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대통령실의 감정적이고 단선적인 MBC 대응]....[대통령 회견]....

뚝섬 2022. 11. 11. 09:50

[대통령실의 감정적이고 단선적인 MBC 대응]

['진실의 수호자'를 위하여]

[대통령 회견]

[트럼프에 맞선 350개 펜… 美신문사 초유의 '사설 연대']

['社說 연대']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로 몰아치기... 트럼프의 입, 왜 갈수록 거칠어지나]

 

 

 

대통령실의 감정적이고 단선적인 MBC 대응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단체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기간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면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돼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잘 들리지도 않는 대통령 발언에 자의적으로 ‘바이든’ 자막을 단 점, 김건희 여사 논문 논란을 다룬 방송에서 김 여사와 내부 제보자들이라며 등장시킨 인물이 대역 배우들이었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MBC의 보도가 지나쳤던 건 사실이다. 자막 보도의 경우 음성 분석 전문가들도 ‘바이든’이라 단정하지 못하고, 앞뒤 문맥상으로도 그렇게 해석하기 어려운데 단정적으로 자막을 달았다. 대역을 쓰고 시청자들이 본인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게 만든 것은 속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취재 기자가 비용을 내고 타는 전용기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잘못된 대응이다.

 

왜곡 보도를 일삼는 방송사는 시청자가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다음에 사법적 판단으로도 걸러질 수 있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이 권력이 직접 관여하는 것이다. 언론 자유의 기본 원칙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왜곡을 일삼는 방송사에 도리어 면죄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MBC는 도저히 정상적 방송사로 볼 수 없는 지경이다. 기자들이 정권별로 당파를 짓고 있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사 내 권력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지금처럼 정권은 바뀌었는데 방송사 내 인적 구성은 바뀌지 않았을 때는 새 정권을 공격하는 데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같은 단세포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은 여론의 비판을 불러 MBC의 문제를 가릴 수 있다. 대통령 전용기는 운영은 대통령실이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민 재산이다.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는 재고하는 게 옳다.

 

-조선일보(22-11-11)-

______________

 

 

'진실의 수호자'를 위하여

#1. 기자가 죽었다. 지난 6월 28일 미국 메릴랜드 지역 신문 '캐피털 가제트' 편집국. 괴한이 몰래 들어가 총을 난사했다. 기사 쓰던 기자, 편집하던 기자, 취재 내용 보고하던 기자, 부국장 등 5명이 총격에 숨졌다. 범인은 과거 자신의 스토킹 행각을 보도한 이 신문사에 화가 난 남성이었다. 총을 잡고 보복에 나선 괴한의 무력(武力)에 '펜'은 무력(無力)했다.

#2. 기자가 취재권을 빼앗겼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올 2월 자신의 정책을 비판하는 '래플러'사 기자에게 "대통령궁 출입을 금한다"고 통보했다. 그는 래플러를 '페이크(가짜) 뉴스'라고 낙인찍었다. 래플러는 정부가 '부패 척결' 정책을 추진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취재하는 거의 유일한 언론사였다. 검찰은 올 11월 이 언론사의 마리아 레사 사장을 탈세 혐의로 구속했다. 레사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지만, 더 큰 어려움에 부딪혔다. 정부가 각종 규정을 들이대며 래플러 폐간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권력의 억압에도 다른 매체들은 침묵했다. 정권 눈치 보기 바빴다. 진짜 펜은 외롭다.

#3. 기자가 체포됐다. 로이터통신 기자 2명이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를 탄압하는 정부에 대해 취재하다가 사복 경찰에게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이 국가 기밀 문서를 입수한 걸 문제 삼아 중형 범죄자라며 기소했다. 기자에게 기밀을 건넸던 경찰관은 뒤늦게 법정에서 "윗선 지시로 했다"며 '함정 수사'였음을 실토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9월 두 기자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은 "언론 자유와는 상관없는 사건"이라며 "그들은 법을 어겨 감옥에 간 것"이라 했다. 아웅산 수지는 군부 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며 누구보다 언론 자유를 외쳤다. 그랬던 그가 권력의 자리에 앉은 요즘은 '페이크 뉴스' '보안' 같은 단어를 입에 올리며 언론을 힐난한다. 펜은 기가 막힌다

 

#4. 기자가 암살당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개혁 정책을 비판해온 기자 카슈끄지가 지난 10월 잔인하게 암살됐다. 사우디 왕세자가 암살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쏟아지는데, 정부는 실무자들이 알아서 벌인 것이라며 꼬리 자르기를 한다. 이런 속담이 요즘 아랍권에서 유행이다. '알라후 아을람(신은 아시리)'. 펜은 사라졌지만,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얼마 전 시사 주간지 '타임'은 위에 나온 기자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고 그들을 '진실의 수호자'라고 했다. "선정된 기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진실을 위해 싸운 사람들을 대표한다"고도 했다. 언론 종사자가 아니라도 권력 견제와 진실 규명에 노력하면 모두 이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진실의 수호자'들도 당연히 '올해의 인물'감이다.

 

-노석조 국제부 기자, 조선일보(18-12-22)-

_____________

 

 

대통령 회견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면 공동 기자회견이 이어진다. 이명박-조지 W 부시, 박근혜-오바마 기자회견을 취재했던 동료 기자에게 "무엇이 기억에 남느냐"고 물었더니 "미국 기자들의 집요함"이라 했다. 두 번 다 그날 정상회담과 상관도 없는 중동(中東)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더란 것이다. 재미있었던 것은 미 대통령들의 태도다. '또 이란이냐'(부시), '또 시리아냐'(오바마). 두 대통령은 지겹다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길게 설명했다고 한다.

2006년 3월 전설적인 백악관 출입기자 헬렌 토머스가 이라크 전쟁을 놓고 부시 대통령과 설전(舌戰)을 벌인 일은 유명하다. 대통령이 쩔쩔매는 장면이 미 전역에 생중계됐다. 2009년 2월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백악관을 50년 가까이 출입한 헬렌에게 질문 기회를 주며 "내가 진짜 취임하는 순간"이라 했다. 헬렌은 흔한 감사 인사도 없이 "중동 국가 중 한 나라라도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증거가 있느냐"며 바로 질문으로 들어갔다.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은 1913년 윌슨 때 시작됐다고 한다. 일부 기자만 집무실로 불렀고 자기 발언 인용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당시로선 새로운 시도였다. 케네디는 TV 중계 기자회견을 가진 첫 대통령이었다. 닉슨을 제외한 미 대통령들은 대개 한 달에 두 번꼴로 기자들 앞에 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월평균 1.5회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당선인 신분으로 첫 기자회견을 했다. IMF 사태 때문이었다. 취임 첫해에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각각 11번, 4번 기자회견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 신년 회견이 첫 기자회견이었다.

▶대통령 기자회견은 잘 활용하면 홍보 기회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송년 기자회견은 4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에 백악관 앞 마당에서 칠면조 한 마리를 살려주는 행사를 하면서 "이 녀석이 불안해하는데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다 생각하나 보다"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토론회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수시로 브리핑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취임 후 두 번에 걸쳐 직접 인사 발표를 하고 질문도 받았다. 그런데 첫 언론 인터뷰는 미국 CBS와 가졌다. 이달 중 방미(訪美)를 앞두고 미 조야(朝野)를 안심시키는 메시지가 급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장관 인사, 원전(原電), 교육, 비정규직, 최저 시급 등에서 많은 문제가 불거져 있다. 대통령 생각을 궁금해하는 국민이 많다. 청와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실의 문이 빨리 열려야 할 것 같다.

 

-최재혁 논설위원, 조선일보(17-06-22)-

______________                                      

 

 

트럼프에 맞선 350개 펜… 美신문사 초유의 '사설 연대'

 

트럼프 가짜뉴스 세뇌에… 공화당 지지자 51% "언론은 국민의 적"
언론사들 "더러운 전쟁에 맞서자" 같은 날 비판 사설 동시에 게재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나치가 유대인을 지칭한 것이나 스탈린이 비판자들을 처형 대상으로 지목한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일이다."(캔자스시티스타)

"자신이 달가워하지 않는 사실을 '가짜 뉴스'라 주장하고 언론인을 '국민의 적'으로 모는 건 민주주의에 치명적으로 위험하다."(뉴욕타임스)


미국 전역의 350여 신문사가 일제히 16일 자 신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적대적 언론관(觀)과 언론 공격을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현직 대통령의 언론관에 대해 수백 개 신문사가 연대해 같은 날, 같은 주제의 사설로 비판한 것은 미국은 물론 세계 언론사(史)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사설 연대’ 동참한 350개 신문사-미국 전역의 350여 신문사가 16일 자 신문에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공격을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15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자유 언론은 당신을 필요로 한다(A FREE PRESS NEEDS YOU)’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사설과 함께 게재된 사진. 이 사진에는 이번 ‘사설 연대’에 동참한 언론사들의 이름이 나열돼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 모습도 보인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이번 '사설 연대'는 1872년 창간한 유력지 보스턴글로브가 주도했다. 각 언론사에 '자유 언론에 대한 트럼프의 더러운 전쟁'에 맞서는 사설을 공동으로 게재하자고 제안했고, 뉴욕타임스(NYT) 등 최고 유력지부터 발행 부수 4000부도 안 되는 지역지까지 수백 개 신문이 흔쾌히 호응했다.

논조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신문사가 같은 주제의 사설을 쓰기로 합의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공격이 미 수정헌법 1조에 명기된 기본 가치이자 미국의 건국 정신 중 핵심인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대놓고 언론을 공격했다. 그는 지난해 2월 "가짜 뉴스는 내 적(敵)이 아니라 미국 국민의 적"이라고 했다. '망해가는 NYT' 등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낙인찍기도 서슴지 않았다. 최근에도 "가짜 뉴스들은 미쳐가고 있다. 완전히 돌았다"(7월 31일 트위터), "가짜 뉴스들은 전쟁마저 일으킬 수 있다. 그들은 국민의 적"(8월 5일 트위터)이라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CNN 백악관 출입 기자의 질문권까지 박탈해버렸다. 이런 언론관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는 군중집회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비판 언론사 기자들이 위협을 받아 보디가드를 동행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보스턴글로브 홈페이지에 올라온 ‘언론인은 적이 아니다’(Journalists are not the enemy)는 제목의 사설. /보스턴글로브 홈페이지

 

트럼프의 반복된 언론 공격은 일부 '효과'까지 내고 있다. 퀴니피악 대학이 지난 9~13일 미국 성인 11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51%가 언론을 '민주주의에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아니라 '국민의 적'이라고 답했다. 이런 상황까지 치닫자 보다 못한 언론사들이 '사설 연대'로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15일(현지 시각) 온라인에 공개된 '반트럼프 연대 사설'들에는 언론 자유가 훼손되고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현 상황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보스턴글로브는 '언론인은 적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홈페이지 최상단에 싣고 미국 제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가 '언론의 자유는 자유 보장에 필수적'이라고 했던 말을 들며 "미국의 이런 근본적 원칙이 오늘날 심각한 위협 아래 놓여 있다"고 비판했다. 보스턴글로브는 또 "부패 정권이 집권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자유 언론을 국영 언론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했다.

NYT도 이날 온라인에 '자유 언론은 당신을 필요로 한다(A FREE PRESS NEEDS YOU)'는 제목의 사설을 올리고,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하겠다"고 했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경구를 상기시켰다.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제퍼슨의 이 말은 미국 건국 정신의 핵심에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대변하는 말이다.

 

-뉴욕-김덕한 특파원, 조선일보(18-08-17)-

_______________

 

 

'社說 연대'

 

"CNN은 가짜 뉴스다. CNN 질문은 안 받는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회견에서 CNN 기자 짐 아코스타를 쏘아붙였다. 아코스타 기자는 대통령이 바로 전에 "CNN보다 더 나쁜 NBC…"라고 답한 걸 따지려던 참이었다. 트럼프는 대신 자신에게 우호적인 폭스뉴스 기자를 질문자로 지명했다. 그는 평소 자신에게 비판적인 CNN 기자를 '미친 아코스타'라고 불렀다.

▶트럼프는 취임 후 CNN과 NBC,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같은 언론을 공격하며 전쟁을 벌이듯 했다. '가짜 뉴스 CNN' '망해가는 뉴욕타임스' '저널리즘의 수치(羞恥) 워싱턴포스트' 같은 막말을 쏟아냈다. 트럼프가 이러는 것은 정치 전략이다. 비판적 언론을 매도함으로써 사실인 보도까지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지지자들이 거부하도록 하는 편 가르기다. 그에게 가짜 뉴스란 자신을 비판하는 기사다.

 

▶미국 기자들도 이런 트럼프의 막무가내에 점점 단합해가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백악관 대변인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NBC 기자의 질문을 묵살하고 정치 사이트 '더 힐' 기자를 다음 질문자로 지명했다. 그러자 '더 힐' 기자는 자신이 질문하는 대신 NBC 기자에게 질문권을 넘겼다. 그는 나중에 "동료가 진실을 파헤칠 수 있도록 도왔을 뿐"이라고 했다. 최근 CNN 백악관 출입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취재를 거부당하자 폭스뉴스 앵커까지 나서서 "CNN을 지지한다"고 했다.


▶보스턴 글로브 같은 미국 신문 100여 곳이 이번 목요일 자에 트럼프의 언론 공격을 비판하는 사설(社說)을 일제히 싣기로 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최근 "언론은 국민의 적"이라며 공격 수위를 높이는 데 따른 것이다. 매일 치열한 보도 경쟁을 벌이는 신문들이 '공동 사설'을 게재하는 건 전에 없던 일이다. 더구나 미국에선 좀처럼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얼마 전 실화 영화 '더 포스트'는 월남전 극비 문서 보도를 둘러싸고 닉슨 정부에 맞선 신문의 용기를 보여줬다. 뉴욕타임스는 역대 정부가 월남전 관련 사실을 국민에게 속여왔다는 '펜타곤 페이퍼'를 특종 보도한다. 그러자 법원이 국익을 내세워 제동을 건다. 워싱턴포스트는 경쟁지이지만 이 상황을 즐기는 대신 따로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해 보도한다. 뉴욕타임스와 같은 배를 탄 것이다. 신문사가 문을 닫을지도 모를 위기였지만 많은 언론이 같은 보도로 언론 자유를 지켜냈다. 미국에서도 언론은 가시밭길이다.

 

-김기철 논설위원, 조선일보(18-08-14)-

________________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로 몰아치기... 트럼프의 입, 왜 갈수록 거칠어지나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언론 공격이 '가짜 뉴스(fake news)' 비난을 넘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비주류 정치인 출신인 그가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주류 언론과 확실하게 선을 긋고 언론 신뢰도에 흠집을 내 지지자들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유엔인권이사회의 전문가들은 이달 2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이 제기한 검증 가능한 사실에 대해서도 신뢰도를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며 성토했다.

◇566일간 트위터에 언론 언급 700건 넘어

 

그는 지난해 취임(1월 20일) 후 나흘 만인 1월 24일부터 트위터에 "(나의) 취임식 시청률이 폭스뉴스나 가짜 뉴스 CNN보다 몇 배 높았다. 대중은 똑똑하다!"라고 적으면서 가짜 뉴스 공격 시리즈를 시작했다. 같은 해 2월 17일에는 "가짜 뉴스(망해가는 NYT, CNN, NBC)는 내 적(敵)이 아니라, 미국 국민의 적이다. 역겹다!"라며 취임 한 달도 안 돼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했다.

그의 언론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비난은 트위터 사용에서도 확인된다. 본지가 트럼프 대통령 트윗 사이트 '트럼프 트위터 아카이브'를 분석한 결과, 작년 1월 20일 취임부터 이달 8일까지 총 566일 동안 트럼프는 총 4295건의 트윗(리트윗 포함)을 올렸고 이중 가장 많이 쓰인 주제의 말은 총 278건의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그다음 많은 것은 자신을 옹호하는 폭스뉴스(Fox news)를 언급하며 이 방송의 프로그램 시청을 독려한 트윗(243건)이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뉴욕타임스(NYT)는 55건, CNN은 52건, NBC는 44건, 워싱턴포스트(WP)는 28건, ABC는 25건을 각각 언급했다. 566일 동안 트위터에서 언론을 언급한 횟수만 700건이 넘어 사실상 거의 매일 언론을 공격 또는 비난했다.

러시아(Russia)라는 단어도 240건 썼다. 이는 대부분 자신에 대한 러시아 내통(內通) 의혹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국정 철학인 '미국 우선주의(Make America great again)'를 언급한 것은 159건, 대선 공약인 오바마케어 폐지 관련 트윗은 73건에 그쳤다. 트윗을 국민과의 소통보다 자신에 대한 방어와 언론을 향한 공격 무기로 활용한 셈이다.

度 넘은 언론 공격…"언론은 국민의 敵"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 시각) 트위터에서 "가짜 뉴스들은 의도적으로 커다란 분열과 불신을 초래하고 있고, 전쟁마저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매우 위험하고 역겹다(very dangerous and sick!)"고 썼다. 그가 이날 올린 7개의 트윗 중 3개에 가짜 뉴스란 말이 들어갔다.

 

 

지난 2일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 배리에서 열린 정치유세에선 언론인들을 향해 "끔찍하고 참혹한 사람들"이라거나 "가짜, 역겨운 가짜 뉴스"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지난달 31일에는 트위터에 "가짜 뉴스들은 미쳐가고 있다. 그들은 완전히 돌았다. 그들은 무고하고 반듯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앞으로 7년 안에 그들은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그들은 사라질 것이다"라고 했다. 자신이 재선해 앞으로 7년 더 집권할 것을 가정하고, 언론에 대한 공격을 계속해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11월 중간선거 최대 이슈는 '인간 트럼프'

그의 언론 공격은 11월 중간선거가 임박할수록 거세지고 있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가짜 뉴스란 말을 쓴 것은 매월 각각 7~13건에 그쳤으나 6월에 24건, 7월엔 26건으로 급증한 게 그 방증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는 이에 대해 "11월 중간선거의 최대 이슈가 경제도, 북핵도 아닌 '인간 트럼프'가 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의 올 6월 조사 결과를 보면 '찬성이든 반대이든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이번 중간선거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의 비율이 1982년 이 조사를 시작한 뒤 최고치인 60%에 달했다. 역대 평균은 50%였다.

TV 리얼리티쇼도 진행한 트럼프의 '쇼맨십'이 대중적 인기를 낳은 동시에 모든 비판과 관심이 본인에게 쏠리는 부작용도 촉발한 것이다. 공화당 선거전략가 칼 그로브는 최근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승리와 언론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더 강한 수사(修辭)를 쓰고 있다"며 "이는 소수의 지지층만 강화시킬 뿐 다수의 유권자에겐 부정적"이라고 했다.

여기에 트럼프는 언론과 지지자들을 떼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23일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유세에서 "당신들이 보고 있는 것과 당신들이 읽고 있는 것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며 "우리 행정부를 믿고, 쓰레기 같은 가짜 뉴스를 믿지 말라"라고까지 했다. 이에 대해 시사주간지 '타임'은 "(트럼프의 지지자 통제가) 소설가 조지 오웰의 (감시·통제를 그린) 소설 '1984'를 보는 듯하다"고 했다.

 

"망해가는 NYT" "졸린 눈 토드"… 트럼프, 별명 붙여 낙인찍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인신공격성 수식어와 별명을 반복 사용한다. '낙인찍기'를 통해 상대에게 부정적 굴레를 씌우는 '별명 정치'를 구사하는 것이다.

트위터나 정치 유세장에서 뉴욕타임스(NYT)를 언급할 때마다 '망해가는(failing)'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게 대표적이다. 최근엔 '부패한(corrupt) NYT'라고도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회장이 인수했다며 '아마존 워싱턴포스트'라고 부른다. WP의 상업성을 부각해 신뢰도를 깎으려는 것이다. 가장 대립각을 세우는 CNN에 대한 호칭은 여럿이다. 취임 직후부터 '가짜 뉴스(fake news) CNN'이라고 불렀고 가끔은 '아주(very) 가짜 뉴스'라고 지칭한다. 지난 대선에서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옹호한다며 '클린턴 뉴스 네트워크(Clinton News Network)'라고 부르기도 했다.

반(反)트럼프 성향의 유명 기자들과 진행자들에 대해선 '졸린 눈(sleepy eye) 토드'(척 토드·NBC방송 유명 진행자), '미친 아코스타'(짐 아코스타·CNN 백악관 출입 기자), '엉성한(sloppy) 무어'(진보 성향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 같은 별칭으로 부른다. 반면 트럼프는 자신을 옹호하는 폭스뉴스에 대해선 '진짜 방송(real network)'이라며 애정을 과시한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조선일보(18-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