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긴 국가수사본부장 인사]
[인사 추천 검증 전부 검찰 한 식구들 독점, 이런 일 생길 수밖에]
[학폭은 잊히지 않는다]
[또 검증 실패 드러낸 정순신 낙마, 빨리 거둬들여 그나마 다행]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검사 출신]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오는 한동훈 법무 장관 지명]
[정무장관]
[국책연 KDI “檢 직접수사권 있는 국가, 공직부패 감소”]
상처만 남긴 국가수사본부장 인사
‘아들 학폭’ 논란 일자 바로 사퇴… 이게 문제 될 줄 정말 다 몰랐나
초·중·고 80% 학폭 노출 경험… 현장 대책 고민하는 계기 되길
‘아들 학폭(학교 폭력)’ 문제로 하루 만에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이 철회된 정순신 변호사 논란을 보면서 드는 궁금증은 “(저런 개인사를 갖고 있는데) 왜 저 자리를 하고 싶다고 나섰을까”였다. 결과적으로 그런 부질없는 공직 욕심은 모두에게 상처만 남겼다.
국수본부장은 청문회를 안 거친다. 그래서 조용히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안일한 발상이다. 5년 전 그 학폭 논란을 보도한 기자들이 이 사건을 잊을 리 없다. ‘정순신’이란 이름을 듣는 순간, 자연스레 “그때 그 검사네” 기억을 떠올리면서 ‘부적절한 인사’라는 속보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 게 언론사 속성이다. 이런 간단한 결말도 몰랐다면 그 판단력만으로도 자격 미달이다.

25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김건희 여사 특검 촉구 촛불승리전환행동 집회에서 한 시민이 아들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인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내정된 정 변호사는 아들 학폭 논란으로 임명 하루 만인 이날 사퇴했다. [뉴스1]
그가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행태를 보자면 그런 의심이 더 든다. 이미 학교와 교육기관 판단이 끝났는데도 굳이 재판까지 끌고가면서 아들에게 유리한 처분을 이끌어내기 위해 갖은 애를 쓴 흔적만 봐도 그렇다.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가 아니다. 아무리 자식 문제라지만 검사가 원래 불의를 가리는 직업인데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지난해 서울 강남 유명 사립 초교 학폭 사건을 알아본 일이 있다. 6학년생 3명이 1명을 괴롭힌 장면이 교내 CCTV에 찍혔다. 화면을 보면 동작이 확연한데도 가해 학생들은 “자기도 맞았다”면서 피해 학생을 쌍방 폭행으로 맞고소했다. 피해 학생 부모가 경찰까지 사건을 끌고가서야 “피해 학생은 (저항하다 나온) 정당방위”이고 “가해 학생은 폭행이 맞는다”는 판정이 나왔지만 마음은 이미 상할 대로 상한 뒤였다. 피해 학생 아버지는 사과는커녕, 폭행을 인정하지도 않으려는 가해 학생과 그 부모들 태도에 “너무 슬펐다”고 전했다.
정 변호사도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3심까지 가서 시비가 가려졌는데도 그 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제 와 논란이 되니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부모로서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했지만 미흡한 점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돌이켜보겠다”고 말한 대목은 씁쓸했다. 진작 무릎을 꿇었어야 했다.
인사 검증 실패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작은 풍문도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 게 검찰 조직이라 들었다. 당시 보도에 ‘검사 집안’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 안팎에서 구설이 오갔을 텐데 5년밖에 안 된 일을 검찰은 물론, 정보·사정 기관들까지 파악하지 못했다니 그게 더 이상하다. 세평(世評)을 수집하는 게 인사 검증 과정 중 하나라고 하면서 “본인이 얘기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고 한 대통령실 해명은 앞뒤가 안 맞는다.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무시했다면 참사다.
학폭을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에 시청자들이 여전히 열광하는 건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그런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드라마 속 뜨거운 미용기로 급우를 지지는 끔찍한 장면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니 기가 막힌다. 최근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학폭 경험(목격·피해·가해)이 하나도 없다고 응답한 학교는 초교 9.8%, 중학교 13.9%, 고교 15.4%에 지나지 않았다. 80~90% 학교가 학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육부가 학폭 관련 대책을 다시 돌아보겠다고 한다. 아직도 학폭에 시달리고 있을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기대한다. 정 변호사도 늦었지만 이제라도 아들과 함께 피해 학생을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했으면 좋겠다. 그나마 남은 상처를 봉합하는 길이다.
-이위재 기자, 조선일보(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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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추천 검증 전부 검찰 한 식구들 독점, 이런 일 생길 수밖에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 학교폭력 문제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했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 추천과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2013년 7월 15일 경기도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당시 정순신 부장검사가 사건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조선DB
경찰청장이 정순신 변호사를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추천하는 과정에 대통령실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대통령실과 의견 교환을 통해 추천했다”고 했다. 사실상 대통령실이 정 변호사를 추천했다는 뜻이다. 윤 청장은 “인사 검증 결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통보받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인사 추천과 검증 결과에 따랐는데 정 변호사 자녀의 학교 폭력이 드러나 하루 만에 사퇴하게 됐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에서 인사 추천 총괄 책임자는 복두규 인사기획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이다. 복 기획관은 대검찰청 사무국장, 이 비서관은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추천된 인사를 1차 검증하는 곳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인데 검사 출신인 한동훈 법무장관이 관할한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은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결과를 기초로 2차 검증을 한다. 이 역시 검사 출신인 이시원 비서관이 맡고 있다. ‘인사 추천→1차 검증→2차 검증’의 인사 전 과정을 검사나 검찰 출신이 독차지하고 있다. 사달이 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정 변호사는 검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일했고, 한동훈 법무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대통령, 법무장관, 검찰총장, 국가수사본부장이 이렇게 일색으로 모여있어도 괜찮은가. 이렇게 가까운 사람들이 TV에 보도까지 된 정 변호사 아들 학폭 문제를 정말 몰랐나. 미리 알았다고 하더라도 별 문제의식 없이 인사를 밀어붙였을 가능성이 있다. 추천과 검증하는 사람들 모두가 검사 한 식구들이기 때문에 이 인사에 문제의식이 생길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 인사 검증 실패로 4명의 장관급이 인사청문회도 못 하고 낙마했다. 출범 100일을 넘기고도 고위직 여러 자리가 공석이었다. 검찰 출신이 너무 많고 윤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중용된다는 지적을 들었다. 부실 검증도 비판받았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되풀이된 것이다. 재발을 막으려면 검찰 출신이 인사를 독점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그래야 인사 추천도 검증도 정상화될 수 있다.
-조선일보(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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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은 잊히지 않는다

머리에 웨이브를 넣는 고데기는 미용실에서 사용할 때 온도가 섭씨 185도쯤이다. TV 방송 출연 때 분장실에서 고데기가 잠깐 귓가에 스쳐도 흠칫 놀랄 정도로 뜨겁다. 2006년 한 중부 도시에서 여중 3학년생이 고데기로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언론에 알려졌다. 가해 학생은 고데기로 맨살을 지지고 아물 때쯤에 다시 찾아와 상처를 뜯어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사진이 너무 참혹해서 눈을 돌렸다.
▶최근 시리즈물 ‘더 글로리’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방과 후 텅 빈 강당에서 또래 서너명이 모여 한 아이를 꼼짝 못 하게 붙잡은 다음 고데기로 팔다리를 지졌다. 나중에는 다리미까지 등장했는데, 오로지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 같잖은 이유였다. 옛 사극에서 간혹 봤던 인두 고문과 낙형 장면을 흉내 냈을까. 사춘기 아이들이 벌이는 짓이라 더 잔혹했다. 딸 가진 부모들은 몸이 떨릴 만큼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드라마에선 피해 학생이 훗날 성인이 된 ‘가해 친구들’을 찾아가 복수를 한다. “어떤 증오는 그리움을 닮아서 멈출 수가 없거든.”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 죽어보자.…”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회 구성원이 대신 나서서 학폭 가해자를 집단 징벌한다. 학폭 때문에 모습을 감췄던 어떤 배우는 화보를 찍고 복귀하려다 드라마가 화제가 되자 다시 사라졌다. 아이돌 가수, 스포츠 스타, 유명 유튜버 할 것 없다. 학폭 과거가 드러나면 갑자기 모든 것을 잃으며 ‘사회적 매장’에 가까운 후과(後果)를 치른다.
▶부모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변호사가 하루만에 낙마했다. 처음엔 ‘검사 출신’이어서 논란이었으나 주말에 아들의 학폭 전력이 터졌다. 몇 년 전 동급생에게 1년간 폭력을 가했고,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았는데, 아비가 이의 신청을 하며 소송을 냈다가 패했다. 아들은 서울대에 들어갔다. 젊은 세대의 분노가 인터넷을 달궜다. ‘아빠 찬스 소송’ ‘명문대 입학’을 더 용납 못 했다. ‘젊은이 역린’을 건드린 셈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절대 잊을 수 없는 게 있다. 영혼까지 부서뜨리는 폭행이다. 해마다 3만명 가까운 피해 학생 중 18%는 어디 하소연도 못 한다는데, 가해 학생은 ‘장난 삼아’ ‘아무 이유 없이’ ‘스트레스 풀려고’ ‘강해 보이려고’ 그 짓을 저지른다. 피해 학생의 25%는 자살을 생각했다고 한다. 학폭은 사전 예방과 사후 징벌 조치도 중요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고 만다’는 경각심도 꼭 심어줬으면 한다.
-김광일 논설위원, 조선일보(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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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검증 실패 드러낸 정순신 낙마, 빨리 거둬들여 그나마 다행

25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김건희 여사 특검 촉구 촛불승리전환행동 집회에서 한 시민이 아들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인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내정된 정 변호사는 아들 학폭 논란으로 임명 하루 만인 이날 사퇴했다. 2023.2.25/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자녀의 학교 폭력 문제가 드러난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발령을 취소했다. 임명 발표 이튿날 이를 없던 일로 한 것이다.
정 변호사 아들은 2017년 유명 자사고에 다니며 기숙사 같은 방 동급생에게 8개월간 언어 폭력을 가했다고 한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학교 폭력이 명백하다며 강제 전학 처분을 내렸지만, 정 변호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계속했다. 정 변호사 아들은 대법원이 학폭을 인정할 때까지 학교를 계속 다닌 반면, 피해 학생은 정신적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학교생활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폭력을 저지른 자녀를 대신해 사과하기는커녕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 수사를 책임질 사람이 자기 주변의 잘못은 감싸고 범죄 피해자 보호에는 소홀하다면 자격 미달이다.
정 변호사의 자녀 학폭 문제는 인사 검증 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한다.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가 이 문제를 사전에 알리지 않았고, 자녀 학교생활기록부 등은 인사 검증 자료가 아니어서 사전에 거르지 못했다며 “검증에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사건은 언론에도 보도됐다. 조금만 신경 써서 살폈다면 걸러낼 수도 있었고 당연히 그랬어야 한다.
그에 앞서 검사 출신인 정 변호사를 전국의 수사 경찰 3만명을 총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하려 한 것이 적절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주요 보직에 검찰 출신이 너무 많다거나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사람을 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일부 검사 출신은 경력과 아무 상관없는 곳에 임명돼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윤 대통령과 대검·서울중앙지검에서 함께 일했다. 한동훈 법무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일도 가까운 검사 출신을 쓰려다 보니 검증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은 인선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빠른 시간 내에 거둬들였다는 점이다. 그간의 윤 대통령 인사 스타일로 보면 이례적이고 발 빠른 조치다. 성난 민심을 몰라라 하고 버텼다면 더 큰 화를 자초했을 것이다.
-조선일보(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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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人事, 추천부터 검증까지 전 과정에 검찰 출신.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 반드시 탈이 나는 법.
-팔면봉, 조선일보(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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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검사 출신

국회의 탄핵 소추로 직무정지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판사 출신이지만 검사 인맥으로 보수 정부에 들어왔다. 대검 중앙수사부장 출신인 안대희 대법관 밑에서 재판연구관을 한 인연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을 지냈고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라는 인연으로 장관이 됐다. 이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만들어 경찰국 신설을 추진했다. 위원장인 황정근 변호사와 함께 경찰국 신설에 총대를 멘 검사 출신 정승윤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지금은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 자문위를 대체해 경찰대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 위원장도 검사 출신인 박인환 전 건국대 법대 교수다.
▷윤 대통령은 어제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에 정순신 변호사를 임명했다. 경찰 수사의 최고위 자리에 검사 출신을 임명한 것이다.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 2과장을 할 때 대검 부대변인을 지냈고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할 때 인권감독관으로 같이 근무했다. 문재인 정부 때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경찰 수사지휘권을 포기하는 대신 직접 수사권을 계속 갖겠다고 한 것은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다. 그러나 이제 국수본부장에 측근 검사 출신을 임명함으로써 수사지휘권을 넘어선 깨알 같은 수사 지시가 가능해진 셈이다.
▷윤 정부는 경찰국을 신설해 경찰 인사권과 징계권을 확보하더니 국가수사본부장에 검사 출신을 임명함으로써 경찰 장악의 마침표를 찍었다.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도 대통령의 측근,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행안부 장관도 국수본부장도 대통령의 측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관할 범위가 남아 있긴 하지만 공수처가 무기력한 수사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대통령 자신은 법으로 정해진 특별감찰관을 아예 임명할 생각도 않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모든 수사는 대통령 측근들이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사는 그 위력을 잘 알면 알수록 더 두려운 것일까.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은 법적으로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검수완박’법으로 줄어든 검찰 직접 수사 영역을 대통령령을 통해 확대하긴 했으나 그런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는 한 영장 청구가 필요한 정도의 중요 수사를 경찰이 검찰 눈을 피해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도 못하고 지휘하지도 못하는 큰 공백이 생긴 것은 오랫동안 검찰을 통해 모든 수사를 장악했던 정권에는 공포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보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경찰을 장악하려고 하는 정권의 노력이 이해되지 않는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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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오는 한동훈 법무 장관 지명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지명했다. 한 후보자는 검찰에서 윤 당선인과 20여 년을 함께 일한 최측근이다. 윤 당선인은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전문성을 쌓아온 적임자”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검찰공화국을 만들 측근 인사”라고 반대했다.
한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윤 당선인을 도와 이명박·박근혜 정권 수사를 주도했다. 조국 전 장관 등 문재인 정권 비리 수사도 이끌었다. 이 때문에 수차례 좌천을 당하고 채널A 사건으로 2년 넘게 수사받았다. 조작된 증거와 진술에 따른 억지 수사였지만 박범계 법무장관은 한 후보자에 대한 무혐의 결정을 막기 위해 수사 지휘권까지 발동하려 했다. 문 정권 수사에 대한 보복이었다.
한 후보자는 “박범계·추미애 장관 시절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남용의 해악이 얼마나 큰지 실감했다”며 수사지휘권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법과 상식에 따라 진영을 가리지 않고 실력 있게 나쁜 사람들 잘 잡으면 된다”고도 했다. 문 정부는 자기 비리를 숨기기 위해 검찰 개혁을 앞세워 수사팀을 해체하고 편파 인사로 ‘정권의 검찰’로 만들었다. 그 직접적 피해자인 한 후보자가 정치적 중립과 검찰 독립을 지키면서 부패 척결에 나선다면 박수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윤 당선인과 가까운 한 후보자가 과연 그럴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 또한 크다. 이번 인사도 윤 당선인의 뜻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번 인사로 민주당과 갈등이 격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노골적 정치 보복 수사 선언”이라고 반발했다. 각계의 반대에도 검찰 수사권 박탈 법안을 밀어붙이는 민주당은 “추진 이유가 명확해졌다”며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한 후보자는 수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와 함께 먼지털이식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비판도 들었다. 증거를 통해 죄를 입증하는 것과 죄를 만들기 위해 증거를 억지로 얽어 붙이는 것은 다르다. 역대 법무장관은 검찰 수사와 인사에 개입하지 않고 법무 행정에 주력해왔다. 그래서 국민 사이에선 존재감도 크지 않았다. 한 후보자가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문 정권에서 망가진 법무 행정의 정상화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
-조선일보(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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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검수완박 강행에 尹, 한동훈 법무 카드로 맞불. 예열도 없이 타오르는 번개탄 정국.
-팔면봉, 조선일보(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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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장관

2010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하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이재오 특임장관을 급히 불렀다. 후임 총리 후보자를 물색해야 하는데 야당의 ‘동의’를 받아오라는 특명이었다. 난감해진 이재오는 야당 원내대표 박지원을 찾았다. ‘이재오-박지원’ 채널이 본격 가동됐다.
▷야당은 호남 출신인 김황식 감사원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황식 총리 카드로 인사청문회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후임 국방부 장관도 야당이 추천한 호남 출신 김관진을 선택했다. 야당 요구를 수용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임기 후반기에 비교적 순항할 수 있었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를 잇는 ‘핫라인’ 역할을 한 특임장관의 역할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특임장관은 ‘작은 정부’를 내건 김대중 정부에서 폐지된 정무장관을 되살린 것이다. 과거 ‘무임소(無任所) 장관’이었는데 전두환∼김영삼 정부에서 정무장관으로 불렸다. 정무장관의 역할은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여야와 소통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아야 하니 역대 정무장관은 ‘실세’들의 몫이었다. 전두환 정부에서 노태우, 노태우 정부에서 김윤환, 김영삼 정부에선 민주계 김덕룡, 서청원이 정무장관을 했다. 이재오는 이명박 정부 2인자로 불렸다.
▷정무장관과 비슷한 역할을 한 직책이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정무수석과 만나는 것을 꺼렸다. 대통령 직속 참모라는 성격이 강해서다. 대신 동료 의원으로 지냈던 정무장관을 상대하는 것이 편했다고 한다. 그래서 정무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민원’ 창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역구 예산부터 인사 부탁, 더 은밀한 제안도 오갔다는 후문이다. 자연스럽게 ‘정무장관은 야당, 정무수석은 여당’으로 역할이 분담됐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정무장관 부활 논의가 있었다. 2년 전 4·15총선 직후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다. 당시 야당 원내대표 주호영은 “이명박 정부 특임장관으로 일할 당시, 법안의 국회 통과율이 4배나 올라갔다”며 정무장관 신설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즉시 정무장관 신설 검토를 지시했다. 나중에 주호영은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물러섰고, 청와대도 정무장관직 논의를 진전시키지 않았다. 거대 여당이 됐으니 야당 협조가 주무인 정무장관 역할이 그렇게 절실하지 않았을 것이다.
▷윤석열 새 정부에서 정무장관 신설을 검토한다고 한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없앤다면 그 역할을 대신할 정무장관직을 부활하는 방향은 맞다. 하지만 장관직 검토에 앞서 야당과의 협치 의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자칫 정무장관 신설이 장관 자리 하나 더 늘리는 위인설관(爲人設官)의 편법으로 변질되어선 안 될 일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동아일보(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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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 KDI “檢 직접수사권 있는 국가, 공직부패 감소”
[검수완박 충돌]
‘법체계별 정치부패지수 비교’ 논문
“검사가 수사-기소 모두 맡으면, 경찰이 사건 종결할 권한 없어
집권세력 부패범죄 은폐 쉽지않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두고 검찰 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공직 부패가 증가할 수 있다는 취지의 연구 논문을 발간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KDI 소속 김재훈 선임연구위원과 황지현 연구원은 올 1월 19일 학술지 ‘한국경제포럼’ 제14권에 실린 ‘반부패 형사사법 개혁’ 논문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가 일반적인 국가일수록 공직 부패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논문은 검사가 수사권을 갖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국가별 법체계를 영미법계, 프랑스식 대륙법계, 독일식 대륙법계 등으로 구분한 뒤 법체계별 국가의 종합 정치부패지수를 비교했다. 한국 법체계는 독일식 대륙법계에 해당한다. 논문은 통계적 분석 기법인 ‘횡단면 분석’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평균적 부패 수준은 프랑스식 대륙법계가 가장 높고 영미법계, 독일식 대륙법계 순으로 낮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논문은 “영미법계 국가와 프랑스식 대륙법계 국가에서 검사는 수사권이 없고 기소만을 담당하기 때문에 부패를 상당 부분 은폐할 수 있다”며 “반면 독일식 대륙법계의 경우 검사가 수사 및 기소를 담당하기 때문에 경찰이 사건을 종결할 권한이 없어 집권 세력이 부패 범죄를 은폐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논문은 “잘못된 수사로 범죄자를 방면하는 결과를 막기 위해 검찰이 수사 단계에 개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국가에서도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해 경찰 수사 과정에 대한 검찰의 지휘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상준 기자, 동아일보(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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