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종 핵병기 ‘화성-17형’, 재진입-다탄두 실증만 남았다]
[北 식량 상황은 최악인데 미사일 발사는 최다.. 백두혈통만 살려는가]
[‘韓 전술핵’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북·중에 메시지 될 것]
[‘괴물 ICBM’ 앞에 딸 세운 김정은, 후대에 고립·빈곤만 남길 것]
北 최종 핵병기 ‘화성-17형’, 재진입-다탄두 실증만 남았다
북핵 실전 능력 어디까지 왔나

지난달 18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달 18일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미국 본토에 대한 핵타격 위협이 ‘마지노선’에 근접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성-17형은 사거리와 탄두 중량 등에서 기존의 화성-15형을 압도하는 북한 ICBM의 ‘결정판’이다. 향후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ICBM 능력까지 입증할 경우 대북 확장억제의 무력화 논란 등 ‘북-미 핵게임’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화성-17형은 北 ICBM 기술의 ‘결정판’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다탄두 ICBM 형상의 화성-17형이 처음 공개되자 일각에선 ‘모크업(mockup·실물 크기 모형)’이란 주장이 나왔다.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사상 최대 규모인 데다 북한이 설령 제작했더라도 실제 발사가 가능할지 의문시된다는 것이었다. 북한 특유의 ‘블러핑(엄포)용’ 기만술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2년 1개월 만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화성-17형은 미 본토 전역에 대한 타격력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고각(高角) 발사된 화성-17형은 1·2단 추진체 분리 후 최대 마하 22(음속의 22배)로 비행한 뒤 최종 탄두부의 안정적 탄착 등 전반적인 비행 성능이 ICBM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한미 당국은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정상 각도(35∼45도)로 쐈다면 최대 1만5000km가량 날아가 플로리다를 포함해 미 전역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화성-14·15형 발사로 시작된 북한의 ICBM 기술은 화성-17형으로 정점을 찍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올 2월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첫 시험발사 이후 11월 18일까지 9개월여간 6차례의 시도 만에 ‘괴물 ICBM’ 발사에 성공한 것은 북한의 ICBM 기술이 한미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임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11월 3일 최종 탄두부의 추락으로 발사 실패 후 보름 만에 재발사에 성공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11월 29일) 이전 발사 성공을 목표로 복수의 개발팀을 가동해 여러 발의 화성-17형을 제작해 집중적으로 시험발사를 시도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 북한이 화성-17형 성공을 “사변적인 일”이라며 개발, 발사에 기여한 군 인사를 대대적으로 승진시키고,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영웅 칭호까지 부여한 것도 미국을 겨냥한 최종 핵병기의 완성을 과시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 핵 소형화보다 재진입·다탄두 기술이 더 고난도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 당시 “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면서 김정은이 장구 모양의 핵탄두를 살펴보는 사진을 공개했다. 직경 70cm, 길이 1m로 추정되는 이 핵탄두는 화성-14·15형에 장착이 가능할 정도로 작았다. 북한 주장대로 수소폭탄급 위력까지 갖췄다면 단 1발로 웬만한 도시를 초토화시킬 수 있다.
현재까지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가 “상당 수준”이라는 공식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완성 단계이거나 이미 핵 소형화를 달성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 관계자는 “30년 가까이 핵기술을 고도로 축적했고, 6차례 핵실험까지 한 만큼 다양한 소형 핵탄두를 개발했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직경 60cm, 무게 500kg 미만의 1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 안팎의 경량 핵탄두는 대남 타격 무기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같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장착할 수 있다. 화성-17형엔 최대 3발까지 탑재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성-17형의 성능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ICBM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재진입 기술을 북한이 여태껏 검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은 그간 모든 ICBM을 고각으로 쐈다”며 “이런 발사로는 핵탄두가 들어있는 재진입체의 핵심 기술을 검증할 수 없다”고 말했다. ICBM의 재진입체는 고도 1000km 이상으로 상승한 뒤 초속 7, 8km(음속의 20배 이상)로 대기권에 다시 들어오면서 7000도 이상의 고열과 엄청난 충격을 견뎌야 한다. 극한의 환경에서 핵탄두가 들어있는 재진입체의 표면이 균일하게 깎여나가는 삭마(削磨) 기술도 확보해야 하는데 고각 발사로는 실증이 힘들다는 것.
북한은 2016년 김정은 참관하에 탄두부에 로켓 엔진으로 고열을 가하거나 2017년 화성-14형의 고각 발사 등으로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믿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 소식통은 “재진입 기술은 ICBM의 최고난도 분야로 핵 소형화보다 훨씬 어렵다”며 “북한이 재진입 기술은 미비하다는 게 한미 당국의 공통된 평가”라고 말했다.
다탄두 기술도 미완성 단계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각각의 핵탄두를 서로 다른 표적에 정밀 유도하는 후추진체(PBV)의 성능 검증이나 기술 시연을 북한이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재진입 기술과 마찬가지로 다탄두 기술도 고각 발사로는 검증이 힘들다.
군 소식통은 “재진입과 다탄두 기술은 미 본토를 겨냥한 북한 ICBM 완성을 위한 레드라인(금지선)”이라며 “북한은 향후 두 기술을 실증하기 위한 ICBM 추가 도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초강력 핵 EMP로 美 본토 마비 위협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ICBM을 활용한 초강력 전자기파(EMP) 공격력 확보에도 주력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핵폭발 때 방출되는 EMP는 모든 전자통신 기기와 관련 장비의 내부 회로를 태워 복구 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다. 미 본토 400km 상공에서 초강력 EMP탄 1발을 터뜨리면 전역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으로선 재진입 기술이 없어도 핵 공격과 맞먹는 피해를 미국에 안겨줄 수 있다는 얘기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11월 3일 화성-17형 시험발사가 적의 작전 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내용이었다고 발표한 것도 ICBM으로 핵 EMP 공격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2017년 핵무기 연구소를 방문해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미국도 북한의 EMP 공격 위협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2019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적성국의 EMP 공격에 대한 국가 기간시설의 방어 대책을 지시했고, 지난해 3월 미 공군은 EMP 공격에 대한 보완조치에 착수하기도 했다. 군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북한에 ICBM은 유사시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와 한반도 개입을 저지하는 최종 병기”라며 “핵타격 외에 가용한 모든 방법과 목적으로 ICBM을 활용하는 군사적 시나리오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동아일보(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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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식량 상황은 최악인데 미사일 발사는 최다… 백두혈통만 살려는가
[남성욱의 한반도 워치]
美 농무부 “북한 식량 121만t 부족”… 1990년대 이후 최악 상황
북 농민 인구 37%, 한국은 4%… 생산성은 한국의 4분의 1에 불과
올해 미사일 63번 발사에 1조원, 해킹으로 탈취한 돈 군사비에 써
남한은 의식주라고 하지만 북한에선 식의주라고 표현한다. 옷이나 집보다 먹는 것이 우선이라는 인식은 북한의 척박한 지형에서 비롯됐다. 김일성은 일찍이 ‘쌀은 사회주의다’라고 강조했다. 순안공항에 내려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쌀은 공산주의다’라는 커다란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시뻘건 글씨의 7개 간판에 한 글자씩 표기되어 있는 모습은 북한이 사회주의 농업생산 체제라는 사실을 절감케 한다. 공산주의 협동농장을 통해서 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공산주의를 해야만 먹는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인지 그 정확한 뜻은 알 수 없다.

쌀이 사회주의라는 구호대로 정권 수립 후 75년 동안 3대에 걸쳐 최고 지도자들이 ‘먹는 문제’ 에 나섰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올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상반기 가뭄과 여름철 홍수 등 기상악화와 비료 수급 불안으로 100만t 이상의 식량이 감소했다. 사료용과 종자용은 물론 식용 수요도 부족하다. 신의주·혜산 등 일부 지역의 쌀 가격은 급등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생산 목표량의 30%가 줄어들었고 미국 농무부는 올해 121만t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전망했다. FAO는 지난 9월 말 공개한 ‘2022년 3분기 작물 전망과 식량 상황’ 보고서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45개국에 포함했다. 북한 해외 공관들은 가을 들어 태국, 베트남, 인도 등 쌀 수출국에서 식량을 조달하는 데 총력전이다. 최근 위성사진에는 남포항에 야적된 외국산 식량 포대들이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
“볏단 운반과 낟알 털기를 제때 마쳐야 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 지도 지시는 10월 이후 노동신문의 단골 보도 사항이다. “다 지어놓은 낟알을 한 알도 허실함이 없이 제때 거두어들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라는 최고 지도자의 발언은 가을걷이 전투의 금과옥조다. 전 세계적으로 6개국만이 성공했다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심 기술인 콜드 론치(cold launch)를 성공시킨 영도자가 낟알 털기를 제때 마쳐야 한다는 지시를 남발하는 것은 북한 농업이 당면한 딜레마다. 핵과 미사일 개발 노력의 100분의 1만 투입해도 해결할 수 있는 볏단 운반을 강조하는 것은 불가사의다. 지구 재진입(re-entry) 기술로 괴물 ICBM을 1만㎞ 이상 떨어진 미국 LA에 투하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평양이 들판의 노적가리를 적기에 창고로 이동시키지 못하는 것은 극단적인 정책 실패다.
북한의 가을걷이 전투처럼 노동력을 집중 투입하는 추수 행태는 남한에선 1990년대 이전에 마감했다. 남한은 1991년 충남 당진과 경북 의성에서 RPC(Rice processing complex)라는 미곡종합처리장을 건립하여 10년 만에 전국적으로 탈곡의 기계화를 완료했다. 벼의 수집·건조·저장·가공·포장·판매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함으로써 최소의 인력으로 미곡의 품질 향상과 유통 구조를 개선했다. 북한은 일관 처리 시설과 트랙터 등이 없어 가을만 되면 학생·군인 및 노동자를 대거 동원해 수작업으로 벼 수확에 나선다. 추수한 벼를 건조하기 위해 들판에 늘어놓으면 쥐 같은 들짐승이 먹는 등 손실분이 전체 생산량의 3%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벼는 쌀 미(米) 글자에서 보는 것처럼 88번의 손길이 필요하다. 농민들의 효율적인 영농의욕이 중요하다. 북한 농업은 1946년 토지개혁과 1958년 농업협동화를 통해서 공동생산 공동분배제로 바뀌었다. 중국 역시 1950년 토지개혁으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실현했다. 하지만 1958년부터 불어닥친 집단영농의 인민공사는 농민들의 생산 의욕을 꺾었다. 중국은 1960년대 10년 동안 식량 생산량 부족으로 3000만명이 아사했다. 중국 여배우 공리가 주연한 1995년 영화 ‘인생(To Live)’은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인민들의 피폐한 삶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1976년 사망하고 덩샤오핑(鄧小平)이 개인 영농제로 전환하면서 대규모 증산이 이뤄졌다.
최고 지도자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식량을 자급자족 못 하는 이유는 생산성 부진 탓이다. 논 200평 기준으로 남한은 평균 80㎏ 기준 4~5가마 분량의 쌀이 생산되나 북한은 2∼3가마가 생산된다. 북한은 인구의 37%가 농업에 종사하나 남한은 4%의 농민이 쌀을 생산한다. 미국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북한의 토지 생산성이 2020년 1㏊에 1450달러로 남한의 25%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연간 농민 1인당 노동생산성의 경우 1961년 남북한 모두 500달러 수준으로 비슷했지만, 2020년 들어 북한은 남한(9063달러)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한 1233달러를 기록했다. 북한 농업은 비농업적 요인인 일반경제와 연관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원유·원자재 생산 및 도입이 증가해 비료, 농약, 농기계 등 농자재의 정상 공급이 가능해야 한다. 좁은 논에 많은 모를 심는 밀식 재배 등 비과학적인 주체 농법을 폐기해야 한다. 농산물 가격 체계를 바꿔 농민들의 생산 인센티브를 보장해야 한다. 중국식 개인 책임 영농제라도 답습해야 한다.
김일성의 허울 좋은 식량정치(food politics)는 실패했다. 쌀밥과 고깃국에 비단옷 입고 기와집에 인민들을 살게 해주겠다는 김일성의 선전·선동은 역설적으로 남한에서 실현됐다. 쌀 등 주곡을 증산하고 밀과 콩, 옥수수 등 부족한 곡물은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수출해서 획득한 외화로 수입하여 먹는 문제 해결에 성공했다. 미국, 러시아, 베트남 등 일부 자급 국가를 제외하고는 비교우위 원리에 의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곡물을 수입한다. 남한의 경우 쌀 재고량이 적정 수준을 넘어 보관 비용만 연간 300억원임을 감안할 때 김일성의 ‘쌀은 공산주의’란 담론은 허구였으며 쌀은 자본주의이며 민주주의란 명제가 타당하다.
올들어 북한은 63번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는 돈 잔치다. 지난달 발사한 세계 최장 ICBM인 화성-17호는 거의 1000만 달러가 소요되었다. 전체 미사일 발사 소요 금액은 1조원을 상회한다. 사이버 해킹으로 탈취한 돈을 쏟아부어 군사비에 충당하고 있으니 원가 계산이 무의미하다. 인민들의 식의주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자금으로 식량을 조달하지 않고 기상천외한 군사도발을 이어가는 신(新)물망초 전략은 김씨 백두혈통만의 생존전략이다.
둘째 딸을 데리고 나와 핵과 미사일을 참관하면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며 미래세대에도 핵을 보유하면 2500만 인민들의 먹거리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김씨 일가와 권력층은 1호 물자라는 미명하에 유럽에서 각종 사치품을 수입하니 식의주 문제가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앙상한 얼굴의 소녀가 논밭에 떨어진 쭉정이라도 건지기 위해 들판을 헤매던 90년대 중반, 황장엽 노동당 전 비서는 당시 북한 정권이 무너질 지경이었지만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모면했다고 필자에게 회고했다. 150만 명의 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한 비극이 재연될지 우려되는 동지섣달 추운 겨울이다. 예고된 연말 전원회의에서는 핵과 미사일보다는 계묘년 새해 먹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논의하길 기대한다.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는 김정은의 상투적인 지적보다는 덩샤오핑식의 과감한 농업개혁 없이는 미래세대는 존재할 수 없다. 군사안보보다 중요한 게 식량안보다. 미래세대에 필요한 것은 핵이 아니라 쌀이기 때문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조선일보(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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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전술핵’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북·중에 메시지 될 것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이 지난 18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솟아오르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미국 전역을 핵 타격할 수 있는 화성-17형 ICBM의 고각 발사에 성공한 뒤 연일 추가 도발을 예고하고 있다. 김정은은 “핵 전략무기들을 끊임없이 확대·강화하라”고 지시했다. ICBM 최종 완성을 위해 남은 것은 탄두 대기권 재진입 시험이다. 조만간 북은 화성-17형을 정상 각도로 발사해 5000~6000㎞ 떨어진 태평양에 떨어뜨릴 것이다. 이것마저 성공하면 북은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무력화할 ‘게임 체인저’를 손에 넣게 된다.
지금 북의 핵 폭주는 2017년을 연상시킨다. 5년 전 북은 ICBM을 3차례 발사하고 6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러다 화성-15형 ICBM 발사에 성공한 뒤 “핵무력을 완성했다”며 2018년 초 돌연 평화 공세로 돌아섰다. 핵을 보유한 채로 제재를 해제하려는 핵군축 시도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호응하는 듯하다 결국 노딜을 택했다. 북의 핵 능력이 아직 미 본토를 타격할 수준은 아니라고 봤을 것이다. 지금은 다르다. 북이 화성-17형을 최종 완성한 뒤 핵군축을 제안할 경우 이번에도 미국이 거절할 것이라고 확신하긴 어렵다. 얼마 전 미 국무부 차관은 “군축도 선택지”라고 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미 조야에 많아지고 있다.
미·북 간 핵군축이 논의되는 상황은 한국에 재앙이다. 북은 핵으로 한국을 깔고 앉으려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존망을 걱정하는 처지가 된다. 미국은 핵우산과 연합훈련의 강화, 추가 제재를 말하지만 이는 한국이 맞닥뜨린 실존적 위협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북핵의 효용을 ‘0′으로 만드는 방법은 하나다. 한국이 핵을 갖는 것이다. 핵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지 않기 위해서다.
정치권 일각에서 미국 전술핵의 공유 또는 재반입, 자체 핵무장 주장까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당장 비확산을 중시하는 미국이 수락하긴 어렵겠지만 계속 두드려야 한다. 얼마 전 미 외교협회 주최 포럼에서 미국 전직 관료들이 “미국이 한국의 우려와 좌절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전술핵 옵션에 대해 토론·연구하는 것 자체가 북·중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그 말대로다. 한미가 전술핵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기 시작해야 북의 셈법이 달라지고 북핵을 비호하는 중국의 태도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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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ICBM’ 앞에 딸 세운 김정은, 후대에 고립·빈곤만 남길 것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딸을 전격 공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김 총비서가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지휘했다고 보도하며 그가 딸과 함께 발사 현장을 찾은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불리는 화성-17형 시험 발사를 어린 딸과 함께 참관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김정은 자녀가 공개석상에 등장한 건 처음이다. 북한 매체들이 연이어 공개한 사진과 영상엔 미사일 앞에서 한 소녀가 김정은의 손을 꼭 잡고 걷는 모습, 김정은이 그 소녀를 뒤에서 안은 채 발사 현장 모니터를 보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9살인 둘째 딸 김주애로 추정된다.
다목적 포석이 깔렸을 것이다. 일단 이번 발사의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고, 북한 주민들을 향해 핵 무력 개발이 ‘정권’이 아닌 ‘후대’의 안보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노동신문이 “후대들의 밝은 웃음과 고운 꿈” 운운하며 핵병기 강화 의지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번에 고각(高角)으로 발사된 화성-17형은 최고 고도 6049km까지 치솟았으며 약 1000km를 비행했다고 한다. 정상 각도(35~45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가 1만5000km 이상 돼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도록 다탄두 탑재형으로 개발됐다고 한다. 대기권 재진입 때 발생하는 고열을 견딜 수 있는 재진입 기술까지 확보하면 말 그대로 괴물 ICBM이 완성되는 셈이다.
김정은이 이런 가공할 핵 무력 시위 현장에 부인 리설주는 물론 10살도 안된 어린 딸까지 대동한 것 자체가 섬뜩하다. “이 행성 최강의 ICBM 보유국” “핵 선제타격권이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 등의 표현을 쏟아낸 노동신문 보도처럼 핵 무력 완성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인지, 딸의 목숨까지 담보로 내걸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끝장 전략을 펼치는 건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내 아이들이 남은 평생을 핵무기를 짊어지고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는 김정은이 오판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핵 개발이 북한 경제에 미치는 기회비용은 연 1조원 이상이라고 한다. 몇 년 째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 중인 북한으로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지 오래다. 비핵화 없이 대북 제재가 해제될 리 없다.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등으로 더욱 쇠락의 길에 접어들 것이다. 김정은은 자녀들을 포함해 후대에 고립과 빈곤만 남길 뿐임을 깨닫길 바란다.
-동아일보(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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