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리가 옷에 숨긴 외교 전략]
[국격을 옷으로 높이나]
[대통령 부인 단골 디자이너 딸의 청와대 근무, 정상인가]
日 총리가 옷에 숨긴 외교 전략

21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오른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외교교섭에서 ‘마운트’ 잡을 수 있는 옷, 무리해서라도 사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르겠다.” 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향하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한 일본 의원으로부터 ‘세계 각국의 톱과 교섭해야 하니 최고의 옷을 갖추라’는 조언을 듣고 떠나기 전날 오전을 ‘얕보이지 않는 옷’ 선택에 할애했다면서, 끝을 새침하게 마무리했다.
그의 글은 뭇매를 맞았다. 일본 현지에서는 일·중 갈등이 이어지는 와중에 ‘마운트 잡는다(우위를 점하다)’라는 표현을 쓴 것이 지적 대상이었다. 국내에서는 ‘한가롭게 옷 고민이나 하나’ ‘여성 정치인들은 늘 저런 게 문제’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간 여성 정치인이나 대통령 부인의 사치가 논란이 된 적이 있지만 이번엔 다소 놀랐다. 일본 총리의 글은 한가한 옷 고민이 아니라 외교적 함의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는 일본 존립 사태 위기” 발언으로 양국의 강성 대치가 시작됐다. 총리가 중국의 발언 철회 요구를 거절하자 양국 간 문화 교류까지 멈추면서 관계가 얼어붙었다. G20에서 양국 총리 만남 여부에 이목이 쏠렸다. 따라서 총리의 글은 본인 입에서 시작된 일·중 갈등에 대한 각료 회의에 오랜 시간을 써서 미안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다카이치는 “결국 여러분이 익숙한 (파란색) 재킷과 원피스 조합을 골랐다”고 썼다. 긴 고민 끝에 아직은 중국과 협상을 할 때가 아니라는 암시로 보였다. 실제로 양국 총리는 G20에서 대화하지 않았다.
해석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복식이 철저히 계산된 외교 언어라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패션 전문가와 함께 ‘다카이치룩’을 분석했다. 노랑·분홍으로 따뜻한 이미지를 강조한 기존 일본 여성 정치인들과 달리, 다카이치는 차가운 ‘로열 블루’ 색상을 즐겨 입으며 성별을 뛰어넘는 냉정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가 존경해 온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좋아한 색이자, 일본 국가대표 축구팀 ‘사무라이 블루’의 승리를 상징한다. 네이비를 즐겨 입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땐 하얀색 치마 정장으로 겹치지 않고 여성성을 내세웠다.
취임 후 다카이치 총리의 여러 영상과 사진을 찾아봤다. 비행기 앞에선 한 손을 흔들며 소녀처럼 웃는다. 회의에선 얼굴엔 미소를 띠면서도 필기하는 눈과 손의 기세는 맹렬하다. 그야말로 ‘국화와 칼’의 총리인 셈이다. 일본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등장한 만큼, 그를 둘러싸고 훨씬 넓은 해석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다카이치에게 ‘얕보이지 않는 옷’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한국을 사이에 둔 일본과 중국이 맹렬하게 충돌하는 지금 ‘다카이치룩’은 동북아 판세만큼이나 심혈을 기울여 읽어내야 할 중요한 외교 메시지다.
-김보경 기자, 조선일보(2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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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식사·술자리 없는 다카이치에게 日 언론 “사람 만나야”. 지도자의 술자리는 없어도 문제, 매일 있어도 문제.
-팔면봉, 조선일보(2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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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을 옷으로 높이나
[특파원 리포트]
최근 맨해튼에서 열린 한 외교단체 만찬에 갔다. 드레스 코드가 ‘블랙 타이 양복’이어서 5년 전 아이 돌잔치 때 입었던 20만원짜리 검정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가보니 서로의 옷차림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성 호스트와 진행자들은 드레스를 입었지만 머리를 질끈 묶거나 안경을 썼고, 외교관과 기업인들도 재킷만 갖춰 입은 채 서로 정보를 나눴다. 세계 패션 수도 뉴욕에서도 패션쇼 모델이나 메트 갈라의 셀럽들 말곤 완벽하게 빼입은 사람을 보기 쉽지 않다.

메르켈 독일 전 총리와 김정숙 여사.
경륜 많은 엘리트일수록 브랜드가 드러나는 값비싼 명품이나 지나치게 신경 쓴 듯한 차림새는 지양한다. 독일을 이끈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는 16년간 색깔만 다른 똑같은 디자인의 재킷을 돌려 입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은 기성복 위에 보석이라고 하기도 뭣한 각종 저렴한 브로치로 외교 메시지를 전했다. 세계 최대의 부를 일구는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은 티셔츠에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카키색 반팔 티셔츠에 플리스 재킷 한 장 걸치고도 해외 군사·경제 원조를 받아낸다.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영부인의 옷차림도 외교이고 국격”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소위 ‘패션 외교’는 여성이 외모로 존재를 증명해야 했던 시대의 산물이다. 요즘은 미국 퍼스트레이디나 부통령도 취임식에서 어떤 디자이너를 선택했느냐가 잠깐 화제 될 뿐, 그 이후엔 부적절한 의상만 아니라면 무엇을 왜 입었는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은 3년째 코로나 팬데믹에 유럽의 전쟁까지 겹쳐 세계가 원자재와 식량 부족으로 신음하는 때다. 한국 대통령 부인이 한글 박은 샤넬을 입었건, 인도의 호랑이 사랑을 배려한 까르띠에 브로치 비슷한 것을 달았건 유력 외신들이 보도하는 것을 본 적 없다. 그런 건 청와대 보도자료에나 시시콜콜 나오는 미담이다. 우리 정부가 국격을 높이는 길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기업을 지원하고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나오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번 논란으로 이른바 진보 진영이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이 얼마나 퇴행적이고 위선적인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취임 직후 문 대통령과 참모들은 와이셔츠 차림에 커피를 들고 국정을 논하고, 대통령 부인은 청와대 뒤뜰서 딴 감으로 곶감 만드는 모습을 홍보했다. 독신인 전임 대통령에 비해 이런 게 ‘정상적 가정’이며 ‘바람직한 여성상’이라고 설교하는 듯했다. 이어진 것이 대통령 부인의 현란한 해외 패션쇼였다. 여성의 본분은 일하는 남편의 곁을 꽃처럼 장식하는 것인가. 남편의 지위로 얻은 재물로 치장하는 게 무슨 본보기라도 되나. 열심히 일하고 살림하며 진정한 성평등을 이루려는 여성들로선 불쾌한 일이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조선일보(2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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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부인 단골 디자이너 딸의 청와대 근무, 정상인가

문재인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뉴스1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오랜 단골 관계로 취임식 옷 등을 제작했던 의상 디자이너의 딸이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부터 이 의상 디자이너와 패션 브랜드를 운영해왔던 딸이 문 정권 들어서 청와대에 취직해 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에서 일해왔다는 것이다. 청와대 측은 “김 여사와 관련한 행사와 의전·실무 등을 담당하는 계약직 행정요원”이라고 했다. “전문성을 요하는 계약직은 공모 절차를 거치지만 그렇지 않은 자리는 추천 등을 통해 채용하고 있으며 역대 청와대에서 다 그렇게 해왔다”고 했다.
대통령 부인의 옷을 담당하는 직원이 별도로 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그런 채용이 필요하다고 해도 투명한 절차를 거쳐 뽑는 게 상식적이고 공정한 일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청와대 근무 공무원이다. 청와대 근무는 모든 공무원이 선망한다. 공직 생활과 사회 생활에 큰 경력이 된다. 청와대 근무자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발돼야 한다. 게다가 이 디자이너의 딸은 프랑스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해외 국적자의 청와대 근무에 적용해야 할 엄격한 보안 절차를 거쳤는지도 의문이다.
김 여사는 첫 해외 순방이던 한미 정상회담, G20 정상회의, 3·1절 100주년 기념식 전야제 등 중요 행사마다 이 디자이너의 옷, 가방, 스카프 등을 20차례 이상 착용했다고 한다. 사적 인연으로 맺어진 인사의 딸을 세금으로 월급까지 주면서 청와대에서 일할 기회를 준 데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의 브랜드 가치까지 올라갔다면 특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에 대한 대가가 대통령 부인의 옷값에 반영되지 않았겠느냐는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식비를 비롯해 치약, 칫솔 등 개인 비품 구매비 전액을 월급에서 차감하겠다”고 했었다. 청와대는 대통령 부인의 의상 비용은 전액 사비로 지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과는 다른 정황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면서 국민들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조선일보(2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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