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계의 ‘인도계 전성시대’]
[하나의 세계가 줄어들다]
[인도 세포이 항쟁]
[뉴델리]
세계 정계의 ‘인도계 전성시대’
[글로벌 이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그의 부인 질 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앞줄 왼쪽부터)이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인도의 최대 명절 ‘다왈리’를 축하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의 모친은 인도 남동부 타밀나두주 첸나이에서 태어난 후 미국으로 건너왔다. 사진 출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지난달 25일 인도계 겸 힌두교도 리시 수낵이 최초의 비백인계 영국 총리에 공식 취임했다. 같은 날 바다 건너 미국 워싱턴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어머니가 인도계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인도 명절 ‘다왈리’를 축하하는 의식을 갖고 “수낵을 환영한다”고 했다.
미 백악관과 행정부 요직에도 인도계가 여럿이다. ‘바이든의 입’으로 꼽히는 비나이 레디 백악관 연설담당 국장, 경제 및 의료 개혁을 주도하는 니라 탠던 백악관 선임 고문, ‘코로나 차르’로 불리는 아시시 자 백악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조정관, 공중보건 정책을 총괄하는 비벡 머시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 등이다.
수낵 내각과 영국 집권 보수당에도 인도계 인재가 많다. 수엘라 브래버먼 내무장관, 그의 전임자 프리티 파텔 전 내무장관, 알로크 샤르마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 겸 전 에너지산업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영미권에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2015년부터 집권 중인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부친이 인도계다. 넷플릭스 드라마로 친숙해진 중남미 수리남, 그 옆 나라 가이아나 역시 모두 인도계 찬 산토키 대통령, 모하메드 이르판 알리 대통령이 각각 이끌고 있다.
8일 치러진 미 중간선거에서도 인도계의 정치적 영향력이 주목받았다. 4일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선거에서 인도계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 후보 중 누가 이겨도 0.5%포인트 미만의 격차로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미시간 등 경합 주에서 민주당 지지 성향이 높은 인도계의 표심이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바이든 행정부의 인종다양성 성과 등을 널리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하원의원에 도전하는 5명의 인도계 정치인 또한 많은 관심을 모은다. 특히 친한파 의원 모임 ‘코리아스터디그룹(CSGK)’의 공동 의장으로 6선을 노리는 아미 베라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이미 민주당의 핵심 중진으로 꼽힌다. 이 외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 미 최초의 인도계 주지사 보비 진덜 전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 공화당의 인도계 잠룡 또한 언제든 당 대선 후보에 도전할 수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인도계의 이런 행보는 악착같은 교육열로 경제적 성공을 거둔 후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정계에도 입김을 행사하는 유대계의 판박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계 미국인 가정의 평균 소득은 11만9858달러(약 1억6780만 원)로 미 인종집단 중 가장 많았다. 각각 백인(6만7937달러)과 흑인(4만1511달러)의 약 2배, 3배에 이른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도 25세 이상 인도계 미국인의 각각 72%, 40%가 학·석사 이상 학위를 지녔다. 모두 미국인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스타벅스 등 ‘주식회사 미국’을 대표하는 공룡 기업의 수장도 모두 인도계다. 1990년대만 해도 미 대기업에서 인도계 경영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30여 년 만에 실리콘밸리를 접수했고 워싱턴 정계까지 좌지우지할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인도계 미국인은 미국인 3억3000만 명의 1%가 조금 넘는 약 400만 명에 불과하다. 사실상의 공용어인 영어, 다인종 다언어 다종교 사회에서 자란 경험에 기인한 갈등 조정 능력과 치열한 경쟁을 당연시하는 분위기, 국제사회에서 점점 입지가 강화되고 있는 14억 인구의 모국 등에 힘입어 단순 인구로 환산할 수 없는 힘을 뿜어내고 있다. 과거 미 시사매체 타임은 “인도의 최고 수출품이 인도계 경영자”라고 했지만 ‘경영자’가 ‘정치인’으로 바뀔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동아일보(22-11-09)-
______________
하나의 세계가 줄어들다
[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

짧은 글에 뭉클해질 때가 있다. ‘1984’와 ‘동물농장’을 쓴 조지 오웰의 에세이 ‘교수형’이 그러하다. 생명의 의미를 성찰하는 심오한 글이다. 그가 1920년대 중반에 미얀마에서 식민지 경찰로 근무할 때 실제로 경험했던 일을 기반으로 한다.
그날은 등이 구부정한 어떤 힌두교도의 교수형이 집행되는 날이었다. 착검이 된 총과 곤봉을 든 교도관들이 그를 교수대로 끌고 가고 있었다. 그런데 흐느적거리며 걷던 죄수가 교도관들이 어깨를 꼭 붙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짝 몸을 틀었다. 길바닥에 고인 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본능적인 행동이지만 오웰의 눈에는 그게 놀라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건강하고 지각이 있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지 못했다. 그런데 죄수가 길 위의 작은 웅덩이를 피하는 것을 보고 그것이 엄청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교수대로 향하는 순간에도 그의 눈은 자갈과 벽을 인식하고 그의 뇌는 기억하고 예측하고 판단했다. 우리가 그러하듯 그의 소화기관은 음식을 소화하고, 손톱은 길어나고, 세포 조직은 만들어지고 있었다. “십 분의 일 초밖에 살 시간이 없을 때도 그의 손톱은 여전히 자랄 것이었다.” 그는 “우리 중 하나”였다. 그가 죽으면 “하나의 정신이 줄어들고 하나의 세계가 줄어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죽자 사형을 집행한 사람들은 사이좋게 위스키를 나눠 마셨다. 시신으로부터 백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생명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글이다. 장인 목수를 대신해 나무를 깎는 일이 무모한 일이듯, 생명을 거두는 일은 인간의 일이 아니라는 노자의 ‘도덕경’의 가르침에 상응하는 성찰이랄까. 그런 일이 있었을 때 오웰은 이십대 초반의 나이였다. 또래의 친구들이 영국에서 대학에 다닐 때 그는 미얀마에 가서 그런 체험을 했다. 그에게는 삶의 현장이 학교보다 더 학교였다. 그 학교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이 그를 속이 깊은 작가로 만들었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동아일보(22-11-08)-
______________
인도 세포이 항쟁
세포이, 英이 고용한 인도 용병 뜻해… 20만명 중 대부분 힌두교·이슬람교
종교서 금기시한 소·돼지 기름 먹인 화약 포장지 받자 들고일어나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 총선 중 최대 규모인 인도 총선이 오는 11일 시작합니다. 유권자가 무려 9억명이에요.
그런데 인도 투표 방법은 기호와 이름을 보고 도장을 찍는 우리와 조금 다릅니다. '연꽃' '손바닥' '망치와 낫' 같은 정당 상징을 보고 투표하지요.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글을 읽지 못해서랍니다.
나렌드라 모디(69) 인도 총리가 속한 현 집권당 인도국민당(BJP)의 상징은 연꽃이에요. 연꽃은 인도 국화(國花)이기도 하고,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꽃입니다. 모디 총리는 "1857년 세포이 항쟁에서 빵과 연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연설했어요. 어떤 전쟁이었는지 알아볼까요?
◇인도가 선택한 저항의 상징… 빵과 연꽃
18세기 들어 무굴제국이 쇠퇴합니다. 영국은 이 틈을 타 무굴제국을 힘으로 제압하고 인도에 대한 영향력을 넓혀나가기 시작했어요. 총독을 직접 파견해 지배하는 대신 동인도회사를 통해 간접 통치하는 방식이었죠. 동인도회사는 광활한 인도를 다스리기 위해 인도 현지인을 용병으로 고용했어요. 이들을 '세포이'라 불렀지요. 무굴 제국의 뿌리가 페르시아라 군인을 뜻하는 페르시아어 '세포이'가 용병이란 뜻으로 굳어졌다고 해요. 세포이는 19세기 중반 들어 20만명 가까이 늘어납니다.

1857년 세포이와 영국군이 델리 지배권을 두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 인도 출신 용병 세포이는 영국 지배에 저항해 무장봉기를 일으킵니다. 당시 인도는 저항의 상징으로 빵과 연꽃을 씁니다. /위키피디아
영국은 값싼 인도의 노동력을 활용해 대규모로 차·면화 등을 재배해 세계에 내다 팔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인도 사람들의 불만이 점차 쌓입니다. 세포이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영국인 병사보다 처우도 나쁘고 진급도 느렸거든요.
1857년 인도에서는 마을에서 마을로 빵과 연꽃을 전하는 운동이 일어나 순식간에 인도 북부와 중부로 퍼져 나갔어요. 이웃 마을에서 빵을 받아먹고, 다시 빵을 구워 다른 마을로 날랐죠. 빵과 붉은 연꽃을 나누는 데는 영국에 맞서 함께 싸우자는 다짐이 담겨 있었어요. 세포이 부대도 동참했지요.
영국인들은 행동의 의미를 몰랐지만 그래도 긴장했어요. 당시 영국군 장교였던 리처드 바터는 이렇게 적습니다. "빵과 연꽃이 손에서 손으로 전해진다. 거리에서 호신용 부적이 불티나게 팔린다. 인도 사람들은 '모든 것이 붉어졌다'는 불길한 말을 속삭이고 있다."
◇머스킷총이 일으킨 독립전쟁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서 그해 5월 인도 북부에서 세포이들이 들고일어납니다. 영국이 지급한 신형 머스킷총이 반란의 도화선이 됐어요.

인도국민당 상징 연꽃
이 총은 한 발 쏠 때마다 기름 먹인 종이에 낱개 포장한 화약을 이(齒)로 뜯어 총구멍에 장전해야 했어요. 문제는 영국이 화약을 포장한 기름 종이를 쇠기름과 돼지기름으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세포이는 대부분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도이거나 돼지를 금기시하는 이슬람교도였어요.
세포이 병사들이 사격 훈련을 거부하자 영국은 군법회의를 열어 주동자를 처형하고, 나머지 병사도 불명예 제대시켰어요. 분노한 세포이 2000여명이 봉기했지요. 이후 전체 세포이 절반인 10만여명이 무기를 들었고 농부와 자영업자, 소규모 상공업자들이 동참했어요. 인도 대륙이 2년간 전쟁에 휩쓸렸죠.
세포이는 무굴제국 황제가 있던 델리를 손에 넣고 무굴제국 부활을 주장합니다. 때마침 영국은 터키와 크림전쟁을 벌인 직후라, 주력 부대를 곧바로 인도에 보내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무굴제국에 탄압받던 시크교도가 영국 편에 서면서 전세가 뒤집힙니다. 3개월에 걸친 전투 끝에 영국은 델리를 탈환하고 세포이 항쟁을 진압했어요.
이 일로 기겁한 영국 정부는 이후 동인도회사를 통한 간접 통치를 접고, 직접 통치를 시작합니다. 1877년 인도 제국을 만들고, 영국 여왕이 인도 황제를 겸했어요. 이후 인도는 1947년 독립할 때까지 70년간 더 식민 통치를 견뎌야 했지요.
[무굴제국에 탄압받았던 시크교… 세포이 항쟁 때 영국 편에 가담]
영국인들은 1857년 세포이들의 봉기로 촉발된 전쟁을 '세포이 반란'이라 불렀어요. 하지만 인도인들은 '제1차 독립전쟁'이라 부릅니다.
이때 인도인들은 힌두교도, 이슬람교도 할 것 없이 똘똘 뭉쳐 영국에 맞섰어요. 하지만 유독 시크교도들은 영국 편에 섰지요.
시크교는 15세기 인도 북부에서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결합해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이슬람교였던 무굴제국 치하에서 최고 종교 지도자가 처형되고 이슬람교도보다 세금을 더 내는 등 탄압을 받았어요. 또 힌두교와도 교리 차이로 불편한 관계였습니다. 이들은 힌두교와 달리 카스트제도를 부정했거든요.
교리에 따라 머리카락과 수염 등 몸에 난 털을 자르지 않아 알아보기 쉽습니다. 2004~2014년까지 인도 총리를 지낸 만모한 싱이 시크교 출신입니다.
-기획·구성=양지호 기자, 조선일보(19-04-03)-
______________
뉴델리
英이 인도 지배하며 세운 계획도시… 각종 연기와 매연에 미세먼지 '극심'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행되는 세계 최대 규모 선거인 '인도 총선'이 다음 달 11일 시작됩니다. 유권자 9억 명이 464개 정당이 낸 후보를 39일간 뽑습니다. 투표소만 해도 100만 곳이 넘어요. 인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있는 수도 '뉴델리'는 벌써 선거 준비로 떠들썩합니다.
뉴델리를 설명하려면 '델리 연방 수도구역'부터 말씀드려야 합니다. 11개 구역으로 나뉘어 약 1900만 명이 살고있는 거대 지역인데, 우리로 치면 서울과 경기도를 합친 개념입니다. 델리 연방 수도구역에 있는 11개 구역 중 하나가 지금 인도 수도인 '뉴델리(New Delhi)'입니다. 흔히 '올드 델리(Old Delhi)'라 불리는 구도심은 뉴델리 북쪽에 있어요.

/위키피디아
델리 지역에는 기원전부터 도시가 발달했는데, 인도 무굴제국(1526~1857)이 수도 '샤자한나바드'를 델리 지역에 두면서 크게 발전합니다. 이곳이 흔히 말하는 '올드 델리'입니다. 무굴제국이 멸망한 뒤 인도는 영국 식민지가 됐어요. 이때 영국이 1911년 올드 델리 남쪽에 '뉴델리'라는 계획도시를 새로 만듭니다. 인도 독립 이후 계속 수도 지위를 지키고 있는 정치·행정의 핵심 도시죠.
뉴델리와 올드델리의 경관은 차이가 커요. 올드델리에는 역사적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고, 시끌벅적한 큰 시장이 형성돼 있어요. 릭샤(인력거), 손수레, 우마차들로 도로가 붐비죠. 반면 뉴델리는 많은 관공서가 줄지어 있고,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으며, 도로도 시원하게 뻗어 있어요. 영국이 자신들의 권위를 드러내고자 철저한 계획 아래 도시 공간을 차별적으로 운영한 결과예요. 주요 관광지 코넛플레이스〈사진〉가 대표적이죠. 중앙에 있는 센트럴파크를 관공서와 고층 건물이 원형으로 겹겹이 둘러싸고 있어요.
뉴델리의 고민은 미세 먼지예요. 민간 환경단체 '에어비주얼'에서 제공하는 세계 대기질 순위에 따르면, 뉴델리는 세계에서 가장 대기의 질이 열악한 수도예요. 가난한 사람들이 난방과 취사를 위해 타이어 등 각종 폐자재를 태우는 연기, 노후화된 자동차가 뿜는 매연, 11월 디왈리 축제를 전후해 곳곳에서 터지는 폭죽으로 대기오염이 극심해요. 인도 정부가 노후 차량 단속 등 각종 대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어요.
-박의현 창덕여중 지리 교사, 조선일보(19-04-01)-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世界-人文地理]'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월드컵 ‘승자의 저주’ 이유] .... [월드컵의 그늘] .... (1) | 2022.11.15 |
|---|---|
| [경제 위기 속 혼자 웃는 ‘37세 군주’.. 개혁가인가, 독재자인가].... (1) | 2022.11.12 |
| [10월 혁명] [공산혁명과 맞바꾼 철도 건설] [러시아혁명 100주년] (0) | 2022.11.07 |
| [정치 고수들의 선한 선문답] [쫓겨난 총리, 그러나 행복했던..] (0) | 2022.11.06 |
| [룰라의 귀환] [쓰레기통에 나뒹구는 돈] (0) | 2022.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