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탈중국’에 기회가 있다]
[유럽이 전기차 속도조절 나서는 이유]
유럽의 ‘탈중국’에 기회가 있다
유럽 기업들, “중국 대신 한국”
무역 의존도 높은 한국에 다변화 기회

최근 독일의 한 투자공사 사장이 현지 공관에 “한국과 독일 고교생이 교류할 기회를 만들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대학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일찍이 고교에서부터 해보잔 얘기다. 수능에 목숨 거는 한국 고교 현실을 생각하면 현실화되긴 어려워 보인다. 자녀들이 학원 갈 시간에 독일에 가도록 놔둘 학부모는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현실화 가능성을 떠나 대학이 아닌 고교생 교환 프로그램 제안이 나와 흥미롭다. K팝 등 한류 영향도 있겠지만 독일에선 ‘한국과 경제 협력을 늘려야 하는데 한국을 잘 모른다’ ‘중국 전문가는 많은데 한국 전문가는 부족하다’며 일찍이 한국을 배우려는 이들이 생겨난다고 한다.
기업들 교류가 늘며 ‘한국을 배우자’는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실제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강국들은 주로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협업을 늘리고 있다. 한국도 유럽 투자에 적극적이다. 동유럽 폴란드에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국가가 한국이다. 폴란드아시아상공인회에 따르면 지난해 폴란드에 대한 외국 투자금이 35억 유로(약 4조7000억 원)였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9억 유로가 한국에서 왔다. 2위인 미국 투자액(3억5300만 유로)의 무려 5배가 넘는 규모다. 이에 폴란드에선 ‘한국 덕에 1900여 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 유럽 국가들의 ‘탈(脫)중국’ 움직임을 주목하게 된다. 중국 유럽상회 보고서에 따르면 탈중국 의사를 밝힌 유럽 기업 비율이 올해 2월 11%에서 4월 23%로 뛰었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 봉쇄 조치를 단행하자 기업들 발이 묶여 손해가 막심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에 머물던 유럽 기업 직원들도 “못 견디겠다”며 이직하려 해 기업들 고민이 커졌다고 한다.
독일에선 러시아가 탈중국을 부추긴 셈이 됐다. 독일이 가스 공급을 의존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맞서 독일로 흐르는 가스관을 잠가 에너지난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독일 제조기업의 원료 공급망을 틀어쥐며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불거지고 있다. ‘중국 의존도도 줄여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영국에서도 다음 달 최종 승부를 가릴 총리 후보들이 대중국 강경 노선을 예고하고 있다. 기술과 자원 수입을 중국에 의존해 경제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중국 대신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은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첨단 산업 우위가 있고, 중국보다 정치적 리스크가 작기 때문이다. K팝, K드라마 등 더욱 거세진 한류도 기업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유럽의 탈중국은 한국에도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좋은 기회다. 중국을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둔 한국으로선 유럽보다 더 절박하게 탈중국을 모색해야 한다. 유럽은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 산업 수입 다변화를 위해 중국 대신 한국을 찾는데, 정작 한국의 첨단 제품 원료는 상당 부분 중국에서 들여온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전기차 배터리 원료인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 등 정밀화학원료 수입액은 1년 전보다 89.3%나 뛰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같은 경제 공격이 언제 불거질지 모르는 일이다.
유럽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등으로 무역 판도가 재편되고 있다고 말한다. 무역을 경제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는 한국이야말로 민첩하게 다변화를 꾀해야 할 때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동아일보(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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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전기차 속도조절 나서는 이유

폭스바겐 전기차 ID.4
유럽은 그동안 세계적인 전기차 대전환의 선두에 서 있었다. 탄소배출을 줄여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목표까지 내걸고 보급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유럽연합(EU) 국가들에서는 92만 대가 넘는 전기차가 팔렸다. 1100만 대가량인 EU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8.3% 수준이다. 자국 전기차 산업 육성을 중대한 산업 정책으로 추진해 온 중국(10.4%)보다는 낮지만 미국(3.3%), 일본(0.5%), 한국(5.9%)보다 훨씬 큰 전기차 판매 비중이다.
이런 유럽이 최근 전기차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다. 독일 정부는 EU의 내연기관차 완전 판매금지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고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 폐지하기로 했다. 영국은 이미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종료했고 전기차 천국으로 불리던 노르웨이도 전기차에 주던 여러 혜택을 줄이는 중이다.
전기차의 비중이 커지면 그동안의 혜택을 줄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하지만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의 ‘전기차 급제동’은 결국 전기차 산업의 패권 경쟁에서 유럽이 느끼는 위기감을 보여준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시기, 지금 가장 강력하고 상징적인 전기차 브랜드는 미국의 테슬라다. 세계 무대에서 전혀 존재감이 없었던 중국 차 산업이 상하이자동차와 비야디(BYD)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에서 약진하는 가운데 기존 브랜드 중에서는 폭스바겐과 현대차그룹 등이 경쟁하는 모습이다.
내연기관차 시대에 유럽은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셰, 페라리 등으로 고급차와 슈퍼카 시장을 장악하고 대중차 시장에서도 폭스바겐이나 르노 같은 막강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전기차 시장에서는 이런 ‘차포’를 떼고 한국, 중국 같은 후발주자와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테슬라, 상하이자동차, 폭스바겐, 비야디(BYD), 현대차그룹 순이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살펴보면 유럽의 처지는 더 난처하다. 유럽에서 생산, 판매되는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주요 기업은 모두 중국, 한국, 일본 기업이다. 리튬, 니켈, 코발트를 비롯한 배터리 소재 공급망마저도 주도권을 중국이 쥐고 있다. 내연기관차 시절의 경쟁 우위를 잃은 것은 물론이고 배터리 수급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 유럽이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면서 전기차 시장을 적극적으로 키울 이유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전기차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은 최근 북미 밖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보조금 측면에서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켰다. 미국에서 전기차를 팔려면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압박이다. 전기차는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의 5.8% 수준으로 비중을 키우며 차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조금씩 판이 짜여 가는 새로운 산업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세계 각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도형 기자, 동아일보(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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