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李 이익공동체는 진화한다]
[가짜 뉴스 협업하고도 억울하다니]
文·李 이익공동체는 진화한다
[박제균 칼럼]
문 정권, 거대 좌파 이익공동체 구축… 정권 바뀌었어도 주군은 여전히 文
‘생계형→대박형’ 진화하는 공동체… 돈 포기 모르는 李, 대박에 초연했나
2019년 쌍방울그룹이 중국으로 외화를 밀반출할 때 직원 수십 명이 동원됐다. 이들은 1인당 수천만∼수억 원에 이르는 달러와 위안화를 책자나 화장품 같은 여행용품에 숨겨 나갔다. 이 직원들은 과연 현행법 위반 사실을 모르고 외화를 밀반출했을까.
그렇다고 이들에게 ‘아무리 회사가 요구해도 불법이라면 거부했어야 옳다’고 다그치고 싶지는 않다. 불법·탈법을 조장할 생각은 없지만 선과 악, 더 나아가 적법과 위법의 경계가 다소 흐릿해지는 지점이 생계와 직결돼 있을 때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이 왜 나왔겠나. 그만큼 생계는 위대하고, 또 비루하다.
일찍이 이 땅의 좌파 정치세력은 인간에게 생계가 갖는 이런 이중성과 생계의 정치적 잠재력에 주목했다. 공무원과 세금 알바를 늘리고, 재난지원금이든 기본소득 명목이든 더 많은 국민에게 나랏돈을 퍼줘 생계를 국가에 의존하는 국민이 늘어날수록 좌파 진영 표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권은 한발 더 나갔다. 운동권 좌파 정치세력과 이에 빌붙은 지식인, 민노총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 노동단체, 산재한 좌파 시민·사회·환경단체 등이 정치·경제·사회적 이익 추구를 위해 뭉친 거대한 이익공동체를 구축하려 했다. 문 정권의 기도(企圖)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다만 생계뿐 아니라 내 집도 국가에 의존케 하려는, 인간 본성에 반하는 정책에 걸려 넘어졌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아직도 건재한 거대 이익공동체의 주군(主君)은 여전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문 전 대통령은 사실상 좌파 이익공동체를 구축한 것도 모자라 임기가 6개월도 안 남은 기간에 공공기관 52곳의 기관장과 감사·이사를 임명했다. 상도의(商道義)를 벗어난 ‘알박기’를 하면서까지 좌파공동체를 온존하려 했다. 그러니 아직도 자기 의자를 바닥에다 못으로 박은 듯, 꿈쩍 않는 전 정권 임명 인사들은 겉으로는 진영의 이익을 지키는 척하며 속으로는 꿀을 빨고 있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감사원의 서면 조사 요구에 ‘대단히 무례’ 운운했을 때 도대체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설마 ‘태종’ ‘세종’을 입에 올린 얼빠진 아첨을 믿은 건 아닐 테고. 혹시 이 땅에 전에 없던 좌파 생태계를 구축한 첫 대통령,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물밑의 ‘문재인 나라’를 건설한 창업자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그래도 문 정권 이전까지 한국의 좌파 비즈니스는 대체로 ‘생계형’에 가까웠다. ‘위안부 할머니 장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아직까지 금배지를 달고 있는 윤미향류의 시민단체 비즈니스가 이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5년간 3300여 개 시민단체에 7100여억 원을 지원한 것도 이런 생계형 좌파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일조했으리라.
그런데 문 정권 들어 권력의 노골적인 지원을 받으며 대박을 치는 좌파 비즈니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해상 풍력 사업권을 중국에 팔아넘겨 수천 배의 이익을 챙긴 업자들도 나왔다. 이런 대박이 가능했던 건 업자가 인허가에 관여하는, 사실상 업자와 인허가권자가 한 몸이 되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은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에서도 벌어졌다. 빙산의 일각이 드러나기 시작한 태양광 사업을 비롯해 정권의 지원을 받은 일부 벤처사업의 진실도 수면 아래 웅크리고 있다.
문 전 대통령보다 뛰어난 비즈니스 마인드를 지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그의 좌파 비즈니스 지원은 한층 더 세련됐다. 네이버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구단주로 있던 성남FC에 39억 원을 우회 지원할 때 통로로 사용된 곳은 한 시민단체였다. 시민단체 기능의 새로운 발견이자 진화다.
대박을 친 이익공동체의 압권은 단연 대장동 일파일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터진 대박은 인간 본성의 바닥을 드러내기 십상이다. 그러니 돈을 모을 때는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한 몸”이라고 했다가 돈을 나눌 때는 “내가 판 깨면 니들 모두 끝”이라고 협박하는 복마전이 펼쳐진다.
이재명 대표가 이 대박 공동체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가 관건이다. 분명한 건 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한 끗 차이로 패배한 직후에, 그것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 2억여 원의 주식 투자를 할 정도로 놀랍도록 돈을 포기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권력만 쥔다면 돈에는 초연했을까.
-박제균 논설주간, 동아일보(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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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협업하고도 억울하다니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심야 청담동 술자리 만남 의혹에 대해 “저급하고 유치한 가짜 뉴스”라고 최근 말했다. 첼리스트로 알려진 여성의 변조된 전화 목소리와 추켜세워 주는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다 발언이 짜깁기당했다고 주장하는 인물의 녹취만 있을 뿐, 사실(fact)임을 입증할 요소라고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주장에 대해 허위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그런데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도중 자신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심야 청담동 술자리 만남 의혹에 대해 “저급하고 유치한 가짜 뉴스”라고 말했다/뉴스1
한번 세상에 나온 말[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때로는 허위가 사실처럼 군림하기도 한다. 2002년 대선 결과를 가른 ‘김대업 병풍 사건’이나 ‘광우병 쇠고기 수입 괴담’(2008), ‘천안함 좌초설’(2010) 등 모두 사실이 아닌 것들이 위세를 떨쳤다. 이번에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국회 질의가 나온 다음 날 한 인터넷 매체에 ‘윤석열-한동훈-김앤장 술자리 증언, 녹취된 건 맞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전화에 나온 첼리스트 친오빠 단독 인터뷰로 뭔가 추가 증거가 나왔다는 인상을 줬다. 하지만 기사 내용은 통화 불법 녹취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었다. 대화 중 ‘여동생 음성이 녹취되었다’고 한 말만 쏙 따서 술자리 증언 내용이 맞는다는 뉘앙스를 주는 제목을 단 것이었다. 이 외에도 “(한 장관은) 아니면 아니라고 답하면 되는데 끝까지 그 말을 하지 않았다”(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페이스북) “화내는 게 수상하다”류의 주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반경 1㎞ 내에 있었다면 모든 것을 걸겠다”던 한 장관 말은 안중에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책위 의장이 나서서 “떳떳하다면 어디 있었는지 동선을 밝혀라”라며 공세를 펼쳤다. 아무 말이나 던져놓고 상대방더러 답답하면 진위를 밝히라는 식이다.
더탐사 멤버들은 이른바 ‘쥴리 논란’으로 큰돈을 벌었다. 화면 아래쪽에 항상 계좌 번호를 줄줄이 달고 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사람들이 들고 온 불투명한 제보에 ‘뉴스’란 외피를 입혀주는 역할을 했다. 김 의원 질의가 없었다면 해당 보도는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유튜브를 보면 불법 녹취된 목소리만 있을 뿐 모임 장소나 사진, 추가 목격자 그 무엇도 나오지 않는다. 최소한의 보도 요건을 갖추려면 한 장관 측 반론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출퇴근길 따라다니며 ‘이런 의혹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계속 물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일절 답하지 않았고, 그때까지 유튜브 방송도 나오지 않았다. 김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해 유튜버가 확보하지 못한 장관 반론을 받아준 셈이다. 실제로 이날 국감 장면은 당일 유튜브 방송의 주요 내용으로 등장한다. 김 의원이 “협업했다”고 한 것은 결국 이 ‘대리 취재’였던 셈이다.
더탐사는 첫 보도 이후 기자 통화 내용이나 취재를 거절당하는 장면 같은 것들을 추가 영상으로 만들어 조회 수를 올리고 있다. 이는 기자들이 자주 겪는 일이지만, 일반 독자들은 접하기 힘들다. 제대로 확인이나 검증을 못 하면 기자가 취재한 내용은 보도될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작 검증은 못 하면서 취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충돌 같은 자극적 내용만 보여주는 유튜브는 ‘취재 포르노’처럼 느껴진다.
김 의원은 과거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주요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오보’라고 몰아붙일 때 거리낌이 없었다. 당시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이번 김 의원의 국감 질의 때보다는 검증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래놓고선 이번엔 “나에게 우르르 몰려와 몰매 가하는 느낌, 폭력적”이라고 했다.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김 의원은 아무리 ‘가짜 뉴스’라는 말을 들어도 억울해해선 안 된다.
-신동흔 기자, 조선일보(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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