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측근들 “우리는 개인 비리로 몰아가겠다”]
[‘대장동’, 플리바게닝 있었다면 의혹 풀렸을 것]
[상황 따라 바뀌는 대장동 주범들 진술… 말 아닌 물증 쫓아야]
李 측근들 “우리는 개인 비리로 몰아가겠다”

2021년 9월 29일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줍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 화면. 당시 유 전 본부장은 집에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나오자 휴대전화를 창 밖으로 던졌다. /TV조선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이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정 실장이 유씨에게 “우리는 모르는 척하고 개인 비리로 몰아갈 것이고 우리대로 선거를 밀어붙일 테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유씨가 김만배씨를 회유하려던 흔적을 없애기 위해 휴대전화를 던져버릴 것도 지시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 내용을 근거로 정 실장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들이 구속 직전의 유씨와 장시간 통화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통화 내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된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유씨에게 “침낭을 들고 태백산맥으로 가서 열흘 정도 숨어 지내라” “쓰레기라도 먹고 배탈이 나서 병원에 입원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 후보 진영에서 오갈 수 있는 말들인가. 이 대표는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최측근과 유씨의 통화 사실이 밝혀지자 “이혼 문제로 유씨 집안에 문제가 있었고 체포당할 당시 유씨가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했다. 지인들의 위로 전화였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실제는 그 통화에서 사건 조작, 증거 인멸, 도주 종용까지 했다는 것이다.
유씨 체포 당시 대장동 파문으로 민주당 대선 경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었다. 급박한 상황에서 이 대표 최측근들이 어떻게든 유씨를 설득해 증언을 막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 유씨는 통화 직후 실제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다. 이 대표도 대장동 비리를 유씨 개인 문제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는 국정감사와 토론회에서 “유동규는 사표를 던지고 나가버린 다음 대선 경선에도 전혀 나타나지도 않은 사람”이라며 “유씨의 일탈 행위는 잘못됐지만 대장동 개발 성과를 다 덮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대장동 비리는 성남시의 정책적 특혜로 극소수 투기세력에게 수천억원의 천문학적 이익을 몰아준 사건이다. 기초단체 산하기관 본부장의 개인 비리로 끝낼 수 없는 사건이었다. 대선 경선에서 이긴 이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되자 문재인 정권의 검찰은 유씨 개인 비리로 대장동 수사를 끝내려고 했다.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조선일보(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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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플리바게닝 있었다면 의혹 풀렸을 것
한명숙·조국… 김용도 진술 거부
헌법상 권리지만 진실 확인 방해
거악 범죄 진술자 선처하는 ‘한국형 플리바게닝’ 도입 필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검찰 조사 내내 진술을 거부했다. 대장동 일당에게 불법 대선 자금을 받았다는 그의 혐의와 관련해선 돈을 댄 사람과 전달자 모두 돈을 줬다고 시인했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해명하면 될 텐데 김 부원장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뻔하다. 검찰 조사에서 자기 허점 노출하지 않고, 수사 내용 파악한 뒤 법정에서 검찰의 허점을 파고들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경기도 대변인 시절인 2019년 12월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손을 맞잡고 있다. /김용 네이버블로그
그런 전례를 만든 사람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다. 뇌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두 차례 재판을 받았던 그는 검찰에선 진술을 거부했고 법정에서도 검찰 신문엔 함구했다. 그 덕분인지 뇌물 사건에선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불법정치자금 사건에선 받은 돈 중 수표 1억원이 여동생 전세금으로 쓰인 증거가 드러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국 전 법무장관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얼마 전엔 ‘n번방 사건’ 주범이 ‘계곡 살인 사건’으로 수감된 범인들에게 “진술을 거부하라”는 황당한 편지를 보낸 일도 있었다. 과거엔 드물었던 진술 거부가 이젠 무슨 유행이 된 듯하다.
헌법상 권리인 진술 거부를 탓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수사와 재판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뇌물 등 부패 사건에선 더욱 그렇다. 과학수사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자금 세탁 등 범죄 수법은 지능화되고 있고, 5만원권 등장 이후 검은돈은 현금으로 오가 계좌 추적도 효용성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도 ‘사법협조자 형벌 감면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본다. 피의자가 타인의 더 큰 범죄를 진술해 수사에 협력하면 형벌을 낮춰주거나 불기소하는 제도다. 일본은 ‘협의·합의제도’라는 이름으로 2019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범죄는 지능화하는데 증거 수집은 어려워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형량을 낮춰주는 미국식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약간 성격이 다르다. 프랑스·독일 등 유럽 선진국들도 변형된 형태로 플리바게닝을 운용하고 있다.
이 제도엔 “정의 관념에 배치된다”는 비판이 늘 따라붙는다. “형벌은 협상 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의 남용 우려도 있다. 법무부가 2011년 이와 비슷한 ‘내부증언자 면책제도’를 도입하는 법 개정안을 냈다가 무산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이상적인 건 범죄 관련자들을 다 처벌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진술 거부나 막무가내식 부인(否認)에 막혀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장동 사건’도 그중 하나다. 그렇다면 공범 일부를 선처하더라도 자백을 끌어내 이른바 ‘몸통’을 처벌하는 게 사법 정의에 더 부합하는 것 아닌가. 관련자들의 뒤늦은 자백으로 이제야 실체가 드러나는 대장동 사건도 이 제도가 있었다면 훨씬 빨리 진실 규명이 이뤄졌을지 모른다.
지금도 검찰에선 공범의 범행을 증언하면 구형량을 줄여주거나 불구속 처분하는 식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제도화가 안 돼 있어 진술의 증거 능력 등이 논란이 될 때가 많다. 그럴 바엔 차라리 법에 근거를 명시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패·테러·마약 등으로 대상 범죄를 국한하고, 변호인 동의를 받아 합의한 뒤 판사 앞에서 허가받게 하는 절차를 두면 검찰의 남용 우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형량 감경에 제한을 두고, 거짓 자백은 가중처벌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검찰권을 키우자는 게 아니라 거악 척결을 위한 ‘한국형 플리바게닝’을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최원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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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따라 바뀌는 대장동 주범들 진술… 말 아닌 물증 쫓아야
대장동 개발업자인 남욱 변호사가 21일 법정에서 “2015년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고 김만배 씨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개발 수익 4040억 원 중 가장 많은 1208억 원을 가져간 곳이다. 서류상 김 씨가 대주주인데, 1년 전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몫이 700억 원이라고 판단했다. 수감 중이던 유 전 직무대리와 남 변호사는 최근 석방된 뒤 성남시장실 지분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남 변호사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선 시장실 지분을 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통령) 선거도 있고, 개인적으로 겁도 많아 솔직하게 말씀드리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법정 증언이 진실이라는 주장이다. 법정 증언은 위증으로 처벌될 수 있어 검찰에서의 진술 변경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이권 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피고인이 재판 도중 공범의 범죄 사실에 대한 진술을 번복한 것을 아무 검증 없이 믿기는 어렵다.
특히 남 변호사의 법정 증언을 보면 천화동인 1호의 지분,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자금 지원 등 다른 사람에게서 전해 들었거나 추측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자신의 역할은 줄이고, 공범의 역할이 더 크다는 취지다. 전문이나 추측은 그 자체로 유죄의 증거로 활용될 수 없다.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물증이나 다른 목격자의 진술이 필요하다. 허위 자백은 배제하고, 피고인이 외부에 드러난 적이 없는 사실까지 제시하는 ‘진실의 자백’만을 따라가야 진상을 제대로 밝힐 수 있다.
대장동 수사는 정권 교체를 전후해 서로 다른 수사기관에서 조사한 게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각각 18명, 15명의 검사들로 수사팀을 구성해 수사했다. 정부에 따라 요직에 앉은 검사들이 바뀐다고, 그 많은 검사들이 참여한 수사의 핵심 내용까지 뒤집힌다면 정상적이지 않다. 검찰은 수사가 마무리되면 실체적 진실뿐만 아니라 수사 내용이 왜 달라졌는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이유와 근거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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