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바이든 방한을 ‘G9′ 가입 계기로 삼아야]
[“유엔 ECCC 모델이면… 푸틴 전범재판 열 수 있어”]
尹, 바이든 방한을 ‘G9′ 가입 계기로 삼아야
美, 러 우크라 침공에 G20 보이콧.. 국제질서 재편기에 韓 필요로 해
기존 G7에 호주와 함께 들어가 國格 높여 ‘진짜 선진국’ 만들자
세계사적 사건인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후 미국이 새로운 국제 질서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집단 학살을 자행한 러시아와 이를 방조하는 국가들의 입지를 축소시키겠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그는 지난달 유럽 방문 당시 “러시아가 G20(주요 20국 회의)에서 제외돼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내 대답은 그렇다”고 했다. “만약 러시아를 G20에서 퇴출할 수 없다면, 우크라이나를 초청하겠다”고도 했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3월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국민의힘 주한미국대사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한발 더 나갔다. 러시아가 G20에서 퇴출되지 않으면 이를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이달 초 시사했다.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 러시아가 참석하면 미국이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쐐기를 박았다.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에서 인종 학살, 성폭행을 저지른 러시아와 21세기 ‘푸틀러’(푸틴+히틀러)를 용인할 수 없다. 진보주의자로 평생을 살아온 그의 신념이 그렇다. “러시아와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도 주장하는 공화당에 맞서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그렇다.
헨리 키신저는 저서 ‘외교(Diplomacy)’에서 “힘의 공백은 반드시 채워지는데, 중요한 것은 누구에 의해서 채워지느냐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와 중국, 인도 등이 포함된 G20체제가 결국 붕괴할 경우, 세계적으로 대표성을 인정받는 기구가 필요하다. 그 대안 중 하나로 G7(주요 7국 회의)의 확대가 거론된다. 미국은 이미 2020년 G7에 한국, 호주 등을 포함해 G11체제로 확대하자는 구상을 내비친 바 있다.
다음 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세계 질서 재편기를 활용해 경제력이 비슷한 호주와 함께 G9 회원국이 된다는 구상을 가지고 움직이는 게 좋다. G9이 되면 유럽에 편중되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해 중국, 러시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를 들이밀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30-50 클럽에 일곱 번째로 가입, G9에 들어갈 명분은 충분하다. 30-50 클럽은 1인당 국민총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이 클럽은 G7 국가 중 캐나다를 제외한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이탈리아 6개 회원국과 정확히 일치한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 지명자의 최근 의회 청문회는 한국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한국은 코로나19, 세계 민주주의, 기후 의제 같은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는 데도 미국과 함께했다”며 “미국은 ‘글로벌 코리아’를 필요로 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바이든의 한국, 일본 방문은 국제 질서 전환기에 이뤄지는 초대형 외교 무대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의 바이든 방한을 대북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만 보는 것은 외교 하수(下手)다.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 세계에서 우리의 지분과 영향력을 넓힐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국이 세계 선도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9 국가화는 미국의 찬성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시아의 유일한 G7 국가로 활동해 온 일본이 지지해줘야 한다. 한일 관계가 캄캄한 암흑 속에 처박힌 상황에서 그야말로 외교의 종합 예술이 펼쳐져야 가능하기에 이 사안은 윤석열 정부의 첫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G9 가입은 경제력은 많이 커졌지만 개도국 수준의 낮은 시민의식, 천박한 정치 현상을 개선해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좋은 계기다. 윤석열 정부 초반에 이와 관련된 낭보(朗報)를 듣게 된다면 정권의 순항(順航)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하원 국제부장, 조선일보(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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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해 함대 旗艦 침몰한 러, 우크라에 무차별 보복 공격. 매장된 민간인 시신 파헤쳐 소각도. 이 참극 언제까지….
-팔면봉, 조선일보(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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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ECCC 모델이면… 푸틴 전범재판 열 수 있어”
백강진 전 ECCC 국제재판관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은 설립 요청에서 최종 판결까지 무려 25년이나 걸렸다. 몰락한 약소국의 전범조차 그런데 우리가 과연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단죄할 수 있을까. 백강진 전 ECCC 국제재판관(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독일은 지난해 유대인 집단학살에 관여한 혐의로 100세 된 노인을 법정에 세웠다”며 “포기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국제형사법 절차를 밟으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강진 전 국제재판관 제공
《블라디미르 푸틴을 전범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국제사법재판소(ICJ) 국제형사재판소(ICC) 모두 현실적 제약 때문에 처벌은커녕 재판 자체도 열 수 없는 상황. 백강진 전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전범특별재판소(ECCC) 국제재판관(53·광주고법 부장판사)은 “ECCC 같은 특별재판소 모델은 정해진 틀이 없기 때문에 유엔과 당사국 합의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며 “전범은 공소시효가 없기 때문에 재판을 먼저 시작하고 푸틴 실각 후 형을 집행할 방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귀가 번쩍 뜨이는데….
“ICJ는 국가 간 분쟁만 다루고, ICC는 결석재판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푸틴을 잡아오지 않는 한 열 수 없다. 반면 특별재판소는 합의하기 나름이다.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가 2006년 설립한 ECCC는 캄보디아 정부 안에 법원을 두되, 유엔이 파견한 국제재판관과 캄보디아 판사가 함께 재판하는 형식이다. 레바논 총리 암살테러 사건으로 설립된 유엔 레바논특별재판소(STL)는 결석재판을 인정한다.”
―결석재판은 절차적 흠결 논란이 생길 수 있지 않나.
“물론 피고의 항변권에 제약이 있고, 이 때문에 판결이 과연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전범특별재판소는 당장 한두 달 만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CCC도 논의 시작부터 설립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 일단 논의를 시작하고 우려되는 점을 보완하면 된다. ICC가 있음에도 코소보, 시에라리온, 동티모르, 캄보디아, 레바논 등에 특별재판소가 계속 생긴 것도 각 지역과 상황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저것 때문에 다 못하면 국제형사정의는 어떻게 실현하나.”
―특별재판소가 푸틴을 전범으로 판결해도 처벌할 수는 없는데….
“푸틴이 실각하지 않는 한 처벌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재판을 열어 그가 전범이라는 걸 전 세계에 확인시키고, 법적으로 유효한 증거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크메르루주 정권(1975∼1979년)에서 170만 명이 학살됐지만 재판은 약 30년이 지난 2006년에야 시작됐다. 여기에 재판에 16년이나 걸리면서 고령인 피고들 대부분이 사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인과 증거도 사라진다.” (안 그래도 러시아는 범죄 증거들을 인멸하고 있다.) “전 세계가 특별재판과 경제 제재로 압박을 하고, 이로 인해 러시아에서 푸틴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그 결과 반푸틴 세력이 집권하면 죗값을 받게 할 날이 올 수 있다. ECCC가 만들어진 배경도 이와 비슷하다.”
―ECCC는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
“1979년 현 훈센 총리가 크메르루주를 몰아내고 정권을 잡았지만 내전이 계속될 정도로 크메르루주 세력이 강했다. 이들을 압박하고, 정권을 잡은 정당성도 알리기 위해 크메르루주가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를 대대적으로 부각시켰는데, 존 레넌의 ‘imagine’으로 유명한 영화 ‘킬링필드’(1985년)가 제작될 수 있었던 데도 이런 배경이 있다. 전범재판으로 정권을 잡은 정당성을 부각시키고, 유엔과 함께하면 혼자 하는 것보다 판결의 공신력도 생기기 때문에 1997년 훈센 총리가 당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요청해 만들어졌다. 푸틴도 영원히 집권할 수는 없지 않나.”
―늦게나마 전범재판이 열린 건 다행이지만 달랑 9명만 기소하고, 그중 3명만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럴 거면 뭐하러 했느냐는 말이 나올 만도 한데.
“그게 전범재판이 어려운 이유인데… 모든 관련자를 다 처벌할 수도 없는 데다 캄보디아 정부가 유엔과 설립 조약을 맺을 때 기소 범위를 ‘고위 지도자 및 중대범죄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자’로 한정했다. 재판관도 캄보디아 판사가 한 명 더 많게 구성하도록 하고….” (그럴 거면 유엔이 함께할 이유가 없지 않나.) “유엔은 법정은 외국에 두고, 혼합으로 재판관을 구성하되 유엔이 임명한 국제재판관이 더 많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래야 공정한 판결이 담보되니까. 캄보디아가 끝내 양보를 안 하자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협의를 중단했다. 그런데….”
―유엔 사무총장이 ‘패싱’된 건가?
“미국이 주도해서 (캄보디아 주장대로) 유엔 총회에 안건을 상정하고 통과시켜 버렸다. 그리고 총회 결정을 사무총장에게 집행하도록 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기소 범위에 한계가 있었다. 또 30년 가까이 지난 뒤에 재판이 시작되다보니 폴 포트 등 책임 있는 자들 상당수는 이미 죽었고, 재판 과정에서 또 여러 명이 죽었다. 실형(종신형)을 받은 3명 중 카잉 구엑 에아브 투올슬렝 교도소장은 2020년 병원에서 죽었고, 누온 체아 공산당 부서기장은 형 확정 3년 후인 2019년 93세로 사망했다.” (무늬만 종신형인 셈인데.) “미흡한 점도 많지만 30년 넘게 이루어지지 않은 법적 책임을 지웠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전범재판을 시작해야 한다.”
―남은 한 명은 지금 교도소에 있나.
“키우 삼판 전 국가 주석(91)이 구치소 같은 데 있기는 한데….” (‘구치소 같은 데’라니?) “구치소는 아니고 동남아에서 볼 수 있는 별장 같은 곳에서 일종의 가택연금 형식으로 지내고 있다. 올해 말 항소심 결과가 나오는데 그때까지는 거기에서 산다. ECCC 재정담당자가 마사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푸념하더라.” (전범에게 마사지라니.) “아이러니하기는 한데… 아프다고 하는데 방치했다가 만에 하나라도 죽으면 안 되니까. 살아있어야 재판도 할 수 있지 않나.”

백강진 전 ECCC 국제재판관. 전영한 기자
―방탄차로 출퇴근을 했다던데 아직도 잔존 세력이 남아 있나.
“어느 날은 출근하니까 내 방 창문틀에 죽은 새가 매달려 있더라. 다리가 실에 묶여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피가 흥건했다. 조사를 요청했더니 돌아온 답이… 다리에 실이 묶인 새가 날아가다 그 끈이 내 방 창문에 걸려 죽은 거라고 하더라.” (푸틴을 재판하면 러시아는 새 정도로 끝내지는 않을 것 같은데.) “유엔에서 파견된 경호팀이 있는데 나는 선고 다음 날 경호를 해제했다. 그런데 프랑스 판사는 귀국할 때까지 유지하더라. 아, 안 그래도 우크라이나가 곧 유엔에 특별재판소 설립을 요청할 거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아나?) “ECCC에서 함께 일한 유엔 직원 중에 우크라이나 직원이 두 명 있는데 계속 연락을 하고 있다. 막 법안을 만들었는데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국제사회가 푸틴을 비난하지만 실제 재판을 여는 데 얼마나 적극적으로 동참할지 솔직히 의문이다.
“수십 년간 내전 상태였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군뿐만 아니라 미군 및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도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았다. 그래서 보다 못한 ICC가 2020년 3월 아프가니스탄이 ICC에 가입한 2003년 5월 이후의 미군 범죄에 대해 파투 벤수다 소추관의 수사 개시를 허가했다. 그랬더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해 ICC 수사에 직접 관여하는 인사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이들과 직계가족, 피고용인의 미국 입국을 금지했다. 벤수다 소추관은 그전에 미국 입국 비자를 취소당했다.”
―국제기구가 아프리카에서만 힘을 쓴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미국과 러시아는 ICC 회원국도 아니다. ICC에 가입하면 자국민이 나쁜 짓하면 잡아서 갖다줘야 할 의무가 생기니까.”
※미국복무요원보호법은 미국인이 ICC에 구금된 경우 대통령은 구출을 위해 적절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170만 명이나 죽인 전범들에게 왜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건가.
“국제적으로 사형제가 있는 나라도 있지만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나라들이 더 많아서 그게 반영됐다. 완전히 합의된 건 아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전범재판 이후로는 국제재판에서 관습적으로 사형 판결은 안 하고 있다. 푸틴도 사형까지는 안 나올 수 있다. 대신 전범에게는 공소시효와 사면이 없다.”
―법과 인륜을 초월한 전범들에게 너무 관대한 것 같은데….
“미국이 나치 전범 재판을 열자 윈스턴 처칠은 즉결 처분하지 않고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했다. 그때 수석 검사를 맡았던 미국의 로버트 하윗 잭슨 연방대법관이 이런 말을 했다. ‘이 재판에서 일부는 무죄를 받고 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걸 허용하는 게 문명이다. 재판에 회부한다는 것은 무죄로 풀려날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처벌만을 위해 만들어진 법원은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 이 재판의 실제 원고는 문명’이라고.” (너무 멋진 말인데 속은 쓰리다.) “역사적으로 우리를 퇴행시킬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졌지만 인류가 그래도 조금씩 전진해온 건 이런 생각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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