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
[이재명 재판 2라운드로 다시 시험대 오른 법원]
[“여당 복” “야당 복”]
[제 잘못을 모르는 정치인은 국민에게 버림받는다]
염치
[이동규의 두줄칼럼]
“동물은 수치심이 없다
염치가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예의염치(禮義廉恥)는 나라를 버티게 하는 공직자의 네 가지 덕목[四維]이다. 사람은 누구나 부끄러운 마음(心)이 들 때에는 귀[耳]부터 빨개진다. 이걸 나타내는 글자가 ‘치(恥)’이다. 사람과 동물을 가르는 내적 기준이 이것이다. 염치는 인생 법정에서 채택되는 양심의 증거이자 용기의 원료다. 염치가 있어야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회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엔 인간의 도리를 내팽개친 파렴치, 몰염치가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러한 부류는 잘못을 범하고도 부끄러움은커녕 적반하장과 안면몰수가 주특기다. “수치심은 제2의 속옷이다.” 스탕달의 말이다.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조선일보(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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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재판 2라운드로 다시 시험대 오른 법원
주는 사람은 잊어도 받는 사람은 못 잊는 게 상처다. 반대로 받는 사람은 잊어도 주는 사람이 못 잊는 건 뇌물이다. 그 중간에 있는 게 선물이다. 선물의 경우 의미가 있을 때만 주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기억에 남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성남시장 시절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알지 못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검찰은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 2009년 추석 선물을 보냈고, 시장 시절 6차례 이상 대면 보고를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12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인데 이 대표가 의도적으로 김 전 처장을 모르는 것처럼 발언했다고 결론 내리고,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이 대표를 기소했다.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에게 추석 선물을 받은 건 유명 정치인이 되기 전 변호사 시절이다. 기억이 안 날 만큼 명절 선물을 많이 받진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후 해외 출장에서 골프를 같이 치고, 여러 차례 대면 보고를 받았는데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이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기소되면서 다시 시험대에 오른 건 법원이다. 1라운드는 2018년 지방선거 TV토론에서 친형의 강제 입원과 관련된 이 대표의 발언 관련 재판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20년 7월 “허위사실을 적극적·일방적으로 공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토론의 경우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된 시간 내에서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지므로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은 2라운드에서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TV토론과 달리 방송 인터뷰는 사전 질문지에 따라 미리 답변을 준비하는데, 이 대표가 의도적·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다.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법원이 언제 최종 판단을 내릴지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는 내년 9월 말 끝난다. 김 대법원장 임기 내에 이 대표에게 유리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보은 판결’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또 판결이 지연되면 의도적으로 판결을 미룬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1라운드에서 사건 선고는 1년 7개월 만에 이뤄졌는데, 2라운드에서 판결이 빠른지 느린지 판단할 때 하나의 잣대가 될 것이다.
벌써부터 법조계에선 이 대표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0만 원 이상 벌금형 확정 시 이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민주당은 434억여 원의 대선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이 같은 선거법 조항이 가혹하다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판사는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이면 재판이 중단되면서 판결 확정까지 최대 5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법원은 이미 1라운드에서 대장동 핵심 관계자인 김만배 씨와 친분이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이 무죄 결론을 유도했다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상처를 입었다. 그런 만큼 법원은 이번 사건을 명예회복의 계기로 삼아 엄정하게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왔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동아일보(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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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복” “야당 복”
좀스러운 ‘남불나행’ 정치에만 기대는 민주
“서생의 문제의식”조차 흐릿해진 집단 될라
민주당은 요즘 ‘대통령 복’ ‘여당 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20년 집권’ 운운하다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지방선거까지 패한 뒤엔 “이러다 당이 끝장나는 것 아니냐” 하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4개월여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반사이익이다. 대통령과 주변의 숱한 설화, 인사 잡음, 정책 난맥상에다 여당 내전까지 겹치며 새 정부에 대한 국민 기대가 싸늘하게 식었기 때문이다. 대오각성 목소리는 사라지고 총선 낙관론까지 슬슬 나올 정도라고 한다.
사법리스크, 방탄 운운하며 대선 패자 이재명 의원이 대표가 되면 곧 당이 깨질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던 이들도 쏙 들어갔다. 총선 출마를 포기하면 모를까. 77%의 득표율을 얻은 힘센 대표에게 누가 감히 덤비랴. 이 대표는 “정치는 재미있어야 한다”며 짐짓 여유까지 부린다. 자신의 목을 겨냥한 검찰의 시퍼런 칼날이 두렵겠지만 적어도 ‘내부 총질’ 세력은 별로 없다. 사법리스크만 제외하면 민주당은 사지로 내몰렸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최근 민주당의 ‘상태’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해프닝이 있었다. 국회의원 3선인 어느 최고위원 얘기다. 지도부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군 장병들의 전투화, 내복, 심지어 팬티 예산까지 삭감했다며 “비정하다”고 방방 떴다가 “착오였다”고 꼬리를 내렸다. 이재명 대표도 “한심하고 황당하고 기가 차다”며 맞장구를 쳤었다. “비정한 예산”은 애초 이 대표가 썼던 표현이다.
전투화 논란은 좀 더 짚어볼 필요가 있다. 5월 추경 때 민주당의 다른 의원들이 제기했다가 해명이 됐던 사안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지층에선 사실인 양 퍼져 나갔고, 몇 개월이 지나 최고위원이란 사람이 또 들고나왔다. “윤 정권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짓을 했을까?” 하는 상식적 의문도, 팩트 체크도 없었다. 단순 착오가 아니라 병폐가 드러난 것이다. 여전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그들만의 팬덤 세상에 갇혀 있는 것 아닌가.
대선 패배 후엔 “5년간 내로남불, 편 가르기, 독선 등 나쁜 정치를 하며 국민 마음을 떠나보냈다”는 반성문도 나왔다. 침소봉대, 억지 프레임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정치 기술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민주당의 권력이 ‘개딸’로 상징되는 강성 팬덤에 넘어가더니 지난 5년의 관성과 폐해가 되살아나고 있다. “폭력적 팬덤 정치로 쪼그라드는 길을 선택했다”고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일찍이 간파한 그대로다. 그 박지현은 이제 개딸들에 의해 조리돌림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내로남불 대신 이젠 ‘남불나행’, 즉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란 인식도 당에 팽배하다. 정부가 헛발질만 하길 바라는 심리가 깔려 있다. 그러니 좀스러운 정치 공세가 판을 친다. 매사 ‘기승전희’에만 매달린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져도 민주당 지지율이 그대로인 건 다 이유가 있다.
민주당의 연원은 멀리 신익희 때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DJ가 중시조쯤 된다. 민주당은 한때 민주, 인권, 평화, 지역주의 타파 등 시대정신을 주도하는 정당이었다. 1997년 이후 3차례나 집권한 경험이 있다. 지금 민주당이 지향하는 가치가 뭔지, 정체성이 뭔지 후련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당에 있는가. 국정 해법은커녕 “서생의 문제의식”조차 흐릿해진 집단이 돼 가는 것 같다. 정권에 각만 세운다고 국민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합리적 진보의 가치와 비전을 바로 세우지 못한 채 ‘방탄 대오’만 굳건히 하다간 곧 ‘야당 복’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정용관 논설위원, 동아일보(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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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잘못을 모르는 정치인은 국민에게 버림받는다
[김형석 칼럼]
민주당, 자기 잘못 인정 안 해 정권 내줬지만
‘노란봉투법’ 등 추진하며 그릇된 방향 이어가
국힘도 자신 희생해 새 열매 맺는 변화 보여야
어느 국가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따르는 과제가 있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지난 정권을 반성, 비판하고 정책적 선택을 한다. 선진 국가일수록 안정된 정책을 국민들이 계승했기 때문에 혼란과 변화가 적다. 그러나 후진 국가나 정치인들의 수준이 낮은 나라일수록 시련과 고통을 국민들이 치르는 것이 보통이다. 심지어는 같은 정당에서 정권이 바뀔 때에도 새 정부의 책임자들이 이전 정권의 정책과 행정을 폄하 부정해 자신들의 인기와 지지를 높이려는 어리석은 과오를 범한다. 국민보다 정권을 위하는 정치인들은 물론 때로는 새로운 대통령의 인기와 명예를 앞세우는 저속한 폐습도 있다.
지금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새 출발하는 초창기를 맞았다. 무엇을 보충, 계승할 것이고, 시정과 개혁이 필요한 정책이 무엇이며, 거부하고 폐기하기를 원하는 국민들 요청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시점에 직면하고 있다. 그것이 국민들의 권리이며 새 정부의 의무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발 초창기부터 ‘촛불혁명’이라는 기치를 표방했다. 그것은 과거 정부가 해온 모든 정책과 방향을 모두 개혁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선언이다. 그 목표의 중심이 적폐청산의 과업이었다. 사람도 우리 편이어야 하고 정책도 우리 이념에 따라야 한다.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정치인이나 국민은 우리 편이 아니기 때문에 국책과 정책에서는 함께할 수 없다고 보았다. 반(反), 비(非)민주적인 방향과 방법을 선결과제로 삼았다.
물론 그런 사고는 지나치게 좁은 견지(見地)의 발상이라고 평할 수 있다. 물론 사상의 다양성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런 방향과 정책적 선택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대한민국 헌법과 선진국의 이상은 물론이고 유엔 정신과 일치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책임자들의 발언과 사상에서는 회의를 넘어 비판이 불가피함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는 누구도 용납할 수 없는 역사 왜곡과, 인간과 역사의 기본 가치와 질서인 진실과 정의의 가치까지 아전인수 격으로 이끌어가는 현실은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윤석열 정권이다. 그 당시의 야당인 ‘국민의힘’은 아니었다.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국민의 애국적인 욕구였다. 문 정권과 민주당의 반성과 자중(自重)적인 자세, 그리고 ‘우리의 잘못’을 인정했다면 윤 정권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사태는 지금도 민주당 안에서 계속되고 있다. 작년 말에는 언론통제법을 통과시킨다고 해서 국내외의 우려를 자초한 적이 있었다. 작금에는 ‘노란봉투법’ 문제를 재론하는 상황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자신이 공산주의를 체험했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억압했다. 좌파노조는 정권을 쟁취할 때까지는 파업을 계속하지만 정권을 장악한 후에는 절대로 파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대처 총리는 노조의 권한을 축소시키지 못하면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노조 약화 정책을 감행해 영국 경제를 회복시켰다.
이와 같은 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 문제 해결의 선결과제가 되었다. 노사는 대화와 협력으로 노사 모두가 행복해지는 기업체를 만들고, 그 기업을 통해 부한 나라가 된 후에야 국민 전체가 경제 혜택을 누린다는 것이 결론이다. 한국 경제는 집단이기체인 노조 때문에 파국에 도달하게 된다. 투쟁해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라는 개념과 사상은 경제 성장의 가능성까지 스스로 파국으로 몰아갈 뿐이다. 그런 실책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잘못된 방향과 자세를 시정하거나 책임지지 않으면 국민들은 민주당을 떠나게 된다.
민주당만이 아니다. 국민의힘도 대선 전까지는 자주성과 생명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 현상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그런 정당이 아니다. 여당의 기존 세력은 윤 정권과 함께 새로 태어났다. 국민의힘은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어서 새로운 열매를 맺는 변화를 감당해야 한다. 개인의 이권이나 권력의 희생이 있어야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 정권을 위한 정당을 넘어 국민을 위해 미래를 개척할 수 있어야 한다. 윤 정권은 그 모범을 보여주는 선구자가 되기를 바란다. 그런 대통령과 뜻을 함께하는 정치인과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이 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동아일보(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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