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내 北·中에 휘둘리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됐다니]
[임기 말 ‘평화 쇼’의 종말, 美 ‘한반도 법안’도 물건너 간다]
5년 내내 北·中에 휘둘리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됐다니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 2022.2.22/뉴스1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글을 엮은 책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출간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서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짐한다”고 했다. 그러고 3년 만에 그런 나라를 만들었다고 선언한 것이다. 현실이 정말 그런가.
문 정부는 임기 내내 대북 저자세로 김정은 남매에 휘둘렸다. 다섯 차례의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했지만 ‘TV 용 이벤트’ 외에 실제 성과는 없었다. 북한 김여정 등이 ‘삶은 소대가리’ ‘겁먹은 개’ ‘특등 머저리’라고 조롱해도 아무 말 못 했다. 각종 미사일을 쏴도 ‘도발’이라는 말조차 못 했다. 김정은이 한미 훈련을 중지하라고 하니 “북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여당은 북이 싫어하니 훈련하지 말자고 했다. 결국 훈련을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었다. 김여정이 대북 전단 금지법을 만들라고 하자 그대로 시행했다. 북이 만들라는 법을 만드는 일이 실제 벌어진 것이다. 북한은 이제 극초음속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고 전술핵과 핵추진 잠수함 개발까지 공언했다. 우리 자체적으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아무도 흔들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었나.
이 정부가 중국에 약속한 ‘3불(不)’은 국가의 군사 주권을 외국에 내 준 것이다.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 방어망에 들어가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결정할 주권 사항이다. 왜 외국의 허락을 받나.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문 대통령은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 한국은 작은 나라”라며 중국몽을 따르겠다고 했다.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 특사를 두 번이나 지방 장관이 앉는 하석(下席)에 앉혔다. 그래도 받아들였다. 굴종이다. 중국과 러시아 전투기들이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휘젓고, 중국 함정이 서해 중간선을 수시로 넘는 ‘서해 공정’을 벌이고 있지만 침묵하고 있다.
지금 우리를 흔들려는 나라는 북한과 중국이다. 이들은 핵과 미사일, 폭력적 압박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에 비하면 일본과의 역사 갈등은 부차적인 문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일본에 대해서만 각을 세웠다. 북한 중국에 5년 내내 휘둘리고서 임기 말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됐다고 한다. 아무리 임기 말 자화자찬용 책자라고 하지만 너무 심하지 않은가.
-조선일보(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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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 ‘평화 쇼’의 종말, 美 ‘한반도 법안’도 물건너 간다
[특파원 리포트]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밤 평양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손을 맞잡고 관중석의 평양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당시 공연 끝 무렵 문 대통령은 단상에 올라 “’남쪽 대통령’으로서 김정은 위원장 소개로 인사말을 하게 되니 그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 군중을 상대로 한 한국 대통령의 연설은 처음이었다. /평양공동취재단
미국 연방 하원에 발의돼 있는 ‘한반도 평화 법안’은 한국 여권(與圈)이 지난 5년간 ‘평화’ ‘남북 대화’를 어떻게 다루고 이용해왔는지 잘 보여준다. 발의 과정부터 여론 조성, 홍보까지 정부가 한때 치적으로 내세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똑 닮았다.
이 법안은 한국전쟁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 이산가족 상봉 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기 말 대선용 ‘남북 이벤트’에 목매던 문재인 정부가 두 손 들고 환영할 만한 것들이 ‘패키지’로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작년 5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날 발의됐다.
사실은 문 대통령 대학 후배가 대표로 있는 미주 한인 단체가 미 민주당 의원들을 접촉해 이 법안을 추진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김경협·윤건영 의원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이 단체 ‘연사’로 등록돼 있다. 법안 발의 다음 날 민주당 의원 전원과 정의당 등 범여권 의원 186명이 단체로 환영 입장문을 발표했다. 일사불란했다. 워싱턴에서 “한국 정권이 막후에서 주도한 법안”이란 말이 나온 이유다.
그런데 정작 발의 이후 김이 빠졌다. “법안 통과가 목적이 맞느냐”란 생각이 들었다. 법안 통과율이 3% 남짓한 미 의회에서 ‘기계적 중립성’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지지 의사를 밝힌 의원들의 민주·공화 비율을 맞추는 것이 필수라는 것이다. 다른 당 의원의 지지를 구하기 위해 발의를 1년간 미루는 경우도 봤다. 그런데 지지 서명을 한 의원 총 37명 중 공화당 소속은 단 1명이다. 나머지 36명도 민주당 내 주류와 거리가 있다.
법안이 ‘당파성’을 띠기 시작하자 작년 12월 공화당 의원 35명은 ‘비핵화 약속 없는 종전 선언에 반대한다’고 했다. 특정 법안에 단체로 반대 성명까지 내는 건 이례적이다. 법안 통과는 더욱 요원해졌다는 소리다.
더 큰 문제는 초당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산가족 상봉’ 같은 문제마저 이 법안에 포함돼 ‘당파적 이슈’로 간주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민주·공화 의원들이 별도로 발의해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하는 법안이 이미 하원을 통과했는데, 불똥을 맞을 처지다. 문제 법안을 공동 발의한 한 민주당 의원은 최근 지역구민들에게 “종전 선언이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에만 동의한 것이었다. 법안 수정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이런데도 여권은 얼마 전까지 “법안 통과 어렵지 않다”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말을 해왔다. 대선 국면서 “문 정부 평화 정책에 미국이 호응하고 있다”고 뽐내고 싶었을 것이다. 친여 매체들도 앞다퉈 ‘공공 외교의 활약’이라며 치켜세웠다. 현실은 ‘빈 껍데기’로 끝날 처지다. 이 과정을 지켜본 워싱턴 인사는 “마지막까지 ‘평화 기만 쇼’를 한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조선일보(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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