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탈원전 교수님들, 지금 어디 계십니까]
[폴리페서, 권력에 달려드는 B급 불나방들]
[폴리페서 점입가경.. ]
소주성·탈원전 교수님들, 지금 어디 계십니까
[朝鮮칼럼 The Column]
30% 초반대의 저조한 지지율 속에 윤석열 정부가 등장한 지 넉 달이 지났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 같은 정치권의 권력 싸움 탓에 새로운 정권의 출범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와 확실히 차별화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소득 주도 성장과 탈원전 정책의 폐기가 대표적이다. 또한 기존 부동산 정책의 대폭 수정도 예고했다. 국정 개혁도 필요하고 적폐 청산도 중요하지만 이런 것들이야말로 정권 교체의 보다 실속 있는 보람이다.
그렇다면 지난 문재인 정권의 간판급 정책들을 구상하고 설계하고 주도했던 핵심 관계자들은 지금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때 가장 먼저 떠 오르는 장면은 20대 대통령 선거 직후 ‘소주성’의 경우다. 지난 3월 말, 대통령직속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는 소주성 5년을 평가하는 책자를 출간하면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소주성 찬미 일색이었던 그날, 텅 빈 객석 앞에서 단상의 참석자들은 기념사진을 찍으며 ‘소주성 파이팅’을 외쳤다. 소주성 자체에 대한 평가와 상관없이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바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만큼은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의 공개 활동은 없었다.
탈원전의 경우에는 그런 식의 ‘고별 공연’조차 없었다. 원전 사업의 경제성 조작, 최악의 한전 영업 손실, 전국적인 태양광 사업 비리, 원전의 친환경 명예 회복, 일본 및 유럽 국가들의 잇따른 원전 재개 앞에 탈원전주의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4년 동안 쉬었던 한국공학한림원 주최 ‘에너지포럼’이 얼마 전 열렸는데, 그런 데라도 참석하여 평소 탈원전 소신을 밝혔다는 말은 끝내 듣지 못했다.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전(前) 민간위원장은 에너지 정책과 관련하여 “차기 정부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발을 뺐다.
한편, 부동산 정책의 경우는 지난 정권 말기,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문 전 대통령이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호언했던 부동산 정책이 되려 정권 재창출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당시 여당 대선 후보마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할 정도였다. 이때에도 정작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핵심 이론가들은 대부분 유구무언(有口無言)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정책 기조를 새로 짜는 현재도 진보 성향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타부타 말수가 적다.
한국 정치에 있어서 정책 수명은 유난히 짧고 정책 반전은 유달리 잦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다가 진영 논리가 모든 것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정치인들에게 정책이란 선거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때가 많아졌다. 고도의 정책 전문성으로 무장한 공무원 또한 점점 더 찾기 어려워졌다. 관료들에게 영혼 가출은 시나브로 처세술이 되었다. 출세주의와 보신주의가 판치는 작금의 국책 연구원 분위기로는 엘리트 정책통(政策通)이 나오기도 힘들다. ‘권력 해바라기’에 가까운 우리나라 시민운동 단체가 독자적인 싱크 탱크로 거듭날 전망도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정부 정책의 합리성과 생산성, 그리고 안정성 확보를 위해 그래도 나름의 역할이 기대되는 또 다른 영역이 있다면 그것은 지식인 교수 사회다. 학자의 존재 이유는 사실의 바탕 위에서 과학적 진실을 추구하는 데 있다. 그리고 이를 학계의 공인 무대에서 검증하고 토론하는 데 있다. 이념이 다르면 다른 대로, 가치가 다르면 다른 대로 각자 양심에 따라 최선을 다해 옳고 그름을 다투는 학문의 세계는 근대 지식 국가의 든든한 동반자가 아닐 수 없다. 지식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측면에서 대학교수들의 정치 참여를 폴리페서라 부르며 무조건 매도할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폴리페서인가 하는 점이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소주성과 탈원전,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이 줄줄이 버림받는 신세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정책을 선도하거나 지원해 왔던 지난 정권의 참여 지식인들이 말을 아끼거나 뒤로 물러서는 것은 과연 순리이고 상책일까?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시류에 영합하는 ‘권력 부나비’였음을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지식인의 이름으로 산다는 것은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언제, 어디서나 할 말은 한다는 뜻이다. 무릇 국민에게 좋은 정책이란 이런 과정에서 단련되기 때문이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 조선일보(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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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페서, 권력에 달려드는 B급 불나방들
李 곁에 간 문정인, 교수들 대선캠프行 신호탄
國政 망치고 대학 물 흐리는 폴리페서 사라져야
문재인 대통령의 특보를 지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경기도 국제평화교류위 공동위원장이 됐다는 소식에 마음이 바빠진 교수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달 세종연구소 이사장에 취임한 그는 “문 특보 관둔 지 얼마나 됐다고” 하면서 부인하지만 다들 이재명 캠프로 옮겨가기 위한 포석이라고 본다. 폴리페서들에게 큰 장이 설 때가 머지않은 것이다.
문 정부 고위직에는 교수 출신들이 많다. 2019년 8월 주간동아가 노태우 정부 이후 국무위원 509명을 조사한 결과 현 정부의 교수 비중이 28%로 가장 높았다(역대 정부 평균 22%). 이후 임명된 이들까지 포함하면 국무위원 49명 중 교수 출신은 15명으로 30%다. 청와대와 위원회에도 교수들이 수두룩하다. 청와대 전·현직 정책실장 3명 모두 교수들이다.
폴리페서 정부의 성적표는 낙제점 수준이다. 문정인의 ‘연정라인(연세대 정외과)’이 주도한 4강 외교와 대북정책은 파탄 일보 직전이다. 장하성 홍장표의 소득주도성장으로 경기 좋아졌다는 사람 드물고, 김수현 변창흠의 공공주도 부동산정책 덕에 집 걱정 덜었다는 사람 못 봤다. 조국은 가족 비리로 나라를 두 쪽 낸 뒤 기소됐는데, 그가 주창했던 검찰개혁 탓에 부동산 투기꾼들 못 잡아들일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애초에 ‘일머리’ 없는 교수를 쓰는 게 아니었다고들 한다. 현 정부의 폐쇄적인 교수 풀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저 사람이 어떻게 장관이 됐나’ 싶어 알아보면 여권 실세의 대학 학과 선배이거나, 담쟁이포럼 발기인이거나, 박원순계 인맥이다. 모 전직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왼쪽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다가 주류 교체에 실패했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100% 내 편만 쓰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대 목소리가 없으니 신호 바뀐 줄 모르고 좌회전만 하다가 추돌사고를 내는 것이다.
‘당성’으로 선별된 교수들에게 소신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린벨트 안에 3기 신도시를 짓는대도 환경부 장관은 말이 없다. 대통령 탈원전 공약에 제동 거는 공무원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너 죽을래”라며 질책했다.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하는 국토교통부에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라”고 하자 장관은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배신만 않으면 실적에 관계없이 퇴임 후 주요국 대사나 한국교직원공제회 또는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으로 갈 수 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예전엔 무게감 있는 교수들이 기용됐는데 요즘은 A급은 빠지고 정치권과 부처 관료들 주위를 돌며 정부의 용역 사업에 기웃거리던 이들이 주로 간다”고 전했다. 강문구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정책 대안 제시보다 권력에 줄을 대려는 폴리페서 논란이 본격화한 계기는 노무현 정부”라고 했다. 2002년 대선 때 약세였던 노 후보를 지지한 소수의 교수들이 한 자리씩 차지한 게 ‘학습효과’를 내면서 보수 진보 정부 할 것 없이 교수들이 경쟁적으로 정치에 뛰어들고 대학 내 정치 양극화도 심해졌다는 것이다.
대선 시즌이 시작되면 ‘○캠프 참여 교수 1000명’ 식의 세 과시에 긴 줄이 늘어설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인 지방대들이 많아 생계형 폴리페서들의 합류도 예상된다. 나라를 구할 A급 인재와 “경제는 마차가 말을 끌게 하면 된다”는 듣보잡 공약을 파는 B급 C급들이 섞여 있을 게다. 국정은 국정대로, 대학은 대학대로 망가지지 않도록 지식인들의 자성과 옥석을 가려내는 대선 후보들의 안목을 기대할 뿐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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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페서 점입가경..
한 달 전쯤 한 TV에서 대선 주자들을 검증하는 연속 기획물을 내보낸 적이 있다. 행정학을 전공한 국민대 교수와 사회학을 전공한 연세대 교수가 대선에 뜻을 둔 정치인들 능력과 자질을 점검하는 프로였다. 문재인씨가 나왔을 때 국민대 교수의 질문 공세는 볼 만했다. 그는 문씨에게 "정권 교체, 정치 교체의 시대에 당신은 왜 자신이 청산의 대상이 아니고 주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연세대 교수의 질문은 왠지 이상했다. 검증이라기보다 멍석을 깔아주는 느낌이었다. 그는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고 물었고 "왜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건지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했다. 마지막에는 "많은 국민이 문 대표를 정의로운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의가 꽃피고 강처럼 흐르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하시기 바란다"는 부탁까지 했다. 어제 아침 신문에 실린 한 장의 사진에 눈이 갔다. 그 교수가 문재인 후보 직속 자문 기구인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부위원장 직함을 달고 문 후보 바로 뒤에서 웃고 있었다.

▶옛날에는 '어용 교수'라 불릴까 봐 주변 눈치라도 봤다. 요즘은 그런 거리낌도 없어졌다. 이런 '폴리페서(polifessor)'가 문재인 캠프에만 10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정도면 작은 대학 몇 개를 세울 수 있다. 교수들이 계속 와서 이제 못 받는다고도 한다. 이름 올린 일부 교수들 사이엔 "나 이런 사람이야"라며 은근히 과시하는 분위기까지 있다고 한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경제 교사를 했던 학자가 문재인 캠프 좌장급으로 전업하는 일도 벌어졌다.
▶80년대 정권의 한 실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인재 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많이 버려서 못 쓰게 했으니까요."(한만년 '일업일생') 정치와 권력이라는 게 괜찮은 지식인 하나 망가뜨리는 건 순식간이다. 그렇게 많은 인재가 못 쓰게 됐는데도 여전히 "나 여기 있소" 하며 수많은 교수·학자가 정치권을 향해 달려간다. 이 나라 어디에 마르지 않는 인재의 샘물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폴리페서들에겐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저서가 없다는 것, 제대로 된 제자가 없다는 것. 최순실 사태를 보면 수갑 찬 사람 중에 교수 출신이 많았다. 교수 출신들은 관료들과 달리 법과 관행에 약하고 권력에 지나치게 종속적이어서 훗날의 화(禍)를 남기기 쉽다. 대선의 승자가 가려지면 폴리페서들에게도 논공행상이 따를 것이다. 공공 부문 곳곳에 낙하산이 떨어질 것이다. 이들은 또 무슨 '리스트'로 불리게 될지 궁금하다.
-김태익 논설위원, 조선일보(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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