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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감시 피하는 '청와궁' 되지 말아야] ....

뚝섬 2025. 11. 26. 11:56

[언론 감시 피하는 '청와궁' 되지 말아야]

[법정 멍들게 하는 '쇼츠 사법']

 

 

 

언론 감시 피하는 '청와궁' 되지 말아야

 

대통령실 곧 청와대로 이전
기자들은 또 구석에 '격리'되나
대통령 출퇴근 취재 허용돼야
'제왕적 대통령'의 길 막는다
 

 

이재명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이번달 용산 대통령실을 떠나 청와대로 집무실을 옮긴다. 사진은 24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바라본 청와대 모습.뉴스1

 

일본 언론의 세밀한 취재에 경의를 표한 적이 있다. 도쿄 특파원으로 일하던 2020년 8월 13일. 오전 취재를 마치고 다케바시(竹橋)의 조선일보 지국으로 돌아와 TV를 켰다. 민영방송 TBS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걸음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아베의 건강 이상설이 연일 회자되던 때였다.

 

TBS는 아베가 총리 관저(총리 집무 공간) 현관에서 로비를 거쳐 엘리베이터를 타기까지 걸린 시간이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2020년 4월 평균 18.24초 걸렸으나 이후 19.10초(5월)→19.14초(6월)→19.62초(7월)로 점점 길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8월 들어서는 20.83초를 기록했다고 했다.

 

일본 기자들이 매일 스톱워치로 아베의 걸음을 측정하고 기사를 쓴 데 대해 경탄하며 서울의 편집국에 보고했다. 지면을 확보한 후, 신속하게 기사를 써 국제면에 보도했다. TBS의 이 기사는 아베의 건강 이상설 관련 보도에서 화룡점정 역할을 했다. 아베는 이 뉴스가 나온 지 보름 만인 8월 28일 건강을 이유로 총리직 사임을 발표했다.

 

이런 일이 일본에서 가능했던 이유는 TBS 기자들의 기사 착상도 남달랐지만, 일본 총리 관저가 언론의 감시를 전제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특파원 시절 외신 기자증을 받고 총리 관저에 가보니, 총리는 5층에, 기자실은 1층에 있었다. 기자들은 현관이 있는 3층 로비까지 자유롭게 출입한다. 각 언론사 말진 기자들은 하루 종일 로비에서 진을 치고 관저에 드나드는 이들을 관찰한다. 국민을 대신해 묻고, 기록한다. 총리가 누구를 만나는지가 분(分) 단위로 다음 날 알려지는 것은 이런 시스템 덕분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대통령 근접 취재가 잠시 가능했던 때가 있었다. 2022년 5월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약식 회견을 시작했다. 임기 초반 그가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 방문 중 비속어 논란 이후 특정 방송사와의 갈등이 격화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출근길 회견 무용론’이 제기됐다. 불과 반년 만인 2022년 11월 중단됐다.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자폭(自爆) 계엄이 잉태되기 시작한 지점은 바로 이때가 아닐까. 언론을 귀찮아하고, 기자들 질문에 귀를 닫으면서 균형 감각을 잃어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달 용산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이전하려는 계획에 걱정이 앞선다. 개방 기간 동안 청와대를 관람한 사람은 누구나 체감했듯이 청와대는 본질적으로 열린 업무 공간이 아니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설계가 궁궐을 연상시킨다. 기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은 동쪽 구석의 춘추관뿐이다. 사실상 ‘격리’된다. 청와대가 아니라 ‘청와궁(靑瓦宮)’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정도로 대통령이 언론의 감시에서 벗어나 안락함에 취하기 쉬운 구조다. 오죽했으면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며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했겠나.

 

이 대통령이 언론의 실시간 견제 장치 없이 청와대로 복귀하면, 그렇지 않아도 무소불위인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 속성이 더 공고해질 위험성이 커 보인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청와대 내부 취재를 일부 허용하고, 대통령이 출퇴근할 때만이라도 기자들이 취재할 수 있어야 한다. 청와대가 민심과 동떨어진 ‘청와궁’이 되는 것은 순식간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조선일보(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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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멍들게 하는 '쇼츠 사법' 

 

이진관 부장판사가 9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첫 재판을 심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내란 재판’ 중계가 이뤄지면서 화제가 된 인물이 있다. 한덕수 전 총리 사건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 33부 이진관 부장판사다.

 

주로 듣기만 하는 보통 판사들과 달리 그는 거침없이 질문한다. 한 전 총리에게 “국무총리였던 피고인은 국민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나”라고 물었고, “국무위원도 피해자”라는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는 “(국무회의에) 가서도 아무 말씀 안 했느냐”고 질타했다. ‘법정 소란’으로 감치 재판을 받고도 석방된 김용현 전 장관 변호인단에게 ‘감치 결정을 집행하겠다’는 결기도 보였다.

 

그를 두고 “한덕수에게 청천벽력 떨어졌다” “허튼짓 차단하는 이진관” 등의 쇼츠(짧은 영상)가 쏟아진다. 여권 지지자들은 “사이다 재판” “진짜 판사가 나타났다”는 칭찬을 퍼붓고 있다.

 

반면 단호하지 못한 재판부는 멸시 대상이다. 증인에게 절차를 친절하게 안내한 지귀연 부장판사에게는 행사 사회자 같다며 ‘MC귀연’이라는 쇼츠가, 변호인들의 항의를 ‘예~ 예’ 하며 넘긴 한성진 부장판사에게는 ‘일하기 싫은 예예 판사’라는 멸칭과 함께 쇼츠가 생긴다.

 

법정의 권위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판사의 단호한 언사로 세울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한 현직 판사는 “유죄를 예단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진영 대립이 심한 사건은 더 무색무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치 재판’으로 낙인찍히면 상대방의 정치적 행동을 조장하는 구실이 되기도 한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이 감치 후 풀려나 유튜브에서 재판부를 원색 비난한 게 이런 징표다.

 

사실 이런 현상은 3대 특검의 재판 중계를 사실상 의무화한 법안이 통과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긴 재판을 몇 분, 몇 십 초로 요약하는 순간 기록 수십만 쪽과 증인 수십 명은 사라지고 자극적 장면만 남는다. 실제로는 이 판사들이 보이는 것과 반대인 결론을 낼 수도 있지만, 이들의 캐릭터만 부각한 영상은 그런 가능성을 차단한다.

 

지성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영상에서는 재판도 ‘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감치를 두고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것도 재판 중계의 부작용”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도 연방 대법원과 대부분의 연방 형사 법정에서 재판 중계를 금지한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6조 청구’를 ‘0원’으로 만든 비결은 자극적인 법정 언사가 아니었다. 관련 재판에서 한국 측의 변론권과 반대 신문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절차가 이유였다.

 

재판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반드시 재판 중계를 통해 실현될 필요는 없다. 인격권 침해, 사법의 오락화 등 부작용이 더 크다. “재판정이 X판 나 버렸네” “보고 있으면 속 터지는 사법부의 실태가 알려지도록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등 법정을 멍들게 하는 ‘쇼츠 사법’을 언제까지 용인할 것인가.

 

-양은경 기자, 조선일보(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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