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砒霜(비상) 삼키는 마음으로 이준석 품어야]
[與 비대위 주호영號 좌초… 집안싸움이 자초한 ‘진짜 비상상황’]
[서로 무슨 원한 졌다고 정권 출범 석 달 만에 이 파국을 자초하나]
尹 대통령, 砒霜(비상) 삼키는 마음으로 이준석 품어야
[강천석 칼럼]
이 대표 명예 회복 지금이 最高點… 더 가면 잃는 것뿐
‘민주당 이재명’이 ‘이재명의 민주당’ 거느려 또 선거판 나라 불 보듯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정당이 내부 문제를 법원으로 들고 가 해결해달라는 것은 정치가 비정상이란 뜻이다. 정당의 생명은 자율성(自律性)이다. 자기 문제는 자기가 풀어야 한다. 자기 문제를 제 손으로 풀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의 뜻을 대행(代行)할 수 있겠는가. 가처분 소송에선 소송의 두 당사자를 채권자(債權者)와 채무자(債務者)로 나눠 부른다. 집권 여당이 이런 소송에 지도부의 생사를 거는 것 자체가 무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당 관련 소송에는 패자(敗者)만 있고 승자(勝者)가 없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소송에 이겼으면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현 상태에서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국민의힘은 쑥대밭이 됐다. 선거에서 승리한 지 3개월, 대통령이 취임해 집권 여당이 된 지 5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법원의 결정문을 보면 ‘윤핵관’이란 사람들이 얼마나 서툴게 일을 처리했는지가 낱낱이 적혀 있다.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법을 안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허술하게 했을까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민주 체제에서 정당은 국민 뜻을 모아 국정 운영에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는 특수단체다. 민주 국가들이 정당은 헌법기관이 아닌데도 정당법을 만들어 정당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도 정당의 그런 역할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가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 결과를 가처분 소송 대상으로 삼지 않고 당선무효나 선거무효를 다투는 본안(本案) 소송으로만 해결토록 한 것도 국민의 정치의사 결정권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런 취지에선 재판부가 일부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정당이 나름 의사 결정 단계를 밟아 ‘비상상황’으로 규정한 것을 ‘만들어진 비상상황’으로 판단한 것은 수긍하기 힘든 면이 있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법원 결정에 대한 이의(異議)신청을 제출하고 여의치 않으면 고등법원에 항고하겠다는 법적 대응 수순을 밝혔다.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고 그 과정에서 국민 보기 우세스러운 모습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과 이 대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엎질러진 물은 되담을 수 없다는 말은 정치 바깥에서나 하는 말이다. 정치는 엎질러진 물을 몇 번이고 되담는 작업이다. 국민의힘이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포기했다면, 또 이 대표가 명예회복과 재기(再起)의 가능성을 포기했다면 그래도 좋다. 그게 아니라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법원 결정을 뒤집으면 국민 신뢰가 되살아날까. 당(黨)이 법(法)으로 이기려 들면, 이 대표도 다시 법으로 대들며 지지 않으려 할 것이다. 집권당이 문을 닫는 사태와 다를 게 없다. 법원 결정이 또 한 번 유리하게 나온다고 이 대표 명예 회복이 더 굳어질까. 대통령과 당에 더 깊은 상처를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엔 ‘복수의 화신(化身)’이란 이름 하나 남게 된다. 이게 그의 정치적 재산이 될 수는 없다.
이 대표가 법적으로 더 이길 필요가 없다며 대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때 그를 비방해온 사람들은 발판을 잃는다. 윤리위의 징계 결정을 유지할 명분도 사라진다. 권력은 내놓지만 사람은 얻을 수 있다. 이 대표는 더 이상 이기지 않아야 지금 가진 것을 지킬 수 있다. 이겨서는 안 되는 측과 더 이기면 이미 얻은 것조차 잃게 될 측 사이에는 접점(接點)이 있다. 없다면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현 상황의 최대 정치적 피해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당에는 나설 자격·나설 능력·나설 용기를 가진 사람이 없다. 이 대표 가슴에 든 멍 가운데는 대통령만이 풀어줄 수 있는 멍도 있다. 독(毒)한 마음 없이는 현재의 사태를 풀 수 없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단 하나의 욕심 말고는 모두 버리지 않고는 이 대표를 품기 어렵다. 독 중의 독이 비상(砒霜)이다. 비상을 삼키는 마음으로 이 대표를 품어야 한다. 대통령과 당과 이 대표가 함께 사는 방법은 그뿐이다.
대통령이 달라질 듯하다며 희망을 거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던 판이었다. 나라와 국제정세 어느 하나 위태롭지 않은 것이 없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이재명의 민주당’을 거느리고 돌아온다. 선거가 끝나도 선거전은 끝나지 않는 나라가 돼 갈 조짐이다. 옛정(情)과 잔정(情)에 구애되선 안 된다. 독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바꾸고 비서실·내각·당을 크게 바꿔 대비(對備)를 새롭게 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새옹지마(塞翁之馬)다.
-강천석 고문, 조선일보(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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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비대위 주호영號 좌초… 집안싸움이 자초한 ‘진짜 비상상황’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국회에 들어서며 법원의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이 대혼돈 사태를 맞았다. 이준석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어제 받아들였다. 본안 판결까지 주호영 위원장의 직무집행은 정지됐다. 주 위원장은 “정당 자치라는 헌법정신이 훼손됐다”고 항변했지만, 비대위는 붕괴 위기에 처했다. 차기 전당대회 준비도 불투명해졌다. 말 그대로 총체적 아노미에 빠진 모습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대위 전환의 ‘실체적 하자’를 조목조목 언급했다. “국민의힘에 비대위를 설치할 정도의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당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정당 활동의 자율성 범위를 벗어났다”고 했다. 전국위 의결로 수십만 당원과 일반 국민에 의해 선출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상실시키는 것은 정당의 민주적 내부질서에 반한다는 논리다. 이어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열어 새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 기간(6개월)이 지나더라도 이 전 대표가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당 대표가 소속 당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정당 스스로 “비상상황”이라고 한 정치적 결정을 법원이 “아니다”며 뒤집을 수 있느냐는 것을 두고 논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권 초 황금 같은 때에 여당 내분을 이 지경까지 몰고 온 것 자체가 한심하다. 본안 판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당장 지도체제는 어찌할 건가. 군소 정당도 아니고 정권 출범 100일을 갓 넘긴 집권 여당에서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나.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 사죄해야 마땅하다. 정권교체 여론에 힘입어 대선에서 간신히 승리해 놓고 권력 다툼으로 날을 지새웠다. 불미스러운 의혹에 휘말린 젊은 당 대표는 연일 대통령과 소속 당을 향해 극언과 조롱을 쏟아냈다. 신실세 그룹은 눈엣가시처럼 구는 당 대표를 끌어내리려 무리수를 뒀다. ‘내부 총질 당 대표’ 문자 사건이 터지며 갈등이 극에 달했지만 대통령은 여당 내분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이 전 대표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우리 정당사에 별의별 곡절이 많았지만 이런 집권 여당은 본 적이 없다. 이 전 대표는 이번 결정에 희희낙락할 때가 아니다. 자기 책임은 없는지, 국가와 당에 도움이 되는 길이 뭔지 고심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 대통령도 짐짓 뒷짐을 지고 있지만 말고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이런 사태를 맞고도 정신을 못 차리면 “국민의힘은 차라리 해체하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동아일보(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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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무슨 원한 졌다고 정권 출범 석 달 만에 이 파국을 자초하나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이날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비대위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주 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이덕훈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이준석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본안 판결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지난 16일 출범한 주호영 비대위가 불과 열흘 만에 좌초하면서 국민의힘은 혼돈에 빠졌다. 작년 이후 전국 선거를 세 번 연달아 이겨 정권을 창출한 집권 여당이 새 정부 출범 넉 달도 안 돼 집안싸움으로 지도부 실종 사태를 맞았다. 세계 정당사에 유례가 없을 기이한 일이다.
법원은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비상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았고 이는 정당의 민주적 내부 질서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정당 내부 문제에 이처럼 세부적 잣대로 제동을 건 것은 흔치 않다. 이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준석 대표를 밀어내고 비대위로 전환하는 과정이 무리하게 비친 것은 사실이다. 이 대표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징계를 밀어붙인 것부터 순리라고 할 수 없었다.
이번 사태를 보면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국 선거에서 연전연승한 정당이 여세를 몰아 국정 운영과 개혁에 나서기는커녕 매일 유치한 감정싸움을 벌였다. 특별한 계기도 없었다. 이 대표를 ‘내부 총질’로 비판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가 유출되는 일도 생겼다. 결국 집안싸움을 법정으로 끌고 갔고 이 사태를 만들었다.
이 정권에선 절제와 자제, 인내라는 덕목을 찾아볼 수 없다. 이 대표는 어차피 임기가 정해져 있고 물러나게 돼 있다. 아무리 싫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그걸 기다리지 못한다. 권력은 마구 휘두르면 동티가 난다. 이 대표는 한때 청년 정치의 희망이었지만 매사에 절제하고 자제하는 법이 없다. 최근엔 대통령을 향해 연일 막말을 퍼붓고 있다.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기관차 같다.
여권이 합심해 국정을 개혁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국민들로선 어이없는 일이다. 국민의 실망을 넘어서 이 정부가 여당 지도부의 진공 상태를 안고 어떻게 경제 안보 위기를 헤쳐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정권의 특징 중 하나는 정치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여권 핵심부는 이런 상황의 최대 피해자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치적 노력도 하지 않는다. 무슨 큰 원한이 있다고 정권 출범 석 달 만에 이런 파국을 자초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조선일보(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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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與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 결정. 정당의 문제를 스스로 못 풀고 법원에 맡긴 혹독한 대가.
-팔면봉, 조선일보(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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