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北核 위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의 대통령들은 다 실패했다]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반입이 중요한 이유]
[북·러 동시 핵위협과 너무 다른 美 대응]
[“한미일, 북핵 억제 시스템 강화하고 선제공격 포함한 대응책 마련해야… 전술핵 한국 재배치는 논쟁적 사안… 美, 北탐지 어려운 핵잠수함 선호”]
최악의 北核 위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강천석 칼럼]
北 핵무기 휴전선 넘는 5~10분 안 한국 대응할 수 있나
박정희 대통령이 ‘1968년 위기’ 어떻게 넘었나 돌아봐야
한 보름 김정은이 핵폭탄과 미사일을 건드리지 않고 있다. 오랜만의 ‘핵(核) 휴가’도 김정은이 7차 핵실험 카드를 꺼내는 찰나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북한이 손에 쥔 ‘전술핵무기’는 탄생부터가 실전(實戰)에 써먹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다. 눈치 챘든 못 챘든 우리 생각과 행동이 북한 핵무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상대의 선제공격을 예방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했다.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 특사에게 ‘내 자식들을 핵무기 위협 아래 살게 하고 싶지 않다’ 했다. 이 메시지가 한국 대통령 특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도록 해 미·북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시리즈를 이어갔다. 얼마 안 가 진실이 드러나고 한국은 거짓말 책임을 둘러썼다.
김정은은 올해 9월 ‘핵무력 정책법’을 발표하고 가면을 벗었다. 핵무력 정책법은 핵 선제(先制)공격의 이유로 북한 지도부에 대한 공격, 유사시 전쟁 주도권 장악 필요 등 5가지 상황을 열거했다. 미국 핵과학자협회(BAS)는 지난 9월 북한이 핵탄두 완제품 20~30개를 보유했으리라고 추정했다.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 등 후발(後發) 핵보유국이 십 단위에서 핵 보유를 멈춘 전례(前例)가 없다. 소규모로 핵을 보유하는 것은 유사시 상대의 대규모 핵공격을 불러와 더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격 미사일이 많을수록 상대의 미사일 방어망(MD)도 쉽게 뚫을 수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북 핵무기는 늘어나고 있다.
1957년 소련이 ICBM을 개발하자 미국은 국가 비상(非常)이 걸렸다. 소련 발사 미사일이 미국에 닿는 데 걸리는 30분 안에 방어와 반격에 필요한 판단과 행동을 완료해야 했기 때문이다. 1000명이 넘는 민간과 군 과학자들이 총동원됐다. 북한 미사일이 휴전선을 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길어야 10분, 짧으면 5분도 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이 찰나 같은 순간에 국방장관·군(軍) 수뇌와 판단을 끝낼 수 있을까. 한국군 3축(軸)체제는 북한 핵무기를 막아낼 수 있을까.
한국 핵 방어 전략은 미국이 워싱턴과 뉴욕이 북한의 과녁이 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서울을 지켜주도록 하는 ‘확장억지전략’이다. 확장억지전략은 냉전(冷戰)이 한창이던 시절 소련 공격으로부터 ‘함부르크와 뮌헨을 지키기 위해 시카고와 뉴욕을 걸 수도 있다’던 미국과 서독 간 언약(言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련이 미국과 동반(同伴) 자살하는 사태를 두려워하며 합의가 지켜지리라는 쪽으로 기울었기에 일정 효과를 거뒀다. 북한이 최근 반복해서 미국을 과녁 삼은 ICBM과 한국을 겨냥한 단거리미사일 섞어 쏘기를 하는 것은 한·미 간 틈새를 벌리려는 수법이다.
북한 재래식 무기는 형편없이 낡았다. 재래식 전력(戰力)이 떨어질수록 긴급 상황이 닥치면 핵무기 쪽으로 손을 뻗게 된다. 핵 시대가 막 열린 1950~1960년대 초반 핵 위기가 자주 벌어졌다.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핵무기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는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핵 시위(示威)·핵 공갈은 그래서 더 위험하다.
최악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1968년을 돌아봐야 한다. 1월 21일 북한 무장 게릴라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했다. 이틀 후 23일엔 미국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원산 앞바다에서 북한군에 나포됐다. 미국은 사건 발생 즉시 베트남으로 향하던 핵 항공모함 진로를 변경해 현장으로 향하게 하고 닷새 후 두 척의 항공모함 전단을 증파(增派)했다. 그러나 미국 압박은 먹히지 않았다. 김일성이 미국이 미군 53만 명을 파병한 월남에서 몰리는 처지에 한국에 새 전선(戰線)을 열 수 없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며칠 후인 1월 31일 북(北)베트남군과 베트콩은 8만 병력으로 남(南)베트남 100개 도시를 공격했다. 3월 초 베트남 주둔 미군 사령관은 본국에 20만6000명을 증파(增派)해 달라고 긴급 전문(電文)을 보냈다. 미국에는 더 보낼 무장한 사단(師團)도 없었다.
김일성이 멀리 베트남 전세(戰勢)를 엿봤듯 김정은은 대만 방위를 둘러싼 미·중 대결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대만 위기가 발생하면 일본 주둔 미군은 물론이고 주한 미군도 그 소용돌이에 빨려들게 돼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4월 30일 야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 향토예비군을 창설했다. 미국이 북한에 굽히고 들어가 푸에블로호 송환을 위해 교섭을 벌이는 것을 강력 항의해 특별군사원조를 받아내 군사력을 보강하는 응급조치를 취했다. 그렇게 위기의 1968년은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다. 54년 전 일이다. 지금 한국의 비상 대책은 무엇인가.
-강천석 고문, 조선일보(2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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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의 대통령들은 다 실패했다
[송평인 칼럼]
민주화 이후 한국사의 최대 과제… 북한 핵개발 막는 것이었으나 실패
NPT 넘어서는, 국가 민간 아우르는, 비밀작업 포함한 생존프로젝트 필요

역사의 상공에 올라보자. 자잘한 물결은 사라지고 큰 줄기만 보일 정도로 높이 올라보자. 이승만 대통령은 유라시아 대륙이 공산주의로 다 붉게 물들어갈 때 대륙의 오른쪽 끝단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에서 산업화에 성공함으로써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이겼다. 민주화 이후의 대통령들은 뭘 했던가.
1993년 북한의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는 김영삼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에 일어났다. 북한이 그동안 숨어서 해오던 핵 개발을 노골적으로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한국과 일본을 넘어 미국 본토에 가 닿을 수 있는 핵탄두와 그 운반체의 개발에 성공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 6명의 대통령은 모두 북한의 위협 앞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헌법적 책무를 다 하는 데 실패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가 영변 원자로에 대한 폭격을 계획했을 때 그에 반대함으로써 북핵에 대한 가장 중요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그 자신 나중에 북폭(北爆)에 반대한 사실을 후회하는 회고를 지나가듯 한 바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 정책으로 소련 공산권 붕괴 이후 경제적 곤궁에 처한 북한 세습정권을 살려냈다. 그 과정에서 퍼준 돈은 북한이 핵 개발을 지속하는 데 쓰였다. 지금 돌아보면 당치도 않는 노벨평화상을 그가 받은 대가로 국민이 얻게 된 것은 북한의 핵 위협이다.
북한은 김대중 집권기를 통해 곤궁에서 벗어난 뒤 노무현 집권 후반기인 2006년 제1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을 제어해 주리라는 헛된 기대에 매달려 9년 세월을 허비했다. 김정은이 핵무기 포기 의사가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동분서주한 문재인 대통령은 비단 북한이 보기에만 앙천대소(仰天大笑)하는 삶은 소대가리였을까.
한반도가 처한 위기는 옛 서독이 동독에 배치된 소련의 SS-20 미사일에 대응해 미국의 퍼싱-2 미사일을 배치하던 때의 위기와도 다르다. 우리는 당시 독일이나 지금의 유럽과 달리 유엔 안보리와 NPT 체제에서 특혜를 누리는 핵보유국인 옛 소련이나 러시아가 아니라 NPT에서 탈퇴한 북한에 발사버튼이 있는 핵 위협에 노출돼 있다.
NPT 체제 밖에서 이스라엘은 중동 이슬람 국가들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필사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적대국가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한쪽이 핵무기를 개발하자 다른 한쪽도 개발함으로써 상호 균형을 이뤘다. 한국만 북한의 핵위협 앞에서 존립을 미국에 맡겨 놓고 있다.
시간을 되돌려 1994년으로 돌아간다면 북한 영변 원자로를 폭격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폭격이 무위(無爲)로 돌아간 후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대화나 제재였으나 통하지 않았다. 대화는 사기였고 제재는 뒷문이 열려 있었다. 이제 와서 몰랐다는 듯이 말하면 안 된다.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따라서 북한이 언젠가는 핵무기를 보유할 때를 상정한 대비책을 준비했어야 한다.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민주화 이후 모든 문민(文民) 정부의 어리석음이다.
북한 핵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지만 시간문제일 뿐이다. 한국과 미국의 이해를 분리시키는 진짜 핵무력 완성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와 NPT 체제가 우리를 지켜줄 수 없다면 이제라도 스스로 국가와 민간을 아우르는, 또 공개와 비밀을 아우르는 생존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생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미국은 비상상황으로 양해할 수밖에 없고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막지 못한 걸 후회할 것이다. 생존 프로젝트의 추진 자체가 미국과 중국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임무가 무엇인지 기억하기 위해 집무실에 서울 지도를 걸어두고 집무실이 있는 용산구에 핵폭탄이 떨어졌을 때의 모습을 매일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용산구를 비롯해 인접 몇 개 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서울 전체가 방사능 낙진의 피해를 입는다. 대통령이라면, 설마 쏘겠냐는 폭탄 돌리기나 하지 말고 이 공포 자체를 끝내기 위해 부심(腐心)해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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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반입이 중요한 이유
[朝鮮칼럼]
히로시마 원폭의 5000~6000배.. 전략핵무기는 실제 쓰긴 어려워
핵보유국이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는 소형 전술핵
美 전술핵 다시 들여오면 북핵 억지력 될 수 있어
저명한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강대국들이 보유한 핵무기의 엄청난 파괴력이 그들 사이의 전쟁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세계 평화 유지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했다. 승자와 패자의 구별도 없고 전방과 후방의 구분도 없이 모두 함께 멸망하게 될 핵전쟁의 공포가 역설적으로 평화를 지켰다는 얘기다. 그건 사실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히로시마 원폭보다 훨씬 큰 핵탄두를 무려 5000개씩이나 보유하고 있지만 그건 전면 핵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한 사용이 불가능한 창고 속의 무기일 뿐이다. 어느 쪽이건 선제 핵 공격을 하면 즉각 보복 공격을 받아 공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은 475kt 수소탄두 8개가 장착된 다탄두 트라이던트II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핵잠수함 1척에 이런 미사일이 24기가 탑재되는데, 전체 폭발력 합계가 히로시마 원폭의 5500배나 된다. 러시아 핵무기는 더 엄청나다. 벨고로드급 핵잠수함에 탑재된 초대형 핵어뢰 포세이돈은 탄두가 최대 100Mt이라는데, 이는 히로시마 원폭의 6200배에 해당한다. 해상에서 500미터 높이의 방사능 쓰나미를 일으켜 반경 1500km 이내의 모든 생명체를 초토화한다 해서 ‘지구 최후의 날(Doomsday)’ 핵무기라 불린다. 벨고로드급 핵잠수함에는 이런 핵어뢰가 6기나 탑재된다. 그러나 두 나라가 보유한 이런 가공할 전략핵무기들은 동반 자살을 각오하지 않는 한 아무도 먼저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전술핵무기다. 전략핵무기는 도시 단위 면적을 초토화하나, 전술핵무기는 히로시마 원폭보다 훨씬 작은 1kt 내외로서 전투 현장에서 반경 0.5~1km 정도를 초토화하는 용도이며, 방사능 확산도 제한적이다. 이는 미국이 냉전 시대에 소련 진영의 압도적 탱크 전력을 저지할 목적으로 개발해 서유럽과 한국에 배치했었고, 현재는 대부분 폐기되었다. 핵무기를 크게 만들기는 쉬워도 작게 만드는 건 고난도 기술이어서 현재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만 전술핵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패퇴하기 시작한 러시아가 궁여지책으로 핵 사용을 위협함에 따라 국제사회에 핵전쟁 공포가 급부상하고 있다. 물론 러시아가 핵무기를 쓰더라도 전략핵이 아닌 전술핵에 국한되겠지만, 미국과 나토(NATO) 진영의 강력한 응징을 각오해야 할 상황이어서 선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유럽연합(EU) 외교장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핵 공격이든 발생하면 러시아군은 군사적으로 전멸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고, 미국과 나토도 “심각한 후과”를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가 핵 사용을 강행할 경우, 나토의 강력한 재래식 무력 응징을 초래하게 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2017년 제6차 핵실험에서 핵무기 소형화와 수소탄 실험에 성공한 북한은 향후 제7차 핵실험을 통해 전술핵무기급 초소형 수소탄 실험을 실시할 전망이다. 북한이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에 이어 전술핵무기 제조에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나, 만일 그것이 현실화한다면 한국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북한의 전략핵무기는 자멸을 각오하지 않는 한 사용할 수 없는 쇼윈도 속의 무기일지 모르나, 전술핵무기는 경우에 따라 실제 사용될 수도 있는 직접적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술핵을 사용하고도 국제사회의 강력한 응징을 받지 않는다면 북한은 전술핵 활용의 유혹을 강하게 느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전술핵 개발 움직임과 9월 ‘핵 선제 사용 법제화’ 발표에 자극받은 한국 정부는 미국 전술핵 재반입과 전략자산의 한국 상주에 관심을 기울이는 듯하나, 미국이 쉽사리 응할 것 같지는 않다. 한국 내 미군 기지는 대부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과 장사정포 위협에 노출되어 있어 예민한 전략자산의 상주에 부적합하고, 전술핵무기 재반입은 다소 심리적 위안은 될지언정 100개 내외의 강력한 북한 전략핵무기에 대한 억지력이 될 수는 없다. 또한 유사시 미국 핵무기를 동맹국 전폭기가 대신 적국에 투발한다는 ‘핵공유’ 개념도 핵미사일 활용이 보편화된 현 시대의 전략 환경과는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 핵보유국들이 실제 사용 가능한 핵무기는 현실적으로 소형 전술핵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 전술핵 재반입은 북한의 전술핵 사용 의지를 차단하는 중요한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대사, 조선일보(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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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동시 핵위협과 너무 다른 美 대응
[특파원칼럼]
선제 전술핵 공격도 ‘관심 끌기’ 치부
핵우산 신뢰 높일 대책 나와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 위협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모방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우선 북한이 지난달 발표한 핵무력정책 법령은 러시아의 ‘핵 독트린’의 4대 핵무기 사용 조건이 그대로 담겼다. 다만 북한의 핵 독트린에는 국가지도부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됐을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특히 북한의 핵 독트린에는 한반도 유사시 전쟁의 주도권 장악을 위해서도 핵 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는 근거가 담겨 러시아보다 핵무기 사용 문턱이 낮다.
지도자가 직접 핵 위협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지만 김 위원장이 훨씬 노골적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을 강제 병합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든 수단을 통해 방어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위협한 반면, 김 위원장은 전술핵 운용 부대를 현장지도하고 노골적으로 한국을 향한 전술핵 선제공격을 협박하고 있다. 적어도 핵 위협의 강도와 내용 면에선 북한의 위협을 러시아보다 낮춰 보기 어려운 셈이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은 천지차이다. 러시아의 핵 위협에 바이든 대통령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핵 아마겟돈의 위험에 직면했다”고 우려하며 앞장서서 경보를 울리고 있다. 반면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도자(김 위원장)의 관점에서 보면 무시당하기 싫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핵 위협을 ‘관심 끌기’로 규정했다.
물론 세계 최대 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와 북한의 핵전력 격차와 실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한반도의 상황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보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확연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 차이가 꼭 이 때문만일까. 워싱턴 싱크탱크 관계자는 “중국 대응에 사활을 건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의 현상 변경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 사실상 ‘전략적 무시(strategic neglect)’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대만에 이어 한반도를 또 다른 전선을 만들지 않기 위해 북한의 위협을 최대한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높아진 북핵 위협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응은 핵 억지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에서 제기된 전술핵 재배치와 전략자산 상시 배치 요구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추가 대북 경제 제재와 한미·한미일 연합훈련을 내세우며 “미국의 확장 억지 약속은 철통같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미국과 중, 러 갈등 속에 유엔 신규 대북제재가 몇 달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북한이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요구한 5건의 경제제재는 이미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북한 도발에 대한 군사적 대응 역시 전략폭격기를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까지 보내 북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2017년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핵 위협에 국민적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다음 달 바이든 대통령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억지력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동아일보(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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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북핵 억제 시스템 강화하고 선제공격 포함한 대응책 마련해야…
전술핵 한국 재배치는 논쟁적 사안… 美, 北탐지 어려운 핵잠수함 선호”
[김진명이 만난 사람]
클린턴·오바마 행정부에서 한반도 정책 담당한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조정관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군축·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미 브랜다이스대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미국이 확장억제(핵우산)를 제공할 것이라고 한국에 재확인해 줄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핵실험 후 유엔 안보리 제재가 실패할 경우, 다자적 국제 제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美 CSIS 홈페이지
지난 4일 북한은 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중국 공산당이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진행하는 18일 밤에도 동해와 서해상에서 250발의 포격 도발에 나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곧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7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1990년대부터 30년 넘게 한반도 전문가로 활동하며 북한 문제에 관여해 온 게리 세이모어(69) 하버드대 벨퍼 과학국제문제연구소장은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추가로 유엔 안보리 제재가 이뤄지지 않게 막아주겠다고 약속했을 것”이라며 북·중 관계가 더 밀착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 후, 유엔 안보리 제재가 실패할 경우 미국과 일본, 호주, 다른 유럽의 국가들과 함께 유엔 제제 외의 다자(多者)적 국제 제재를 하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대해서는 “한미 동맹에 잠재적 악영향이 있을 수 있고, ‘규범을 준수하는 국가’라는 한국 이미지에도 손상이 갈 것”이라며 어떤 것이 한국에 나을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량살상무기(WMD) 차르’로 불렸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20일(현지 시각) 화상 인터뷰했다.
한반도, 전쟁 위험성 높지 않아
-북한의 위협은 커지는데, 현재의 안보 태세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한국인이 많다. 그래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또는 자체 핵무장 주장이 나온다.
“핵 억지, 또는 한반도에서의 전반적 억지는 매우 강하다고 생각한다. 전투기나 전함, 탱크 등 재래식 전력만 봐도 북한은 매우 불리한 입장이다. 김정은이 자신과 가족, 북한 대부분을 파멸로 몰아넣지 않고 전쟁을 시작하거나 핵무기를 사용할 이유나 방법이 없다. 그가 단거리 전술핵무기를 포함한 핵무기를 개발한 것은 북한의 취약점을 보완해서 한국의 공격을 억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본다. 그런데 김정은이 뭐라고 생각하든 미국과 한국은 북한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없다. 그래서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성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미국의 (방위) 공약은 믿을 만하며 확장억제(핵우산)를 제공할 것이라고 미국이 한국에 재확인해 줄 필요는 있다고 본다.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시작했고 연합 훈련 강화, 폭격기 같은 전략 자산의 전개 등을 포함해 확장억제를 강화할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제재 완화 대가로 北비핵화 목표 이뤄야
-장기적으로 김정은이 핵무기를 동원해 한국을 적화통일하려고 생각할 가능성은 없나.
“김정은의 할아버지(김일성)가 1980년대 핵무기 프로그램을 시작할 당시에는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선진적인 무기를 생산하고 공세적 작전을 펼칠 수 있는 북한의 역량은 경제와 함께 아주 나빠졌다. 그동안 한국은 최신 무기를 구매하고 개발해서 외국에 수출도 할 수 있을 만큼 부유하고 선진적인 경제 대국이 됐다. 가까운 미래에 북한이 한국의 군사적 우위에 균형을 맞출 수 있을 위험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2009년 11월 미국 백악관 회의에 함께한 버락 오바마(왼쪽) 당시 대통령과 게리 세이모어(오른쪽)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 /백악관
김정은이 한국에 군사력을 사용하려고 한다면 아주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다. 한국에는 2만8000명의 미군이 있다.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은 초기부터 자동 개입하게 된다. 대만의 경우와는 다르다. 미국은 대만에 대해 안보 공약을 한 적이 없고 (주둔하는) 미군 병력도 없다. 김정은이 당분간 핵전력을 포기할 가능성이 작다는 것에 동의한다. 당분간 미국과 한국, 일본이 핵 무장한 북한을 맞아 더 강력한 미사일 방어나 선제공격 옵션 같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보유를 받아들이고 군축 논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비핵화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적으로 용인하거나 승인하면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금지조약(NPT)상 비핵(非核) 국가 지위를 다시 고려하게 될 것이다. 다만 가시적인 미래에 그런 일(북한의 비핵화)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은 인식해야 한다. 김정은은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재개 제안과 윤석열 대통령의 남북 대화 재개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하지만 제재 완화 등의 대가로 이런 잠정적 조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장기적 목표인 비핵화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북한은 여전히 제재 완화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무역을 통해 외화를 버는 것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전술핵 韓 재배치, 反美 시위 야기 우려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미국의 정확한 입장은 무엇인가.
“워싱턴 사람들(바이든 행정부와 전문가들을 의미)이 하는 얘기를 전달하자면,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데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순전히 군사적인 것이다. 한국에 전술핵무기 저장 시설을 둔다면 북한의 공격에 상당히 취약할 수 있다. 미군은 북한이 공격할 수 없는 핵 운송 수단을 더 선호한다. 예를 들면 핵 추진 잠수함에 핵탄두를 탑재한 크루즈 미사일 형태로 둔다면 북한이 이를 탐지하거나 공격할 방법이 없다. 두 번째는 한국 정치다. 현재는 진보나 보수나 한미 동맹을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워싱턴 사람들 일부는 전술핵 재배치가 한국 정치에서 대규모 시위나 한미 동맹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하는 매우 논쟁적인 주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세 번째는 미국 내 군축 전문가들이 핵무기가 세계의 더 많은 곳에 흩어지는 것에 저항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 정부 간 논의에서 미국 측이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해 들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국민과 한국 정부가 핵무기를 만들기로 결정한다면 기술적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순전히 정치적인 것이다.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본이나 호주,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도 매우 비슷한 입장에 있다. 만약 미래에 미국의 (안보) 보장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위협이 점점 더 커진다면 한국이 NPT 체제를 탈퇴해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강한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한미) 동맹이 위협을 관리하기에 충분할 만큼 계속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게 유지된다면 NPT 탈퇴의 잠재적인 부정적 효과를 판단해 봐야 할 것이다. (한미) 동맹에 잠재적 악영향이 있을 수 있고, ‘규범을 준수하는 국가’라는 한국 이미지에도 손상이 갈 것이다.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 일본도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다. 한국 스스로 안보적 영향을 계산해 봐야 한다.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한국에 이익인지, 동아시아에 핵보유국이 여럿 있는 상황이 더 나은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9·19 합의 파기 여부 신중히 결정해야
-북한은 사실상 2018년에 맺은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가 이것을 준수해야 하나.
“윤석열 정부가 결정할 일인데, 윤 대통령은 한국이 외교를 재개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외교로 가는 길의 장애물은 윤 대통령이 아니라 김정은이다. 북한은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분명히 합의 정신에 따르지 않고 있다. 다만 합의를 파기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윤 정부가 외교 중단 책임이 평양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줬기 때문에 더 그렇다.”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중·러가 새 대북 제재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적 유엔 제재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중·러가 현행 대북 제재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은 슬픈 진실이다. 미국과 일본, 호주, 다른 유럽의 국가들과 함께 유엔 제재 외의 다자(多者) 국제 제재를 할 수 있다.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는 중·러 기업들에 대한 추가 제재도 검토해야 한다.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7차 핵실험 시 취할 수 있는 옵션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과 한국, 일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은 미사일 방어를 포함한 국방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합 훈련 측면의 조율은 최근 더 좋아졌다. 이런 것이 강화돼야 한다.”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미사일 방어는 한국에 까다로운 주제다.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에 편입돼야 한다고 보나.
“한국이 중국을 적대시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를 결정했을 때 중국이 어떻게 보복했는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동시에 나는 한국이 중국을 향해 ‘중국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하기 좋은 입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북한의 위협에는 중국의 책임도 일부 있다. 한국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방위를 강화하기로 결정한다면 중국이 한국을 비난할 수 있는 입장은 못 된다. 결국 한국이 결정할 일이다.”
☞게리 세이모어
1953년생. 미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졸업 후 하버드대에서 행정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2009~2013년 백악관 군축·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지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2000년에는 대통령 특별보좌관 겸 백악관 비확산·수출 통제 담당 선임국장으로 일했다.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 당시에는 대북협상팀 일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매사추세츠주 브랜다이스대 교수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조선일보(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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