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경찰과 중수청이 유일 수사 권력 된다면]
[악질 범죄자의 新무기, '소송 지옥'의 시작]
[한국 ‘검찰 없애기’ vs 영국 ‘경찰 힘빼기’]
[경찰기록만 보고 쓰는 공소장, 보도자료만 보고 쓰는 기사]
지금 이 경찰과 중수청이 유일 수사 권력 된다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공소청 검사가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공소청법과 중수청법 최종안을 공개했다. 기존 정부안엔 중수청이 수사를 개시하면 검사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이를 삭제했다. 각 분야 범죄의 1차 수사를 맡아온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 지휘권도 삭제했다. 세무·환경·노동 등 각 정부 부처에 소속된 사법경찰인 2만명가량의 특사경이 검찰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검사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경찰이나 중수청이 수사권을 남용하거나 사건을 덮을 경우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이 송치한 사건에서 또 다른 범죄 수사 필요성을 발견한 경우에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도록 했다. 중수청 수사관이 돈을 받고 피의자를 입건 대상에서 빼준 것으로 의심돼도 공소청 검사가 이를 막을 수 있는 수단도 없는 것이다.
경찰이 직무 집행과 관련해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 검사가 소속 기관장에게 직무 배제를 요구할 수 있는 공소청법 조항도 삭제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경찰·중수청 등 1차 수사기관이 모든 권한을 갖게 되고, 이를 견제할 장치는 사라진다. 수사 전문성이 떨어지는 특사경이 아무런 수사 지휘도 받지 않을 경우 예상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벌어질 수 있다.
정권이 경찰과 중수청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하다. 중수청법은 행안부 장관에게 중수청 지휘·감독권을 부여했다. 경찰청을 관장하는 행안부 장관이 중수청마저 통제하면 대통령이 행안부 장관을 통해 수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다. 과거 검찰 시절보다 더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검찰이 수사 중립을 지키지 못해 개혁한다면서 경찰, 중수청을 정권이 장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미 경찰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고발된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 등 정권과 관련된 수사는 아예 뭉개고 있다.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전재수 의원 수사도 흐지부지되고 있다. 이제 시작일 뿐일 것이다.
-조선일보(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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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연일 제동 걸었는데, 공소청·중수청법 결국 강경파 손 들어줘. 이번에도 ‘민심’에 부응하신 듯.
-팔면봉, 조선일보(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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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 범죄자의 新무기, '소송 지옥'의 시작
가해자에 칼 건넨 '법왜곡죄'
피해자는 끝없는 재판 지옥
우려 속에 시행된 '사법 3법'
'사법방해죄' 도입해 견제해야

지난 12일 법 왜곡 혐의로 고발 당해 사실상 '법왜곡죄 1호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된 조희대 대법원장.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는 조 대법원장의 뒷모습. /연합뉴스
법을 왜곡 적용하는 판·검사를 처벌하는 ‘법왜곡죄’가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난 5일, 지방의 한 법정에서 50대 상습 스토킹범 A가 법왜곡죄를 거론했다. 그는 자신이 스토킹하던 피해자를 등장인물로 한 음란 소설을 블로그에 게시해 명예훼손과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작년 11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이번이 세 번째 실형이다. 그런데도 그는 항소심에서 “민주당에서 법왜곡죄를 통과시켰으니 내 사건은 분명 법 왜곡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름과 나이를 비슷하게 써서 욕을 했을 때, 판사가 ‘나구나’ 하고 고소하면 처벌받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악질 범죄자가 법왜곡죄를 신(新)무기로 들고 나온 것이다.
이 사건 피해자인 40대 여성은 일면식도 없는 A에게 7년 가까이 시달려 왔다. A는 2019년부터 가끔 미디어에 얼굴과 글이 노출되는 그녀를 표적으로 삼았다. 처음에는 글에 댓글을 다는 정도였지만, 차츰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에서 실명을 거론하며 공개적 괴롭힘으로 나아갔다. 그녀가 유튜브 측에 신고해 해당 채널이 삭제되자 그때부터는 이메일과 편지로 직접 협박을 이어갔다.
참고 참던 그녀는 2021년 11월 결국 법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보복으로 “앞으로 엄청 괴로울 거다” “네 목줄을 쥐고 있다” 같은 악담을 퍼부었다. A는 첫 사건에서 음란죄·모욕죄 등이 인정돼 징역 1년이 확정됐고, 스토킹과 보복 협박 등이 추가로 드러나 복역 중 징역 2년 6개월이 더해졌다. A는 수감 중에도 피해자에게 음란한 그림을 담은 편지를 보내며 괴롭힘을 멈추지 않았다.
3년 6개월 형기의 막바지에 이르러 이번 사건으로 다시 구속되자 A는 법왜곡죄로 재판부를 압박해 감형을 노리는 것 같다. 뜻대로 안 풀리면 재판 도중 1심 판사나 검사를 고소할 것이다. 그러면 또 다른 재판이 열리고 피해자는 더 고통받게 된다. 경찰이 사건을 각하 또는 무혐의 처분하면 담당 경찰관을 고소할 수도, 판결에 불복해 재판소원으로 다시 한번 시간을 끌 수도 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A 같은 범죄자의 소송이 인용되긴 어렵겠지만, 소송 제기를 막을 방법은 없다. 대법원이 경고한 무한 반복의 ‘소송 지옥’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저 놈 손에 죽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판사가 흔들릴까 봐 너무 무서워요.”
그녀는 기자에게 이렇게 절규했다. A가 감형돼 풀려나는 것도, A와 엮여 끝도 없는 재판을 이어가야 하는 것도 피해자에겐 공포 그 자체다. 그녀는 “나 같은 피해자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렇게 법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법왜곡죄와 재판소원법이 통과된 뒤부터 잠이 오질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등 ‘사법 3법’은 국민 기본권 보호와 사법권 남용 차단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묻고 싶다. 판·검사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려다 무고한 피해자를 끝없는 불안에 떨게 하는 법이 과연 국민을 위한 법이라 할 수 있겠는가.
지난 12일 ‘사법 3법’이 시행됐다. 1주일도 안 돼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수십 건이 접수됐다. 협박범, 성추행범 할 것 없이 너도나도 소송을 건다. 범죄자에게 쥐여 준 칼을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방패를 마련해야 한다. 허위 고소와 재판 방해 수단으로 악용되는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을 견제할 ‘사법 방해죄’ 같은 보호 장치를 서둘러 도입하는 것이 이 법을 만든 거대 여당의 책임이다. 사안에 따라 목적은 달랐지만, 민주당도 과거 여러 차례 사법 방해죄 도입을 외치지 않았나. 그것이 피해자가 최소한의 안심을 얻는 길이고, 꼬인 ‘사법 개혁’을 바로잡는 출발점이다.
-최재훈 기자, 조선일보(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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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검찰 없애기’ vs 영국 ‘경찰 힘빼기’
英 ‘수사·기소 분리’ 10년 준비… 협력·견제로 범죄 잡고 인권 보호
‘검수완박’ 18일만에 만든 민주당… 경찰도 수사 잘하면 없앨 텐가
범죄 수사와 기소를 어떤 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담당하는지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오랜 세월 자리 잡은 형사사법 시스템을 시대와 상황에 따라 크게 뜯어고쳐야 하는 일도 생긴다. 한국과 영국은 서로 정반대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뤄왔다. 영국이 ‘경찰 힘빼기’였다면 한국은 ‘검찰 없애기’라고 볼 수 있다.
1986년 영국의 형사사법 시스템 개혁은 ‘경찰 힘빼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영국에서는 1820년대부터 경찰이 수사와 기소를 모두 전담해왔다. 검찰은 아예 없었다. 경찰이 수사와 기소를 150년간 독점하면서 강압 수사와 무리한 기소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1970년대 ‘콘페이트 살해’ 사건에서 영국 경찰은 10대 청소년 3명이 자백했다며 기소했고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진범은 따로 있었다. 지적 능력이 4세 수준으로 글을 읽고 쓸 줄도 모르는 소년에게 경찰이 가혹 행위로 거짓 자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이 피해자 사망 시점을 마음대로 추정해 놓고 당시 다른 곳에 있었다는 알리바이까지 있는 미성년자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것이다. 3년 만에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경찰의 수사·기소 독점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영국 정부와 의회는 10년간 개혁 방안을 숙고했다.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와 왕립위원회가 가동됐다.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면서 인권침해는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6년간 연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4년간 더 검토해 관련 법을 만들었다. 경찰에는 수사권만 남기고 기소권은 새로 만든 국립기소청에 넘기게 했다. 두 기관이 범죄자를 처벌하는 데는 적극 협력하되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서로 견제하라는 것이었다. 그 뒤로도 영국은 제도를 계속 보완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검찰 없애기’를 납득하기 힘든 방식으로 밀어붙였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임기 만료 1주일 전에 해치웠다. 건국 이후 74년간 유지해온 형사사법 시스템을 허무는 입법을 불과 18일 만에 강행 처리한 것이다. 겉모습만 마치 영국처럼 수사는 경찰이 하고 기소는 검찰이 맡는 방향으로 됐다. 그러나 목적은 범죄를 제대로 잡고 인권을 보장하려는 것이 전혀 아니다. 애초 검수완박은 민주당이 문 정권의 불법을 수사하는 검찰총장을 몰아내려고 불쑥 꺼낸 것이었다.
문 정권 임기 만료 직전에 검수완박이 다시 추진된 이유는 누구나 알고 있다. “법률 처리 안 되면 문재인 청와대 20명 감옥 갈 수 있다”는 말이 민주당에서 나왔다. 경찰 출신 민주당 의원은 “검찰에서 수사 기능을 분리하면 검찰의 수사권은 그냥 증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찰이 이미 일에 치이고 있어 수사권을 다 넘겨받는다 해도 감당할 수 없을 테니 문 정권의 불법은 묻힐 수 있다고 미리 주판을 놓아본 것이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만 처벌받지 않도록 하려는 법률은 평등과 정의를 파괴하는 악법이다. 검수완박이 위헌이라는 소송들이 줄줄이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정권이 교체됐지만 국회는 여전히 민주당이 잡고 있다. 검찰에 남은 부패·경제 범죄 수사권까지 1년 6개월 안에 다 없애려는 검수완박 2라운드를 민주당이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어떤 법률도 통과시킬 수 있을 정도로 절대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재의결로 법률을 확정시키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주당에 묻고 싶다. 만약 경찰이 제대로 수사해 문 정권의 불법을 밝혀낸다면 어떻게 하겠나. 경찰 수사권도 다 빼앗는 법률까지 만들 텐가. 민주당 국회에선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금원섭 논설위원, 조선일보(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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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기록만 보고 쓰는 공소장, 보도자료만 보고 쓰는 기사
“현장에 답이 있다”, “전화 통화만 하지 말고 가급적 취재원을 직접 만나라”고 배웠던 A 기자. 2030년 어느 날 정부와 여당이 ‘언론 개혁’을 내세우며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기자들은 더 이상 사건사고 현장에 접근할 수 없게 됐다. 살인과 화재 현장 취재는 물론 정부 부처를 찾아 취재원을 만나는 것도 차단됐다. 오직 해당 기관 공보 담당자의 브리핑과 보도자료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이 같은 법이 통과된 배경에는 언론의 과도한 취재 경쟁과 넘쳐나는 왜곡 보도 및 가짜 뉴스가 있었다.
취재기자의 접근이 하루아침에 전부 차단된 것은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기자들의 경내 출입이 금지됐고, 2007년엔 기자실을 폐쇄하고 정부 부처 사무실 방문 취재를 제한한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이 도입됐다. A 기자가 기자 생활을 시작한 2019년에는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기자들의 검사실 출입을 금지시켰고 공보관을 통해서만 취재하도록 했다.
언론의 자유가 제한되면서 A 기자는 어느덧 취재 없이 기사를 쓰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머리 한구석에는 의문이 남았다. 왜 힘 있는 자들이 언론의 감시를 벗어나 알리고 싶은 정보만 알리는 상황이 된 걸까.
향후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을 가정해 본 가상 스토리다. 이 같은 상상을 한 것은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해 한 검사가 한 말 때문이다. 이 검사는 필자에게 “검사에게 수사를 금지하는 것은 기자한테 취재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어떻게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을 조사하지 않고 유무죄를 판단하라는 건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가 취재를 거쳐 기사를 쓰듯 검사도 수사를 거쳐 기소를 판단하는 것이 ‘업(業)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검사들은 피의자나 고소·고발인 등 사건 관계인들을 직접 대면 조사하면서 감(感)을 잡는다. 관계인의 말을 직접 들으며 얼굴 표정과 동작 등에서 그의 심리를 파악하고 거짓말을 하는지 등을 파악하며 사건의 얼개를 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권이 박탈되면 검찰은 대부분의 사건에서 경찰 수사자료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일부 사건에 대해 수사권이 한시적으로 남아 있지만 큰 틀에서 경찰 수사와 검찰 수사를 거치며 이중으로 체크되던 범죄 유무죄 판단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향후 헌법재판소가 공포된 법을 위헌으로 판단하거나 시행 과정에서 이대론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거나 보완수사 폭을 넓히는 쪽으로 형사사법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경찰 권한에 대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고, 수사 공백 없이 중대범죄수사청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생산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검찰도 중수청에 수사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혼란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동아일보(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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