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역행 점입가경… 윤핵관도, 이준석도 모두 퇴장해야]
[與 혁신위 놓고도 충돌, 지금 또 다른 분란 만들 때인가]
민심역행 점입가경… 윤핵관도, 이준석도 모두 퇴장해야
[이기홍 칼럼]
권성동 재신임 민심역행 극단 치닫는 與
이렇게 지지층 배신한 집권당 또 있었나
당 장악 탐욕 윤핵관, 품성 민낯 보인 이준석
이전투구 누가 이겨도 보수 미래 어둡다
그제 오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재신임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하는 순간, 닷새 전 수해현장 자원봉사 소동이 오버랩됐다.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딱 보니까, 나경원 아니면 바꿀라 그랬지”…. 수해현장에서 시시덕댄 발언의 내용 자체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상식적으로 그런 자리에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가져야 할 마음상태와 국힘 의원들의 심리상태가 너무 큰 괴리를 보인다는 점이다. 권 원내대표를 재신임한 의원들도 대다수 국민, 특히 여당 지지자들의 평균적인 마음과 현격한 괴리를 드러냈다. 민심 공감은커녕 정반대로 역행한 것이다. 비상상황을 외치며 비대위를 구성했으면 쇼 차원으로라도 환골탈태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상식인데 오히려 정반대로 행동한다. 우리 헌정사상 이렇게 지지층을 배신하는 집권당이 또 있었을까.
여당 내분의 책임을 물었더니 윤핵관 35%, 대통령 28%, 이준석 대표 22%로 나왔다는 여론조사가 그제 발표됐다(코리아리서치). 민심은 신묘할 만큼 정확히 본질을 반영한다. 사태의 출발은 집권당을 장악하려는 윤핵관들의 욕심이었다. 성상납 의혹, 대선 기간의 무책임한 언행 등 이 대표가 휘발성 장작을 깔아줬지만 멀쩡한 집에 불을 지른 건 윤핵관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처음 입문할 당시부터 지켜봤던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는 제3지대론과 조기입당 사이에서 고민을 했지만, 이 대표에 대해선 특별한 반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입당 전 윤 대통령이 혐오했던 유형은 의원을 평생 직업 삼아 쇼나 일삼으며 수십 년간 호위호식해온 터줏대감 정치인들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8월 말 입당 전 치맥회동 등 이 대표와의 접촉 이후 입당 날짜가 인터넷 언론에 흘러 다니고, 이 대표와 통화한 내용 일부가 녹취록 형태로 유출되면서 불신이 깊어져 패싱입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윤핵관들은 그런 대통령의 불신을 등에 업고 이 대표 축출 공작에 돌입했다. 보선 대선 지방선거 등 3연승에 취해 기고만장해진 것이다.
정진석 의원은 국회부의장 내정자로서의 품위를 버리고 보선 사흘 뒤 갑자기 총질을 시작했다. 올 1월 6일 밤 윤 대통령이 축출 위기에 있던 이 대표를 포옹했을 당시 ‘윤핵관들은 내심 불만이지만 보선 끝날 때까지만 품고 가자며 물러섰다’는 소문이 돌았었는데, 이 소문을 입증하는 듯한 시그널이었다.
장제원 의원은 비서실과 내각 인사 실패의 책임을 통감하고 자숙하기는커녕 민들레회 등을 통해 세력화를 기도했다. 논란이 커지자 자신은 빠지고 박수영 의원 등이 앞장섰고, 민들레회는 접는 듯 하더니 최근 다시 친윤 세력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대위원 선출을 위해 소집돼 62명만 참석한 의원총회에서 아무 사전예고도 없이 갑자기 자신의 재신임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얄팍한 꼼수이며, 형식적인 손 씻어주기 차원의 재신임을 통해 자신의 리더십이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 안이한 판단력 수준을 보여준다. 권 대표는 동료들이 자신의 낯을 세워주기 위해 형식상 재신임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제라도 자진사퇴해야 한다.
이준석 대표도 이번 사태 과정에서 품성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의 언행을 보면 ‘Character Above All’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미국 대통령 10명의 평전을 쓴 작가들이 대통령의 성패를 좌우하는 자질이 뭔가를 찾아본 결과 결론은 바로 품성, 인성(character)이었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은 영리할 필요가 없다. 영리한 사람은 구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품성은 빌려 쓸 수 없다. 용기 품위 강력한 도덕성은 빌릴 수 없다. 이런 것은 원래부터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를 정치지도자로 확장시켜도 마찬가지다. 남의 허물, 상대의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는 지적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허물, 자신의 문제를 솔직히 인정하는 용기와 정직성, 자신을 객관화시켜서 바라보고 낮출 수 있는 객관화 능력과 겸허함이다. 이 대표는 돌이키기 힘든 지경까지 내달리면서 스스로를 유시민류로 왜소화시켜버렸다.
주호영 비대위가 친윤 검찰 출신 인사 등용, 윤핵관 이철규 의원의 예결위 간사 보임 등 시작부터 논란을 자초하며 쇄신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지금 여당 내부가 정상적인 상황판단과 의사결정을 어렵게 하는 무형의 바위에 짓눌려 있음을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윤핵관에게 빚진 게 없다. 그들은 윤석열의 등장 이전엔 존재감도 없던 이들이었다. 윤 대통령이 윤핵관을 멀리하고 민들레회 후속 모임을 해체시키고, 장제원이 심어놓은 사람이라 불리는 정무수석을 경질해야 국힘 의원들이 윤핵관 눈치를 보느라 민심에 역행하는 악순환이 멈출 것이다.
중도와 보수 성향 국민이 여당에 바라는 것은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 그래서 총선과 다음 대선 승리를 기약할 수 있는 정당이 되어달라는 것 뿐이다. 윤핵관과 이준석 모두에게서 등을 돌리는 국민이 많아지는 것은 그들의 행태와 자질로 보아 누가 이전투구에서 이겨도 보수정치의 미래가 어둡다는, 자칫 좌파에 정권을 헌납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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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혁신위 놓고도 충돌, 지금 또 다른 분란 만들 때인가

국민의힘 최재형 혁신위원장과 안철수(오른쪽) 의원이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당·정 토론회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전 대표의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내분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당 혁신위 존폐를 두고 또 다른 충돌이 벌어졌다. 안철수 의원은 17일 “당 비대위와 혁신위가 병립하는 현실은 이상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혁신위 해체를 주장했다. 그러자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안 의원은 혁신위를 흔들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와 혁신위는 각각의 역할이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비대위 출범 후 가까스로 진정되는 듯했던 여권이 또 다른 갈등과 혼란의 불씨를 안게 됐다. 혁신위 문제는 다음 총선 공천과 관련돼 있어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수 있다.
혁신위는 이준석 전 대표가 주도해 만든 기구다. 당의 공천 시스템을 정비하는 게 주 목적이다. 따라서 이 전 대표 반대편 사람들은 공천 문제를 이 전 대표가 만든 조직에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이 공천권을 놓고 다툴 때인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이겼지만 2개월 만에 당이 풍비박산 났다. 당대표였던 사람은 당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당은 더 큰 혼돈에 빠진다. 이미 내분이 심각한 상황에서 새로운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 누구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분골쇄신하겠다”며 국정 운영의 전환을 예고했다. 대통령실 개편도 준비 중이다. 대통령의 변화 의지를 여당이 뒷받침하지는 못할 망정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나.
이 전 대표는 연일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난하고 있다. 18일에는 대통령을 겨냥해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억울해하는 부분과 그가 주장하는 바는 국민이 익히 알고 있다. 더 이상 대통령과 그 측근을 감정 섞인 말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집권당 사람들이 윤석열 정부가 취임 초반 맞이한 어려운 국면을 극복하고 제자리를 찾기를 바란다면 대통령의 체제 정비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만이라도 자중하는 것이 도리다. 국민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달라고 부여한 권력을 놓고 자기들끼리 다툼을 벌이는 꼴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조선일보(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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