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世界-人文地理]

[다누리가 보내온 지구 사진, 늦었고 미약하나 가야 할 길] ....

뚝섬 2023. 1. 4. 05:58

[다누리가 보내온 지구 사진, 늦었고 미약하나 가야 할 길]

[달에서 본 ‘지구돋이’] 

[120년 전 영화처럼 우주선 박힌 달] 

[달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다누리가 보내온 지구 사진, 늦었고 미약하나 가야 할 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달 상공에서 다누리가 촬영한 달 지표와 지구 영상 일부를 3일 공개했다. 1968년 미국 아폴로 8호가 세계 최초로 우주에서 찍어 보낸 지구 사진과 흡사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달 궤도에 진입한 한국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달을 배경으로 지구를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1968년 미국 아폴로 8호가 처음으로 우주에서 찍어 보낸 지구 사진과 흡사하다. 달돋이(月出)가 아니라 달 표면에서 우리 행성이 떠오르는 그 유명한 ‘지구돋이’ 사진은 우주 탐사를 향한 인류의 꿈과 염원을 상징하는 역사적 장면이었다. 그로부터 55 우리 장비와 기술로 이를 재현한 것이다. 다누리 발사는 미국 발사체 힘을 빌렸지만, 달로 가는 궤적 설계부터 탑재 과학 장비들은 국내 기술진의 작품이다. 선진국들에 비해 너무 늦었고 반쪽이기는 하지만 이 사진을 보는 순간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운 감동을 느낀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다누리호는 달로 직진한 게 아니라 태양, 지구, 달의 중력을 이용해 거대한 리본 모양을 그리며 총 600만㎞를 비행하는 BLT(탄도형 달 전이 방식·Ballistic Lunar Transfer) 궤적을 활용해 달 상공에 진입했다. 항공우주연구원 기술진이 4개월간 궤적 수정 작업을 통해 오차도 없이 목표했던 궤도에 탐사선을 안착시킨 것은 우주 선진국들도 어렵게 여기는 고난도 작업이다.

 

다누리호가 보내온 달과 지구 사진 역시 항우연이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가 찍은 것이다. 다누리호에는 천문연구원의 편광 카메라, 지질자원연구원의 감마선 분광기, 경희대의 자기장 측정기, 전자통신연구원의 우주 인터넷 장비 등도 실려 있다. 이 장비들은 2030년 달에 착륙할 착륙선의 탐사 후보 지역 선정, 달 자원 탐색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앞으로 다누리호가 수행할 과제 중에는 달에서 문자와 파일 동영상을 전송하는 우주 인터넷 시험이 포함돼 있는데 성공하면 세계 최초의행성 인터넷 통신 된다고 한다.

 

다누리호의 성공으로 한국도 지구 궤도 너머의 심(深)우주 탐사 대열에 동참하게 됐다. 한국은 인공위성, 우주 센터, 우주 발사체라는 우주산업 3대 핵심 기반을 모두 확보했다. 아직 선진국들에 비해 경쟁력은 크게 뒤지지만,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다.

 

향후 우주 개발 경쟁에서 달의 선점은 핵심 관건이 될 것이다. 달은 중력이 약해 적은 연료로 로켓을 발사할 수 있어 화성을 비롯한 다른 행성 탐사의 전초 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달은 희토류, 헬륨-3, 티타늄 지구에 부족한 희귀 광물이 다량 묻혀 있는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이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보이지 않는 영토 경쟁도 시작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우주 산업 규모가 2020년 4470억달러에서 2040년 27조달러(3경5000조원)로 20년 내에 60배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만이 아니다. 우주는 안보의 생명선이 되고 있다. 우주에서 정찰하고 감시하고 타격하는 시대가 온다. 여기에 뒤처지면 안보가 무너진다. 우리 군도 고체 연료 발사체 시험을 계속하고 있다.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발사체 회수와 재활용 기술, 더 무거운 위성과 탐사선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체 기술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고 너무 높다. 하지만 무수한 난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온 것이 대한민국의 역사이기도 하다.

 

-조선일보(23-01-04)-

______________

 

 

달에서 본 ‘지구돋이’  

 

1961년 인공위성을 타고 처음으로 지구를 돈 구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멀리서 지구를 보니 지구는 싸우기에는 너무 작고 협력하기에는 충분히 크더라”는 소감을 전했다. 그가 지금까지 회자하는 멋진 얘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구를 먼 거리에서 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땅 위에 붙어서 태어나고, 사랑하고, 싸우고, 정복하고, 지배하고, 탐험하는 일을 계속해 왔다. 땅에 붙어서 보면 지구가 탐험과 정복의 대상이지만, 멀리서 보니 지구는 싸우기에 너무 작은 행성이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 한 해 전인 1968년, 달을 한 바퀴 돌고 지구로 귀환하는 임무를 띠고 아폴로 8호가 발사됐다. 이 우주선이 달을 도는 도중에 우주인 윌리엄 앤더스는 우연히 창문 뒤쪽으로 지구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달의 지평선 위로 마치 지구가 떠오르는 것 같은 광경을 목격하고, 급히 카메라를 찾아 지구를 찍었다.

 

지구돋이’(Earthrise)라는 이름이 붙은, 28만킬로미터 떨어진 달 궤도에서 찍은 이 사진에서 지구는 그냥 하나였다. 이념, 종교, 계급으로 나뉜 사람들은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만, 멀리서 보니 지구는 유기적 총체(organic whole)였다. 사람들은 이 사진을 보며 우주인이 지구를 보면서 느낀 경이로움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고, 지구와 인류를 하나로 보는 관점에 공감했다. 사진작가 갤런 로웰은 ‘지구돋이’가 지금까지 찍힌 모든 사진 중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진에 감명받은 생물학자 루이스 토머스는 멀리서 본 지구가 “살아있다”라고 평했다. 이런 평가는 지구가 마치 유기체와 같다고 보는 가이아(Gaia)설을 제창한 제임스 러브록에 의해 강화되었다. 러브록은 우주여행의 가장 중요한 효용은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멀리서 지구를 바라봄으로써 지구를 완전히 새롭게 보는 시각을 제공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런 사상이 1970년대 이후 전 지구적 환경운동의 추진력이 되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한국 최초의 달탐사선 다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궤도에 진입했다. 이번 탐사에서 다누리호가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메시지를 던질지 궁금하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조선일보(22-08-09)-

_______________

 

 

120년 전 영화처럼 우주선 박힌 달 

 

보름달은 늘 힘껏 뛰어오르면 닿을 것처럼 보인다. 1902년 프랑스의 마술사 조르주 멜리에스가 사람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14분짜리 ‘달 세계 여행’이란 제목의 영화를 개봉한 것이다. 5분 이내 짧은 활동사진이 대부분인 시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대작이었던 셈이다.

 

영화는 1865년 쥘 베른이 쓴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거대한 대포로 과학자들을 태운 우주선을 달로 발사한다. 오른쪽 눈에 포탄처럼 생긴 우주선이 박힌 채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유명한 달의 얼굴이 이 영화에서 나왔다. 과학자들은 달나라 외계인에게 납치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대포알 우주선을 타고 달의 절벽에서 뛰어내려 지구의 바다로 탈출한다.

 

지금 상식으로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획기적 상상력이었을 것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정지한 물체를 조금씩 이동하며 찍어 마치 실제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스톱 모션 같은 특수 촬영 기법도 처음 고안됐다. 영화계는 내용과 형식 모두 ‘달 세계 여행’이 최초 공상과학(SF) 영화라고 평가한다.

 

그때부터 120년이 흐른 지난 3월 달이 다시 눈을 찌푸릴 사건이 일어났다. 달 뒷면에 무게 3t의 로켓 잔해가 시속 9300㎞로 부딪힌 것이다. 지난 6월 25일 미 항공우주국(NASA)은 ‘달 정찰궤도선(LRO)’이 달 뒷면에서 로켓 잔해가 만든 충돌구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지름 18m에 이르는 동쪽 충돌구가 지름 16m의 서쪽 충돌구와 맞닿은 모습이었다.

 

문제의 로켓 잔해는 당초 2015년 2월 미국의 ‘심우주 기상위성(DSCOVR)’을 쏘아 올린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으로 지목됐다가 나중에 2014년 10월 23일 발사한 중국의 창정(長征)-3C 로켓으로 정정됐다. 중국은 아직도 “로켓 잔해는 지구 대기로 들어와 완전히 불타 사라졌다”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나사(NASA) 과학자들은 이전에 로켓 잔해가 충돌해서 생긴 구명은 보통 하나지만 이번에는 특이하게 둘이라는 사실이 출처를 밝힐 단서가 될 것이라고 본다.

 

달에는 5억 개가 넘는 충돌구가 있다. 대기가 희박해 우주에서 날아온 물체가 그대로 표면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지구 같으면 운석이 날아와도 대기와 마찰하면서 불타 사라진다. 별똥별이 바로 운석이 마찰열로 불타는 모습이다. 우주선 잔해 같은 인공물도 마찬가지다. 이런 달에 로켓 잔해가 하나 더 충돌했다고 당장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최근 개봉한 어느 영화처럼 달이 공전궤도를 벗어나 지구로 충돌하려면 달만큼 커다란 천체에 부딪혀야 가능한 일이다.

 

과학자들은 충돌 충격보다 오염 가능성을 더 우려한다. 나사는 화성 탐사선을 보낼 때 지구 생명체가 외계 생태계를 오염시킬 가능성에 대비해 우주선을 철저히 소독한다. 하지만 달은 예외다. 이미 생명체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폴로 우주인들이 장내 세균이 들어 있는 배설물 봉지 96개를 달에 두고 온 것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인공물로는 처음으로 전혀 의도하지 않은 충돌 사례였다. 미국은 과거 아폴로 달 탐사에 쓴 새턴5호 로켓 일부를 일부러 달에 떨어뜨렸다. 우주선을 달에 충돌시키고 이때 공중으로 떠오르는 물질을 분석하기도 했다. 모두 충돌을 미리 알고 준비했지만 이번 충돌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만약 중국 로켓 잔해에 독성 물질이나 지구 미생물이라도 있었다면 문제가 된다.

 

실제로 지난 2019년 4월 발사한 이스라엘의 무인 달 탐사선 베레시트가 물곰 수천 마리를 가지고 갔다가 달에 추락해 논란을 일으켰다. 물곰은 1㎜ 정도로 작은 동물이지만 우주 방사선에 쬐어도 살아남아 ‘지구 최강 동물’이라고도 부른다. 달에서 예전에 몰랐던 물까지 찾은 마당에 생명체가 없다고 단정하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달이 반세기 만에 다시 북적이고 있다. 미국 주도의 유인(有人) 탐사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고 러시아와 일본도 올해 달에 탐사선을 보낸다. 국제사회가 인간에 의한 달 오염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할 때가 온 것이다.

 

이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오는 8월 3일 달에 궤도선 ‘다누리’를 발사한다. 지구 저궤도만 바라보던 한국의 우주개발이 심우주로 활동 무대를 확장한다.

 

영화 ‘달나라 여행’이 개봉하던 1902년, 대한제국은 엄청난 예산을 들여 고종의 즉위 40주년 기념 잔치를 열었고, 소나무 껍질로 연명하던 백성들은 더는 이 땅에서 살 수 없어 처음으로 하와이 이민을 떠났다. 120년 만에 이제 우리도 세계인과 똑같이 달나라 여행을 꿈꾸고 달을 걱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조선일보(22-07-19)-

______________

 

 

달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달의 탄생]
인류가 발을 디딘 유일한 천체 '달
'
포획·분리 등 여러 탄생설 있지만 "지구·행성 충돌로 생긴 것" 유력해

 

추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어요. 내일 밤엔 아주 동그랗고 밝은 한가위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를 거예요. 매달 음력 15일이면 가득 찼다 기울어지길 반복하는 달이지만, 한가위엔 더 특별한 느낌이 들어요. 오늘은 지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천체(天體·우주를 구성하는 태양·행성·항성 등)인 달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함께였거나, 붙잡았거나, 튕겼거나

달은 지구에 비해 지름은 4분의 1, 부피는 50분의 1, 질량은 83분의 1 정도인 작은 천체예요. 지구 주변을 27.3일에 한 번씩 도는, 지구의 유일한 위성(衛星·행성 주위를 그 인력에 의해 도는 천체)이기도 하죠.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 수준이어서 몸무게가 60kg인 사람이 달에 가면 10kg밖에 안 돼요. 달의 온도는 적도 기준으로 밤에 영하 173도까지 내려가고, 낮이 되면 영상 117도까지 올라가는 등 일교차가 매우 심하죠. 대기가 거의 없어 기압(공기의 압력)도 지구의 1조분의 1에 불과한 아주 고요한 곳이에요.

 

1969년, 인류가 우주 탐사선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하는 데 성공합니다. 달은 인간이 지구 밖에서 발을 디딘 유일한 천체예요. 이쯤 되면 우리가 달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는 아직도 많은 과학자가 달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답니다. 여러 가지 학설이 있을 뿐이죠.

달의 탄생에 대해선 크게 몇 가지 학설이 있어요. 우선 지구가 생성될 때 달도 함께 만들어진 것이라는 '쌍둥이설'이 있어요. 오랫동안 많은 과학자들은 원시 우주에서 떠돌아 다니던 행성들이 거의 동시에 지구와 달을 각각 만들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쌍둥이설은 달의 핵(核)이 지구보다 너무 작고 달의 철분 성분이 지구보다 너무 적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었어요.

지구가 주변에 있던 소행성을 중력으로 붙잡아 달이 된 거라는 '포획설'도 있어요. 하지만 이 학설은 아폴로 11호가 가져온 월석(月石·달 표면의 돌)을 분석한 결과 달과 지구가 유사한 산소 동위원소(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 비율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힘을 잃었어요. 행성의 산소 동위원소 비율은 그 행성이 만들어졌을 당시 태양과의 거리, 온도, 압력 등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만약 지구가 다른 소행성을 붙잡은 거라면 달에서 지구와 일치하는 동위원소 비율이 나오기 어려울 테니까요.

'분리설'은 지구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 달이 됐다는 주장이에요.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의 아들인 조지 다윈이 내놓은 학설이었죠. 하지만 지구의 느린 자전(自轉·천체가 스스로 고정된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것) 속도 때문에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어요. 지구에서 달이 떨어져 나가려면 지구가 충분히 빨리 돌아야 해요. 만약 하루가 2~3시간 정도라고 가정하면 지구 맨틀에서부터 물질이 튕겨나가 달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처럼 지구의 자전 주기가 24시간이라면 그 정도 속도론 달이 분리되기 어렵다는 거예요.

◇태초에 충돌이 있었다?

1970년대 이후 과학계에서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지는 가설은 '거대 충돌설'이에요. 약 45억 년 전, 원시 지구가 화성 정도 크기의 행성인 '테이아(Theia)'와 부딪혔고, 이때 달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에요. 뜨거운 마그마가 끓고 있던 원시 지구에 부딪힌 거대 행성은 산산이 부서져 일부는 지구에 흡수되고 나머지 물질들이 모여 달이 됐다는 거죠.

거대 충돌설은 아폴로호가 가져온 월석 덕분에 설득력을 얻었어요. 월석의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결과 지구와 달의 나이가 45억 년으로 같고, 산소 동위원소 비율도 비슷해 지구와 달이 '어떤 사건' 때문에 동시에 태어났다는걸 보여줬거든요.

하지만 이 가설도 한계점이 있었어요. '테이아'는 지구와 다른 시기에 태어났을 것이므로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지구와 달라야 해요. 그런데 지구와 달의 산소 동위원소 비중이 너무 비슷해 과학적으로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은 거죠.

이런 문제는 2015년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연구진이 풀어냈어요. 원시 지구와 충돌한 행성 '테이아'가 원래 지구와 유사한 성분으로 구성돼 있고 이 때문에 현재 지구와 달이 비슷한 성분을 가지고 있는 거라는 내용이에요. 이 연구에 따르면 원시 우주 시절 비슷한 공전 궤도를 돌고 있던 행성들이 숱하게 충돌하고 합쳐졌는데요. 45억 년 전 지구와 '테이아'가 충돌했을 때 이미 두 천체 모두 주변의 조그만 행성들과 부딪히고 뭉쳐진 상태라 비슷한 성분이 됐다는 거죠.

그런데 올해 초, 거대 충돌설을 반박하는 새로운 달 탄생 이론이 등장했어요. 원시 지구가 '테이아' 같은 거대 행성과 충돌한 게 아니라, 작은 천체들과 여러 차례 충돌하는 과정에서 달이 탄생했다는 '다중(多重) 소(小)충돌설'이에요.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는 지난 1월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달보다 훨씬 작은 천체들이 원시 지구와 충돌하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발표했어요. 연구 결과, 지금 달 크기의 1~10% 수준인 작은 원시 천체와 원시 지구가 충돌하면서 주변에 잔해들이 만들어졌고, 이들이 뭉쳐져 작은 달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계속 반복돼 지금의 달이 됐다는 거예요.

하지만 이 가설도 특정한 조건을 갖춘 작은 충돌이 수백만 년에 걸쳐서 계속 일어나야 하므로 달 탄생을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해요. 이처럼 달의 탄생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어요. 그러나 과학자들이 여전히 꾸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달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거예요.

 

-박태진 과학 칼럼니스트/기획·구성=박세미 기자, 조선일보(17-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