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트럼프의 '손해보지 않는 전쟁', 그 이후]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뚝섬 2026. 3. 17. 08:32

[트럼프의 '손해보지 않는 전쟁', 그 이후]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트럼프의 '손해보지 않는 전쟁', 그 이후

 

폭격 후 혼란은 트럼프 관심 밖.. "국가 건설 수렁 빠지지 않을 것"
종착점이 '젊은 하메네이'라면 이란 국민 미래는 더 암울해져
 

 

검은 연기 치솟는 테헤란-17일 새벽 전투기를 50대 이상 동원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폭격 직후 이란 테헤란 도심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번 공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적 항복’을 촉구한 직후 진행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2000년대 초 부시 대통령 집권 시절 미국의 ‘네오콘’들은 이라크 다음으로 이란을 치자고 주장했다. “악마와 같은 이슬람 율법 정치가 지배하는 광신적 국가는 외부의 힘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해 미국 도시에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일을 두고 볼 텐가”라고 했다.

 

이런 네오콘을 ‘전쟁광(warmonger)’이라고 비판하며 뜬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끊임없는 해외 개입에 지쳐 있던 미국인들은 그에게 표를 던졌다. 그는 1기 고별 연설 때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부통령은 지난 대선 전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하면서 “그가 무모하게 미국인들을 해외 전투에 보내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가정보국장(DNI)은 ‘이란과 전쟁은 없다(No war with Iran)’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적이 있다. 이런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광’들도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이란 공격을 전격적으로 감행했다.

 

트럼프에게 붙어 있던 ‘전쟁 반대’ ‘불개입주의’ 수식어는 큰 오해였던 것 같다. BBC에 따르면 오바마가 8년 임기 동안 드론 공격을 1878회 승인했는데, 트럼프는 1기 첫 2년 동안 2243번 드론 공격 명령을 내렸다. 2020년 이란 혁명수비대장 사살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부담이 큰 작전이었다. 트럼프는 2기 들어 국방부 간판을 ‘전쟁부’로 바꿨고, 예상을 깨고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을 벌였다.

 

트럼프는 전쟁 자체가 아니라 ‘손해 보는 전쟁’을 싫어할 뿐이다. 그가 ‘재앙’이라고 부른 이라크전을 예로 들면, 후세인을 제거한 후 석유를 취하고 빠지는 게 그의 방식이다. 그러지 않고 ‘국가 건설(nation building)’에 막대한 돈과 인력을 투입한 게 바보짓이었다는 것이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어리석은 교전 규칙도, 국가 건설의 수렁도, 민주주의 구축 운동도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트럼프의 전쟁 철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실제 트럼프는 이란 국민에게 폭압적인 체제에 맞서 들고일어나라고 촉구했지만, 그 이후 계획은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 다음 정권이 민주체제가 아니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대표적 네오콘 더글러스 페이스 전 국방부 차관은 언론 기고에서 “트럼프는 폭격 이후 혼란엔 관심이 없다. 과거 부시는 사악한 지도자들과 싸우는 것과 별개로 그 나라 국민을 도울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트럼프는 다르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AFP=연합

 

지금 호르무즈 문제로 미국이 예상보다 고전하는 분위기지만, 결국 미국 안보와 이익을 해칠 수 있는 이란의 핵·미사일 능력을 박탈하겠다는 목표는 어느 수준 달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압도적 화력으로 적국 수장을 제거함으로써 ‘까불면 죽는다’는 공포도 심어줬다. 여기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충분히 ‘승리’ ‘성공’으로 포장하고 빠져나올 수 있다.

 

다만 트럼프의 ‘손해보지 않는 전쟁’ 이후 이란 국민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최악의 경우 ‘87세 하메네이’가 ‘57세 하메네이’로 바뀌는 것뿐일 수 있다. 수천~수만 명 시위대를 학살한 혁명수비대는 더 가혹한 통제를 할 것이고, 무너진 인프라에 경제난은 더 심해질 것이다. 지금이야 전 세계가 이란에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유가 문제 등이 해소되면 국제사회의 관심도 급격히 식는다. 우크라이나에서 본 대로다. ‘자국 우선주의’가 지배하는 새 국제 질서의 밑바닥은 이토록 냉혹하고 잔인할 수 있다. ‘먼 나라 얘기’라고 마음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임민혁 국제부장, 조선일보(26-03-17)-

______________

 

 

○트럼프, 호르무즈 동참 압박하며 “누가 도왔는지 기억할 것”. 저런 대사, 마피아 영화서 자주 봤는데….

 

-팔면봉, 조선일보(26-03-17)-

______________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제1차 세계대전을 상징하는 말이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다. 당연히 전쟁을 끝내지도 못했고, 다음 대전으로 가는 디딤돌만 됐다.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세계의 절반을 정복하고 하나의 제국을 추구하면서 세웠던 목표도 어쩌면 이 말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성공하지 못했다. 그가 죽자 다시 분열을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하나의 국가, 문화권으로 통일하려는 전쟁이 전쟁을 그치게 할 수도 있다. 우리 역사에서 통일왕국 시대와 중국의 통일왕조, 일본의 도쿠가와막부 시대를 보면 그렇다. 하지만 고구려의 경우처럼 강력한 왕국 형성이 수·당의 침공을 부르기도 하고, 수·당의 경우처럼 통일로 얻은 자신감이 침략 전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무수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아직 전쟁을 끝내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영원히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것이 현실인데, 더 무서운 진리가 있다. 경제 체제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지전이 더 이상 국지전이 아니게 됐다. 모든 전쟁이 세계 경제와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즉, 모든 국지전이 국제전,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21세기 세계가 걱정해야 할 과제는 전쟁의 방지가 아니라 전쟁의 확산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실상은 국제전이 됐으면서도 겉모습은 간신히 확전을 막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미국-이란 전쟁은 국제 전쟁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 세계가 비명을 지르며 최후의 단계에서 멈출 것인지, 전쟁의 목적·명분·정의라는 논쟁을 내던지고 세계가 생존을 이유로 이기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하게 될지, 치킨게임과 같은 기로에 섰다.

해결책은 없고 확전의 이유만 쌓여간다. 아직은 여기서 멈출 희망이 있다. 그러나 멈춤에 성공한다고 해도 세계는 이제부터 명분은 힘을 잃고 현실이 압도하는 단계로 진입할 것이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6-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