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에서 양보 없는 꼬리물기… 사회의 활력이 빠르게 사라진다]
[한국 조직은 '가속 노화' 중… 뛰는 사람 발목 잡지 마라]
[한국인이 칭찬에 서툰 이유]
교차로에서 양보 없는 꼬리물기… 사회의 활력이 빠르게 사라진다
모두 정지선을 지킨다면 교통 체증이 뚫리고 모두 이익을 얻는다
앞선 세대가 경쟁하며 질주한 결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나라
오랜만에 시내에서 운전을 하게 된 늦은 오후, 꽉 막힌 도산대로에 갇힌 채 멀리 언덕을 바라본다. 이쪽은 몇 분째 움직임이 없는데, 교차로 너머의 저쪽 도로는 텅 비어 있다. 교차로 근처에 도달해 보니 직진과 좌회전 차량이 꼬리물기로 엉켜 있다. ‘그리드락(grid-lock·교통 체증으로 인한 완전 마비)’이 발생해 네 방향 모두 교차로를 통과하지 못하고, 극심한 정체에 따라 교차로 너머의 도로는 비어버리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도로교통법상 앞차의 상황에 따라 교차로에 정지하게 될 우려가 있을 때는 진입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운전자들은 끊임없이 교차로 안으로 머리를 들이민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함과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공포가 깔려 있을 것이다.

교차로에서 꼬리물기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다. 모두 정지선을 지킨다면 교차로는 뚫리고 모두 이익을 얻는다(최적 균형). 그러나 내가 정지선을 지키고 기다릴 때, 다른 차가 꼬리를 물고 진입할 것이라는 불신이 존재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 딜레마는 더 극단적 형태를 띤다. 압축 성장 과정에서 법을 지키면 손해를 본다는 학습 효과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운전자가 배신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 된다. 그 결과 교차로 전체가 마비돼 모두가 큰 손해를 보는 최악의 균형에 도달하게 된다.
이 풍경 역시 끼어들기나 1차선 정속 주행과 마찬가지로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그리드락(소유권 경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과거의 성장 논리는 급변하는 현재에서 그 효력을 다했고, 사회는 인구 절벽을 맞이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과거의 관성에 따라 교차로로 무리하게 진입하려는 사회적 주체들의 충돌을 목도한다.
직업과 노동, 자산과 연금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일단 교차로라는 성(城)에 진입한 이들은 우선 사다리를 걷어찬 후 어떻게든 사회로부터 더 많은 이익을 오랫동안 짜낼지 고민한다. 그 결과 사회 전체는 급격한 가속 노화를 맞이해, 초저출산과 ‘쉬었음’ 현상을 비롯해 사회의 활력이 빠르게 사라지는 결과를 맞이한다. 이런 그리드락 상황에서는, 이미 교차로에 진입한 이들조차 무엇을 쥐어짠들 얻어갈 것이 남아나지 않는다.
그리드락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부동산 시장이다. 기성세대는 고도 성장기라는 녹색 신호를 타고 자산 시장이라는 교차로에 진입하여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노란불이 켜진 후, 기성세대는 교차로 출구를 막고 자신의 자산 가치를 방어하고 있다. 사람의 숫자가 권력이 되는 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성세대의 자산 방어를 위해 무리하게 유지된 저금리 기조는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이 추세는 더 강한 추세를 만들며 전 국민의 실질적 가처분 소득은 쪼그라든다. 가장 기조적인 경제학의 논리가 통용되지 않아, “시세를 잡기 위해 공급을 제한하자”는 거꾸로의 정책이 통용된다. 사다리 걷어차기의 한국적 변용이다.

‘꼬리 물기’로 상습 정체가 빚어지는 도로.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다 엉킨 차량들 때문에 직진 차량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길게 늘어서 있다. /조선일보DB
그 결과는 양극화다. 국가데이터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39세 이하 가구주의 순자산은 평균 2억2158만원이었다. 2017년 1억9827만원에서 7년간 11.8% 증가했다. 전체 가구 순자산 평균이 같은 기간 3억1572만원에서 4억4894만원으로 42.2% 증가한 데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60세 이상 가구 평균은 3억3772만원에서 5억1922만원으로 53.7% 늘었다.
‘영끌’은 이성적 투자가 아닌 공포에 기반한 생존 본능이다.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벼락거지가 될 것이라는 공포는 청년들을 무리한 대출로 내몬다. 이는 교통 체증 상황에서 지금 이 신호에 지나가지 않으면 1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조급함이 꼬리물기를 유발하는 심리와 동일하다. 결국 깡통 전세, 역전세난 등의 부작용을 낳으며 사회 전체의 금융 불안정성을 증폭시킨다. 이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막대한 비용으로 돌아온다. 직주근접이 가능한 양질의 주택은 기성세대가 선점하고, 청년들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 매일 길 위에서 막대한 시간을 허비한다. 청년 세대의 창의성과 활력을 소진시키는 사회적 낭비이다. 수도권 장거리 통근자들의 삶의 질 연구에 따르면, 긴 통근 시간은 행복 지수를 급격히 떨어뜨리고 수면 시간을 줄이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같은 모습은 전 사회 분야에서 반복 재생된다. 연금은 어떨까. 지난 3월 여야는 보험요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며, 소득대체율을 41.5%에서 43%로 올리는 등 국민연금 모수 개혁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젊을수록 은퇴 시기까지 더 오랜 기간에 증가된 보험요율을 감수하지만, 은퇴가 가까운 세대는 즉각적으로 혜택만을 누릴 수 있다. 한국재정학회의 분석에 따르면, 국회 통과 개혁안 따라 2000년대생은 연금제도에 따른 수익비가 22% 감소하지만, 50년대생의 수익비는 변화가 없고, 오히려 60년대생은 0.4% 개선된다.
노동은 어떨까.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은 윤택한 물질적, 비물질적 근로 조건과 고용 안정을 누리지만, 이는 비정규직과 하청 업체의 희생 위에서 유지된다. 기득권을 가진 내부자들이 자신의 몫을 지키기 위해 성벽을 높게 쌓을수록, 외부자인 청년들의 진입은 어려워진다. 기업들은 고용 유연성이 떨어지는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검증된 경력직이나 비정규직을 선호한다. 정년에 대한 논의도 마찬가지다.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 감소, 노년의 빈곤과 건강에 대한 고민 끝에 일본은 일을 쪼개고 나누었다. 생산가능 인구는 줄어들되 사회의 취업자는 감소되지 않았고, 고령자는 짧게라도 사회에 참여해 몸과 머리를 쓸 수 있어 돈도 벌고 치매와 노쇠도 예방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의 정년 연장은 다른 모습이다. 이미 가장 많은 기득권을 가진 정년 보장 교수들은 75세 정년 연장을 요구한다. 청년을 위한 자리는 씨가 마르고, 낙담한 채 ‘쉬었음’을 택하는 이들은 점차 늘어간다.
각 분야의 기득권층과 앞선 세대가 경쟁적으로 앞으로 질주한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사회 전체는 멈춰 서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형국이 됐다. 그 악다구니만 남아 모두가 ‘갈라치기’로 서로 헐뜯기만 하고, 정작 변화하는 시대에 소를 누가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논제는 저 구석으로 밀려난다.
-정희원 내과 의사·서울건강총괄관, 조선일보(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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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직은 '가속 노화' 중… 뛰는 사람 발목 잡지 마라
1차선 정속 주행은 튀고 앞서면 트집 잡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
'추월금지'와 하향 평준화 문화가 잠재력 죽이고 빨리 늙게 한다

지난 2011년 9월 27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부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김포공항에서 출국장으로 향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조선일보 DB
“뛸 사람은 뛰어라. 바삐 걸을 사람은 걸어라. 말리지 않는다. 걷기 싫으면 놀아라. 안 내쫓는다. 그러나 남의 발목은 잡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남긴 이 말은 옛 영상이 공개되며 한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핵심은 마지막 구절이다. 뛰기 싫으면 비켜 서기만 하면 될 텐데, 굳이 남을 붙잡아 끌어내리는 행태에 대한 일침이다. 사회에서 늘 보이는 이런 행위는 혁신하지 못하는 한국 조직 문화의 무기력을 설명한다. 이건희 회장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비슷한 이야기를 병원 선배에게도 들었다. “적을 만들지 말아라. 세상에는 도움을 주는 이는 별로 없지만, 배알이 꼬이면 네가 하려는 일을 훼방하는 이가 무수히 많다.” 이 선배는 어떤 아이디어를 내면 항상 A안은 어떤 사람이 싫어할 것 같고, B안은 또 다른 누군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것 같으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줬다.
적당한 경쟁심은 개인과 조직에 자극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질투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누군가 자신보다 잘나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모두 부나 능력 면에서 똑같거나 일정 수준 이하여야만 한다는 심리가 나타난다. 특히 관료화된 조직에서는 실력·혁신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진다. 같은 권한을 가진 동료들은 튀어나온 이들을 불편해한다. 연공제에 의해 올라간 상관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부하 직원에게 ‘하지 않던 일을 왜 하려 하나’라며 제지한다. 결국 모두 눈치 보며 제자리걸음을 한다. 어차피 월급은 나온다는 생각에 본인 투자 대비 수익을 최대화하려는 현상 유지.
이때 조직 구성원들은 윗사람이 보기에 무언가 하고 있다는 척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연구를 위한 연구, 사업을 위한 사업, 행사를 위한 행사가 나타난다. 본말 전도 현상으로, 핵심 가치를 저버린 가짜 노동이 사람들의 자원을 장악한다. 이런 조직일수록, 상사가 고객이 되고 원래 고객은 의미를 잃는다. 윗분들이 관심 갖는 일에 에너지가 쏠리며, 현장 고객의 미충족 수요에 대한 관심은 끊어진다. 위에서 듣기 불편한 이야기를 현장 담당자가 윗선으로 올려 보낼 방법은 없다. 특히 중간 관리자 층이 병목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보고 과정에서 정보가 왜곡되거나 시간이 지연되고, 현장 담당자에게는 애초의 의도와 딴판인 지시가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를 한국 조직의 귤화위지(橘化爲枳) 현상이라고 나는 부른다. 해외에서 먼저 해 보았더니 성공적이던 사례나, 최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해 보자는 상향식 제안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건의가 수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상부와 중간 관리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많은 부분에서 내용이 왜곡되어, 귤이 탱자가 된 채 혁신이 되었을 시도는 또 하나의 잡무로 돌변하고 만다. 그렇게 조직은 고인 물의 모습으로 굴러간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심리는 조직이나 사회에서 앞서 나가는 이를 ‘나락’ 보내려는 모습들로도 관찰된다. 이때 사람들은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남의 불행을 보았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라는 독일어)를 느끼기도 한다. 서강대 이철승 교수는 이 현상의 근원을 쌀농사에서 찾기도 한다. 표준화된 공동 노동을 해야 일이 진행되기에, 치고 나가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이런 한국적 발목 잡기의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비유가 고속도로 1차선 정속 주행이다. 1차선은 본래 가장 빠르게 추월할 차량을 위한 차선이지만, 한국 도로에서는 제한 속도만 지키면 그 차선을 계속 달려도 된다고 여기는 운전자가 많다. 느리게 1차선에 눌어붙어 뒤따르는 빠른 차량들을 가로막는 모습이다. 비켜 주지 않으니 뒤차들은 추월을 못 하고 줄줄이 밀리는데, 법적으로 2차선 우측 추월은 금지되어 있다. 난감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앞에는 텅 빈 공간이 남는다. 느린 1차선 정속 주행 차량으로 뒤 차들은 차례로 브레이크를 밟으며, 긴 유령 정체가 형성된다. 2차선짜리 고속도로에서는 저속으로 달리는 트럭을 아슬아슬 추월하려는 느린 트럭이 1차선을 수 분간 점유하기도 한다.

중부고속도로 상행선 일죽IC 근처에서 흰색 카니발 승용차가 추월 차로인 1차로를 정속 주행하는 모습. 도로교통법상 고속도로 1차로는 추월 차량을 위해 비워둬야 한다. /조선일보 DB
본인은 더 빨리 갈 생각이 없지만, 누구라도 나보다 빨리 가는 것은 싫다는 심리다. 뒤에 자리한 이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낀다. 가다 서다가 반복되니 연비도 떨어진다. 창문에서 담배 연기가 올라온다. 모두들 그야말로 ‘가속 노화’되는 상황이다. 1차선 정속 주행은 도로교통법 위반임에도 빈번하며, 단순한 매너 문제를 넘어 위험한 우측 추월을 야기하기에 사고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러 자동차 선진국에서 1차선 정속 주행은 중대한 문제 행위로 강력한 처벌 대상이 될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금기시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끼어들기 문제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고 충분히 처벌되지도 않는다.
이 고속도로 상황은 한국 조직과 사회의 축소판이다. 선두에 있는 사람이 앞길이 훤히 열렸음에도 속도를 내지 않을 때, 뒤따르는 사람들은 나아가지 못하고 답답함을 느낀다. 규칙이나 문화 때문에 함부로 앞지르지도 못한다. 결국 선두만 편하게 천천히 갈 뿐, 전체 행렬은 느려지고 뒤쪽은 정체와 불만이 쌓여간다. 그 결과 조직 전체의 발전 속도는 가장 느린 사람에 맞춰지고,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은 활용되지 못한 채 앞이 텅 빈 상태로 남게 된다. 그 텅 빈 공간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선진국의 조직들이 수많은 혁신의 시도를 할 때 우리는 멀리서 구경만 할 뿐이다.
어느 순간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빠른 추격자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어, 사람들은 멀어진 거리를 쫓기 위해 더 과속해야 한다. 그렇게 크런치 모드(crunch mode)에 시달리며, 부실 공사가 만연해진다. 한국 사회, 한국 조직은 모두 나이 들어가고 있다. 조직의 말랑말랑하던 전두엽이 점점 딱딱해진다. 이제 그 답답한 정체를 풀어주어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 우선, 남의 발목을 잡지 않을 때, 비로소 모두가 함께 달릴 수 있다.
-정희원 내과 의사·서울건강총괄관, 조선일보(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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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칭찬에 서툰 이유

15일 월간지 'W코리아'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유방암 인식 개선' 목적으로 개최한 '러브 유어 더블유 (Love Your W) 2025' 캠페인./ W코리아 인스타그램
한국인이 영 못 하는 게 있다. 칭찬이다. 가벼운 일상적 칭찬이다.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어색하다. 누가 예쁜 옷을 입어도 “오늘 좀 멋진데요?”라는 말을 못 한다. 하기 전에 온갖 생각을 한다. 과하게 입었다는 소리로 들릴까? 오늘만 볼만하다는 비아냥으로 들릴까?
답변도 정해져 있다. 어색한 웃음과 함께 “그냥 대충 입었어요”라는 말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무슨 꿍꿍이지?’라는 표정이 스친다. 나는 영어권 국가에서 잠시 살았다. 그런 칭찬은 일상적이었다. 답변도 한결같았다. “생큐!”다.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가볍게 던지는 ‘스몰 토크’ 영역이라 그렇다. 한국어의 “밥 한번 먹어요”와 같은 소리다.
한국어는 고(高)맥락 문화의 언어다. 그냥 하는 말은 잘 없다. 주고받는 사람 사이의 위계와 상황이 중요하다. 맥락 없는 스몰 토크는 힘들다. 커피숍에서 모르는 옆 사람에게 “날씨 너무 좋네요”라고 말을 건네는 일은 없다. 상대방은 짐을 주섬주섬 챙겨 다른 자리로 도망칠 것이다.

요즘은 한국도 파티가 많다. 잡지사나 브랜드가 여는 파티다. 나도 초대받은 적 있다. 모양새는 할리우드 파티처럼 근사하다. 샴페인도 있다. 테이블에 꽃도 있다. DJ도 있다. 사람이 문제다. 스몰 토크 문화가 없으니 공기가 어색하다. 끼리끼리 모여 있다. 끝나면 친한 사람들만 2차를 간다. 소주를 마시러 간다.
얼마 전 한 잡지사 유방암 자선 파티 영상에 난리가 났다. 취지와 거리가 먼 유명인들 친목 파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친목 파티였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색했다. 모두가 친목을 나누는 게 아니라 친목을 나누는 걸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의미는 있는 행사니 내년부터는 형식을 좀 바꾸자. 동네 잔치처럼 기부할 경품을 건 유방암 관련 퀴즈 대결 같은 걸 주 행사로 하면 좋겠다. 취지에 부합하는 성공적인 파티가 될 것이다. 맥락이 절로 생길 것이다. 장담한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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