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는 불안한 첫발을 뗐을 뿐이다]
[5년간 빚으로 펑펑 뿌리고 재정 긴축은 尹 정부 몫]
정권 교체는 불안한 첫발을 뗐을 뿐이다
벌써부터 공천 분쟁 국힘… 巨野에 맞서려면 放心 말아야
겸허한 정치와 유연한 정책으로 ‘소수파’ 정권의 한계 극복해야
대선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을 비롯한 선대위 핵심 관계자 9명이 ‘러브샷’까지 하며 심야 술판을 벌이는 사진이 공개됐다. 비슷한 시기 같은 당 인사 30여 명도 국회 인근 식당에서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단체 회식을 하다 적발됐다. 논란이 불거진 직후 국민의힘 대변인은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 세계 1위라는 오명 속에서 국민 고통은 커져만 가는데 청와대와 정부는 보이지 않는다”는 논평을 냈다. 그러나 국민들이 혀를 차는 자기 당 사람들의 명백한 방역 수칙 위반에는 사과도 해명도 없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권영세 총괄선대본부장 등 주요 인사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국민들께 인사하고 있다. 2022.3.10/뉴스1
최근에는 당의 텃밭인 대구시장 공천을 놓고 지난 대선 후보였고 이번 대선 경선에서도 석패한 전직 당대표와, 최근까지 당 지도부에 몸담고 공천 룰 제정에 관여했던 전직 최고위원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권 교체 후 첫 선거에서 당의 지도자급 인사들이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곳을 차지하겠다며 민망한 내분을 벌이는 것이다.
작년 4월 재보선 이후 정권 교체론이 정권 유지론보다 줄곧 10%포인트 안팎 격차로 앞섰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가 외친 공정과 상식은 ‘그간 부족했지만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이재명 후보의 읍소와 팥으로도 메주를 쑬 수 있다는 수준의 막무가내 흑색선전에 잠식당했고, 대선은 0.73%p 차 초박빙으로 승패가 갈렸다. 대장동 의혹 사건은 당내 경선 때부터 이 후보의 정치적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러나 대선 직전 여론조사에서 ‘이 사건의 몸통이 누구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9%는 이 후보를, 37%는 윤 후보를 지목했다. 등골이 서늘한 결과다. 민주당이 무차별 살포한 ‘대장동=윤석열 게이트’ 궤변이 상당수 유권자에게 집단 세뇌 효과를 일으킨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윤 정권이 상대해야 할 세력은 이처럼 대중 심리 조작과 편 가르기 정쟁에 능수능란한 국회 172석의 민주당이다. 2년 후 총선까지 입법 권력은 이들에게 있다. 임기가 거의 끝난 문재인 청와대가 막판까지 ‘알박기’ 인사에 거침없고, 윤 당선인의 1호 추진 공약인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뒷배 때문이다. 지방 권력과 행정의 현장 실무를 맡는 공기업·공공기관도 대부분 민주당이 장악한 상태다. 공기업 36곳 중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사장 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곳은 80%가 넘는 30곳이라고 한다. 아무도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윤 정권은 대선에서 이겼어도 아직은 이렇게 상부 행정 권력만 확보한 ‘소수파’다. 믿을 구석은 국민밖에 없다. 그러자면 끝없는 내로남불과 불공정, 아집과 무능에 몸서리치며 문 정권에 등을 돌린 다수 국민의 지지를 온전히 되찾아오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권 교체론자 중 상당수가 끝내 투표장을 찾아 윤 후보를 찍지 못했는데 그 이유를 찾아내 해소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대선 과정에서 논란을 빚었던 남녀 간, 세대 간 ‘갈라치기’ 정치부터 손 떼야 한다. 보수 정당에서 언제나 문제가 됐던 권위적 태도를 버리고 겸허하게 소통하며 국민 곁에 다가서야 한다.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돌아갈 줄 아는 정책적 유연성도 필수다. 작은 방심도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방역 수칙 위반 술판 같은 사고나 지방선거 공천 분쟁이 거듭되면 치명타가 될 것이다. 협치도 힘을 가진 쪽이 손을 내밀어야 상대가 받아들이는 법이다. 당장의 윤 정권에는 지지율이 그 힘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진영적 관성을 깨는 합리적 행보로 눈앞의 지방선거와 2년 뒤 총선에서 성과를 내야 진짜 협치에 이르게 될 것이다. 정권 교체는 이제 불안한 첫발을 뗐을 뿐이다. 윤 정권의 누구도 아직은 축배를 들 자격이 없다.
-최승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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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빚으로 펑펑 뿌리고 재정 긴축은 尹 정부 몫
정부가 지난 5년의 재정 확장 기조를 바꿔 내년 예산안에선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는 지침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재량 지출을 10% 줄여 10조원을 감축하고 유사 기금을 통폐합하는 등 지출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이다. 각 부처에는 이 지침에 따라 내년도 예산 요구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내년 예산은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쓰는 예산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빚까지 내서 펑펑 뿌리더니 허리띠 졸라매기는 다음 정부 몫으로 넘겼다.

정부가 지난 5년의 재정 확장 기조를 바꿔 내년 예산안에선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는 지침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한 시중은행에서 직원이5만원권 지폐를 확인하고 힜다/뉴시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400조원 규모의 본예산을 물려받아 5년 사이 50% 이상 늘어난 607조원으로 키웠다. 나라 경제가 커져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다. 매년 빚을 100조원 안팎 늘린 것이다. 한 해도 빠짐없이 무려 10차례에 걸쳐 15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썼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다. 코로나 이전부터 방만했다. 코로나는 거기에 핑계를 줬다. 소상공인 등의 피해자 구제 대신 전 국민 현금 살포부터 했다. 재작년 총선, 작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올해 대선 등 선거 때마다 국민 세금 뿌려 표를 사는 매표(買票)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문 정부의 재정 중독증은 역대 최악이었다. 모든 것을 세금으로 해결하려 했다. 그 결과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 부채는 5년간 400조원 넘게 늘어 올해 1075조원 규모가 된다. 국가 부채 비율은 36%에서 50%대로 높아져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경고하는 위험선에 육박했다. 공공기관 부채도 5년간 100조원 가까이 늘었다.
재정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져도 “곳간에 재정을 쌓아두면 썩는다”는 궤변으로 방만한 씀씀이를 멈추지 않았다. 국가 미래와 후대를 위해 건전하게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듯했다. 기재부가 국가부채에 법적 상한선을 두는 ‘재정 준칙’ 도입 법 개정안을 2020년 말 국회에 제출했지만 민주당이 다수인 국회는 아직까지 뭉개고 있다. 그래 놓고 다음 정부부터 예산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재정 구조조정 운운한다.
예산은 이대로는 안 된다. 차기 윤석열 정부는 나라 빚이 더 늘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각오로 지난 5년의 방만한 재정 지출을 전면 구조조정해야 한다. 문 정부처럼 나라 살림을 했다가는 대한민국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조선일보(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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