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라는 나무는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민주국가를 위해 모두가 새로 태어나야 한다]
자유라는 나무는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취임사 35회, 광복절땐 33회 ‘자유’ 언급했지만 윤 대통령, 확고한 자유의 로드맵 제시엔 미흡
북에 경제적 지원 같은 실용적인 제안에 앞서 그들이 두려워하는 자유·인권 문제 언급했어야
위기였던 자유 살리라고 국민이 정권교체한 것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에 진심인 것 같다. 취임사에서 자유를 35회 언급한 데 이어, 제77회 광복절 축사에서도 33번 말했다. 연설문 내 최다 빈도다. 대통령은 또 독립운동은 끊임없는 자유 추구의 과정이었다고 그 의미를 되새기며, 자유를 찾고, 지키고, 확대하는 과정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행사 슬로건에도 ‘되찾은 자유’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그렇게 소중한 보편적 가치를 일깨우고 강조하는 대통령이 당선 후 100일도 되지 않아 지지율이 반 토막이 난 건 미스터리다. 교육부 장관 인사가 문제라고 하지만 전 정부 교육부총리는 위장 전입(교육에 민감한 이슈인!)에도 불구하고 임명되었고, 어설픈 정책 탓이라고 하지만 성과를 논하기엔 너무 이르다. 대통령의 가벼운 언행이나 대통령실의 소통을 문제 삼는 사람도 있으나 그건 껍질이지 본질이라고 할 수 없다. 북한의 김여정처럼 우리나라에도 “그냥 윤석열 인간 자체가 싫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낮은 지지율이다. 대체 왜?

대통령을 향해 각종 조언과 쓴소리를 한 근래의 언론 칼럼들을 메타분석하고, 주변의 인사들에게 인터뷰를 해보니 대략 다음과 같은 분석들이 도출되었다. 우선 대통령이 독립운동을 자유 추구의 일부로 본 것 자체를 부정하는 시각이 있었다. 자연히 그들은 일본과의 미래 지향적 관계 개선에도 부정적이다. 독립과 자유는 사실상 동의어라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는 것 같다. 독립 후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체제를 갈망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한민국 체제를 인정하는 잠재적 지지층들은 대략 두 가지가 불만이었다. 취임 후 지금까지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것과, 앞으로 뭘 하겠다는 건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물론 대통령이 100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그동안 한미 동맹 관계를 복원하고, 소주성이나 탈원전 정책을 되돌리는 등 굵직한 일들을 많이 했으나, 용산에 새로이 터를 잡고, 아내 리스크를 관리하느라 적지 않은 에너지의 누수가 생긴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의 정체성과 관련해서도 빚은 탕감해주면서 공정을 이야기하는 모순을 드러내기도 하고, 소위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정부 인사는 함께하면서 정작 당 내부는 서로 총질로 시끄러운 상황도 혼란스럽다. 불만의 핵심은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새 세상이 온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새 정부가 추진하는 변화의 속도, 강도, 방향이 모두 불만이었다.
이제 새 정부가 했으면 좋았을 일을 역으로 상상해보면 지금의 낮은 지지율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대통령의 인식대로 지금도 독립운동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면, 좀 더 절실하고 확고하게 자유의 로드맵을 세우고 강하게 제시했어야 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신속하게 가치 공동체로서의 내각을 구성하고, ‘되찾은 자유’를 각종 정책에 스며들게 한 정책 청사진을 발표하며, 총체적인 드라이브를 걸었어야 했다. 마치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듯이 말이다. 그 연장에서 북한에도 비핵화와 경제 발전을 교환하는 실용적인 제안이 아니라, 그들이 두려워하는 자유나 인권을 조금은 들먹여야 했다. 그래야 소위 ‘담대한 제안’이다.
역사를 조금만 훑어봐도 자유로 가는 길엔 언제나 피가 흥건했다. 토머스 제퍼슨의 표현대로, 자유라는 나무는 독재자의 피와 애국자의 피를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유를 구현하는 길에 인류가 갖다 바친 목숨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무거운 사명을 어깨에 짊어진 지도자는 더 고뇌하고 진지해야 한다. 양피지에 새겨진 법조문을 읊조리거나,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비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독립투사들은 대개 아내를 외롭게 한 사람들이다. 영화관에서 아내랑 팝콘을 먹는 투사는 상상되지 않는다.
더 한심한 건 여당이다. 그들이야말로 새 정부의 집권당으로서 사명이 천금같이 무거운데, 당대표의 성 상납 의혹 같은 저급한 이슈에 발목이 잡혀 ‘자유’의 ‘ㅈ’에도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의 진위나 잘잘못의 경중을 떠나, 서로를 향한 쓴소리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피 한 방울이라도 흘릴 용의가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적인 대의를 위해 피를 흘리기는커녕 제 편끼리 상처 주며 피와 눈물을 쏟기 바쁘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건 국회의원의 ‘갑옷’을 위해 염치고 도덕이고 법이고 모두 무시하고 선거에 나가고, 또 당선되고, 그런 사람을 또 당대표로 선출하는 야당의 모습이다. 남들이 피 흘리며 지키려 하는 고귀한 자유를 고스란히 반납하고 개인을 숭배하는 이상한 무리가 ‘그 인간이 무조건 좋다’를 외치는 섬뜩함 위로 ‘윤석열 인간 자체가 싫다’는 김여정이 오버랩된다. 단 한 사람의 ‘자유인’을 위한 일사불란한 매스게임을 보는 것 같다. 그게 다른 나라도 아닌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에 뒷골이 서늘할 따름이다. 그들이야말로 대한민국 헌법에서 ‘자유’를 지우고 역사를 되돌리려 했던 사람들 아닌가.
사태가 이러한데, 자유를 수십 번 외친 윤석열 정부는, 자유를 마치 손톱 밑 가시 뽑는 기업 규제 완화쯤으로 한가하게 접근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자유는 쓸려나갈 위기에 있었고, 그걸 두려워한 국민이 나서서 정권 교체를 한 것이다. 그래서 ‘다시 대한민국’으로 되돌린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되찾은 자유’를 대한민국 안에서 확장시켜야 할 역사적 사명을 안고 탄생한 정부다. 실용적으로, 적당히 타협하며, 경제 정도 살피는 정치를 하라고 애먼 검사 출신을 불러내서 대통령으로 만든 게 아니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조선일보(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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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국가를 위해 모두가 새로 태어나야 한다
[김형석 칼럼]
정직과 정의 상실, 정치계가 선도하는 현실
정부·여당, 국내 정치혼란 수습이 선결과제
안보 강화하고 국민경제 혁신·재건 나서야
최근 정치적 성숙도를 표준으로 만든 세계지도를 보았다.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받을 만한 나라가 그렇게 적을 줄은 몰랐다. 지구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유라시아 중·동부에 민주국가로 착색(着色)된 나라는 셋뿐이었다. 대한민국, 일본, 대만이다. 러시아·중국·인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 모두가 탈락해 있었다. 일본은 반세기 전부터 반(反)민주주의 정권을 원하는 국민이 없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대만은 공산중국의 위협을 받고 있어, 평등사회주의를 적대시하고 있다.
그 두 나라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DJ 정부 말기부터 북한과 상대적인 공존 사회였기 때문에, 순수한 민주국가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 극복하지 못한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시도했던 대내·대외적인 결과가 더 큰 부담으로 주어진 것도 사실이다. 정치·사회적으로 후진 국가인 중국이 마치 우리의 종주국이라는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볼 때는 인내와 공존보다는 적대 정서를 숨길 수가 없다. 젊은 세대들까지 중국에 대한 혐오 감정을 증대시켜 가고 있다. 중국보다도 우리 정부가 어떻게 처신했는가를 의심케 한다. 문 전 대통령도 동맹국인 미국에 대해서는 ‘노(No)’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언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노’라고 국민들 앞에서 말한 적이 없다. 요사이는 북한 정부까지도 문 전 대통령이 노력해 쌓아올린 약속의 파기는 물론 대한민국을 마치 주종 관계로 여기는 자세다. 왜 우리 뜻을 정치 경제적으로 따르지 않느냐면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해전까지 시도했다. 문 정부는 국가공무원 총격 피살의 상황까지 몰아넣고도 자진월북으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귀순해온 두 어부를 강제 북송하는 반인륜적 사태까지 연출했다.
문 정부는 이중성으로 자유민주국가의 희망과 미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 결과는 국내적으로도 표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문 정권의 주체가 버림받았는가 하면 이재명 세력이 압도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운동권 민주주의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이다. 전례 없는 국민의 분열이 정부기관 내에서의 적대 감정으로까지 유발되고 있다. 지금은 여당이 된 국민의힘도 예외일 수는 없다. 진실과 정직, 정의감과 가치관 상실은 모든 사회질서의 기반을 흔들어 놓았다. 경제적 침체와 퇴락, 대외적인 외교적 불신과 고립보다, 더 심각한 사회질서 파괴를 정치계가 선도(先導)해 가고 있다. 자유민주국가의 이상을 시도하기도 전에 방향 상실의 위기감까지 느끼게 한다.
윤석열 정부의 탄생은 누구도 예상하거나 기대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더 함께할 수 없어 관직에서 퇴출시켰던 그였다. 민주당도 그를 ‘항명 총장’으로 동조하며 비난했다. 야당이었던 국민의힘도 그다지 환영하지 않았다. 정치계와 국민들은, 국민의힘을 이미 국민들의 기대를 외면한 무능한 정당으로 보았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애국 국민들이 자유민주국가를 위해 뜻을 같이하면서 새로운 정권이 태어났다. 그러나 윤 정부와 국민의힘이 갈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선진 국가들의 호응보다는 국내적인 정치 혼란을 수습 정리해야 하는 것이 선결과제가 되었다. 정치 기반도 없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을 위한 애국심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도산이 국가를 위해서 호소했던 교훈 “지도자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만들어야 한다”는 충언을 받아들이는 국민이 과거에도 없었으나, 국가의 위기인 현재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책임은 한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위하고 사랑하는 국민의 책임과 의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만을 위하는 대통령은 버림받았다. 정권욕에 휩싸이고, 관권과 이권을 목적 삼는 정치꾼들은 국가를 해치는 범죄자가 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노력하고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정치인과 국민이 많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절체절명의 과제들이 있다. 반세기쯤 후에 자유민주국가 건설에 성공했음을 세계무대에서 인증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국방과 국민의 안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필수과제이다. 뒤따르는 과제는 국민경제의 혁신과 재건이다. 방향도 바꾸어야 하며 방법의 개혁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새로운 정부와 애국심을 갖춘 국민들에게 주어진 중차대한 의무가 되었다.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기다리기보다는 국민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아야 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동아일보(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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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대통령 “前 정권 핑계 더 이상 안 통해.” 대통령은 경험하는 게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
-팔면봉, 조선일보(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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