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과 엘비스 프레슬리와 군대]
[군대 가는 BTS]
[우크라 신병의 철모]
[BTS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시험지 선발과 전쟁 영웅]
[아들은 나라 지키고, 엄마는 아들 지키고]
방탄소년단과 엘비스 프레슬리와 군대

“방탄소년단(BTS)이 ‘army’를 만나러 간다. ‘청춘을 위한 사랑스러운 대표자(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라는 뜻의 팬 군단 ARMY가 아니라 군에 입대하러(enlist in the army) 간다.” 존 버튼 전 파이낸셜 타임스 한국 특파원이 코리아타임스에 기고한 글의 첫 문장이다.
“빨라야(at the earliest) 2025년, 무대 복귀까지 인기를 유지할(retain its popularity) 수 있을까. 존재하기는 할까”. BTS가 한국 문화의 놀라운 급부상(stunning rise) 중심에 서 있기에 나오는 질문이다. 한국경제에 37억달러(약 5조2644억원)에 달하는 간접적 기여를 했다는 통계도 있다.
그래서 일부에선 병역 의무를 완수하라는(fulfill their obligatory military service) 압력은 근시안적인(be short-sighted)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원칙이 실용주의를 제압한다는(trump pragmatism) 주장도 나온다. 반론(counter-argument)도 있다. 휴식기를 선언하지 않았느냐며, 당연히 입대하는(join the military) 것이 마땅하다고 반박한다.
BTS는 특혜를 요구한(ask for favoritism) 적이 없다. 병역법을 기꺼이 준수하겠다는(be willing to adhere to the conscription law)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는 1957년 징집 영장을 받았을(receive a draft notice) 때 전성기를 맞아(be at the height of his career) 폭발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런 명성에도 불구하고(despite his fame) 그는 다른 병사들과 똑같이 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방에 갈 필요 없는 연예 특기 부대로 빼주겠다는 제의도 거절했다.
엘비스는 1958년 입대 후 기갑사단(armored division) 소속으로 독일에 파병됐다. 그는 정규 미군 병사(regular G.I. Joe)를 고집했던 이유를 훗날 이렇게 밝혔다. ‘사람들은 내가 망가지고(mess up), 어떻게든 실수하기를(goof up in one way or another) 바랐다. 그런 그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해 보이기 위해 무슨 일이건 하겠다고(go to any limits to prove otherwise) 마음먹었다.’
엘비스는 1960년 만기 제대한(be honorably discharged) 후 더 큰 인기를 누리게 됐다.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명운을 걸었다는(put his fate on the line) 점에서 모든 세대로부터 호감을 얻었고, 이후 가수뿐 아니라 영화 배우로도 승승장구하게(go from strength to strength) 됐다. BTS는 더 유리한 입장이다. 대륙을 초월하는 열성 팬 기반(fervent fan base)을 갖고 있는 데다 팬들이 끊임없이 소셜 미디어로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다시피 한다.
군 복무 2년간의 성찰과 재충전은 올바른 결정(right decision)이었음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BTS 현상은 1960년대 비틀스 열기에 비견되곤(be compared to the Beatlemania) 한다. BTS 일곱 멤버들은 비틀스가 해체된(split up) 후에도 50년 넘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서 자신감을 얻어야(take heart from the fact) 한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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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는 BTS

세계가 주목하는 ‘군백기(군대+공백기)’가 예고됐다. 방탄소년단(BTS) 일곱 멤버가 맏형 진부터 순차적으로 입대한다고 발표한 것. 막내 정국이 2027년까지 입대를 미룰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BTS의 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는 2025년, 늦어질 경우 2029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00개국 1800만 다국적 ‘아미’를 팬으로 거느린 BTS가 사병 복무를 선언하자 주요 외신도 일제히 속보를 전했다.
▷‘BTS 병역특례법’을 놓고 논쟁하던 국회가 머쓱해졌다. 국위를 선양한 체육인과 예술인에게 주어지는 병역 면제 혜택을 대중문화인에게도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인데 설문조사를 하면 찬성 여론이 약간 높게 나온다. 국위 선양으로 치자면 BTS만 한 인물이 있느냐는 것이다. BTS는 세계 5대 음악 시장에서 앨범 차트 정상을 찍었다. 미국 빌보드 핫100 1위에 6곡을 올린 한국 가수는 BTS가 유일하다. 2020년엔 한국어 노래로 1위를 차지했는데 영어 가사가 아닌 노래가 발매 첫 주 정상에 오른 것은 빌보드 6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BTS의 누적 앨범 판매량은 3000만 장이 넘는다. 포브스는 2019년 BTS의 경제적 생산유발효과를 연간 46억5000만 달러(약 6조6200억 원)로 추산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BTS가 2014년 데뷔한 후 2023년까지 창출할 경제적 효과가 56조 원이라고 했다. 구글 검색량으로 측정한 인지도가 1포인트 올라갈 때마다 외국인 관광객 수와 옷, 화장품, 음식 수출액이 0.18∼0.72%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한마디로 BTS는 총 대신 마이크를 잡는 게 국익에 훨씬 이득이라는 주장이다.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입영 대상이 줄어들고 있어 특례 확대는 무리인 데다 앨범 판매량 등으로 뽑는 대중음악상은 경연대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아미들 사이에선 ‘깔끔하게 다녀오면 장수 아이돌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샤이니의 민호는 해병대 제대 후 주연급 배우로 활약 중이다. 군대에 가려고 미국 영주권을 포기한 2PM 옥택연은 허리 디스크로 군 대체 복무 판정을 받았지만 현역 복무를 자원했고 제대 후에도 잘나가고 있다.
▷BTS는 국내에선 ‘반듯한 아이돌’, 해외에선 ‘소셜 캠페이너(사회운동가)’로 통한다. 방황하는 청춘들이 ‘Love yourself’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전 세계 민주화 시위대가 ‘Not today’를 들으며 ‘우리가 지는 날이 오겠지만 오늘은 아니야’를 합창한다. 가장 성공한 7명의 청년들이 성취에 기대어 특혜를 바라지 않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지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정상급 노랫말과 춤사위 못지않은 선한 영향을 줄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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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신병의 철모

주말 신문 1면에 우크라이나 신병의 뒤통수 사진이 실렸다. 영국에서 훈련받던 중 철모를 썼는데, ‘후회는 없다’ ‘자비도 없다’라고 위아래 두 줄이 쓰여 있었다. 결연하고 비장했다. 후회가 없다는 건 백척간두에 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군인으로서의 각오다. 자비를 베풀지 않겠다는 건 조국 땅을 침범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러시아군을 결단코 용서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사실 ‘철모(鐵帽)’가 정확한 말은 아니다. 총알과 파편이 쏟아지는 전쟁터에서 군인 머리를 보호하려는 헬멧은 원래 쇠로 만들었다. 그래 철모였다. 창칼로 싸웠던 시대에 투구를 썼던 것이나 비슷하다. 약점을 보완하려고 지난 30~40년 사이에 금속보다 훨씬 질기고, 튼튼하고, 가벼운 합성수지가 여럿 개발됐다. 플라스틱, 나일론, 강화섬유를 이용해 방호력이 뛰어난 헬멧을 만들고 있다. 소재를 따지지 말고 그저 방탄모로 부르는 게 낫다.
▶하지만 군용 헬멧의 대명사가 돼버린 ‘철모’의 추억은 한둘이 아니다. 예전엔 철모 안에 애인이나 연예인 사진을 넣어 다녔다. 우리 때는 브룩 실즈, 혜은이 사진이 인기였다. 지휘관들도 알고 있었으나 나무라지 않았다. 행군 중 휴식 시간에 철모를 거꾸로 깔고 앉으면 낚시 의자처럼 제격이었다. 이건 장교들이 보면 혼쭐을 냈다. ‘반합’이란 야외용 식기가 없을 땐 철모에다 물을 끓일 수도 있었다.
▶영국군은 원래 세숫대야라고 낮춰 부르던 ‘브로디 헬멧’을 썼다. 챙이 넓어서 떨어지는 파편을 잘 막아줬다. 프랑스군은 후두부 보호가 뛰어난 ‘아드리안 헬멧’을 사용했다. 미군은 원래 영국제를 카피해 쓰다가 나중에 ‘M1 철모’를 개발했다. 양차 대전 때 독일군 헬멧은 ‘슈탈헬름’이라고 불렀다. 금속 모자라는 뜻인데, 귀까지 덮는 독특한 모양이다. 영화에서 봤듯 나치 독일의 상징물처럼 됐다. 다 구시대 유물이다. 지금은 최첨단 소재와 기능을 갖춘 방탄모가 대부분이다.
▶몇 해 전 철원 화살머리 고지에서는 총알 구멍이 숭숭 뚫린 70년 전 녹슨 철모가 나왔다. 너 나 없이 가슴이 먹먹했을 것이다. 철모는 군기와 전통을 드러내는 표식이다. 한때 한국군은 M1형 ‘겉 헬멧’ 안에 유리섬유(파이버글라스)로 만든 ‘속 헬멧’을 끼워 썼다. 둘이 정확히 들어맞아야 덜그럭거리지 않았다. 똑소리 나게 생활 잘하는 병사를 “일병 하이바(파이버)!”라고 불렀다. “후회도 자비도 없다”는 병사, 그의 두 눈이 이글거리고 있을 것 같다.
-김광일 논설위원, 조선일보(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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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朝鮮칼럼]
北의 잇단 도발과 병력 감소 속 지지부진 이어지는 BTS 논란
엘리트 양성 목적의 병역특례 60~70년대 후진국 유산일 뿐
대중문화인 특례 여부 아니라 병역특례제 폐지 검토할 때
‘율사모’는 강원 최북단 22보병사단에서 복무하는 아들을 둔 부모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다. 사단명이 강릉 출신 대학자 이이(22)의 호를 따서 율곡이고, 율곡부대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였다고 해서 율사모다. 물론 이 사단을 율곡부대로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십만양병설’의 율곡보다는 ‘별들의 무덤’으로 더 유명한 탓이다.
최근만 해도 노크 귀순, 오리발 귀순, 새해 월북 사건까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드높은 악명에 아들이 22사단으로 배치를 받으면 사색이 된 부모들은 앞다퉈 율사모에 가입한다. 최전방 정보를 비롯해 이심전심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 ‘선배 부모’들 모여 있는 이곳뿐이어서다.
‘복무 기간도 짧고 카톡도 하는 요즘 군대가 군대냐’고 혀를 차지만, 적어도 22사단은 예외다. 우리 군에서 유일하게 산악과 해안을 동시 경계하는 부대로 동해안과 휴전선이 만나는 내륙 28㎞, 해안 69㎞ 등 여느 1개 사단이 책임지는 구역의 4배에 달하는 전선을 지킨다. 철책만 지키는 것도 아니다. 봄 가을로 버섯과 산삼을 캐러 민간통제구역까지 들어가는 일반인 수색에 투입되는 일도 부지기수. 다른 전방과 달리 예비 여단이 없어 몇 달씩 휴가 못 가는 병사들이 태반이고, 전역 당일 새벽까지 작전을 뛰고 나오는 일도 예사다.
병력 부족은 비단 22사단만의 문제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으로 병력 감축이 본격화하면서 2017년 이후 올해까지 11만8000명 규모의 병력이 줄었다. 대비책으로 CCTV, 열상 감시장비(TOD), 광망 철책 등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도입했다지만, 지난 월북사건에서 보듯 혹한의 날씨에선 무용지물 되기 십상이다. AI를 기반으로 한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를 구축한다지만 걸음마 단계다. 연이은 북의 도발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최전방에서 ‘물 샐 틈 없는 철통경계’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유감스럽게도 BTS 병역 특례 논란은 이런 상황에서 지지부진 이어지고 있다. 병력도 부족한데 왜 특혜를 주느냐 시비하는 게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특례’의 필요성, 그리고 그 단어가 주는 열패감에 있다.
병역특례제도(보충역 대체복무제)는 과학 예술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인적 자본이 부족하던 1970년대, 국위를 선양할 엘리트 양성을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는 특례자를 뽑아도 20대 남성 인력이 사오십만에 달할 때라 병력 자원이 남아돌았다. 지금은 다르다. 대한민국은 10대 경제 강국이 됐고, 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예술체육요원 등의 특례를 두지 않아도 우수 인력들이 각 분야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저출산 등으로 현역 가용 인력은 20만명대로 떨어졌고, 10만명대 진입도 코앞이다. 국방연구원 안석기 박사의 말대로 “지금은 BTS에게 특례를 줄지 여부가 아니라 특례 제도 폐지 여부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BTS가 일군 성취는 눈부시다. 하지만 그 보상이 꼭 병역 면제여야 할 이유는 없다. 그들은 이미 부(富)와 명예 등 차고 넘치는 보상을 받아왔다. BTS의 공백이 국익에 치명적인 것도 아니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4대 의무 중 국방의 의무는 가장 무겁고 신성하다. 분단 국가에 태어난 이유로 자신의 몸과 자유를 나라에 헌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례가 존재하면 병역의 의무는 징벌의 의미로 읽히고, 삶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희생하고도 ‘군바리’라는 멸칭을 듣는 청년들은 모멸감에 빠진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나라에서 병역이 형벌로 여겨질 때 강군(强軍)이 탄생할 수 있을까.
율사모에는 22사단에서 복무한 뒤 자신의 아들도 “꼬드겨” 같은 사단, 같은 병과에 지원 복무시킨 아버지가 있다. 멘붕에 빠진 신병 부모들을 가장 열심히 다독여주는 그는, 조국의 최전선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 ‘대한민국 1%의 사나이’가 된 것이 얼마나 뿌듯한 것인지 유머와 넉살을 버무려 설명한다. 국방부가 할 일을 일개 예비역이 해주는 셈이다.
지난 주말, 엑스포 유치를 위한 BTS의 부산 공연은 감동적이었다. 역시 7명 완전체로 있을 때 그들은 아름다웠다. 입대로 인해 맏형 진이 빠질 무대는 상상하기 싫었다. 그러나 훈련소 연병장에서 뒹굴고, 군사열차에서 눈물의 도시락을 먹고, 전선에서 밤을 지새운 뒤 돌아올 청년들은 과연 어떤 음악을 선보일지도 궁금해졌다. 마이너리티를 향한 위로와 연대를 넘어 세계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지 않을지. 그들의 피날레곡 ‘Yet to come’처럼, BTS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조선일보(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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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 선발과 전쟁 영웅
[조용헌 살롱]
엘리트를 충원하는 방식은 2가지이다. 종이 시험지로 시험을 봐서 선발하는 방식이 있고 피 튀기는 전쟁을 치르면서 지도자로 올라서는 방식이다. 로마의 카이사르는 전쟁을 통해서 국가 지도자로 등극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물론 귀족 신분은 세습되지만, 세습 가지고 다 되는 것은 아니고, 직접 전쟁에 나가서 승리를 쟁취하였을 때 국가 지도자로 인정받는다.
일본도 칼부림으로 인재를 충원하였다. 사무라이가 지배 엘리트였다. 일본에는 종이로 시험을 보는 과거제도가 없었다. 무사, 승려, 의사 계급 다음 서열이 사(士) 계급이었던 것이다. 사(士)는 무사의 가정교사를 하거나 서기(書記) 정도의 일을 하는 신분이었다. 일본은 과거제도가 없었다는 것이 한국이나 중국과는 다른 사회적인 특징이었다. 사회의 결이 달랐던 것이다. 중국과 한국의 공통점은 바로 과거제도였고, 이는 유교 성리학이 국가 지배 이데올로기의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OECD가 지적한 한국의 특징이 ‘황금 티켓 신드롬’이다. 명문대 졸업장과 고시 합격 그리고 공무원 시험이 황금 티켓에 해당한다. 종이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사회 시스템이다. 고려 광종대부터 시작된 과거제도와 조선 시대 문과 급제자가 누렸던 출세의 전통이 21세기 황금 티켓으로까지 이어졌다.
종이 시험으로 신분이 결정되는 황금 티켓 사회의 최대 약점은 전쟁 상황이다. 만약 푸틴이 핵 버튼을 누른다면 유럽은 타격이 클 것이고, 그 파급 효과는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까지 미칠 것이다.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안 난다고 누가 보장한단 말인가? 대만에서 전쟁이 나면 한반도는 어떻게 되는가. 핵 버튼을 눌러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대된다면 유럽 문명은 쇠퇴하고 한국, 일본, 중국, 인도가 주도권을 잡는다는 예언이 황백전환론(黃白轉換論)이다. 80년대 초반 계룡산파의 장문인이었던 봉우 권태훈 선생이 주장하던 예언이었다.
난세를 닥치니 이순신 장군이 생각난다. 문과 급제자로서 한 급 아래였던 무과의 이순신 밑으로 들어갔던 인물 반곡(盤谷) 정경달(丁景達,1542-1602) 선생도 생각난다. 환상적인 문무(文武) 콤비였다. 선조 면전에 대놓고 ‘이순신을 죽이면 전쟁에 진다’고 직언하였다. 문과 출신이었던 전라도의 현감, 군수들이 무과 출신인 이순신의 통제를 받지 않으려고 하자 정경달이 중재를 하여 이순신의 지휘를 받게 하였다. 전라도의 둔전(屯田)을 작동시켜 이순신에게 군량미를 댔다. 동인, 서인을 생각하고 무과에 주목이 된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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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대 국가직 공무원 퇴직률 가파르게 올라. 민간 부문처럼 정부 活力도 떨어진다는 불길한 징조!
-팔면봉, 조선일보(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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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나라 지키고, 엄마는 아들 지키고
[봉달호의 오늘도, 편의점]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이야기는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그중 제일은 군대에서 축구 시합 했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지루한 시간이 있었으니 중년 여성이 군대에 보낸 아들 이야기할 때.

막걸리 집에서 만나기로 한 윤희 누나는 앉자마자 둘째 아들 군대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첫째 군대에 보낼 때는 한창 코로나 시국이라 신병 훈련소 입소식도 취소됐는데 둘째는 그걸 했단다. 빡빡머리를 한 채 연병장에 차렷 자세로 서 있는 아들을 보고 펑펑 운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남편이었다나. “우리 남편은 눈물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어. 둘째까지 군대에 보내니 뭔가 울컥했는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러더라. 은근 로맨티시스트라니까.”
누나는 주절주절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훈련소에서 아들이 보낸 소포 상자를 받았을 때는 자신도 엉엉 울 수밖에 없었다며 휴대폰에 담긴 사진을 보여줬다. “첫째 때 이미 겪은 일인데도 아들 군대 보내고 이거 받을 때가 제일 북받쳐.” 상자 안에는 개킨 셔츠와 바지, 운동화가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저기요, 어머님. 저도 30년쯤 전에 그것을 집에 보내본 사람이랍니다. 우리 때는 밋밋한 누런 상자였는데 요즘 소포 상자는 육해공군 캐릭터가 경례하는 모습이 귀엽게 그려져 있군요. 많이 좋아졌네요, 뭐.
첫째는 강원도 고성, 둘째는 양구에 있단다. 아들 둘이 동시에 나라를 지킨다. 둘째가 이번에 최전방 GOP 부대에 배치됐다. “GOP 생활, 힘들지 않을까?” ‘어머님, 저는 전투경찰이었답니다’라는 말을 숨긴 채 “힘들지 않은 군대가 어딨나요” 하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누나는 전방 철책 부대 생활에 대해 또 한참 말했다. 혹한기가 어떻고 유격 훈련이 어떻고, 위수 지역이 어떻고 동부 전선이 어떻고…. 다 알고 있는 걸, 왜 물었던가. 막걸리 몇 잔 들이켜며 그 모든 수다와 푸념을 지겹게 들었다. 이젠 그만했으면 하는 바람에 다른 화제를 꺼내면, 이야기는 돌고 돌아 ‘아들 군대’로 돌아왔다.
발그레한 얼굴로 술잔을 탁탁 두드리며 누나는 말했다. 산악과 해안 경계를 모두 담당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경계하는 범위가 가장 넓다는 큰아들 부대를 걱정했다가, 백두산에 태극기를 꽂으라고 이승만 대통령이 이름 지어준 작은아들 부대의 전통에 대해 자랑했다가 종횡무진했다. 저런 정보는 다 어디서 얻는 걸까. 전방 부대 대대장 정도 시켜줘도 충분히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다. 양구가 한반도 정중앙에 있어 ‘배꼽’이라 한다는 사실도 누나에게 처음 들었다. 그래서 백두산 부대 장병들을 응원하는 모임 이름이 ‘배꼽 봉사단’이라나. 거기서 양구 특산물인 시래기와 오미자청 등을 샀다며, 사실 예전엔 양구가 어디 붙었는지도 몰랐는데 이젠 고향처럼 정겹고 반갑다고 말한다. 며칠 전엔 생전 처음으로 국군의 날 행사를 TV로 ‘본방 사수’ 했단다. 군인들이 행진하는 모습만 봐도 가슴이 뭉클하더라, 그걸 끝까지 지켜보는 나 자신이 신기했다고 말하며 누나는 깔깔 웃었다. 뭔가 집요하고 훌륭하다, 이 누나.
잠시 화장실에 갔다 왔더니 이번엔 휴대폰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 봐요? “우리 아들 오늘 저녁엔 뭘 먹었나 하고….” ‘더캠프’라는 애플리케이션 화면엔 밥, 소고기 해장국, 땅콩 조림, 닭 순살 야채 조림, 배추김치… 백두산 부대 박모 일병께서 오늘 저녁 드셨다는 메뉴가 상세히 소개되어 있었다. 요즘 군대는 이런 것까지 어머니들에게 알려주는구나. 심지어 열량 756.82Kcal까지 알려주는군. “우리 아들, 땅콩 별로 안 좋아하는데” 하면서 윤희 누나는 해물 파전 안주를 오물거렸다. 휴대폰 화면에는 둘째 아들 군 생활이 앞으로 467일 남았다고 알려줬고, 첫째는 104일 남았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참 애틋하다, 이 누나. 이쯤에선 나도 장단을 맞춰줘야겠다 싶어 “내가 아는 다른 누나는 카톡 프로필 사진이 아예 아들이 군복 입고 있는 사진이던데?” 했더니 윤희 누나가 당연하다는 듯 시큰둥 말했다. “나도 그래.” 어절씨구.
뒹구는 막걸리 병을 뒤로 하고 술집을 나섰다. 시월의 밤공기는 제법 쌀쌀했다. “에휴, 우리 아들 오늘 야간 경계 근무는 잘 서고 있는지….” 2호선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는 도중에도 누나는 계속 아들 이야기, 정확히 말하자면 ‘군대에 간 아들 이야기’뿐이었다. 이러다 주먹 흔들고 목청 높이며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군가라도 부르지 않을까 싶었다. 왕년에 이 누나가 대학 합창단 리더였는데 말이지.
그렇게 엄마가 되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엄마가 되었다. 딸이었으면 했는데 아들이 나왔다고 뾰로통하더니, 그 아들이 벌써 자라 목소리 굵어지고 까끌한 수염이 돋고, 번쩍이는 전투화 신고 집으로 달려와 “충성! 휴가를 명받았습니다”를 외친다. 두툼한 전공 서적 껴안고 강의실로 종종걸음 치던 내 마음속 첫사랑 누나도, 최루탄 뒹구는 도로를 질주하던 왕년의 투사 누나도, 그렇게 다 ‘군인의 엄마’가 되었다. 대학로 거리는 불금을 맞이한 아들 또래 청춘들의 웃음으로 넘쳐나고 있었고, 윤희 누나의 마음은 저 멀리 고성으로 양구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 시각 철원, 포천, 동두천, 의정부, 혹은 논산, 대구, 광주, 진해, 부산, 춘천으로, 저 멀리 해안 초소, 공군 레이더 기지, 초계함 갑판 위, 군복 입은 청년이 있는 대한민국 어디든 엄마의 마음은 달려가고 있었을 것이다. 아들은 나라를 지키고, 엄마는 애틋한 마음으로 아들을 지킨다.
-봉달호 '힘들 땐 참치 마요' 저자, 조선일보(2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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