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대통령실은 민심이 안 들리는 산간벽지인가] [“웃기고 있네”]....

뚝섬 2022. 11. 11. 06:23

[대통령실은 민심이 안 들리는 산간벽지인가]

[“웃기고 있네”]

[국정 맡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토록 부주의한가]

[윤석열 정부 2기, ‘이상민 경질’로 시작하라 ]

[경사이신(敬事而信)]

 

 

 

대통령실은 민심이 안 들리는 산간벽지인가

 

[이기홍 칼럼]

해이해진 수석들, 자리집착 행안부장관.. 대통령의 참사 공감 노력 빛바래게 해
경찰 바로 세우고 공직기강 쇄신하려면 언행 품격과 공정인사로 권위·신뢰 높여야

 

충북 단양 해발 943m 용산봉의 중턱에 있는 피화기(避禍基)마을은 예전엔 전쟁도 비껴간 곳으로 불렸다. 워낙 산간벽지여서 이곳의 화전민은 6·25전쟁이 난 것도 몰랐다 한다. 8일 저녁 김은혜 홍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국감장에서 ‘웃기고 있네’ 필담을 나눴다는 뉴스를 접하고 그런 마을이 떠올랐다.

민심의 포성(砲聲)이 들리지 않는 산간벽지나 구름 위가 아니라면 어떻게 저렇게 해이할 수 있을까. 정권 교체를 이뤄낸 과반수 국민이 느끼는 절박함과 긴장감이 저들에겐 딴 세상의 일인가. 비서들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안전 담당 장관이라는 사실조차 망각한 듯 가벼운 입을 놀린 행안부 장관, 어색한 농담으로만 기억되는 총리….

국제 질서의 총체적 격변과 대형 참사로 국민은 공습경보 상황처럼 긴장해 있고, 거리엔 정권증오 세력이 굶주린 승냥이처럼 발호하는 상황에서 여권 인사들은 어떻게 저토록 해이하고 경박할까. 매일 빈소를 찾으며 아픔에 공감하려 애쓰는 대통령의 노력을 측근들이 갉아먹는 형국이다. 필자는 어제 보수 성향의 원로 2명에게 “당신이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대응했겠느냐”고 물었다. 답은 거의 비슷했다.

“참사 발생 직후 유족을 찾아간 대통령은 ‘모든 게 제 부덕의 소치’라며 사죄한다. 대통령의 말은 짧고 간결했지만 반나절쯤 지나 대통령이 얼마나 깊이 비통해하며, 원인 규명과 문책, 시스템 마련에 굳은 의지를 갖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관계자 전언들이 흘러나온다. 거의 동시에 총리와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사표를 낸다. 대통령은 ‘지금은 일단 수습과 원인 규명이 중요하다. 여러분 거취는 급한 수습을 한 뒤 판단하겠다’며 총리와 장관을 현장으로 보낸다….”

국민이 얘기할 걸 선제적으로 하면 효과는 배가된다. 김이 빠진 야당이 “정권 책임을 인정했다”며 난리 쳐도 국민의 손가락질만 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경찰을 강하게 질책했다. 전문(全文)이 공개된 긴 발언에 담긴 대통령의 상황파악은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했다. 하지만 국민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건 그 이상이다. 다시 원로들의 “내가 대통령이었다면”이 이어진다.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의 중심은 국내외 안전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었다. 대통령은 오랜 시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토론한 뒤 회의에 참석한 장관과 비서관들에게 지시한다. 내일은 오늘 전문가들 말씀을 토대로 각 부처에서 어떻게 시스템을 만들 것인지 가져와서 같이 논의합시다.”

대통령은 국민보다 앞서 생각하고, 더 넓게 많이 듣고, 더 크게 생각하는 자리다. 결단의 타이밍도 중요하다. 오만한 버티기와 책임 회피가 빚는 결과는 문재인 정권이 잘 보여줬다. 조국 의혹이 터져 나온 뒤 사퇴까지 거의 두 달이 걸렸다. 숱한 사고와 정책 실패에도 아무도 정무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강경 지지층만 보며 오기를 부린 결과는 결국 정권 교체였다. 이번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난 공직 기강 해이 역시 문 정권 내내 횡행했던 편 가르기 인사와 적폐청산 광풍이 빚은 ‘복지부동이 최고의 생존’이라는 학습효과 탓이 클 것이다.

거의 사보타주 수준인 용산경찰서장 등의 행태는 문 정권을 거치면서 일부 경찰 간부 집단이 어떻게 퇴락했는지, 얼마나 정치화됐는지 짐작하게 한다. 비단 경찰뿐만 아니라 여러 권력기관에서는 전 정권에서 잘나갔던 라인의 인사들이 ‘5년간 기대할 게 없다’며 뒷짐 진 채 달력만 보고 있다는 얘기가 몇 달 전부터 들려왔다. 이를 깨려면 대통령의 리더십이 강화돼야 한다. 질책이나 버럭 호통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언행이 품위와 품격을 갖고, 비서들이 아닌 일선 부처에 힘을 실어주며 공정한 인사와 엄격한 신상필벌을 하면 권위가 서고 신뢰가 깊어진다. 취임 전 약속대로 내각이 움직이게 하고, 대통령은 격려하며 전체를 봐야한다.

윤 대통령은 야당복은 타고난 사람이다. 여러 대형 혐의·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이 야당 대표고, 전직 대통령은 장삼이사도 상상키 어려운 행동으로 비판의 화살을 자초한다. 풍산개 논란은 전 정권 세력의 두 가지 본색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첫째는 진실 호도(糊塗) 본색이다. 법령 개정이 안 돼 풍산개 위탁 보호 자체가 불법이므로 내보냈다고 하도 주장하기에 대통령기록물법시행령을 찾아봤더니 제6조의 3항에 ‘선물이 동물 또는 식물 등이어서 다른 기관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것인 경우에는 다른 기관의 장에게 이관하여 관리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올 3월 29일 자로 신설돼 있었다. 풍산개를 완전히 자기 소유로 할 수는 없어도 맡아서 기르는 데는 별 법적 장애가 없는데도 법령 탓을 하며 돈 때문이 아닌 듯 호도한 것이다.

둘째는 비정함이다. 기르던 개를 미련 없이 내치는 그 심성은 자신들의 이익이나 목적 달성을 위해선 무엇이든 조금도 주저하지 않을 냉혹함을 보여준다. 이런 수준의 야당과 전직 대통령이 ‘도와주는데도’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는 것은 저들과 월등히 차별화되는 품격 공정 상식 겸허함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겸손한 자세로 민심에 귀 기울이면 권위와 품격, 신뢰가 저절로 높아진다. 그러면 야당과 좌파그룹이 아무리 정권을 흔들려 해도 자기 무덤 파기로 끝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현 야권 인사들이 얼마나 집요하고 저열하게 공격했는지 돌아보라. 하지만 국민적 평가와 지지가 한결같이 높게 나타나니까 요즘은 섣불리 공격하면 자기 손해가 된다는 계산에서 오히려 참배 이벤트를 벌이지 않는가.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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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있네”

 

8일 대통령실 국정감사 도중 대통령실 수석 2명이 필담을 나누다 퇴장당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이 질의하는 동안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이 메모장에 “웃기고 있네”라고 썼다가 지우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수석들은 “의원들 질의와 무관한 사적 대화”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대통령실 국감이었다. 문제의 메모를 포착한 인터넷 언론에 따르면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실의 이태원 참사 대응을 질타하는 와중에 두 수석이 필담을 나눴다고 한다. 강 의원은 김대기 비서실장을 상대로 “역사가 김대기 비서실장을 소환할 수 있다”는 엄중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었다. 하필 그 타이밍에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가 등장한 것이다. 야당 의원의 질의를 조롱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 수석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도 “강 수석과 다른 사안들로 얘기”하던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15개국 156명의 젊은이가 깔려 죽은 초유의 참사에 대해 대통령실의 책임을 따지는 자리였다. 국민을 대신해 묻는 의원들 질의에 집중을 했어야 하지 않나. 두 수석은 국감장에서 소리 내어 웃다가 수감 태도를 지적받았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통령실 태도를 보여주는 것” “국회 모독이자 국민 모독”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번 메모 파동에 대해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들킨 게 잘못”이라고 했다. 설사 야당을 겨냥한 말이었대도 들으라고 한 소리가 아니니 정색하지 말라는 뜻인가. 들키면 안 될 말을 하다 들켰으면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동안 정제된 말로 감추고 있던 오만과 저열함이 부주의한 메모로 드러났다. 원래 뒤통수를 맞으면 더 아프고 괘씸한 법이다. 김 수석은 어제도 공식 브리핑에서 거듭 사과하며 눈물을 보였다. 남이 듣는 줄도 모르고 내뱉은 다섯 글자로 얼어버린 민심을 녹이기엔 역부족이었다.

▷두 수석이 국회 운영위에서 “웃기고 있네”를 썼다 지우는 동안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강남역 인파’ 설화로 뭇매를 맞았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야당 의원이 ‘마약 단속하느라 이태원 경비 경찰이 부족했다’고 지적하자 “강남역 하루 통행 인원이 13만 명이 넘는다”고 답변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내뱉었다 사과하고 주워 담은 “우려할 만한 인파가 아니었다”는 말로 들린다.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어이없는 실언으로 될 일도 안 되게 하고 사람들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일이 예삿일이 돼 가고 있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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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맡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토록 부주의한가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8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 도중 옆자리에 있던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노트에 써내려간 메모 “웃기고 있네”/ 이데일리 제공

 

대통령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를 주고받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두 수석은 “국감과 관련한 것이 아니라 사적인 대화였다”며 사과했지만, 대화 맥락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 모독”이라고 반발했고 여당 소속 위원장이 두 수석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이날 국정감사는 이태원 참사 관련 질의와 답변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오해를 살 만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적 대화가 맞는다고 해도 대통령실 고위 공직자가 국감장에서 개인적으로 잡담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에서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보낸 문자를 열어 보다 카메라에 찍혔다. 이 일로 이준석 전 대표와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고 수개월간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비대위원장도 당 윤리위원을 맡은 의원과 이 전 대표 징계 관련 문자를 주고받다가 카메라에 찍혔다. 감사원 사무총장은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오늘 또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가 노출됐다. 대통령실 교육비서관도 국회에서 출석한 교육부 차관에게 “학제 개편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메모를 보냈다가 카메라에 찍혔다.

 

세상 어느 조직이든 문제 되는 일이 한 번 벌어지면 모두가 조심하는 것이 상례다. 그런데 정부 여당에선 ‘잘못을 교훈 삼아 재발을 막는다’는 기본 원칙 자체가 없는 것 같다. 노출된 내용의 적절, 부적절 여부를 떠나서 국가 중책을 맡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부주의한지 의아할 지경이다. 대통령부터 진중해져야 한다. 대통령은 유엔 방문 중 수행원들에게 불필요한 말을 부주의하게 했다가 카메라에 찍혀 비속어 논란에 휘말렸다. 이런 일이 계속 쌓이니 국정도 이렇게 부주의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

 

-조선일보(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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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2기, ‘이상민 경질’로 시작하라

 

[김순덕 칼럼]

경찰 수뇌부 작당한 듯 참사에 부실대응
오만한 행안부 장관-비서실장도 문제
어떻게 책임질 줄 아는 이가 한 명도 없나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가슴이 꽉 막히다 못해 터질 것 같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정말이지 뜨거운 울화가 치민다.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닌지 우리 동네 신경정신과 의원에는 희생자와 아무 관련 없는 보통 시민들이 병원 문 열기 전부터 와서 기다린다고 한다.

무엇보다 납득되지 않는 건 전 용산경찰서장의 해괴한 행태다. 참사 당일 오후 9시 반쯤 저녁식사 중 용산서에서 상황 보고를 받은 그는 밥 다 먹고, 걸어서 10분 거리를 굳이 관용차를 타고 11시 5분에야 이태원파출소 옥상에 올라가 현장을 지켜봤다. 마스크 없는 첫 축제인 핼러윈데이, 인파가 몰릴 게 뻔한데도 경찰청장부터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관리관까지 조직적 작당을 한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일제히 자리를 비웠다. 지난 7월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전국 총경들이 벌였던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이 연상될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도 기가 막혔는지 7일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고 경찰을 질타했다. 이번 참사의 책임을 경찰 책임으로 규정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앞세워 경찰 ‘개혁’을 제대로 해낼 태세다. 그러나 경찰만 붕괴된 게 아니다. 참사 발생 직전인 오후 10시 12분 ‘숨을 못 쉬겠다’는 119 신고에도 구조대원은 출동하지 않았다.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목소리에 생기가 있어” 출동하지 않았다니, 숨이 막힐 노릇이다.

이런 소방청과 경찰청을 다 거느린 관청이 행정‘안전’부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1조5000억 원을 투입해 작년에 구축을 완료한 재난안전통신망도 행안부가 관장한다. 그 행안부 수장 이상민은 참사 다음 날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무책임하고 무식하게 말해 국민 염장을 질렀다.

나중에 ‘깊은 유감’을 표했지만 이상민은 이미 주무장관으로서의 신뢰를 잃었다. 대통령과 고교·대학 동문이어서 절대 안 잘린다고 믿기 때문인지 8일 국회에서 그는 “경찰에 대한 지휘 권한이 없다”고 했다. 6월 경찰국 신설 기자회견에선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청 업무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지휘 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고 해놓고는 한 입으로 두말한 거다. 그러고도 사고 수습, 재발 방지책 마련을 하겠다니 윤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이 의심스럽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실에 있음을 8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의 국회 답변 태도를 보고 느꼈다. 그는 이번 참사에 대해 “사의(辭意)를 표한 사람도 없고, 건의한 적도 없다”고 했다.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 바꿔라, 청장 바꿔라, 이것도 후진적으로 본다”는 오만방자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다면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국가는 분명히 없었던 것”이라고 총리가 인정을 하는 상황에도 스스로 책임지는 주무장관, 대통령 참모 한 사람 없는 나라는 선진국이냐고 묻고 싶다.

세월호 참사가 가져온 긴 트라우마와 끈질긴 정치화로 인해 윤석열 정부가 ‘밀리면 죽는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을 모르지 않는다. 진솔한 사과와 문책에 인색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 출범 전부터 ‘윤석열 퇴진’과 ‘체제전환’을 꾀해 온 좌파세력의 준동에 두 번 속을 국민은 많지 않다. ‘2014년 지방선거에 세월호 사건이 미친 영향’을 분석한 서강대 이현우 교수의 논문을 보면, 세월호의 영향을 받았다는 유권자의 60%는 지지하던 정당을 더 강하게 지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극은 2016년 총선 때 ‘진박’ 공천과 국정농단 때문이지 세월호 사과 때문이 아니었다.

이제 윤석열 정부 출범 반년이 지났다. 전임 문재인 정권의 비정상을 바로잡는 국정운영의 방향은 맞다 해도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나만 옳고, 내가 많이 안다고 믿고, 혼자 말하는 스타일이다.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런 리더십이 검찰 고위직의 특징이라며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지 냉혹하게 묻지 않으면 실패한다”고 했다.

2021년 6월 21일 윤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그리고 세금을 내는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제 눈에 실력주의’인 데다 안팎으로 내 식구만 챙기는 독불장군 리더십에 분노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마침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떠난다. 돌아올 때는 새로 취임하는 것처럼 다시 시작해 주었으면 좋겠다. ‘윤석열 정부 2기’는 이상민 장관 경질, 대통령실 쇄신으로 출발해야 한다.

-김순덕 대기자, 동아일보(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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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이신(敬事而信)

 

[이한우의 간신열전]

 

‘논어’ 학이(學而)편 5에 나오는 공자 말이다.

 

“제후 나라를 다스릴 때에도 삼가며 일을 함으로써 (백성에게) 신뢰를 얻어 임금이 재물을 아껴씀으로써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을 부릴 때는 때에 맞게 해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삼가며 일을 함으로써 백성들 신뢰를 얻는 것이다[敬事而信]. 그런데 일본보다 논어력(力)이 현저히 떨어지는 우리 학계에서는 경사이신(敬事而信)을 “일을 공경하고 미덥게 하며”라고 오역을 하고 있다. 경사(敬事)에서 사(事)가 동사인데 경(敬)을 동사로 보아 뭘 어떻게 하라는 뜻인지도 모르게 옮겨놓은 것이다.

 

이 말은 백성으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면 위정자들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사(敬事)를 풀어낸 말이 같은 학이편 14에 나오는 민어사이신어언(敏於事而愼於言)이다. 즉 일은 주도면밀하게 하고 말은 조심해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태원 참사를 되짚어보면 해당 공직자들이 주도면밀하지 못해 결국 대참사로 이어졌음이 드러나고 있다. 위험 신호가 계속 울렸는데도 현장을 떠나 있었던 경찰청장이나 서울경찰청장, 사고 발생 이후 미스터리 같은 행보를 계속한 용산경찰서장 등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사건 이후 총리 이하 고위 공직자들이 사고 처리에 임하는 언행을 보고 있노라면 더욱 참담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월드컵 응원단 사전등록

야당이 엉뚱한 정치 공세를 부리는 것은 그렇다 쳐도 대통령실이나 정부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으로는 국민 신뢰를 얻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런 와중에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은혜 홍보수석이 다른 수석과 필담을 나누며 “웃기고 있네”라는 글을 적어 두 수석이 퇴장당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런 행태를 옛말로는 범범(泛泛)하다고 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내버려둔 대충대충 임한다는 뜻이다. 이런 범범한 태도로는 비상사태는 물론 평상시 작은 일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불신만 부를 뿐이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조선일보(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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