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는 지금 與野가 없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국회의원 2명이 지난 4일 방한해 열흘간 머물다 14일 떠났다. 세르기 타루타와 안드리 니콜라옌코, 이들 두 의원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주요 기업 관계자 등을 만났다. 지난 13~14일 서울에서 열린 조선일보 주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는 연사로 참석해 전쟁의 참상, 전후 국가 재건 사업 계획을 밝혔다. 나라를 빼앗기고 침략 전쟁을 치르고도 단기간에 이를 극복한 한국에서의 외침이었기에 그 울림이 더 컸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가 열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전하는 데니스 슈미할 국무총리' 세션에 (단상 왼쪽부터)야엘 스마자 진행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세르기 타루타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안드리 니콜라이옌코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실시간 영상으로 비탈리 올렉산드로비치 김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주 주지사가 우크라 현지에서 참석했다. 2022 .7. 13 / 장련성 기자
ALC 기획단 일원이자 취재 기자로서 이 우크라이나 의원들을 서울에서 서너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공식 미팅은 물론, 편하게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한 목소리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열세에도 나라를 떠나지 않고 국민에게 버팀목 역할을 하는 젤렌스키 같은 지도자가 있어 정말 다행이지 않습니까? 침략 세력에 맞서는 우리 정부를 지지해주십시오.”
두 의원은 의례적인 사절단이 아니었다. 니콜라옌코 의원은 미팅 도중에도 급히 논의할 사항이 있으면 메신저앱으로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핵심 참모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정부가 해야 할 일도 맡고 있었다. 국회와 정부의 대(對)한국 외교 채널이었던 셈이다. 그는 20여 년 전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고, 외교관이 돼서는 4년간 주한 대사관 근무를 한 ‘한국통’이다.
당연히 두 의원은 모두 우크라이나 집권 여당 소속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둘은 야당인 ‘바티키우시아(조국)’ 소속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몸담은 정당 ‘국민의 종’과 라이벌 관계라고 한다. 2019년 대통령 선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맞붙은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가 바티키우시아의 당수다. 야당 의원인 니콜라옌코 등이 나라를 대표해 해외 원정에 나서 경쟁 정당 출신 대통령의 활약상을 전하며 자국의 전쟁에 우군이 되어달라는 외교전을 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나라 사정이 어려우니 여야가 따로 없어진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정부나 여당 내에서도 한국에 니콜라옌코 의원만큼 호소력 있는 적임자가 없다고 보고, 당적을 불문하고 그를 사절단 대표로 뽑아 급파했다는 뜻이다. 니콜라옌코 의원이나 타루타 의원도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아니었다면, 외국에 나와 반대 진영의 대통령을 치켜세우진 못했을 것이다.
풍전등화 같은 우크라이나 처지와 우리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라를 어떻게든 살려보고자 여야가 이인삼각 경기를 펴는 모습은 눈여겨볼만하다. 국내외적으로 경제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다. 민생 해결을 위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때 아닌가.
-노석조 기자, 조선일보(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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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도 룰이 있다
[임용한의 전쟁사]

1970년대 이야기다. 공학을 전공한 교수가 미국 유학에서 돌아왔다. 소지품을 검사하던 세관원이 짐 속에 가득한 책을 보면서 물었다. “선생님께선 왜 이렇게 혁명을 좋아하십니까?” 이념, 정치적 신념에 예민하던 시대였다. 여러 권의 책 표제에 적혀 있는 혁명(Revolution)이란 단어가 눈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 책들은 ‘교통혁명’, ‘생활혁명’ 뭐 그런 등등의 책이었는데 말이다. 영어권 국가에서 사용하는 혁명이란 단어의 다양한 용도를 이해하지 못한 소치였다.
전쟁도 일상에서 오용되고 남용되는 단어 중 하나이다. 경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은 과도한 경쟁, 치열한 경쟁 상태를 묘사할 때 전쟁이란 단어를 붙인다. 입시전쟁, 아파트 청약전쟁, 각종 예약전쟁, 요즘은 ‘매일매일이 전쟁이다’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전쟁’이란 단어에는 치열함, 살벌함, 극한 경쟁상태라는 의미 외에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자비함이다. 경쟁하고 싸움을 벌여도 룰이 적용되는 자리가 있고, 룰을 포기하는 상태가 있다. 후자가 전쟁상태이다. 거짓말, 속임수가 찬양받고, 배신, 매수, 약속 파기가 당연하고, 오폭과 오발탄에 민간인들이 희생당하고, 현지 조달, 공포감 조성, 항전 의지 포기라는 전략적 이유로 도시를 파괴하고, 민간인과 어린아이를 학살해도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것이 ‘전쟁’이란 단어의 마법적인 의미이다.
제네바 협약, 전범, SNS를 통한 세계인의 눈과 규탄, 전쟁에도 국제적인 룰을 부여하고, 그것을 지켜보려는 노력은 의외로 얼마 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만 해도 18, 19세기에 비하면 인도주의가 차원이 다르게 성장한 듯하지만, 전쟁 한쪽에서는 폭격, 원폭, 가스실에서 유례없는 대량살상이 벌어졌다.
SNS가 맹위를 발하는 21세기에는 전쟁의 룰이 작동을 할까? 다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나 이건 허상이다. 전쟁 전에 정의롭던 사람도 전쟁이 벌어지면 돌변한다. 정의? 그것은 내 안에 있는 야수와의 싸움이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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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말리아, 수십만명 餓死 위기. 국제사회 구호 자금 우크라戰 난민에 쏠린 탓. 푸틴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 추가.
-팔면봉, 조선일보(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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