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世界-人文地理]

[월드컵 ‘승자의 저주’ 이유] .... [월드컵의 그늘] ....

뚝섬 2022. 11. 15. 08:17

[월드컵 ‘승자의 저주’ 이유]

[손흥민 등 수퍼스타 줄부상은 ‘겨울 월드컵’이 낳은 예견된 재앙?]

[월드컵의 그늘]

[FIFA 비리 15년간 추적한 '집념의 기자']

[FIFA 집행위]

 

 

 

월드컵 ‘승자의 저주’ 이유

 

[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프랑스는 떠오르는 스타 킬리안 음바페를 앞세워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대회 우승팀이었던 프랑스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벗어날지 주목된다. 생드니=AP 뉴시스

 

월드컵에서 가장 혹독한 징크스는 무엇일까.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21일)이 1주일도 남지 않았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렸던 1회 대회부터 92년이 지나 이번에 열리는 제22회 대회 직전까지 월드컵에서는 많은 징크스가 생겨났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는 1회부터 21회 대회(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한 번도 깨지지 않은 ‘외국인 감독으로는 우승 못 한다’는 얘기가 있다. 지금까지는 모두 자국 출신 감독이 이끄는 팀이 우승했다. 또 가장 널리 알려진 것 중에는 축구 황제 펠레의 예측과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다는 ‘펠레의 저주’가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는 최근 지속되고 있는 ‘월드컵 승자의 저주’를 꼽을 수 있다. 정확히 따져보면 ‘유럽 챔피언들의 저주’다.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유럽 국가들은 다음 대회에서 초반 굴욕을 당하고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다는 것이다.

이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승을 차지했던 프랑스는 다음 대회인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세네갈에 0-1, 덴마크에 0-2로 패하고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기는 등 1승은 고사하고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1무 2패를 기록하며 A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이어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이탈리아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역시 1승도 하지 못하고 2무 1패를 기록하며 F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스페인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승 2패로 B조 4개 팀 중 3위로 밀리며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독일 역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에 0-2로 지는 등 1승 2패로 F조 최하위로 떨어지며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

1998년부터 2018년까지 6번의 월드컵이 치러지는 동안 5번을 유럽 국가들이 우승을 차지했다. 남미 국가 브라질이 우승했던 2002 한일 월드컵만 예외다. 브라질은 다음 대회에서도 8강에 올랐다. ‘유럽 챔피언들의 저주’란 유럽 축구의 강세 속에서 나온 말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유럽 프로축구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유럽 축구의 전성기가 이어지고 있다. 월드컵에서도 유럽 팀들이 자주 우승했기에 이 유럽 우승 팀들을 둘러싼 현상도 자주 발생하게 되었고, 이를 표현하는 말들이 생겨났다. ‘챔피언들의 저주’에 유럽이라는 지역명이 붙게 된 이유다.

하지만 전 대회 우승팀이 다음 대회에서는 조별 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일이 자꾸 일어나는 것은 왜일까. 우선 월드컵이 4년마다 열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4년의 시간은 20대와 30대 초반까지 주로 활동하는 운동선수들에게는 긴 시간이다. 4년 사이 선수의 전성기가 지나갈 수 있고, 같은 선수라도 4년 전에 비해 경기력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월드컵 때마다 각 팀의 선수 구성이 많이 달라진다. 달라진 선수 구성은 팀의 화학적 결합을 변화시킨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전 대회 우승 때의 막강했던 경기력을 완전히 다음 대회로 이어가기는 힘들다.

이럴 때 팀의 정교한 혁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승의 그림자 속에서 대대적인 혁신보다는 여전히 기존 전력을 주축으로 남기고 일부만 조정하는 부분 보완에 그치기 쉽다. 또 어설프게 개혁했다가는 기존 장점마저 잃게 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전 대회 우승팀들은 대개 제대로 된 혁신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럴 때 우승을 놓친 다른 팀들은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대대적인 개혁에 나선다. 여기에 각 팀은 조별 리그에서부터 전 대회 우승팀을 극도로 견제한다. 전 대회 우승팀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면 최소한 패하지 않거나 점수 차를 줄이기 위해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한다. 또한 전반적으로 세계 축구의 격차가 예전보다는 많이 좁혀진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자칫 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안일하게 대처하면 곧바로 승패가 뒤집힌다.

결국 전 대회 우승팀은 다른 팀보다 훨씬 더 긴장하고 예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승자의 저주’는 우승 후 이 같은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는 망각 혹은 방심 등에 빠지기 때문에 일어난다. 아무리 강자라도 계속되는 정밀한 혁신이 없으면 한순간에 몰락한다는 냉정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동아일보(22-11-15)-

______________

 

 

손흥민 등 수퍼스타 줄부상은 ‘겨울 월드컵’이 낳은 예견된 재앙?

 

배준용 기자의 월드컵 톡톡

 

손흥민이 지난 2일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프랑스)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상대팀 선수의 어깨에 부딪혀 왼쪽 눈 부위를 다친 뒤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EPA 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이 9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축구 팬들의 맘은 편치 않습니다. 손흥민 선수의 부상 소식 때문이죠. 손흥민은 지난 2일 프랑스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공중볼을 경합하다 안면 골절을 입었습니다. 눈 주위 뼈가 네 군데나 부러지는 심각한 부상이었고, 곧바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손흥민의 부상 소식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습니다. 손흥민이 월드컵에서 뛰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삽시간에 퍼졌죠. 보통 눈 주위 뼈 골절은 완전히 회복되는 데 최소 8주가량 걸립니다. 다행히도 손흥민은 수술을 잘 받았고 최근에는 “월드컵에 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상태로 경기에 나서려면 안면 보호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마스크를 쓰면 경기 시야가 가려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추가 부상을 피하려면 공중볼 경합이나 몸싸움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죠.

 

그래서일까요. 손흥민 부상 이후 각국 스포츠 매체와 전문가들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날 선 비판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FIFA 카타르 월드컵을 11월에 개최하면서 각국의 스타 선수들이 가혹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부상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축구 평론가 제이미 캐러거는 “손흥민처럼 당연히 월드컵에 뛰어야 하는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한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시기에 월드컵이 열리는 역겨운 ”이라고 했습니다.

 

그간 월드컵은 5월 말이나 6월에 시작됐습니다. 축구 중심지 유럽에서는 보통 시즌이 8월에 개막돼 이듬해 5월에 마무리되기 때문이죠. 통상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는 5월에 시즌을 끝내고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어 2~4주간 피로를 회복한 월드컵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사상 처음으로 11월에 열립니다. 여름철 낮 기온이 50도까지 치솟는 중동 날씨 탓에 겨울 개최가 불가피했지요. 이렇다 보니 유럽 각국 리그들은 월드컵 기간에 열리지 못하는 경기를 미리 소화하기 위해 빡빡한 일정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손흥민이 활약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도 보통 일주일에 한 경기씩 치렀지만, 최근에는 3~4일에 한 경기를 소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토트넘 홋스퍼 같은 상위권 클럽의 일정은 더 가혹합니다. 국내 컵 대회와 챔피언스리그까지 동시에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죠. 토트넘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최근 시즌 도중에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은 미친 이라고 격한 비판을 쏟아낸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축구계에선 “이러다 수퍼스타들이 줄줄이 이탈해 김빠진 월드컵이 되는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대한민국과 맞붙는 스타 군단 포르투갈도 이미 디오고 조타(리버풀), 황희찬의 팀 동료인 페드로 네투(울버햄튼) 등이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습니다. 우루과이도 핵심 수비수인 로날드 아라우호(바르셀로나)가 출전이 무산됐고, 베테랑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도 출전 여부가 불확실해졌습니다.

 

2018 월드컵 우승팀인 프랑스는 얼마 전까지 카타르 월드컵의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지금은 ‘불안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폴 포그바, 은골로 캉테 같은 핵심 미드필더가 일찍이 부상으로 월드컵이 무산된 데 이어 핵심 수비수인 라파엘 바란(맨유)마저 리그 경기 중 부상을 당해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떠났기 때문이죠. 독일의 특급 골잡이 티모 베르너를 비롯해 잉글랜드의 벤 칠웰과 리스 제임스, 아르헨티나의 파울로 디발라와 로 셀소, 벨기에의 로멜루 루카쿠, 세네갈의 사디오 마네(바이에른 뮌헨) 등 세계적인 스타들도 월드컵 출전이 좌절되거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제이미 캐러거는 “ 예견된 재앙들은 FIFA 부패한 방법으로 카타르에 개최권을 주면서 시작됐다”고 꼬집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카타르 월드컵은 지난 2010년 개최지 확정 전후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잉글랜드, 미국, 호주 등이 개최 경쟁을 벌였지만 FIFA 카타르의 손을 들어줬죠. 당시 “카타르가 오일머니를 앞세워 부당한 로비를 벌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후 FIFA 내부 조사와 언론 등을 통해 진상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언론은 당시 카타르 왕실과 블래터 회장은 카타르를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하는 대신 카타르가 차기 회장 선거에서 블래터와 경쟁하지 않기로 한 밀약을 맺었다고 폭로했습니다. FIFA 윤리위원회 조사에서는 카타르 측이 카리브해 국가와 아프리카 국가의 고위 인사들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도 드러났지요. 블래터 회장은 결국 2015 6 FIFA 회장직 5연임을 확정한 4 만에 돌연 사퇴합니다. 최근 블래터는 카타르를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한 실수였다며 뒤늦게 책임을 인정했죠.

 

준비 과정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월드컵 경기장 건축 과정에서 인도, 네팔 남아시아 이주 노동자 6500 명이 사망했고, 노동자들이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일하거나 임금 체납을 겪는 인권 탄압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런 숱한 논란에도 카타르 월드컵은 한국 시각으로 오는 21일 새벽 1시, 개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한 달여간의 대장정에 들어갑니다. 지난 10일 손흥민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여러분이 참고 견디며 써오신 마스크를 생각하면 월드컵 경기에서 쓰게 될 저의 (안면 보호용) 마스크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성공적으로 월드컵 무대를 소화하길 기대해봅니다.

 

-배준용 기자, 조선일보(22-11-12)-

______________

 

 

월드컵의 그늘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K'naan ‘Wavin' Flag’(2009)

 

11월 개막하는 카타르 월드컵은 노동자 인권에 관한 한 최악의 월드컵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거 같다. 5000명이 넘는 이주 노동자들이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유럽 언론들은 ‘피로 얼룩진 월드컵’이라고 일제히 비판에 나섰고, 본선에 진출한 덴마크 대표팀은 경기 때 사용할 제3의 유니폼을 희생한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해 검은 색 상하의로 준비 중이라고 발표했다. 문제는 월드컵 때문에 인권이 집단적으로 유린당하고 있는데도 정작 주관 단체인 FIFA는 꿀 먹은 벙어리라는 것이다.

 

토마스 키스트너가 쓴 ‘피파 마피아’에서 조목조목 밝히고 있듯이 ‘지구촌의 유일 종교’가 된 축구와 그것을 대표하는 축제인 월드컵을 둘러싼 비리는 이미 마피아 수준을 넘어섰다. 선수로, 감독으로 월드컵에서 모두 우승한 역사상 3명 중 한 사람인 독일 축구계의 영웅 프란츠 베켄바워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126억 상당의 로비 자금을 뿌린 부패 혐의로 기소되어 15년 재판 끝에 공소시효 만료로 흐지부지 끝나버렸지만 평생 ‘카이저(황제)’라고 불린 그의 명예는 완전 박살 났다.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공식 응원가가 발표되고 1998년 월드컵 때 리키 마틴의 ‘A Cup of Life’ 같이 세계적으로 히트를 기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노래들은 전부 밝고 건전하며 흥겹다. 하지만 2006년 한 표 차이로 독일에 개최권을 빼앗겼다가 2010년에야 아프리카 대륙에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경기를 가져온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빛낸 이 노래는 다르다. 소말리-캐나디안 힙합 아티스트인 케이난의 이 곡은 월드컵과는 상관없이 만들어졌지만 가장 진지한 월드컵 주제가가 되었다.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어, ‘사랑이 길이다’라고/하지만 그들이 우릴 어떻게 대하는지 보라고/우리를 믿게 만들고 통제하려 하지/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투쟁해/언제쯤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I heard them say, ’Love is the way’/But look how they treat us, make us believers/then they deceive us, try to control us/But we struggling, fighting to eat/And we wondering, when we’ll be free)”

 

-강헌 음악평론가, 조선일보(22-10-31)-

_______________

 

 

FIFA 비리 15년간 추적한 '집념의 老기자'

 

英 탐사보도 기자 제닝스, FBI에 자료 줘 수사 도화선

"뉴욕 법정 가 말하고 싶다… 이봐, 참 오래들 해먹었네"

  

"(FIFA 임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쓰레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쓰레기들이 대중의 스포츠를 훔쳐갔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비리를 정조준하고 있는 미국 사법당국의 수사를 이끌어낸 것은 15년 가까이 FIFA 비리를 쫓아 온 영국 탐사보도 전문기자 앤드루 제닝스(71)의 집념이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3일 보도했다.

FIFA와 노(老)기자의 전쟁이 시작된 건 2002년 제프 블라터 당시 FIFA 회장이 재선 이후 처음으로 연 기자회견 자리였다. 다짜고짜 블라터에게 "뇌물을 받아본 적이 있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왜 이런 도발적인 질문을 했는지에 대해 "FIFA 내부 직원들을 향해 '내가 FIFA 비리를 보도할 테니 비밀 정보를 내게 달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실제 6주 뒤 FIFA 관계자가 막대한 내부 자료를 가져왔다"며 "블라터가 보너스로 수십만 달러를 챙기고, 개인 전용기를 사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했다.

싸움은 이어졌다. 2006년 제닝스가 '파울! FIFA의 비밀세계: 뇌물, 투표 조작, 티켓 스캔들'이라는 책을 내자, 블라터는 고소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은 그를 때리고 침까지 뱉었다. 제닝스가 승세(勝勢)를 잡은 건 2009년이었다. 제닝스는 전직 정보기관원을 통해 소개받은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비리 자료를 넘겼다. 이번 수사의 결정적 단초(端初)였다.

영국 스코틀랜드 태생으로 선데이 타임스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5년간 조직 범죄를 파헤쳐왔다. '증거 사냥개(document hound)'가 그의 별명이다. 1980년대에는 부패 경찰, 이탈리아 마피아, 태국 마약상을 추적했다. 영국 BBC방송 재직 당시 경찰 비리를 폭로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지 않자, 경쟁사로 자리로 옮기고 취재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워싱턴포스트는 "워터게이트를 보도한 전설적인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에 스코틀랜드 악센트를 더한 인물"이라고 했다.

제닝스는 동료 권유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비리를 취재한 이래 스포츠계 이면을 폭로해왔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이 파시스트라는 사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뇌물과 약물 스캔들 등 굵직한 특종을 쏟아냈다. 그는 이번 FIFA 비리수사 건에 대해 "뉴욕행 비행기 티켓을 살 돈이 있다면, 법정에 가서 '이보소. 참 오래들 해먹었네. 안 그런가?'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양모듬 기자, 조선일보(15-06-05)-  

______________

 

 

FIFA 집행위

 

영국 탐사 보도 기자 앤드루 제닝스가 2006년 책 '파울! FIFA의 암흑세계'를 냈다. '뇌물, 부정선거, 티켓 스캔들'이라는 부제(副題)를 달았다. 책이 나오자 온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풍문으로 떠돌던 얘기가 구체적인 이름과 뇌물 액수로 적혀 있었다. 워낙 엄청난 규모로 사건과 인물이 꼬였고 돈다발이 컸다. 그해 BBC는 제프 블라터 FIFA 회장도 100만파운드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스위스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FIFA의 비리는 대략 네 군데서 벌어졌다. 스폰서, TV 중계, 월드컵 개최지 그리고 회장 선거였다. 뭉텅이 돈이 집행위원과 지역 연맹 간부 호주머니로 흘러다녔다. 추문이 터질 때마다 마케팅 대행사인 국제스포츠·레저(ISL)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ISL은 스포츠 용품회사 아디다스의 다슬러 회장이 1983년에 세웠다. 다슬러는 코카콜라도 스폰서로 끌어들였다. 이어 굴지의 TV 방송사들이 합류했다. 그렇게 FIFA를 둘러싸고 아디다스·코카콜라·TV의 '3각 편대'가 구축됐다.

 

▶잉글랜드 축구협회장을 지낸 트리즈먼 경(卿)은 "그들은 마치 마피아 같았다"고 했다. ISL이 10년 동안 저지른 뇌물 사건이 175건에 1억달러를 넘었다. 마케팅 대행사는 FIFA에 뇌물을 뿌리면서 다른 쪽으로 TV 중계료를 삼켰다. 2002 한·일과 2006 독일, 두 월드컵 중계료 7000만유로를 가로챈 혐의로 ISL 간부 5명이 기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블라터 회장은 고발 뉴스가 터질 때마다 공식 수사 결과가 아니라며 자체 조사를 비켜갔다.

 

▶미국 법무장관이 엊그제 FIFA와 마케팅 회사 간부 14명을 부패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금융 사기, 돈세탁, 탈세, 뇌물 수수 같은 죄목이 47개나 붙었다. 오고 간 검은돈이 1억5000만달러쯤 됐다. 미 법무부는 수십년 곪아 터진 FIFA 환부를 도려내겠다고 벼른다. 스포츠용품 회사 나이키도 들먹여지고 있다. 2010 남아공,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월드컵 유치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지금은 ISL은 없고 인프런트 스포츠·미디어가 월드컵 중계 에이전시다. 그런데 거기 CEO 필리프 블라터는 FIFA 회장 조카다. 월드컵 때면 '조카'가 '삼촌'에게 TV 중계료를 5억달러쯤 낸다. FIFA 지도부는 선거나 월드컵 대목이면 심복에게 '돈 샤워'를 시켜준다고 한다. 오죽하면 축구를 위해 먼저 FIFA부터 없애자는 말까지 나올까. 선수들이 공을 패스할 때 FIFA는 돈다발을 패스한다.

 

-김광일 논설위원, 조선일보(15-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