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승풍파랑(乘風破浪)]
[베이징 코로나진료소, 한파에도 아침부터 문밖까지 줄]
[중국 코로나 ‘지금부터 시작’]
[“中 젊은층, 코로나 봉쇄로 정치적 자각...팬데믹 재확산 땐 시위 재개될 수도”]
[대약진운동 빼닮은 중국 ‘제로 코로나’]
[다른 행성 같은 中 코로나 봉쇄]
[불붙은 中 백지 시위]
[80억 넘은 세계 인구]
시진핑의 승풍파랑(乘風破浪)

“핵심은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 중국 런민일보는 15, 16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 결과를 이런 제목으로 18일자 1면에서 전했다. 매년 12월 열리는 경제공작회의는 최고위 정책결정자들과 지방정부 고위 관료, 국영기업 대표 등 수백 명이 이듬해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 올해 회의에선 지도부의 친(親)기업 발언들이 두드러졌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은 “나는 일관되게 민간기업을 지원하고 민간경제가 더 발전된 지방에서 일해 왔다”며 “민간기업과 기업인은 우리와 같은 편이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번에도 ‘안정 속에 성장을 추진한다(穩中求進)’는 기존 방침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간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부동산 기업에 대한 규제의 명분이었던 ‘반(反)독점·부당경쟁’도, 시 주석이 강조하는 핵심 가치인 ‘모두가 잘사는 사회(공동부유·共同富裕)’도 언급하지 않았다. 분배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는 기조로 전환하면서 그간의 전방위적 ‘빅테크 때리기’도 끝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외신도 민간기업과 외국기업, 그중에서도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관심을 표시한 것에 주목했다.
▷그제 이롄훙 저장성 당서기가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를 찾은 것은 그런 정책 변화의 신호탄일 것이다. 2년 전 마윈 창립자가 “중국 은행은 전당포식 운영을 하고 있다”고 당국을 비판한 것을 계기로 알리바바가 반독점 조사를 받은 이래 고위급 관리의 첫 방문이다. 이 서기는 “알리바바가 최전선에서 경제성장을 이끌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글로벌 경쟁에서 두각을 보여 달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시 주석이 새삼 친기업 기조를 내건 것은 10월 당대회에서 종신 체제를 굳힌 만큼 이제 여유를 갖고 실용적 정책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겠지만, 그만큼 향후 경제전망이 어렵다는 방증일 수 있다. 6%대에 이르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3% 초반대로 반 토막이 났다. 미중 전략경쟁 격화 속에 식량·에너지 안보와 반도체 등 핵심 공급망 확보는 당장 발등의 불이다. 더욱이 ‘제로 코로나’에 대한 반발로 ‘시진핑 퇴진’ 구호까지 나왔다.
▷시 주석은 “중국경제의 큰 배는 승풍파랑(乘風破浪)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승풍파랑’은 원대한 뜻을 이루기 위해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치며 극복해 나간다는 뜻. 우선 경제성장에 집중하면서 사회적 안정도 이뤄 중국몽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한번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일부터 쉽지 않을 것이다. 언제 다시 고삐를 죌지 모른다는 시장의 불안과 불신은 당장 중국이 헤쳐 가야 할, 그 어느 때보다 거칠고 험한 풍랑일 것이다.
-이철희 논설위원, 동아일보(2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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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코로나진료소, 한파에도 아침부터 문밖까지 줄
[김기용 특파원의 베이징 현장]
“집에서 버티다 약 떨어져 나와… 안 나온 확진자들 훨씬 많을것”

19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발열진료소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줄이 건물 밖으로 이어져 있다. 진료 대기 줄 사이로 검은 모자를 쓴 한 남성이 양손에 약을 받아 들고 나오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19일 오전 10시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발열진료소는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도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 줄이 건물 밖까지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 환자는 발열진료소에서 1차 진료를 받는다. 이날 오전에만 최소 10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곳곳에서 기침과 가래 끓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줄을 선 사람들은 마스크를 고쳐 쓰거나 몸을 한껏 움츠렸다.
약을 잔뜩 받아 나온 자오모 씨(60)는 “여기 온 사람들은 집에서 버티다가 약이 다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나온 이들”이라며 “(집에서) 안 나온 사람(확진자)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베이징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화장장 예약조차 힘들다는 소문이 사실일 것이라고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국 당국은 18일 하루 동안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사망자는 베이징에서 발생한 단 2명이라고 밝혔다. 작은 발열진료소에 오전에 100명이 몰리는 상황과는 동떨어진 통계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당국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발열 증상이 나타나는 택배원들이 많아지면서 택배가 사실상 중단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차오양구에 사는 직장인 우모 씨(44)는 최근 2주 동안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을 전혀 받지 못했다. 택배원이 부족해 판매자가 주문을 취소하는 경우도 세 차례나 됐다. 18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베이징의 한 택배회사는 택배원 일당을 200위안(약 3만7000원)에서 400위안(약 7만4000원)으로 2배로 올렸는데도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발열환자 급증, 택배원 부족 같은 3년 전 코로나19 발병 초기 상황이 재연되면서 중국에서는 감기약과 해열제 품귀 현상이 벌어진 데 이어 N95(KF94) 마스크 가격도 5, 6배 이상 뛰었다. 개당 1위안(약 185원) 정도 하던 N95 마스크는 5∼6위안에 거래되고 있다. 저장성 사오싱 시장 감독국은 이달 초 18.68위안(약 3500원)이던 마스크 한 상자를 139.9위안(약 2만6000원)으로 7배가량으로 올려 판 업체 관계자를 입건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은 내년 1월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방정부마다 내년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전후해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동아일보(2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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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코로나 ‘지금부터 시작’

중국 베이징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고 있는 모습. / AP 연합뉴스
미국 미네소타대 감염병연구및정책센터(CIDRAP) 책임자 마이클 오스터홀름 교수는 코로나가 막 불붙기 시작하던 2020년 4월 “2022년까지 감염 피크가 다섯 번은 더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9이닝 야구 경기로 치면 이제 겨우 1이닝에 와 있을 뿐이다.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 설명에 앞길이 막막했는데, 벌써 2년 8개월이나 지났다.
▶오스터홀름 교수는 금년 1월 한 기고문에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움직이는 타깃을 맞히려는 시도”라면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국은 결국 철통 봉쇄를 철회했고, 그러자 병원마다 코로나 환자로 넘쳐나고 있다. 코로나 방역의 열쇠는 죄었다 풀었다 하면서 병원 붕괴가 일어나지 않게 감염자 규모를 관리하는 것이다. 중국은 그게 아니라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180도 돌아버렸다.

▶중국은 감염 또는 접종으로 획득한 면역력도 미약한 상황이다. 중국 백신은 효과가 떨어지고, 시골은 의료 시스템이 부실하다. 베이징에서도 어린이 해열진통제가 무려 2000위안(약 38만원)에 팔린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최악의 경우 3개월 내 중국인 96%가 감염되고 사망자는 15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자칫 14억 인구의 중국이 변이 바이러스 공장이 돼 세계를 다시 코로나 비상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20년 9월 유엔 화상연설에서 “코로나가 각국 관리 능력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했다. 서구의 코로나 통제 실패를 꼬집은 것이다. 그랬던 중국이 지금 와선 혼자 허우적거리고 있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코로나는 이제 감기 수준”이라는 말들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인민일보는 “제로 코로나는 코로나 독성이 약화되고 효과적 백신·치료약이 나오기까지 시간을 벌려는 정책이었다”고 합리화했다. 방송에는 “3년간 국가가 우리를 돌봐줬으니 이젠 각자 집에서 견디면서 의료 시설은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양보하자”는 작위적인 시민 코멘트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 걸리면 큰일 난다더니 이제 와 ‘감기 수준’이라는 정부 말을 누가 믿겠는가. 중국인들은 월드컵 경기에서 다른 나라 관중들이 마스크 없이 응원하는 걸 보고 분노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 없이는 효율적 코로나 대응도 불가능하다. 오스터홀름 교수는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코로나는 향후 6~12주 사이 폭발할 것”이라며 5피트 짜리가 아닌 ‘1000피트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에 비유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처음 세계에 유포시킨 중국이 코로나의 마지막 피크까지 장식할 모양이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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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부유 강조하던 시진핑, “성장 최우선”으로 선회. 기업이 발전해야 나눌 것도 있다는 원칙에 귀 기울였나.
-팔면봉, 조선일보(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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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젊은층, 코로나 봉쇄로 정치적 자각...팬데믹 재확산 땐 시위 재개될 수도”
[김진명이 만난 사람]
중국 사회운동과 불평등 연구한
일라이 프리드먼 코넬대 교수
“시진핑 권력 독점에 적 많아져
당은 블랙박스, 무슨일 있는지 몰라”
지난 10월 29일 미국 애플 ‘아이폰’의 중국 내 제조 기지인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에서 대규모 직원 탈주 사건이 일어났다. 코로나로 봉쇄된 공장에서 16일간 일하던 직원 수백 명이 열악한 환경과 음식 부족을 견디다 못해 담장을 넘었다. 일회성 사건처럼 보였던 이 일은 한 달 뒤 예상치 못한 전국적 시위로 번졌다. 지난달 24일 신장 우루무치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가 직접적 도화선이었다. 코로나 봉쇄 조치로 소방차가 제때 진입하지 못해 10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퍼지자 엄격한 방역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가 중국 전국으로 확산했다.
중국 당국은 휴대전화 검열과 최루탄 등으로 시위를 진압하는 한편, 베이징·광저우 등 대도시의 봉쇄 조치를 완화했다. 지난달 30일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사망하자 대대적 추모 분위기를 조성해 여론을 다른 쪽으로 돌리고 있다. 유혈 진압으로 막 내린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시위 이후 처음으로 중국에서 발생한 전국적 시위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중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와 사회운동 등을 연구해 온 일라이 프리드먼 코넬대 교수와 2일(현지 시각)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일라이 프리드먼 미 코넬대 교수는 2일(현지 시각)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 방역 반대 백지 시위가 중국 사회에 매우 장기적인 영향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백지 시위에 대해 “시진핑이나 공산당을 직접 비판할 공간이 아주 작게나마 열렸다”고 평가했다. /코넬대
‘제로 코로나’, 중국인들을 한계로 몰아붙여
-그간 중국 내 대부분 시위는 소규모에 그쳤다. 왜 이번에는 전국적 시위로 번졌나.
“(제로 코로나가) 전국적 정책이고, 그 정책이 사람들을 절대적 한계까지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자유가 일부 제약되더라도 그에 따를 의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번 시위의 발생 과정을 보면 사람들이 기본적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었다. 먹을 음식이 충분히 없었고, 고층 주택에서 화재가 났다. 봉쇄 중 자신들이 얼마나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깨달은 사람들이 ‘이제 잃을 것도 없다’고 느끼는 상태가 됐다.”
-국수주의 교육을 받아 당국에 순응적인 것 같던 젊은 대학생들도 자유를 요구하고 나섰다.
“몇 년 전까지는 학생들이 더 국수주의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확신이 흔들렸다고 생각한다. 지난 4월 상하이 봉쇄 때 그런 점을 확실히 보게 됐다. 대도시에서 자라 중산층이 기대하는 비교적 안락한 생활 방식을 즐겨온 20대 학생들이 처음으로 ‘상하이처럼 비교적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도 국가 권력에는 제약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젊은 중국 학생들은 그 점에 정말 동요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다’고 느낀 것이다. 또 다른 배경에는 경제성장 둔화가 있다. 젊은이들이 어렸을 때 가졌던 물질적 기대가 충족되지 않고, 부모님들만큼 잘살 수가 없게 됐다. 여기에 ‘국가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정치적 자각이 합쳐져서 변화로 이어지는 주요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방역 완화 후 中 의료 부실 우려
-중국 당국이 코로나 방역 조치를 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불만이 가라앉을까.
“시위 참가자들이 어느 정도 만족감은 느낄 것 같다. 다만 시위의 기저에는 다른 종류의 불만들도 깔려 있다. 대규모 확진 사태 없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끝낼 수는 없을 것이란 문제도 있다. 중국의 의료 시스템은 다른 사회복지 제도와 마찬가지로 부유한 대도시 지역에 집중돼 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병원들과 비교해 중·서부 지역이나 농촌 지역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은 훨씬 나쁘다. (코로나) 대유행이 다시 일어날 경우 적절한 의료 시설이 없는 곳에서 많은 사람이 중증이 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또 다른 불만이 생겨날 것이고 더 많은 시위가 일어나거나, 시위는 일어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을 화나게 만들 수 있다.”

11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나온 한 주거 단지 주위에 근로자들이 격리를 위한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다./로이터 뉴스1
-중국 공산당이 도농 간 격차, 노동 분쟁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낙관적이지 않다. 사회적 문제에 대처하는 시진핑의 본능은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기보다는 감시망과 경찰력 등 사회를 억압할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다. 가장 극단적인 예는 신장의 위구르 문제다. 문제 해결에 자원이나 인력을 투입하기보다 엄청난 규모의 대형 감옥과 수용소를 몇 달 만에 짓고 놀랄 만한 수준의 탄압을 가했다. 나는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농민공) 문제를 연구해 왔는데, 중국 정부가 20년 동안 불평등을 해소하겠다고 말해왔지만 거의 진척이 없었다.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전국적 사회보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시민사회에도 좀 더 공간을 줘야 한다. 민주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한데, 중국 공산당은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시진핑의 본능적 행동들을 보면 항상 대중을 억압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했다. 미래에 나쁜 징조다.”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한 건 백신이나 병상, 치료제 공급에 자신이 없기 때문인가.
“중국 당국이 (백신이나 병상, 치료제 같은) 자원을 동원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앞으로 몇 달간은 힘들 것이다. 코로나가 확산하기 쉬운 겨울이란 점도 문제다. 또 다른 측면을 보자면 (제로 코로나 정책 덕분에) 정부가 거대하고 아주 포괄적인 감시 시스템을 돌리는 것이 가능했다. 정부가 (코로나란) 상황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감시하고 그들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게 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11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 추도식에서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검열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백지 시위'를 펼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中 엘리트, 習 독재에 희망 잃어
지난 10월 16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열리기 사흘 전 베이징 시내의 육교에 누군가가 ‘수령이 아니라 선거가 필요하다’ ‘(코로나) 핵산 검사 말고 밥이 필요하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건 일이 있었다. 프리드먼 교수는 이처럼 전국적 시위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소규모 저항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시 주석은 집단 지도 체제를 폐지한 뒤 얼마 전 별세한 장쩌민 전 주석의 상하이방이나 공청단 등 다른 파벌을 일절 배제하고 일인 지도 체제를 만들었다. 이런 변화가 시위에 영향을 줬다고 보나.
“물론이다. 20차 당대회가 열리기 직전 베이징 시내의 다리에 한 남성이 나타나 현수막을 내걸었다. 일인 시위였지만 어떤 토론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싹트기 시작했다고 본다. 도시 사람들이 시진핑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차 당대회가 열렸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시진핑 사람들로만 채워졌다. 리커창 총리도 퇴출됐다. 이 때문에 지식인과 기업인 같은 도시 지역 엘리트들이 ‘변화의 희망이 전혀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고 본다. 이런 시기에 일부 사람은 먹을 음식조차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러자 위험을 무릅쓰고 나가서 시위를 하게 됐다.”
-시 주석이 2013년 집권한 뒤 전국 규모의 시위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권위나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을 얼마나 약화시킬 것으로 보나.
“아주 중대한 일이다. (천안문 사태가 있었던) 1989년 이후로 전국적 시위는 거의 없었다. 1989년에도 거의 대부분 도시 지역에 집중된 시위였다. 시진핑이 집권하기 직전인 2012년 영유권 분쟁이 있는 센카쿠(일본명)·댜오위다오(중국명)를 두고 반일 시위가 있긴 했지만 국가의 지원을 받는 시위였다. 이번 시위 참가자들이 (시진핑이나 공산당에) 직접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천안문 광장 같은 공공장소를 점거하거나, 도시의 기본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말하기 어려운 문제는 ‘이것이 공산당 내부 정치, 파벌 정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다. 시진핑에게는 적이 많다. 시진핑은 당내의 많은 묵계를 깨고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그를 잡기 위해 이런 기회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분명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당내 정치)은 블랙박스나 마찬가지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정치 검열이 ‘백지 시위’ 불러
-1989년 천안문 사태와 이번 시위는 어떻게 다른가.
“1989년에는 주로 학생들이 시위를 주도했다. 최근 시위 참가자들은 더 다양하다. 또 1989년의 중국은 지금보다 정치적 공간이 열려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민주화를 중심으로 분명한 정치적 요구를 표현했다. 반면 이번 시위에서 ‘자유를 달라’ 같은 슬로건을 외친 사람은 소수였다. 이번 시위의 상징은 그저 백지였다. 사람들은 ‘우리에게는 어떤 요구를 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검열에 대한 대응이다.”

일라이 프리드먼 코넬대 교수가 올해 발간한 저서 ‘인민의 도시화: 중국 도시 내 개발, 노동 시장, 학교 교육의 정치’. 학교 시스템의 불평등을 통해 중국 당국이 도시로 유입되는 농민공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이번 시위가 중국 사회에 장기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그렇다. 매우 장기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시진핑이나 공산당을 직접 비판할 공간이 아주 작게나마 열렸다. 검열 체제는 여전히 강력하고 언론은 매우 강하게 통제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사적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조금은 더 대담해질 수 있게 됐다. 왜냐하면 모두가 현 정책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담론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정부는 조화롭고, 안정적이고, 모두가 시진핑을 지지하는 중국의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해왔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안다. 사람들이 극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나와서 시위를 했고 전 세계가 그 모습을 봤다.”
☞일라이 프리드먼
중국과 아시아의 사회운동, 도시화, 노사 관계 및 개발 문제 전문가. ‘인민의 도시화: 중국 도시 내 개발, 노동 시장, 학교 교육의 정치’(2022) 등의 저서를 썼다. 미국 영재들이 고교 졸업 전 조기 입학하는 것으로 유명한 바드칼리지 사이먼 록 캠퍼스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11년부터 코넬대학 노사관계대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조선일보(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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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약진운동 빼닮은 중국 ‘제로 코로나’
리더가 잘못된 판단 밀어붙이고 아무도 바른말 못 해 참사 지속
3년 코로나와 싸워 얻은 공식, 백신 접종 늘리며 일상 회복밖에

28일 중국 칭화대에서 한 학생이 정부의 코로나 도시 봉쇄에 항의해 백지를 들고 일인 ‘백지(白紙) 시위'를 하는 가운데 공안들이 이 모습을 촬영하는 사람을 제지하고 있다./트위터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 양상이 심상치가 않다. 지난 24일 신장 우루무치에서 1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치는 아파트 화재가 발생했다. 그런데 방역 차원에서 아파트를 봉쇄하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이 신속한 진화를 방해했다는 주장이 급속히 퍼졌다. 이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의 대표적 대도시에서 코로나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진핑 물러나라’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3년 가까이 이어지는 고강도 방역 정책에 지친 시민들 분노가 우루무치 화재를 도화선으로 폭발한 것이다.
마오쩌둥은 1958년 ‘7년 안에 영국을 초월하고 15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목표를 내걸고 ‘대약진운동’을 벌였다. 현실에 맞지 않은 과도한 경제성장률 목표와 속도전을 강조하며 국민들을 몰아붙였다. 온갖 비과학적인 방법도 난무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참새와의 전쟁’이다. 참새가 낱알을 쪼아먹는다고 소탕령을 내렸다. 그러나 막상 참새 수가 줄자 먹이 사슬이 무너지면서 쌀 수확량은 점점 줄고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대기근’으로 번졌다. 수천만명이 굶어 죽는 생지옥이 펼쳐졌지만 지방정부들은 곡식 생산량 등을 상부에 허위 보고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아무도 바른말을 못해 이 정책이 4년 넘게 지속됐다. 정치 지도자가 잘못 판단해 실정을 밀어붙이고 제대로 이의를 제기할 세력이 없을 때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여러모로 대약진운동과 닮은꼴이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추진하자 전 세계가 “불가능한 일”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지난 3년간 미국의 ‘코로나 사령관’ 역할을 한 앤서니 파우치 소장도 “중국이 어떤 목적이나 최종 목표도 없이 장기간 봉쇄에 들어갔고, 이는 공중 보건을 위해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지도자가 한번 방향을 정하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터무니없는 목표를 내걸고, 납득할 수 없는 방법(장기 봉쇄)을 쓰고, 믿을 수 없는 통계가 난무하고, 주민들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엉터리 정책을 장기간 지속하는 점에서 대약진운동과 닮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인류는 신종 코로나와 3년 싸우면서 단순하지만 소중한 공식을 얻었다. 좋은 백신을 선택해 접종을 늘리면서 점차 일상을 회복해가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신종 코로나도 전파율은 높지만 중증화율·치명률은 낮아지는 쪽으로 진화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놀랍게도 3년 전 우한에 신종 코로나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똑같은 방식의 대응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의 백신 접종도 엉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젊은 층은 물론 60세 이상 중국 인구 2억6700만 명 중 3분의 1이 3차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 부작용을 걱정해 맞기를 꺼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노인들의 백신 접종률이 90% 이상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중국이 자체 개발해 사용하는 백신 ‘시노백’ 등의 효능도 좋지 않다. 지난 3월 홍콩대 연구진 발표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 효능은 84.5%인데 반해 시노백은 60.2%에 그쳤고, 사망 방지 효과도 시노백이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3연임 절차를 마무리하면 점차 봉쇄를 풀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중국 민심이 임계점을 넘은 것 같다. 우리는 이미 인접국으로, 중국이 불가능한 정책을 수년째 고수하면서 받는 직·간접적인 피해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한동안 더 거대한 이웃이 어리석게도 시한폭탄을 안고 뒤뚱거리는 것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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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행성 같은 中 코로나 봉쇄
중국에선 방역요원을 다바이(大白)라 부른다. 상하의 일체형의 흰색 방호복을 입기 때문인데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 봉쇄 정책에 대한 거부감과 조롱을 담은 신조어다. 얼마 전 중국 네티즌이 웨이보에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중계 화면과 함께 “카타르의 코로나 상황이 비관적인가 봐요. 관중석이 온통 ‘다바이’네요”란 글을 적었다. 화면에 잡힌 관중석엔 방역요원이 아니라 중동 전통 복장인 흰색 토브 차림의 남성들이 앉아 있었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지친 중국인들이 노마스크 월드컵을 지켜보며 느낀 박탈감을 각종 풍자 게시물에 담아내고 있다. 관중 수만명이 노마스크로 목청껏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스크 쓰세요” “PCR검사 하세요”라는 중국어 안내 음성을 내보내는 식이다. “월드컵 관중과 중국인이 같은 행성에 사는 게 맞느냐”는 자조 섞인 글도 올라온다.
▶중국 당국은 제로 코로나에 대해 “과학적이고 정밀한 방역”이라고 한다. 높은 인구밀도와 열악한 의료 체계를 감안할 때 서방식의 ‘위드 코로나’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경제에 독(毒)이다. 인구 2500만명의 상하이를 65일간 봉쇄하자 1분기 4.8%였던 경제 성장률이 2분기 0.4%로 주저앉았다. 올해 목표치인 5.5% 성장은 어려울 것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시진핑의 3연임을 확정 짓는 당대회만 끝나면 제로 코로나 정책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은 빗나가는 것 같다. 상하이 봉쇄 총책인 리창 당서기가 서열 2위의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영전했다. 당 대회 직후 방역 당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발표로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24일 우루무치에서 아파트 화재로 10명이 죽고 9명이 다쳤다. 봉쇄 조치 때문에 대응이 지연되며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카타르 월드컵으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전국 도처에서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조직되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아무것도 적지 않은 백색 종이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특정 주장을 담았다간 잡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바이’로 상징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조롱하는 의미를 담았다고도 한다. 베이징대 학생들도 가세하고 있다. 베이징대 학생들은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주역이다. 이번 시위 역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국민들은 공산당식 국가주의, 민족주의에 빠져 있다. 그러나 이렇게 무모하고 출구 없는 코로나 봉쇄가 계속되면 ‘백색 혁명’의 작은 불씨는 조금씩 커질 것이다.
-이용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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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中 백지 시위

2020년 7월 6일 홍콩 중심가 IFC몰에 모인 시민들이 조용히 흰 종이를 꺼내 들었다. 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지켜보는 이들은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같은 달 1일 홍콩보안법이 발효되면서 반중 구호가 적힌 피켓만 들어도 처벌받는 일이 속출했다. 표현의 자유를 완전히 빼앗긴 홍콩 시민들이 최후의 저항 수단으로 백지 시위를 선택한 것이다. 2년여가 흐른 지금, 이번엔 중국 전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4일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화재로 10명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방역 때문에 아파트가 봉쇄돼 있어서 진화가 늦어졌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됐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제로 코로나에 피로감이 누적돼 있던 중국인들은 크게 동요했다. 상하이의 위구르인 거주지에서는 26일 밤부터 수천 명이 봉쇄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우한, 청두, 광저우, 난징 등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집회가 열리면서 중국 전역이 들끓고 있다.
▷공안은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고 무차별 구타를 가했다.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대학을 중심으로 시작된 백지 시위가 전국으로 번졌고 주민들이 속속 가세하고 있다. “무엇이든 쓸 수 있는 백지에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 준다”는 이유에서다. SNS에는 #백지혁명’ ‘#A4혁명’ 등 해시태그도 퍼지고 있다. 체코의 벨벳혁명, 조지아의 장미혁명처럼 민주화 시위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트위터에는 “카타르 월드컵 관중들이 시위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백지를 들어 달라”는 글도 올라왔다.
▷실제 이번 시위는 반정부 시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진핑은 퇴진하라” “투표를 원한다” 같은 노골적인 구호도 나왔다.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의 영향으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목표치인 5.5%에 한참 못 미치는 3%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중국 코로나 신규 감염자는 최근 닷새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칫 경제도, 방역도 모두 실패하는 일거양실(一擧兩失)의 위기 상황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권력 집중을 위해 사회 통제를 강화하면서 정작 주민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졌다. 지금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향후 당국이 시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1989년 톈안먼 시위의 주역인 왕단은 “시위를 무력 진압하거나 발포한다면 세상을 바꿀 만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중국 지도부가 민심을 외면하고 강경 일변도의 대응을 고집한다면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
-장택동 논설위원, 동아일보(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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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 넘은 세계 인구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18세기 말엽의 계몽사상가들은 과학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 가까운 미래에 영생의 시대가 온다고 낙관했다. 젊은 맬서스는 이런 낙관주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25년마다 인구가 두 배씩 증가한 당시 미국의 사례를 보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게 확실했다. 그렇지만 토지는 한정되어 있기에, 식량 생산은 천천히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맬서스가 1798년에 출판한 ‘인구론’에 의하면, 인구가 식량의 한계를 초과하면 기근과 빈곤이 만연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전염병이 돌거나 전쟁이 발발해서 많은 사람이 죽게 됨으로써 다시 인구가 줄어들 것이었다. 그러면 평화롭고 안정적인 시기가 지속되다가, 인구가 늘면 또 기근과 전쟁이 시작되었다. 인류 역사는 이런 사이클을 벗어날 수 없었는데, 이것이 ‘맬서스의 덫’이었다.
맬서스는 19세기 초 10억명의 세계 인구가 정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9세기를 통해 영농법이 꾸준히 개선되었다. 1900년에 인구가 16억이 되었지만, 식량도 비슷하게 늘어났다. 20세기에는 화학비료가 발명되었고, DDT 같은 살충제와 제초제가 생산되고, 공장식 축산이 도입되었으며, 새로운 품종의 녹색혁명과 유전자변형식품이 이어졌다. 지구의 총인구는 급속하게 늘어서 2000년에는 60억에 이르렀지만, 증가하는 인구를 먹여 살릴 만큼 식량도 덩달아 증가했다. 당시 많은 과학자가 “맬서스는 틀렸다”고 외치면서, 인류가 맬서스의 덫을 벗어났다고 환호했다.
그렇지만 “맬서스가 옳았다”고 부르짖는 과학자도 있다. 무엇보다 21세기 지구의 상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 엄청난 화석연료를 쓰고 있고, 산간과 밀림을 개간해서 경작지와 주거지를 만들어 식량 생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후 위기가 심화되며,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맬서스의 덫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11월 14일, 유엔은 세계 인구가 80억을 넘었다고 공표했다. 2011년에 70억을 넘은 지 11년 만이었다. 15년 뒤에는 90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맬서스가 옳았던 것인지 아니면 틀렸는지, 다시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조선일보(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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