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威嚴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
[정상적 판단 하는 사람이 원안위 있어야 원전 정상화 가능]
정권이 威嚴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
[강천석 칼럼]
옛 정권 깃발 휘날리며 대통령 포위한 야당 陣地들
法治·관용 한계 분명히… 內部 반성은 例外 두지 말아야
오르막과 내리막을 구분하는 판단력은 개인은 물론이고 회사나 국가의 성쇠(盛衰)를 좌우한다. 눈을 감아도 틀리지 않을 것 같은 오르막과 내리막에 대한 판단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의 처지를 보면 분명하다. 이기기 힘든 전쟁은 일으켜선 안 된다. 전황(戰況)이 불리한 전쟁을 질질 끌어선 안 된다. 푸틴의 거듭된 판단 착오는 러시아의 운명을 바꾸고 나아가 유럽과 세계의 판도를 다시 그려야 할지 모를 사태에 이르렀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2일(현지 시각) 캐나다 토론토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나날이 발전하는 한·캐나다 관계가 동포들에게 큰 기회로 다가갈 수 있도록 정부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했다. 2022.09.23. /뉴시스
국가들은 왜 오르막 내리막에 대한 판단을 그르쳐 자신을 수렁으로 밀어넣을까. 제주에는 경사(傾斜)길 아래 세워둔 자동차가 저절로 언덕을 기어오른다는 ‘도깨비 도로’가 있다. 측량 결과 오르막으로 보이는 쪽이 실제론 경사 3도 정도의 내리막으로 나타났다. 주변 지형 때문에 내리막이 오르막으로 뒤집혀 보이는 착시(錯視) 현상이란 것이다.
국가 역량(力量)은 도깨비 도로와 달리 오르막과 내리막을 판단하기 어렵다. 국제 정세나 정치 수준을 재는 측정 수단이 없다. 경제 상황·교육의 질(質)·노동 효율을 진단하는 수단인 통계가 있긴 하나 불완전하다. 국가 상황판의 모든 등(燈)이 온통 빨간불이거나 파란불 일색(一色)인 경우는 드물다. 낭떠러지에 선 나라 상황판에도 파란 등 몇 개는 불이 들어오고 기세(氣勢) 좋게 달리는 나라 상황판에도 빨간불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상황판은 과거의 성공 경험과 지나간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읽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각계 지도자의 몫이다. ‘엘리트 없는 사회’ ‘모두가 엘리트인 사회’라는 역설은 지도자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오르막을 오르고 있을까 내리막을 구르고 있을까. 파란불이 많다며 등을 두드리고 용기를 북돋는 소리가 있다. 그런가 하면 빨간 등의 크기가 훨씬 크다며 낙담(落膽)하며 불안해하는 목소리도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다. 정반대의 두 이야기를 합쳐야 상승(上昇)하면서 추락(墜落)하는 한국의 모순된 현실이 온전히 드러난다.
희망과 불안의 엇갈린 진단에서 공통된 부분은 추락하는 것의 대표가 정치라는 점이다. 정치는 그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능력이다. 한국의 근본 위기는 문제 해결책을 찾는 능력의 저하(低下)다. 상승하는 힘이 추락하는 힘을 이기고 위기에서 탈출할 것인가 아니면 추락하는 힘이 상승하는 힘을 꺾어 함께 주저앉느냐가 문제다.
민주 정치에서 선거는 어느 쪽이 민의(民意)인가를 매듭짓는 수단이다. 패자의 승복(承服)으로 선거 결과가 확정된 토대 위에서 승자의 관용(寬容) 범위를 논의하는 순서를 밟는다. 한국 정치에서 선거는 매듭짓는 역할을 상실했다. 실정법 위반으로 여러 수사를 받는 이재명씨는 대선 패배 후 국회의원이란 방탄복을 입고 이번에는 제1야당 대표 자리에 올라 주위를 방탄벽으로 둘러쌌다. 피의자 신분으로 거듭 대통령과 양자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 관련으로 수사를 받는 트럼프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안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
관용이 법치(法治)의 울타리를 넘을 수는 없다. 그건 대통령 권한 밖이다. 문재인 정부의 원전 폐쇄 정책이 얼마나 어리석은 집착(執着)이었는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욱 분명해졌다. 그러나 그 자체로는 범죄가 아니다. 원전 폐쇄를 위해 통계를 조작한 것이 범죄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완전히 망가뜨리고 나서 남은 임기 내내 일본과 정상회담에 목을 맸다. 그로 해서 양국 역사 문제가 한국이 칼날을 잡고 일본이 거꾸로 칼자루를 쥐는 오늘의 사태를 만들었다. 그래도 그건 범죄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중립적 인사를 임명해야 할 중앙선관위·방송통신위와 그 심사위원회의 장(長)에 가장 파당적(派黨的)인 사람을 골라 꽂았다. 그들 대부분이 임기 보장을 방패로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KBS, MBC 등 통칭 공영방송도 그중 하나다. 그 진지(陣地)마다 전 정권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포위된 꼴이다. KBS 이사회의 야당 측 인사를 쫓아내기 위해 김밥 값을 감사하고 집은 물론 강의하는 대학까지 쫓아가 꽹과리를 울렸던 그들이다.
정권에게 최상의 선택은 위엄(威嚴)이 있으면서도 사랑받는 것이다. 하나를 선택하라면 위엄을 골라야 한다. 위엄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갈리는 지금 왜 번번이 위엄을 잃고 있는가를 엄중하게 돌아봐야 한다. 반성에 예외(例外)를 둬선 안 된다.
-강천석 고문, 조선일보(2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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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 판단 하는 사람이 원안위 있어야 원전 정상화 가능
경북 울진 신한울 1호기는 2020년 3월 공정률이 99%를 넘기며 사실상 완공됐다. 그러나 운영 허가 논의는 2020년 11월에야 시작됐고, 조건부 운영 허가 승인을 받은 것이 작년 7월이었다. 거기서 다시 1년 2개월을 넘겨 지난 15일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또 한번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별 진전이 없었다. 1호기 가동이 늦어지면 2호기도 덩달아 지연된다. 신한울 1·2호기의 상업 운전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건설 사업비는 11억원씩 늘어난다. 애초 가동 개시 시점인 2020년 11월부터 따지면 지금까지 690일 동안 사업비가 7500억원 증가했다.

경북 울진에 들어설 신한울 1호기와 2호기. / 뉴스1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4호기는 지난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정비에 들어간 후 5년 4개월을 넘긴 지금까지 멈춰 있다. 격납 건물에서 공극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외 기관의 세 차례 구조 건전성 평가에서 문제없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원안위는 여전히 재가동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
신한울 1호와 한빛 4호를 가동할 경우 전력을 하루 5만7600MWh 생산할 수 있다. 이걸 비싼 가스 발전으로 메꿀 경우 비용이 요즘 시세로 하루 80억원씩 더 든다. 그러지 않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전 적자를 더 늘려놓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작년 신한울 1호기 관련 보고 때 위원들은 비행기의 격납 건물 충돌 가능성에 대비했냐고 다그치다가, 그 확률이 ‘1000만년에 한 번’이라는 대답에 “그러면 북한 장사포 공격엔 대처 가능한가”라고 억지를 부렸다. 지난 15일 열린 관련 회의에서도 한 위원은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 원전 사고가 안 났는가 가슴 떨리는 기분으로 TV를 켠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로 원자력연구원 보고자를 몰아세웠다. 위원장을 향해서는 “뭘 대단히 많이 안다고” “위원장 근무 태도가 틀려 먹었어” 같은 험악한 말을 해댔다. 진지한 회의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지난 정부 시절 환경 단체나 민변 출신 등이 위원 자리를 차고앉으면서 원안위의 비전문성, 편향성에 대한 비판이 컸다. 지금의 여당 추천 위원 가운데서도 자질 부족, 정치 바람 타기 논란이 일곤 했다. 원안위는 원전을 안전하게 가동하도록 도와주라는 기구다. 원전을 못 돌리게 발목 잡으라고 설치한 기구가 아니다. 원안위의 기능을 오해하고 있는 위원들을 서둘러 교체해야 원전도 정상화가 가능하다.
-조선일보(2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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