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의 IRA 작심발언]
[美 ‘인플레법’, 韓 원전에 기회다]
[제자리 찾은 원자력 정책]
[에너지 위기 대비 원전용 우라늄 확보 시급하다]
마크롱의 IRA 작심발언

미국 백악관에서 1일 진행된 국빈 만찬 테이블을 장식한 꽃은 ‘피아노 장미’였다. 국빈으로 초청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라는 점에 착안해 선택한 품종이었다. 버터에 구운 랍스터와 캐비아, 마멀레이드를 올린 소고기 스테이크, 수제 치즈 등 메뉴는 셰프들이 6개월 전부터 준비한 것들이다. 프랑스를 상징하거나 양국 인연을 강조하는 청·백·홍의 소품들이 만찬장 곳곳에 등장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 “너무 공격적”이라며 불만을 쏟아낸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백악관의 극진한 대접이 무색할 만큼 직설적이었다. 대면 회담에서 담판을 짓겠다는 의도가 명백한 작심발언이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IRA의 결함을 인정하며 수정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으니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외교적 성과를 거둔 셈이다. 지난해 미국의 오커스(AUKUS) 결성 과정에서 77조 원에 달하는 자국의 디젤 잠수함 수출 프로젝트가 허공에 날아간 것에 격분했던 그로서는 쌓인 앙금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IRA는 한국에 전기차 보조금 문제로 알려져 있지만, 법 전체로 보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부분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 그린수소 생산시설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총 369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찌감치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녹색에너지 기업들을 육성해온 유럽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법이다. 아우디와 폴크스바겐 등을 다 합쳐도 미국 시장 점유율이 5%에 못 미치는 전기차를 넘어서는 문제인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나선 것은 유럽연합(EU)을 대신해 총대를 멘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가뜩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난, 인플레이션 등으로 유럽 전체가 경제 문제에 민감해진 시점이다. IRA로 인해 프랑스에만 100억 유로의 투자 손실이 발생하고 1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고 있으니 유럽 전체로는 말할 것도 없다. EU 내에서는 대미 경제보복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동맹끼리 ‘무역 전쟁’이 날 판이다.
▷프랑스보다도 먼저 IRA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나라가 한국이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대통령실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워싱턴을 방문해 줄기차게 수정을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과 이 이슈를 논의했다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마크롱 대통령이 앞장서는 모양새가 됐지만, 강력한 대미 압박으로 힘을 보태는 유럽의 우군을 얻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IRA 수정 발언이 립서비스로 끝나지 않게 주요국이 단단히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정은 논설위원, 조선일보(2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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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플레법’, 韓 원전에 기회다
올 8월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미국 원전산업에 기회다. 특히 IRA는 원자력발전을 탄소중립 이행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IRA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32년까지 기존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MWh(메가와트시)당 최대 15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신규 원전을 건설할 때는 설비투자액의 30%에 대해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기존 석탄발전소 부지에 원전을 지으면 추가로 10%가 공제된다. IRA를 통해 원전 이용의 지속 및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또 IRA는 원자력 이용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IRA는 청정수소 생산에 대해서도 세액공제를 준다. 그런데 청정수소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특정하지 않았다. 단지 수소 1kg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생애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세액공제 수준을 차등 적용하는 기준만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이 수소 생산에 확대 적용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IRA는 미국 내 원전 공급망 복원도 꾀하고 있다. IRA에는 고순도·저농축 우라늄(HALEU) 공급망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7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HALEU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신형 원자로 핵연료에 사용될 물질로, 신형 원자로 보급을 위해 꼭 필요하다. 미국이 신형 원자로 개발 및 상용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궁극적으로는 러시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자국 원전 가동에 필요한 우라늄 변환 및 농축 서비스의 20%를 러시아에 의존해 왔다.
이처럼 미국의 원자력 이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리에게도 기회와 도전이 주어졌다. 우선 국내 기업의 미국 원전시장 진출 기회는 커졌다. 기존 원전에 대해 세제 혜택이 주어지면서 폐지를 고려했던 수십 기의 원전이 계속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낡은 설비 교체는 필수적이다. 미국은 대형 원전 공급망이 망가져 현재로선 이를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설비 교체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중장기적으로는 SMR와 원자력수소 등 신흥 시장도 열릴 것이다. 국내 기업은 수요 시기를 고려해 미국 진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국내 기업이 미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기존의 양국 간 원자력 협력 체계를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핵연료 공급 자립 기반을 갖춰 나가야 한다. 미국의 HALEU 공급망 구축 완성은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라늄을 100% 수입하는 한국은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기존 원전뿐만 아니라 신형 원자로 가동과 수출을 위해서라도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 미국의 HALEU 공급망 구축에 공동 참여하거나 해수 우라늄 추출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우라늄 자급 기반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동아일보(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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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찾은 원자력 정책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지난달 말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각료회의에서 ‘21세기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 역할과 한국의 원자력 정책 방향’을 담은 국가 성명을 발표했다. IAEA 각료회의는 각국의 원자력 분야 정부기관과 전문가들이 모여 원자력 정책 방향을 발표하는 자리다. 2005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4년마다 열리는데, 이번 5차 회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1년 늦춰져 올해 열렸다. 오 차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는 원전을 적극 활용하고 재생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조화해 나가는 원자력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7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직전 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향후 60여 년에 걸쳐 원전 의존도를 점차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해체 기술 개발을 통해 원전 산업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원자력을 논하는 국제사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적극 천명한 것이었다. 반면 개최국이었던 UAE가 발표를 통해 한전·한수원·두산중공업 등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했다. 우리가 부정했던 원전을 해외에서 다른 나라가 칭찬하는 낯 뜨거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 자료에서 “이는 우리나라의 신규 원전 수출에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몰아붙이고, 해외에선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해괴한 행태를 보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수명이 많이 남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 그렇게 국내 원자력 생태계는 망가져 갔다. 하지만 산업부 장관은 해외를 방문해 원전 세일즈 활동에 나서는 모순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를 두고 원전 업계에선 ‘내불남로’라는 말까지 나왔다. ‘내(한국)가 하면 불륜, 남(외국)이 하면 로맨스’라는 뜻이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국내 원전 신규 건설도 안 하는데 해외에서 누가 우리 원전을 믿고 쓰겠느냐”고 했다.
원자력계에서는 올해 IAEA 성명에 대해 “정부가 이제야 국제사회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였던 한국의 원자력 정책과 산업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폴란드 원전 수출 성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자력계의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백년대계인 에너지 정책이 정권에 따라 바뀌며 해외에서 망신을 사는 일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할 것이다.
-유지한 기자, 조선일보(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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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 대비 원전용 우라늄 확보 시급하다
올겨울 역대급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예보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걱정해야 할 것은 추위만이 아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한파는 더 매서울 것이다.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우리 경제를 직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작년 10월 7일 배럴당 77.41달러에서 올해 같은 날 94.36달러로 1.2배 올랐다. 같은 기간 발전용 석탄 가격은 t당 244.11달러에서 339.44달러로 1.4배 올랐다. 액화천연가스 수입 가격은 작년 8월 t당 535.02달러에서 올해 8월 1194.59달러로 2.2배 올랐다. 이 때문에 국내 전기요금도 올 3분기에 킬로와트시(kWh)당 5원, 4분기에 2.5원 등 연이어 인상됐다.
우리 정부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에너지를 비축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22년 3월 현재 103일분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다. 가스도매사업자는 ‘천연가스 비축의무에 관한 고시’ 등에 따라 천연가스 9일분 이상을 비축해야 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발전소 연료인 농축우라늄 2.7년분을 비축하고 있어, 당분간 원자력발전소 가동에 문제가 없다.
문제는 에너지 가격의 고공 행진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데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싸고 서방 국가와 러시아 사이에 경제 제재와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천연가스 확보 경쟁에 나서며, 웃돈을 주고도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그간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었던 우라늄 사정도 심상치 않다. 우라늄 농축시장은 공급자가 소수인 과점 시장이다. 러시아는 세계 우라늄 농축 역무의 40%를 공급한다. 미국은 2020년 자국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 역무의 23%, 우리나라는 2021년 35%를 러시아에 의존했다. 그런데 미국 일각에서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을 금지하려 하고 있다. 올 3월 미국 상원 공화당 의원들이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금지 법안을 발의했고, 5월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러시아산 우라늄 금수 조치 전략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원자력발전을 위한 우라늄 확보 기반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상호 비상 공급 지원을 명시한 2015년 개정 ‘한미 원자력협정’을 바탕으로 미국과 협의하여 우라늄의 안정적 확보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우라늄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수에서 우라늄을 추출하는 기술의 개발·상용화를 서둘러야 한다. 또 이들 시설을 국내에 건설·운영할 수 있도록 ‘개정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조만간 미국과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이번 에너지 대란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는 여럿이다. 단일 에너지원이나 단일 공급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의 위험성을 실증해주었다. 탈원전 하며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55%에 달했던 독일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축으로 1년 새 전기요금이 10배 올랐다. 우리나라도 지난 정권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며 재생에너지를 과도하게 확대하려는 기형적 에너지 믹스를 추구했었다. 이제부터는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시하는 에너지 믹스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같은 에너지 위기 속에서 원전 확대는 불가피하고, 안정적인 우라늄 확보는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 대부분을 정세가 불안한 지역에서 수입한다. 이러한 수급 구조를 계속 가져간다면, 에너지 공급 위기를 또다시 맞이할 수 있다. 해외자원 개발 등을 통해 자주 개발률을 높이고 에너지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등 에너지 공급 실패 가능성을 줄여 나가야 한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조선일보(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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