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流가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
[변화하는 일본, 활용은 우리의 몫]
[미쉐린 스타셰프의 반찬가게]
[필리핀 한국식당, 한국인 시어머니와 인도인 며느리]
韓流가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
‘한류(Korean Wave)가 한·일 관계에 장기적으로 정치적 영향을 미칠(exert political influence over the long term) 것이다.’ 미국 외교 전문 매체 ‘디플로맷’이 일본 내 한류의 부침(浮沈)을 분석하며(analyze its ups and downs) 전망한 기사 제목이다. 간추린 내용은 이렇다.

“양국은 1965년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지만(normalize diplomatic ties),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미래 지향적 관계를 합의하기 전까지는 문화 상품 수·출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공동선언에 따라(in line with their joint statement) 한국이 문호 개방 정책을 취해(implement the open door policy) 일본 문화 상품 수입 규제를 해제하면서(lift its restrictions) 물꼬가 트이게 됐다.
일본 내 한류는 세 차례 물결이 일었다. 1차는 2003년 ‘겨울소나타’로 대표되는 드라마 중심이었고, 2차(2010~2015년)는 보아·소녀시대·슈퍼주니어·카라 등 가수들이 이끌었으며, 3차는 2015년 이후 BTS·트와이스·세븐틴 등 K팝 그룹이 몰아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남녀 성에 따른 요소(gendered element)가 중요한 요인(significant factor)으로 작용했다.
1차 한류 팬은 40~60대 여성이 주류를 이뤘다. 두 명의 총리 부인이 공개 석상에서(on public occasions) 한국과 안정적 유대의 중요성을 옹호하고 나섰을 정도다. 그러자 극우 남성들이 반발해 혐한 운동을 노골화했다. 이에 중년 여성들은 한류와 한류 팬덤을 전통적 남성 우월주의에 저항하며(resist the male chauvinism) 양성 평등을 주장하고(insist on gender equality)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이는(raise their social and economic status) 대체 수단과 세력으로 삼았다. 이들 ‘한류 맘’들은 자녀들이 극우 남성들의 반한·혐한에 휩쓸리지 않게 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try their best).
2차·3차 한류에서는 1차 때와 달리 젊은 남성 팬들도 늘어났다. 그리고 또 다른 특징은 남녀 젊은 팬층이 모두 자신들의 엄마인 이전의 중년 여성들(previous middle-aged women)과는 색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이들은 한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대신 극우 정치 집단과 거리를 두는(distance themselves from the extreme right wing political group) 방편으로 아예 한국을 향한 친밀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한다(blatantly express their affinity toward Korea).
그런가 하면 40세 이하 여론조사 결과, 64.6%는 한일 관계가 악화될 때도 한류를 즐기고, 4분의 3이 넘는 77.5%는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일본 젊은이 사이에 정치·문화 분리가 일관적 태도(consistent attitude)가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익 보수에 의해 독점된 주류 언론 매체가 아니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류를 즐긴다.
일본 외교 정책 입안(formulation of foreign policy)은 여전히 우익 정치인들이 좌우한다. 하지만, 다가오는 장래를 책임질 일본의 젊은 세대에겐 한류가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마취시켜 나가고 있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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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일본, 활용은 우리의 몫
최고급 백화점 식품관에 김치·잡채 등 한국식 반찬
국제 포럼선 “한국 배우자” “극우파 비중 점점 작아져”
일본 다카시마야 백화점은 역사가 190여 년 된 최고급 럭셔리 백화점이다. 에르메스·구찌·루이비통 등 온갖 명품이 즐비한 이 백화점은 콧대 높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부자들의 쇼핑 명소다. 일요일인 지난달 20일 오후 지하 1층 식품관에서는 배추김치·총각김치·파김치 등 여러 가지 김치를 팔고 있었다. 김치 매대 인근에서는 한국식 김밥과 잡채·시금치 등 우리 반찬을 팔았다. 일본 최고 백화점의 식품관에서 한국 음식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일본의 니혼바시에 있는 다카시마야 백화점.백화점 건축물로는 최초로 일본의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있다./ /tokyo-trip.org
이뿐 아니었다. 도쿄의 히가시신주쿠역 인근에는 제법 규모가 큰 수퍼마켓이 있다. 김치부터 라면, 반찬, 과자 등 모든 품목이 우리 먹거리였다. 심지어 ‘충청북도 우수 식품 상설 매장’이라는 안내판까지 세워뒀다. 고객은 모두 일본 사람이었다. 신주쿠역 주변에서는 ‘한국식 가정식’이라는 광고판이 붙은 한식점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식당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은 흔하다.
신주쿠역 인근에는 다양한 일본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촌이 500~600m 줄지어 있었다. 지난달 16일 저녁 일본 젊은이들로 인산인해였다. 한 가게 앞에서 기웃거리는데, 20대 중반 일본 여성이 “정말 맛있어요” 하며 서툰 한국어로 음식을 설명해줬다. BTS 광팬이라고 했다. 일본 약국에 들어갔더니 판매원이 한국어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약”이라며 이것저것 소개해줬다. 일본어 한마디 못하는 필자가 도쿄 어디를 가도 별 불편함 없이 다닐 수 있었다. 10여 년 전 드라마 ‘겨울 연가’나 아이돌 그룹 ‘빅뱅’ 등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리긴 했지만, 이번처럼 일본에 한류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지난달 17~18일 도쿄에서 열린 ‘라운드 테이블 저팬(Roundtable Japan·RTJ)’은 한국에 대한 일본 주류의 생각이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RTJ는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고노 다로 디지털대신,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대신,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스즈키 게이스케 중의원 의원 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정치인과 기업 및 학계 인사, 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소규모 포럼이다. 토론 내용은 인용하되 발언자 신상은 공개하지 않는 ‘채텀 하우스 룰’에 따라 허심탄회하게 토론한다. 일본인 참석자는 모두 영어가 유창했다.
포럼에서 만난 한 유력 신문사 간부는 필자에게 “딸이 K팝 팬”이라면서 “‘재미있어요’ ‘감사합니다’ 등 간단한 한국어를 딸한테 배웠다”고 말했다. 한 연사는 “37년 전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2위였는데, 지금 세계 33위가 됐다”면서 “한국에도 추월당할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인은 “일본이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인들은 세계 시장을 보고 사업하는데, 일본은 자체 시장이 크니까 일본에만 안주한다”며 “일본이 퇴행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디지털화도 한국에 뒤처졌다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현실을 부정하는 일본 우익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참석자는 “일본 극우파한테 살해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일본에 사는 미국인 참석자는 “야스쿠니 참배도 문제지만 역사를 완전히 왜곡한 야스쿠니 박물관이 더 큰 문제”라면서 “일본 정부가 민간 시설이라 관여 못 한다고 하는데 그냥 묵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일본 사회에서 극우파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분명 바뀌고 있고, 일본의 변화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한국에 달렸다는 생각이 든 일본 출장이었다.
-최우석 미래기획부장, 조선일보(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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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스타셰프의 반찬가게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한국인 최초로 미쉐린 스타를 받은 셰프 후니 김이 최근 뉴욕에 반찬 가게를 열었다.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제주도에서 담근 장과 미국 전역의 유기농 식재료를 구해서 만드는 음식이다. 가격은 싸지 않지만 건강하고 올바른 식재료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 반찬 가게 구석의 허름한 문을 열면 비밀 통로가 나온다.

/박진배 제공 뉴욕의 ‘작은 반찬가게(Little Banchan Shop)’. 건강하고 올바른 식재료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천장화와 더불어 피워놓은 침향의 냄새가 그윽하다. 다소 신비로운 시각적·후각적 진입을 하면 통로 끝에 고급 한식당 ‘메주(Meju)’가 등장한다. 8명이 주방을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이곳의 음식도 천연 발효한 장과 유기농 식재료로만 만든다. 된장국, 각종 전, 생선회 무침, 소고기 구이와 솥밥 등으로 구성된 음식의 연출 역시 간결하다

/박진배 제공 ‘작은 반찬 가게(Little Banchan Shop)’의 김장 준비. 화학 조미료를 시용하지 않고, 제주도에서 담근 장과 뉴욕 인근에서 재배하는 유기농 배추로 김치를 담근다.
1980년대 프랑스의 누벨 퀴진, 1990년대 스페인의 분자 요리, 그리고 2000년대 초반 노르딕 음식의 장르를 개척한 셰프들과 레스토랑의 영향력은 아직도 세계 음식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냉정하게 판단할 때 현재 유행하는 음식들은 이 세 장르의 모방이거나 재해석, 또는 조합이다. 모던 한식도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후니 셰프의 음식은 이런 트렌드에 영합하지 않는다. 단골로 등장하는 성게알, 캐비아, 송로버섯도 없다. 한식의 가장 본질적인 장의 깊은 맛과 좋은 식재료, 그리고 전통 풍미의 재현을 목표로 한다. 서양의 고급 식재료와 화려한 연출에 익숙한 현대 외식 문화에 역행하는 선택이다. 뉴욕에서는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어려운 과업,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박진배 제공 한식당 ‘메주(Meju)’의 진입 통로. 반찬 가게 구석의 허름한 문을 열면 아름다운 천장화(아티스트 수지 김의 작품이다)와 피워놓은 침향의 냄새가 그윽하다. 신비로운 시각적·후각적 엔트리메시지(entry message)다./미쉐린 스타 셰프 후니 김의 한식당 ‘메주(Meju)’. 8명이 주방을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된장국, 각종 전, 생선회 무침, 소고기 구이와 솥밥 등을 제공한다.
이런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후니 셰프는 두 가지 코드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천연 발효 장맛이 깃든 반찬과 음식을 친절하게 소개하는 일, 그리고 식당을 찾는 엘리트 고객들에게 고급 전통 한식을 경험시키는 일이다. 뉴욕의 ‘구루마스시(車すし)’나 스페인의 ‘에체바리(Etxebarri)’ 레스토랑처럼 음식의 본질과 깊이를 이해하고 존경하는 고객들만이 여기를 찾을 것이다. 마음속 깊이 힘찬 응원을 보낸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조선일보(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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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한국식당, 한국인 시어머니와 인도인 며느리
# 필리핀 한국식당 종업원
카가얀데오로시(市)의 한 한국 식당에는 쿠야 프린스라는 이름의 현지인 종업원(local employee)이 일한다. 그는 옷깃에 조금 긴 내용의 명찰을 달고(wear a name tag) 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프린스입니다. 저는 PWD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PWD는 ‘Person With Disability’의 약자로, ‘장애인’이라는 뜻이다. “저는 글자 필담으로만 의사 소통이 가능하며(can only communicate in writing), 영어라면 더 좋겠습니다(preferably in English)”라고 양해를 구하는(ask to be excused) 구절도 덧붙여져 있다.

어느 손님이 이 종업원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프린스가 일하는 한국 식당에 필리핀 국민들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be unsparing of their praises). 손님은 “프린스가 자신의 장애에도 불구하고(despite his impairment) 우리 일행의 요구에 재빨리 응대를 하며(quickly respond to our needs) 유쾌하게 시중을 들어줬다(happily wait on us)”면서 “앞으로도 훌륭한 서비스(outstanding service)로 더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불어넣어달라(continue to inspire more people)”고 격려했다.
이 글과 사진이 급속히 퍼지자(go viral)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하는(be deaf and mute) 프린스를 고용한 한국 식당 주인이 대단하다고 칭송하는(praise the owner for hiring him) 필리핀인들의 댓글이 수없이 달리고 있다.
# 인도인 며느리와 한국인 시엄마
인도 노래에 맞춰 춤추는(dance to an Indian song) 두 여성 영상이 인도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get an explosive response). 한 여성은 인도인 며느리(daughter-in-law), 다른 여성은 한국인 시어머니(mother-in-law)다. 모녀처럼 보이는 두 사람은 한국 전통 의상(traditional attire)인 한복을 입고(be donned in hanboks) 경복궁과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신나게 춤을 춘다(dance with joy).
흥겨움이 넘쳐 나는 이 영상은 음악과 춤이 문화·언어를 초월하고(transcend cultures and languages) 국경을 뛰어넘어 사람들을 화합하게 한다는(unite people beyond borders)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덩달아 그들에 맞춰 덩실거릴 수밖에 없게 된다(cannot resist but dance to them). 인도인 네티즌들은 “사랑 가득한 시엄마와 며느리 모습을 보니 행복해진다” “사랑에 목마른 나에게 크나큰 사랑과 긍정적 마음을 준다(give me loads of love and positive mind)” “감탄스럽고 사랑스럽다(be amazing and adorable). 언제까지나 응원하겠다(always root for you)”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며느리는 영상 설명에 이렇게 썼다. “세상이 아무리 어두워지더라도 우리는 사랑으로 이겨낼(conquer it with love) 겁니다. 사랑은 언제나 이깁니다. 이 노래, 이 춤, 어머님과 이 순간, 모든 것이 내게 살아갈 힘을 줍니다(give me strength to go on living).”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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