취임식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하자는 의견을 따랐다고 한다. 윤석열 당선인도 관례대로 국회 광장에서 취임식을 한다.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은 워싱턴 의회 앞에서 열리지만 예외도 있었다. 17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은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친구 집에서, 33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임식을 했다. 모두 부통령이었다가 대통령의 유고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경우였다. 36대 린든 존슨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 안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당일이었다.
▷취임식 초청 인사들을 보면 새 정부의 국정 기조를 엿볼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반전(反戰) 평화운동에 열심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평화 무드를 조성했다. ‘경제 대통령’을 내건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엔 “제발 경제를 살려 달라”고 호소했던 ‘시장 아지매’가 초청받았다.
▷취임식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대통령 취임사일 것이다. 취임사에 새 정부의 국정 방향이 담기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년 전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약속했다. 그러나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취임사에서 했던 다짐이 퇴색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당선인 측은 “취임사는 공정과 상식, 통합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도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대 대통령 취임식 총감독은 공연기획 전문가인 이도훈 홍익대 교수가 맡는다. 성대한 무대가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떠나는 대통령의 퇴임식은 없다. 이번에도 청와대 비서진과 간단한 인사만 나누는 정도가 될 것이다. 신구(新舊) 권력교체기의 그림자가 씁쓸하기만 하다.
-정연욱 논설위원, 동아일보(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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