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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잠' 프로젝트… 기지, 핵연료 교체, 인력 등 첩첩산중] ....

뚝섬 2025. 11. 26. 12:52

[한국 '원잠' 프로젝트… 기지, 핵연료 교체, 인력 등 첩첩산중

[“韓 핵잠 개발 이미 30% 진척… SLBM 갖춘 6000t급으로 충분”]

[한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에 성공하려면]

[군사력 강화의 셈법]

[민주당 대통령들도 군사력 강화해 왔다]

[교도소보다 못한 잠수함? 승조원 자긍심 해치는 비유]

 

 

 

한국 '원잠' 프로젝트… 기지, 핵연료 교체, 인력 등 첩첩산중

 

원자력잠수함 기회와 과제

경주 APEC이 남긴 뜻밖의 선물
미래 국방 물꼬 텄지만 과제도 많아
주둔지, 핵연료, 근무 기피 풍조…
근해에 안 묶일 활용안도 고민해야

 

늦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경주에서 신라 금관은 천 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APEC 정상회담이 끝난 이 도시엔 고요와 활기가 기묘하게 섞여 있었다. 국립경주박물관에 104년 만에 모인 신라 금관 6점 앞에서, 관람객들의 화두는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선물한 신라 왕관 복제품은 해외 토픽이 될 정도로 화려했고 그 덕분인지 한미 정상회담은 예상치 못한 원자력잠수함을 가져다주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할 신라 금관 모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악관·뉴스1

 

미국의 ‘원잠 지지’는 끝 아닌 시작

 

한미 정상회담으로 관세와 대미 투자에 대한 협상은 일단락됐지만 ‘대한민국의 원자력잠수함 건조 지지’라는 팩트시트의 문장은 해결해야 할 새로운 과제의 시작이다. 당장 동해 앞바다에 태극기를 단 거대한 잠수함이 솟아오를 것만 같은 기대감이 감돌았지만, 들여다볼수록 험난한 파도를 넘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비(非)핵보유국이 ‘원자력잠수함(이하 원잠)’을 갖는다는 건 전인미답이다. 핵무기 비보유국 중 원잠을 가진 국가는 없다. 현재 브라질과 호주가 보유를 추진 중이니 우리가 세 번째. 핵무기 비보유국의 원잠 보유는 전면안전조치협정(CSA)에서 허용 여부나 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상하며 풀어가야 한다. 브라질은 2022년부터, 호주는 2023년부터 IAEA와 협상하고 있지만 언제 마무리될지 모른다. 우리 역시 몇 년이 걸릴 수 있는 지루한 터널을 지나야 한다.

 

기지는 어디에, 승조원은 어떻게

 

기술적 난제와 현실적 고민도 산적해 있다. 원잠은 연안을 지키는 파수꾼이 아니다. 깊고 넓은 대양을 은밀하게 누비는 전략 무기다. 적합한 기지를 어디에 건설할지 고민해야 한다. 수심이 깊고 대양으로 바로 진출할 수 있는 곳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핵물질을 다루는 원잠의 특성상 입지 선정은 쉽지 않은 문제가 될 것이다. 프랑스와 중국의 사례를 보면 입지를 결정한 후에도 10년이 걸렸다. 

 

더 까다로운 건 심장, 즉 ‘핵연료’다. 미국과 영국처럼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쓴다면 폐선할 때까지 연료 교체가 필요 없겠지만, 비핵국가인 우리는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7~10년마다 잠수함의 배를 가르고 심장을 교체해야 한다. 교체된 폐연료봉이 뿜어낼 강력한 방사선을 관리할 시설과 공간 확보는 필수적이다. 기존 원자력 설비나 관련 기업과 가까우면서 인구 밀집 지역은 피해 후보지를 찾아야 한다.

 

강철로 된 하드웨어보다 시급한 건 원잠을 움직일 ‘사람’이다. 햇빛 한 줌 없이 밀폐된 심해에서, 원자로라는 위험한 불꽃을 다룰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지금도 매년 80여 명의 해군 승조원이 잠수함 근무를 포기하고 떠난다. 원자력 분야의 전문성이 오히려 해군 내 진급과 보직 이동에 족쇄가 되는 현실을 바꾸지 않는다면, 원잠은 값비싼 쇳덩어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쓸모 확대해야 신라 금관처럼 부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무엇보다 원잠을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넓은 행동 반경을 가진 원잠을 한반도 주변 지역에서만 운용하는 것은 장점을 없애는 낭비에 가깝다. 주변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동북아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지역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경주 시내를 벗어나 동쪽으로 달리면 검푸른 동해와 마주한다. 죽어서도 용이 돼 나라를 지키겠다던 문무왕의 무덤인 대왕암이 있다. 지척에는 월성 원자력본부가 보인다. 천 년 전 호국룡의 전설이 깃든 바다와 현대의 원자력 기술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원잠 도입의 물꼬가 트인 것은 상징적이다. 벼락같이 온 이 기회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문무대왕이 꿈꾼 바다의 평화가 이제 신라 금관처럼 찬란한 ‘강철 용’으로 부활하길 기대한다.

 

진해냐... 제주냐... 아니면 제3의 장소냐 

 

2022년 진해항에 입항한 대한민국해군 순항훈련전단 소속 장병과 해군사관생도들이 복귀신고를 하는 모습. /해군·뉴스1

 

현재 잠수함 기지는 진해와 제주에 있다. 진해의 경우 큰 원잠이 필요로 하는 설비를 갖추기에는 면적이 좁고 인구 밀집 지역과 접하고 있다. 수로도 협소해 잠수함이 부상해서 항해하는 시간이 길다. 제주의 경우 대양으로 바로 진출할 수 있지만 근처에 원자력 관련 업체나 기반 시설이 전무하다.

 

프랑스는 대서양과 면한 군항인 브레스트와 약 8㎞ 떨어진 일 롱그 반도에 잠수함 기지를 건설했다. 원자력 관련 업체들의 위치와 기존 해군 시설과의 거리를 고려했다. 중국의 경우 첫 번째 기지는 서해와 접한 칭다오 인근에 건설했다. 수심이 얕고 감시가 심한 해협을 통과해야 대양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위치는 아니었다. 두 번째 기지는 남중국해로 바로 진출할 수 있는 하이난섬에 건설했고 주력으로 삼고 있다. 중국 잠수함 기지는 암반을 굴착한 지하에 설비 대부분을 두고 있어 외부에 노출되지 않으며 선제 핵 공격으로부터 보호받는다.

 

프랑스와 중국 모두 최초의 원잠 건조와 동시에 기지 건설에 착공했다. 프랑스는 특별법을 제정하고 토지 수용에 불응하는 주민을 군이 끌어내는 등 강력한 조치를 시행했다. 1500명 이상의 인력이 3교대로 공사를 진행했음에도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중국도 비슷한 기간이 소요됐다.

 

충분히 넓은 면적을 확보할 수 있으며 외부 침입을 막기 쉬운 지형을 찾아야 한다. 원자력 관련 인프라와 인접 여부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수심이 깊고 대양으로 바로 진출 가능한 곳을 선정해야 원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건조하려면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복잡한 협상 관문 넘어야 

 

2023년 방한해 유국희 당시 원자력안전위원장과 면담하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모습. /원자력안전위원회·뉴스1

 

원잠 건조가 실현되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상이 필요하다.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 가운데 핵무기 비보유국은 핵 물질과 핵 활동 장소를 투명하게 신고하고 사찰에 협조하도록 규정한 전면안전조치협정(CSA)을 IAEA와 체결하고 있다. 원잠은 이동 경로를 제공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CSA 14조는 핵 물질을 “금지되지 않은 군사 활동에 사용”할 경우 안전 조치 적용, 즉 사찰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호주와 브라질은 이를 이용해 사찰을 피하고자 한다. 문제는 무엇이 금지되지 않은 군사 활동인지, 이 조항을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한 정의나 절차가 없기 때문에 협의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브라질은 6~8% 수준으로 농축한 연료봉을 장입한 이후 IAEA가 연료봉을 봉인하고 잠수함이 임무를 수행하는 기간에는 봉인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핵 물질 추적 의무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5년마다 이뤄지는 연료봉 교체 시 봉인을 확인해 핵 물질이 전용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면 된다는 논리다.

 

호주는 더 복잡하다. 미국과 영국이 공동으로 개발한 원잠을 도입하기 때문에 무기급 수준인 93~97%로 농축된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한다. 계획대로 8척을 도입할 경우 1.6톤에 이르는 무기급 우라늄이 IAEA 안전 조치 적용에서 제외된다. 미국과 영국은 당초 CSA 제14조가 원잠을 전제로 도입된 조항이기 때문에 호주의 원잠 도입은 문제가 없으며, 검증 절차는 IAEA와 당사국이 비밀리에 협상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호주와 미국 등이 NPT 목적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IAEA가 불허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0.2g의 우라늄 농축 실험을 진행한 것이 밝혀져 IAEA에서 사찰받는 등 핵무기 개발 의혹을 계속 받아왔기 때문에 IAEA와의 협상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조선일보(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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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핵잠 개발 이미 30% 진척… SLBM 갖춘 6000t급으로 충분”

 

잠수함 전문가’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북-중 잠수함 수 한국의 4배… 北 2010년부터 핵잠 개발
북한 핵잠 개발 완료하면… 디젤잠수함으론 대응 불가능
제3국서도 핵연료 제공받도록… 트럼프 정부서 문서화 필요
미국서 건조 시 비용 4배… 한미 윈윈 방안 찾아야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가 12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교수는 2013년 ‘문근식의 잠수함 세계’를, 2016년 ‘왜 핵추진 잠수함인가’(사진) 등 잠수함 관련 책을 여럿 출간했다. 신원건 기자

 

《“미국에서 한국 핵추진잠수함(핵잠)을 건조하게 되면 비용이 많이 들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다. 누가 투자하겠느냐. 아무리 미국이 우방이라곤 하지만 한국 조선업을 황폐화시키면서 갈 수는 없다.” 잠수함 전문가로 불리는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12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하루빨리 ‘한미 조선 협력 협의체’를 만들어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핵잠은 우리의 스펙에 맞게 준비가 돼 있는 만큼 국내에서 건조하는 게 최상”이라며 “1500억 달러를 대미 투자하기로 했으니 그 돈으로 필리조선소에 미국 잠수함을 수리하고 새로 만들 수 있는 생산 라인을 깔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 핵잠은 미국의 연료를 공급받아 한국에서 건조하되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잠수함 건조 역량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마스가(MASGA)’ 펀드로 필리조선소에 투자하고 미국 잠수함 건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한미가 ‘윈윈’할 수 있다는 것. 문 교수는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 32년간 해군에 근무하며 22년을 잠수함을 탔고 노무현 정부 시절 비밀리에 추진했던 핵추진잠수함 개발사업인 362사업단장을 맡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이 핵잠을 꼭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핵무기를 가진 잠수함이 바닷속에 들어가면 핵잠이 추적 감시를 해서 핵무기를 못 쏘게 한다. 그래서 이 시간에도 미국과 러시아는 인공위성으로 핵무기가 실린 잠수함이 출항하는 걸 보고 그때부터 따라다니면서 감시한다. 지상에 있는 핵무기는 전쟁 개전 초기에 바로 타격 대상이 되니까 지상에 있는 핵무기를 물속에 숨기는 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다. 북한은 공공연하게 SLBM을 만들겠다며 한국과 미국,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2010년부터 핵잠을 갖겠다고 공언했고, 올해 3월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잠 건조 현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핵잠을 완성해서 지상에 있는 핵무기를 물로 숨기면 이건 심대한 위협이다. 그래서 미국하고 우리도 긴장하는 것이다. 핵잠은 디젤잠수함보다 평균 기동 속력이 1.5배 이상 빠르기 때문에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디젤잠수함으로는 북한의 핵잠에 맞설 수가 없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그간 한국의 핵잠 보유를 반대한 건가.

“미국은 ‘파이브아이스(five eyes·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를 최우선으로 한다. 우라늄을 군사적으로 사용하게 한 건 영국과 호주뿐이다. 핵 비확산 시스템이 무너질까봐 우려한 것이고 그게 미국의 정책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얘기해도 안 들어줬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요청한) 핵 연료는 핵무기도 아니고, 이번에 우리가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위해 1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면서 미국도 반대급부로 허용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 중국을 우리가 앞에서 막아주면 좋다는 측면도 고려했을 것이다.”

현재 남북의 잠수함 전력 격차, 한중 격차를 비교해 달라.

“현재 한반도 주변은 잠수함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잠수함 수요가 많다. 수시로 바뀌지만 북한은 76척(2023∼2024년·제인스 연감)이고 한국은 21척이다. 북한은 잠수함 수로는 세계 1등이다. 다만 모두 디젤잠수함이고 중소형이라 큰 위력은 아니다. 잠수함은 상대를 먼저 잡아내 격침시키는 전략이 필요한데 성능 면에서는 우리가 월등하다. 중국은 ‘하이로믹스(high-low mix)’ 개념에서 핵잠을 15척 가지고 있고, 디젤잠수함은 60여 척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나 북한 수중전력은 우리보다 훨씬 막강하고 우리를 위협하는 전력이다.”

―20여 년 전인 2003∼2004년에 해군 핵잠 프로젝트인 362사업단장을 지냈는데….

“당시 핵잠 개발 사업을 접었던 것은 기술과 예산이 부족하고, 핵 연료 확보도 어렵고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당시 사업은 좌절됐지만 원자로 응용연구라도 계속하자고 해서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때까지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원자로 연구만 할 게 아니라 이제 잠수함, 플랫폼도 만드는 걸로 해보자고 해서 해군과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계약을 했다. 이미 30% 정도 진도는 나가 있다. 게다가 지금은 최고 수준의 잠수함을 수출하고 있고, 캐나다 수출을 두고 독일과 2파전을 벌일 정도로 한국의 잠수함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원자로도 지금 아랍에미리트(UAE)나 체코에 수출하지 않나. 예산을 충분히 지원해주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책사업단을 만들어 사업을 진행하면 국가 기술력을 총결집할 수 있다.”

핵잠 1척을 만들려면 어느 정도 예산이 필요한가.

“2004년 사업단에서 예측할 때는 1조2000억 원을 예측했다. 하지만 지금은 2조4000억 원에서 3조 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 우리가 4척을 만든다고 했으니까 최대 12조 원은 든다.”

우리에게 필요한 핵잠은 어떤 종류인가.

“우리는 한반도 해역에서 북한 핵잠을 추적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20노트(시속 37km) 이상을 24시간 낼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이면 족하다. 미국은 30노트(시속 55km) 정도 속도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6000t 이상에 수직발사관 10∼12개 정도로 어뢰, 기뢰, 잠대함 미사일에 잠대지 미사일을 쏠 정도의 SLBM 능력만 구비하면 된다.”

일각에선 한국은 해군의 작전 반경이 넓지 않아 핵잠이 필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작전 반경이 중요하지 않은 건 미국처럼 전 세계 경찰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확보해야 할 잠수함은 작전 거리보다는 피탐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 북한 및 중국 잠수함에 추적·감시를 당하지 않으려면 수중에 오래 있어야 되는데 디젤잠수함은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긴 항속 거리보다는 수중에 오래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핵잠을 한국에서 건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미국이 한국에 조선업 협력 요청을 한 것은 미국 조선업이 그만큼 낙후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군부 장관이 방한해서 우리한테 협력을 요청한 상황이다. 우리가 미국에서 핵잠을 만들면 높은 인건비, 낙후된 기술, 낮은 호환성 등으로 비용이 4배 이상 늘어날 것이다. 건조 기간도 훨씬 더 늘어난다. 기술자가 없어 우리 인력을 보내야 되고 호환성이 떨어지니 국내 장비를 실어날라야 된다. 게다가 핵물질 시설을 만들어야 되는데 인허가 과정이 3∼5년이 걸린다. 주민들이 반대하면 허가가 안 날 수도 있다.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다. 이런 상태에서 누가 투자하겠나. 만약에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미국 내 건조를 강조한다면 우리는 ‘할 수 없다’고 버텨야 된다. 미국이 도와 달라고 해서 하는 건데 한국 조선업을 황폐화시키면서 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하루빨리 협의체를 만들어서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필리조선소 건조를 언급했다.

“필리조선소에서 핵잠을 만들려면 새로운 투자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총 4척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를 위해 별도의 시설을 만든다는 건 매우 불합리한 경제 논리다.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려워서 투자를 받기 어렵다. 그나마 미국은 현지 조선소 2곳에서 매년 버지니아급 핵잠을 2척씩 만들고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N)도 2080년까지 12척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핵잠은 안보상의 이유로 팔기도 어렵고 미국도 호주에만 판매하고 있다.”

한국 핵잠은 한국에서 건조하고 필리조선소에선 미국 핵잠을 건조하자는 제안도 나오는데….

“내가 처음부터 제의한 것이다. 미국의 체면을 세워줘야 되니까 윈윈하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한국 잠수함은 한국에서 건조하고 미국에 있는 한화의 필리조선소에서는 미국 잠수함 수리 및 건조에 필요한 생산라인을 구축해 미국 잠수함의 수리와 건조를 돕는 방안이다. 우리 잠수함마저 생산시설이 전무한 미국에서 건조할 경우 잘못하다가는 우리가 ‘봉’이 될 수 있다. 이 이슈를 빨리 잠재우지 않으면 조선 협력 시작부터 심각한 갈등 양상이 있을 수 있다. 하루빨리 결정해야 된다.”

한국이 핵잠을 독자적으로 건조할 경우 해외 기술 이전은 필요 없나.

한국은 기술도, 시설도 다 있다. 핵연료만 받으면 된다. 다만 핵잠 운용과 원자로 운용 등 노하우는 배워야 한다. 지금 호주가 잠수함을 짓는다고 해서 호주 승조원들이 미국에 가서 훈련하고 있다. 저도 인원 교환 프로그램으로 한 2주 동안 미국에서 핵잠을 타고 실습한 적이 있다. 그렇게 노하우를 습득하면 운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과 실습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본다.”

미국 행정부가 교체된 이후에도 한국의 핵잠 건조 등을 보장받으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미국 정권이 바뀌면 또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에 최소한 잠수함의 추진체로 (핵연료를)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양해각서(MOU)나 협정을 맺어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을 설득하고 미 의회에서 비준을 받아야 하며, 미국이 아닌 제3국에서도 핵연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문서화해야 트럼프 정부가 끝나도 지속가능할 것이다.”

핵잠 건조 추진에 대해 중국이 “유의한다”는 입장을 냈다고 한다. 중국이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한국이 핵무기도 아닌 20% 미만의 농축우라늄을 가지고 군함에 사용한다면 시비를 걸 명분이 없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은 핵무기를 만들지 말라는 거고 북-중은 핵잠이 있거나 가지려고 하고 있고 핵무기도 가진 나라다. 이들이 무슨 명분으로 반대를 하겠나. 그들은 이미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핵무기도 군함 추진체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건데 우리가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촉진시킨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전직 잠수함장 입장에서 승조원들에게 어떤 혜택이나 근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가.

“잠수함 승조원들은 대표적인 3D 직군이다. 시간이 갈수록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꺼린다. 그래서 수당과 진급으로 유인하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의 핵잠 승조원이 전 세계 군인 중에 수당을 제일 많이 받는다. 잠수함 수당에 핵 수당을 받는다. 그런 자부심이 없으면 배를 안 탄다. 우리도 이를 활성화하지 않으면 고가의 세금을 들인 잠수함을 부두에 묶어놓을 수 있다. 수당과 처우 개선은 충분히 해줘야 한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1958년 전북 군산 출생
△1981년 해군사관학교 35기 졸업 해군 소위 임관
△1998년 잠수함 나대용함 초대 함장
△2007년 방위사업청 잠수함사업팀장
△2012년 해군 대령 예편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객원교수
△2013년∼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대외협력국 국장
△2020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정치학 박사
△2020∼2023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외래교수
△2023년∼현재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황형준 정치부 차장, 동아일보(2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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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에 성공하려면 

 

[朝鮮칼럼]

트럼프의 동의로 급물살을 탈 수 있지만 축배를 들기는 이르다
미국의 한국 핵무장 우려, 군사기술·활용도 등 제약.. 한미 동맹 결속이 선행 조건
 

 

건조 중인 美 원잠 미국 버지니아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 ‘일리노이’함이 2015년 미국 코네티컷주 그로턴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한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 AP 연합뉴스

 

오늘날 지구상에서는 핵추진 잠수함 약 130척을 미국(66), 러시아(31), 중국(12), 영국(10), 프랑스(9), 인도(2)이 운용하고 있다. 이를 세분화하면 핵잠수함(핵잠)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으로 구분된다. 핵잠은 적국의 선제 핵 공격에 대비해 보복 공격용 핵무기를 심해 깊이 숨겨 핵 보복 능력을 보존하려는 것이 운용의 목적이다. 이처럼 해저 핵무기 저장소 기능을 하는 대형 핵잠은 전략핵잠수함(SSBN)이라 한다.

 

이와 달리 핵무기를 싣지 않고 적국 잠수함이나 군함을 감시·추격·파괴하기 위해 운용하는 원잠이 있는데, 이를 SSN(공격원잠)이라 부른다. 이 잠수함은 가격이 디젤 잠수함의 몇 배에 달하고 원자로 가동 소음이 크다는 단점이 있으나, 잠항 속도가 디젤 잠수함보다 2배쯤 빠르고 수개월 연속 잠항이 가능해 장거리 해양 작전에 매우 적합하다. 미국이 2021년 오커스(AUKUS) 회원국인 호주에 공급하기로 한 원잠이 바로 이것이며, 한국이 원하는 것도 같은 유형이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잠수함용 핵연료를 제공해 달라는 우리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건조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의 원칙적 동의로 계획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지만, 축배를 들기엔 이르고 아직 넘어야 할 장애가 많다. 한국의 원잠 프로젝트가 최종 실현될 시점까지 미국 대통령이 최소 2~3번은 바뀌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 과정에서 직면할 대표적 장애물은 네 가지다.

 

첫째는 미국의 핵 확산 방지 정책에 따른 장애다. 지구상 모든 핵발전소와 원자로는 매년 최소 1~12회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핵 사찰을 받고, 365일 24시간 IAEA 카메라의 실시간 감시를 받는다. 그러나 잠수함에 설치된 원자로는 군사용 핵 시설이라 IAEA 관할 대상도 아니고 감시 활동이 물리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이 때문에 현재 또는 미래의 미국 정부나 의회가 이를 이용한 한국의 핵무장을 우려해 원잠 보유에 반대할 수 있어,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미국의 군사 기술 보호에 따른 장애다. 원잠에 사용되는 원자로는 군사 무기 특성상 원전이나 SMR(소형 모듈 원자로)과 가동 방식이 전혀 다르다. 원전은 5% 미만 저농축우라늄으로 작동하나, 미국 핵잠은 90% 이상의 핵무기급 우라늄을 사용하고 러시아는 20~50%의 고농축우라늄을 사용한다. 또 핵연료를 수시 교체하는 원전과 달리 잠수함용 핵연료는 잠수함 수명이 다할 때까지 20년 이상 계속 사용된다. 미국의 핵잠수함 추진체 기술은 첨단 군사 기술이어서 1950년대 영국 외엔 제공한 바 없고, 미군 당국은 호주에 기술을 제공하는 데도 부정적이라는 보도가 있다. 한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 사업도 중국·북한 등에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 여부가 주요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

 

셋째는 용도상 제약이다. 한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려면 그 비싼 전략 자산을 어떤 용도로 할지에 관한 명확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한국이 장거리 작전용 원잠을 남중국해나 대만 해역에 파견해 대중국 작전을 수행하거나 중국 근해에 침투시켜 중국 함대를 감시한다면 중국과 큰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중국 눈치 보느라 원잠을 한반도에 묶어두고 북한 잠수함 70여 척 감시에만 이용한다면 너무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1개월간 잠항이 가능한 첨단 AIP 디젤 잠수함을 대량 건조하고 한반도 해역 도처에 감시용 무인 잠수정과 수중 센서를 배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넷째는 한미 동맹의 미래 향방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미국이 영국에 이어 호주에 원잠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건 호주가 대중국 해양 작전에 긴요한 핵심 동맹국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미국이 한국 원잠 사업을 검토하면서도 유사한 취지로 따져 볼 개연성이 크다. 따라서 원잠 건조를 위한 양국 간 구체적 합의를 타결하기 위해서나, 향후 10여 년간 미국의 후임 대통령들이 이 사업을 계속 지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나, 또는 완공 후 미국의 후속 정비·보수 지원 보장을 위해서도 한미 양국의 견고한 결속과 신뢰는 필수적 선행 조건이 될 것이다.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前 외교부 북핵대사, 조선일보(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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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 강화의 셈법

 

해군의 오랜 숙원은 항공모함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보유였다. 항모나 원잠이 꼭 필요한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무엇이 우선인가? 둘 다이든 그중 하나든 그것을 운영할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이런 논쟁은 수년 전부터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경제 역량이 따라준다면 우리 군이 항모와 원잠을 모두 보유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 국가의 이권을 수호할 능력을 갖추는 데는 정해진 한계가 없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우리 방산산업의 역량을 고려할 때 항모와 원잠 건조가 주는 시너지 효과도 적지 않다.

그러나 군사력 문제는 냉정하게 모든 변수를 고려해야만 한다. 군사력 강화는 자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국 관계나 국제 정세와도 얽힌 예민한 문제다. 더욱이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늘 두 개 이상의 이데올로기와 세계 패권이 충돌하는 지역에 자리해 있다. 우리가 패권적 군사역량을 보유한다면 주변국들의 관심과 개입은 더 교묘해지고 확장될 수 있다. 그것은 자칫하면 우리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우리 사회의 체제 갈등을 더 증폭시킬 수도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국가주의가 강화되고 새로운 형태의 블록이 형성되고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 동북아 블록은 더욱 예민해지긴 했지만 아직 형태가 유동적이다. 일본은 지금 별다른 의견 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군의 전략·전술 능력이 크게 확대되면 분명 일본의 재무장 근거로 활용될 것이다.

일본의 재무장이 두려워 우리의 무장을 약화시키자는 의미는 아니다. 모든 변수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가장 현명한 방향과 전술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이런 대응이 느리거나 현명하지 못했다. 명분과 이론을 내세우며 내적 갈등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소모했다. 전략자산은 막대한 비용과 큰 변화를 유발한다. 그만큼 현명하고 냉철해야 진정한 전략자산 보유국이 될 수 있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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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주재 중국 외교관이 다카이치 총리 겨냥, “더러운 목 벨 수도.” ‘늑대 외교’라기보다 ‘광견 외교’.

 

특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에 이적(利敵) 적용해 기소. 오물 풍선 대응인가, 계엄 분위기 조성인가 가려야.

 

-팔면봉, 조선일보(2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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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통령들도 군사력 강화해 왔다

 

[양상훈 칼럼]

박정희가 세운 방위산업 기초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 민주당 정권들도 이어 와
많은 분에게 불편하겠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10년 뒤 첫 원잠 진수식은 '이재명 전 대통령'이 주인공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오찬회담에 참석하고 있다./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미 대통령 앞에서 ‘북한 중국 잠수함 추적을 위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순간 전율 같은 것을 느꼈다. 외교 실무진 차원에서 어느 정도 조율이 끝난 상황이었겠지만 한국의 핵 문제에 미국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전례를 감안하면 거의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트럼프가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충격적이었고 다음 날엔 ‘승인한다’고 했다. ‘꿈인가 생시인가’라는 게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불가능해 보였던 수십 년 숙원이 마치 실마리가 한꺼번에 잘려나가듯이 풀렸다. 아직 갈 길은 많이 남아있지만 어쨌든 대문이 열렸다. 경주의 그날 이전과 이후의 한국 해군, 나아가 우리 군사력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해도 좋다고 본다.

 

이 놀라운 일을 해낸 대통령이 민주당 출신이라는 사실에 불편해하시는 분도 많은 것 같다. 민주당은 ‘군사력이 아니라 남북 대화로 평화를 지킨다’는 정당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 당시 국방일보는 실제 그런 제목의 기사를 쓰기도 했다. 이런 위험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은 정당 출신인 대통령이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시대를 열었다. 인지부조화를 일으킬 정도로 모순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이 대통령만이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다 죽어가던 김정일에게 막대한 현금과 물자를 지원해 살려주었고 김정일은 핵폭탄 제조를 계속할 수 있었다. 김 대통령은 서해에서 북한 공격으로 우리 장병이 사망한 다음 날 월드컵 결승전 참관을 위해 일본으로 갔다. 안보 측면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다. 그런데 김 대통령 시기에 국산 전투기 KF-21 개발 결정이 내려진 것 또한 사실이다. 김 대통령이 여기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대통령이 반대했으면 도저히 진행될 수 없는 것이 전투기 개발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은 한국 위협용이 아닌 북한 자위용이라고 한 사람이다. 노 정부 사람들은 줄곧 ‘북은 핵을 개발하고 있지 않다’고 믿고 싶어 했다. 갖은 궤변도 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동시에 원자력 잠수함 개발도 승인했다. 원잠은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은밀히 논의돼 왔지만 노 대통령은 2003년 6월 2일 국방 장관의 원잠 본격 추진 보고를 받고 “해보자”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이른바 ‘362 계획’이다. 영국 프랑스 원잠 기술을 도입하자는 이 계획은 한동안 강력하게 진행됐다. 결국 좌절됐지만 그때 시작된 연구는 꾸준히 이어져 지금 상당 수준에 올라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친북 성향이 도가 넘은 사람으로 보였다. 김정은 눈치를 너무 봐 무슨 약점이 잡혔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한미 미사일 지침 폐기를 얻어내 우리 미사일 개발의 족쇄를 풀었다. 한국 군사력에 획기적 이정표다. 우리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첫 발사가 이뤄진 것도 문 대통령 때였다. 문 대통령 때 KF-21 첫 시제기 출고도 이뤄졌다. 군 관계자에게 ‘문 대통령이 정말 좋아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나도 의외인데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우리가 유럽에 떨어지지 않는 방위산업 기술 국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탄도미사일 국가가 된 것은 해방 후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없는 살림, 빠듯한 재정에도 막대한 군비를 쓰며 군사력을 강화해 온 덕분이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포함하면 진보 정부 집권이 20년이다. 만약 민주당 대통령들이 군사력 강화에 제동을 걸었다면 지금의 우리 군사력과 막강한 미사일 전력, 원잠은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 방위산업과 군사력 건설의 기초를 만든 사람은 물론 박정희 대통령이다. 그 후의 대통령들도 이를 이어받았고 거기엔 민주당 대통령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민주당 정권 때 국방비 지출 액수와 실전 배치된 무기들이 그 증거다. 역대 민주당 대통령 시절 국방비가 줄어든 적이 거의 없다.

 

민주당 대통령들은 북한 김씨 왕조와의 대화에 집착해 왔다. 때로는 김씨 왕조보다 국내 라이벌 정당을 더 싫어하는 듯하기도 했다. 여기에 동의할 수 없는 국민이 최소 절반은 될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당 대통령들이 우리 군사력 건설을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세상을 두부 자르듯 잘라서 이편, 저편을 가르면 생각이 편하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事實)이 아니다. 세상은 ‘10대0’ 이 아니라 ‘6대4’가 모인 것이다. 많은 경우는 ‘5대5’다. 지금 정치판은 만사를 ‘10대0’으로 보는 극단적 생각들이 판을 치고 있다. 정치 유튜브엔 ‘10대0’도 아니고 ‘100대0’을 선동하는 무리들이 넘쳐 난다.

 

한국 첫 원잠의 진수식까지 대략 10년은 걸릴 것이다. 그때 대통령은 다른 사람이겠지만 첫 원잠 진수식의 주인공은 ‘이재명 전 대통령’이 돼야 한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2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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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보다 못한 잠수함? 승조원 자긍심 해치는 비유

 

최근 복수의 언론 매체에 ‘교도소보다 못한 잠수함’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잠수함 승조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지적하며, 승조원 부족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수당과 보상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잠수함 승조원으로 복무했던 필자 역시 그 고충을 잘 알고 있다.

잠수함은 태생적으로 좁고 답답하며, 햇빛조차 볼 수 없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계는 교도소와 같은 징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것이다. 전시에 적의 탐지를 피하고 수중에서 장기간 생존하기 위한 과학적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잠수함 내 공간이 좁기 때문에 적으로부터 탐지되지 않고 생존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교도소보다 못하다’는 평가는 잠수함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피상적인 열악함만을 강조하는 표현일 뿐이다.

승조원 이탈이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간 잠수함 승조원의 처우 문제는 반복적으로 거론된 반면, 수당 일부 인상 외에는 근본적으로 인력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인력 이탈 이유는 단순히 낮은 수준의 처우 때문만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잠수함 승조원이 이 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그에 따른 자부심의 상실에 있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그저 근로자가 아니다. 극도의 긴장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보를 지키는 전문 인력이다. 그런데 이들의 근무환경에 대해 ‘열악하다’는 프레임이 퍼지면, 사회적으로 잠수함 승조원은 ‘불가피한 희생의 직종’으로 낙인찍힌다. 게다가 군 내부에는 ‘그 부대만 힘들다’는 소외감이, 사회적으로는 ‘보상받아야 할 직업’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생겨난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지원자는 줄고, 숙련자는 이탈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조직은 점점 수동적으로 변하게 된다.

우리 사회도 무심한 동정의 언어 대신 ‘국가 전략의 핵심을 담당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잠수함 승조원을 재정의하는 건 어떨까. 대한민국 잠수함 부대의 발전은 동정이 아니라 자긍심과 존경의 문화 위에서만 가능하다.

 

-최 일 대한민국잠수함협회 회장, 동아일보(2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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