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서 수억 뇌물 논의, 사회의 암이 된 노조 귀족들]
[‘Hobong’이라는 영어 단어를 아십니까?]
[나랏돈과 조합비 사용처 흑막 밝히는 게 무법 노조 개혁 첫걸음]
[돈 씀씀이 공개 거부하면서 세금 1500억원 받아간 거대 노조]
[대형노조 63%가 회계장부 제출 거부, 뭘 숨기는 건가]
[조폭 그 자체인 건설 현장 노조 횡포, 5년 방치된 무법 천지]
[노조 회계 비공개가 이상한 일이다]
[경찰 이제야 노조 조폭 행태 단속, 산업 전체로 무기한 실시해야]
[국민에 인기 없어도 해야만 하는 일은 해야 한다]
[국민이 찾아준 국정 방향… 샛길 유혹 떨쳐야]
골프장서 수억 뇌물 논의, 사회의 암이 된 노조 귀족들
어제 보도된 한국노총 간부들끼리의 대화 녹취록을 읽어보면 노조들이 이렇게 썩은 냄새가 진동할 만큼 부패해버렸느냐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한노총 수석부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비리로 제명된 건설노조의 한노총 복귀에 협조할 것을 한노총 간부에게 청탁하며 “건설노조에서 3억 준다는데 너 1억, 나 1억 갖고 나머지는 총연맹 위원장 선거에 쓰자”고 설득하는 장면이다. 이 대화가 오간 것은 평일 인천의 골프장에서였다. 건설노조가 한노총에서 제명된 뒤 건설 현장에서 민주노총 측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자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건설노조의 한노총 제명 경위부터 기가 막힌다. 건설노조 위원장 진모씨는 조합비 등 7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서 4년형을 선고받았다. 노조 집행부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준 후 가족 계좌로 그 돈을 돌려받는가 하면 노조비에서 하루 수백만원씩 현금으로 인출해 개인 용도로 썼다. 진씨는 15년 넘게 건설노조 위원장을 했다. 조합원이 8만명이고 매달 조합비만 수억원에 달했다는 그 노조는 그의 사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서울 금천구 건설산업노조 사무실의 2일 분위기. 건설노조는 노조 위원장의 비리가 문제가 돼 작년 7월 한국노총에서 제명된 상태다. / 뉴스 1
한국노총이건 민주노총이건 산하 건설노조들에서 비리, 불법 사실이 끝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건설 현장에 찾아가 자기네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월례비·전임비를 갈취해왔다. 말을 듣지 않으면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잡겠다며 현장 출입자들 신분증을 검사하고, 동전 떨어뜨려 놓고 줍는 척을 반복하면서 트럭 진입을 방해하고, 확성기로 고막이 아프도록 떠들어 망신을 주었다. 두 노총 소속 노조 사이엔 노른자위 타워크레인 일자리를 확보하려는 깡패식 싸움이 되풀이돼왔다. 거의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공기가 늦어지면 더 큰 피해를 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노조에 돈을 상납했고, 노조 지도부들은 그런 상납금에 조합원 조합비까지 제 돈처럼 쓰며 호의호식해왔다. ‘노동자 권익’ 운운은 이런 부패를 숨기기 위한 속임수였을 뿐이다.
정부가 노조 회계 장부 표지 1장과 속지 1장을 사진 찍어 제출하라고 한 것은 회계 장부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상인 327개 대형 노조 가운데 200곳 이상이 자료를 내지 않거나 부실 제출했다. 우리 사회의 암적 존재가 돼버린 조폭 노조들의 비리와 노조 귀족들의 횡포를 끝내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도 사회도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없다. 노조들이 정부·광역지자체로부터 최근 5년간 받아간 보조금만 1500억원이 넘는다. 공공 보조금도 엄격한 심사로 꼭 필요하다고 인정된 경우를 빼고는 끊어야 한다.
-조선일보(23-03-03)-
_______________
‘Hobong’이라는 영어 단어를 아십니까?
[경제포커스]
호봉제 적절한 영어 단어 못찾아 영국 SC은행 한글 발음대로 표기
은행을 바꾸려면 호봉제 고쳐야… 경쟁과 차등 있어야 금리도 낮춘다

2016년 9월 23일 오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금융노조 총파업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지호 기자
박종복 SC제일은행 행장은 영국 런던의 스탠다드차타드 본사 임원들에게 ‘호봉제’를 설명하면서 진땀을 흘렸다고 했다. “이해를 못 해요. 못 알아들어요. 왜 같은 해 입사한 직원은 연봉이 매년 똑같이 인상돼야 하냐고. 무슨 그런 일이 있냐고.”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스탠다드차타드는 1882년부터 1910년까지 제물포 지점을 운영했고, 1968년 유럽 은행 중 처음으로 서울 사무소를 개설해 한국과 꽤 인연이 있다지만 호봉제는 괴상했던 모양이다. 그럴 수밖에. 박 행장은 “SC은행이 전 세계 59개 나라에 진출해 있지만, 호봉제가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했다. “적당한 영어 단어를 찾다 포기하고 ‘hobong’이라고 한국어 발음대로 쓰고 있다”고 했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바꾼다고 은행이 달라지지 않는다. 사외이사 물갈이로 될 일도 아니다. 대통령이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대출 이자로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으니 서둘러 대책을 내놓으라고 금융 당국이 재촉해도,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은행 때리기’에 가세해도 그럴 것이다.
금융 당국에서 은행의 대출 금리를 낮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인터넷 전문 은행이 일반 은행들과 제대로 경쟁하게 만들자” “새로 은행을 몇 개 더 만들자” 구구한 주장들이 나온다.
번지수가 잘못됐다.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그냥 두고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다. 호봉제를 깨야 은행이 달라진다. 경쟁과 차등이 생겨야 고객들 사정 챙겨주고, 대출 신청서 한 번 더 읽어주고, 금리 깎아주려고 할 것이다.
한국의 은행들이 경쟁력이 없고,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빗대 “실버만삭스도 못 된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호봉제가 깨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이 많다. 지난 2015년 ‘다보스 포럼’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금융 부문에서 한국은 87위였는데 아프리카의 우간다가 81위여서 화제가 됐다. 그 나라 사람들의 은행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큰 영향을 미치는 조사였기 때문이다. 한국 은행들은 세계 10위권인 나라 수준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다.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근간으로 하는 회사는 민간에서는 은행이 거의 유일하다. 금융권에서도 증권사, 보험사, 자산 운용사, 저축은행 등은 연봉제를 하고 있다. 주인 없는 회사인 은행만 호봉제다. 은행원들은 경쟁도 차등도 없이 지낸다. 월급은 매년 자동으로 똑같이 오른다. 노조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는 구호로 호봉제를 지키겠다고 한다. 그럴듯한 말처럼 들리지만, 유독 은행만, 대졸 초임이 6000만원 안팎이고 평균 연봉 1억원을 넘긴 은행들만 그럴 이유가 있나. 희망퇴직을 하면 6억~7억원씩 쥐여주는 꿈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곳에서만 그래야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7년 전에 기회가 있었다. 2016년 12월 주요 은행이 일제히 이사회를 열어 은행원 보수 체계에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당시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은 동일 직급에서도 연봉이 최고 40%까지 차이가 나도록 했다. 은행 노조들은 “살인적 노동 강도 부추기는 성과주의 확대를 반대한다”고 했다. 은행원들이 살인적 노동 강도에 시달린다고? 금융 당국에 등을 떠밀리긴 했지만, 호봉제를 깰 기회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탄핵당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물거품이 됐다. 은행장 바꾼다고 은행이 달라지지 않는다. 호봉제를 그대로 두고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진석 경제부장, 조선일보(23-03-03)-
_______________
나랏돈과 조합비 사용처 흑막 밝히는 게 무법 노조 개혁 첫걸음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노조 회계 투명성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 개혁의 출발점은 노조 회계 투명성”이라며 “국민 혈세인 수천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면서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한 노조에 대해선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기득권 강성 노조의 폐해를 종식시키지 않고선 대한민국과 청년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통령 보고에서 회계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 대형 노조 120곳에 대해 무관용의 엄정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조합원들에게 걷는 조합비는 각각 1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에서 각종 명목으로 지원받은 돈도 최근 5년간 1500억원이 넘는다. 노동조합법은 노조가 재정 장부를 비치해 회계 결산을 공표하고 행정관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 노조들은 엄청난 돈을 받아 쓰면서도 얼마를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제대로 공개한 적이 없다. 일부 노조 간부들만 아는 특급 비밀이었다.
협력과 상생의 노사 관계를 위한 정부 지원금을 받은 뒤 이들이 한 일은 강경 투쟁과 불법 파업, 반미 정치 선동, 폭력, 갑질이었다. 그래 놓고서 최근 정부가 대형 노조 327곳에 회계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207곳(63%)이 겉표지만 내거나 제출 거부했다. 양대 노총은 산하 노조에 거부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조합비에 나랏돈까지 받아 쓰면서 법적 의무는 안 지키겠다는 것이다.
미국·영국 등에선 노조의 수입·지출·자산 내역을 공개하고 외부 정기 감사도 받는다. 그런데 우리는 조합원들조차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잘 알지 못한다. 118개 건설업체들이 타워 크레인 월례비와 노조 전임비 등을 강요받고 노조에 뜯긴 돈이 3년간 1686억원에 달한다. LH 같은 공공기관조차 월례비를 연 116억원씩 뜯겼다. 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다. 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민노총에 낸 조합비 수억원을 어디에 썼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들이 버티는 것을 보면 켕기는 구석이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노조엔 과태료(500만원)를 부과하고 현장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래도 버티면 지원 사업에서 배제하고 지원금 부정 사용 적발 시 환수키로 했다. 노조 조합비 세액공제를 재검토하고 회계 감사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노조의 고질이 바로 고쳐지긴 힘들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법 집행을 계속해야만 노조가 바뀐다.
-조선일보(23-02-21)-
_______________
돈 씀씀이 공개 거부하면서 세금 1500억원 받아간 거대 노조

양경수 위원장(맨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을 비롯한 민노총 조합원들이 15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란봉투법’의 개정입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이덕훈 기자
민주노총·한국노총과 소속 노조들이 정부·지자체에서 최근 5년간 1500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각종 행사와 사업비, 임대료 명목으로 지원된 금액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엔 130억원이었는데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양대 노총과 산하 노조들이 걷어 쓰는 조합비만도 각각 1000억원대로 추정되는데 왜 국가와 지자체에까지 손을 벌리는지 알 수 없다.
노사관계발전지원법은 ‘협력과 상생의 노사관계 발전 도모’를 위해 노조에 금전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양대 노총 산하의 거대 노조만큼 파괴적이고 전투적인 곳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2012~21년 임금 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근로 손실일수는 38.5일로 일본(0.2일)의 192배에 달했다. 영국(12.7일), 미국(8.8일), 독일(8.3일) 등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협력·상생과는 거리가 먼 강경 투쟁 노조에 국민 세금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민노총은 노조 본연의 활동과는 무관한 반미·반정부 정치 투쟁으로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해왔다. 한미 동맹 해체와 한미 훈련 중단을 주장하고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북한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외치면서도 툭하면 미사일을 발사하고 천안함 폭침, 서해 공무원 피격 등을 저지른 북한의 평화 파괴에는 침묵하고 있다. 얼마 전 민노총은 연간 활동 계획으로 ‘5월 20만명 총궐기대회’ ‘7월 1~2주 총파업’ 일정을 내놓았다. 5개월 뒤 총파업 계획은 노사 관계와 관계없이 무조건 정치 투쟁을 하겠다는 뜻이다.
양대 노총은 조합비 등 자체 예산이 어디에 쓰였는지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법 규정에 따라 대형 노조들에 대해 회계 장부를 비치하고 있는지 증빙 자료를 내라고 요구했지만 63%가 거부했다. 한국노총·민노총은 산하 노조에 자료 제출에 불응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그러고도 매년 평균 300억원씩 지원금을 받아간다. 법률에 규정된 회계 공개 의무조차 거부하는 노조에 왜 국민 세금을 줘야 하나.
-조선일보(23-02-20)-
_______________
대형노조 63%가 회계장부 제출 거부, 뭘 숨기는 건가

양대 노총은 지난 14일 부당한 노조운영 개입 즉각 중단, 저임금·장시간노동 강요하는 노동개악 중단, 노란봉투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산하 노조에 회계 장부 제출을 거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뉴스1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법 규정에 따라 조합원 1000명 이상 대형 노조 327곳에 대해 회계 장부를 비치하고 있는지를 증빙하는 자료를 내라고 요구했지만 63%(207곳)가 거부했다. 한국노총·민노총이 “노조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산하 노조에 거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327곳 중 민노총 산하 75%, 한국노총 산하 61%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노조가 재정 장부를 비치해(제14조) 회계 결산을 공표하고(제26조) 행정 관청에 보고하는 것(제27조)을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수 조합원에게 조합비를 걷고 정부·지자체로부터 매년 수십억원대 보조금까지 받는 노조의 회계 투명성은 조합원과 국민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형 노조들은 이 당연한 법적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겠다며 저항하고 있다. 회계 결산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외부 감사인들의 감사도 받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양대 노총의 과도한 반응은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국토교통부가 건설 현장의 불법 피해 사례를 조사한 결과 118개 건설업체가 타워 크레인 월례비, 노조 전임비 등을 강요받았고 피해액이 3년간 1686억원에 달했다고 신고했다. 이렇게 뜯긴 돈 중 얼마가 노조로 흘러갔는지, 그 돈은 어떻게 쓰였는 지 알 길이 없다. 한국노총 산하 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이 조합비 1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은 일까지 있다. 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95%가 “노조의 재정·회계는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작년 말 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조합비 수억원을 민노총에 냈는데 어디에 쓰이는지 모른다면서 회비 사용 내역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영국 등에선 노조의 수입·지출 내역, 자산내역 등 회계 결산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고, 자격을 갖춘 외부 감사인의 정기 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노조의 회계 투명화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노동개혁의 첫 출발점이다. 노조들도 회사와의 단체협상에서 사측에 회계 결산 정보를 요구하고 샅샅이 점검한다. 그러면서도 자기 살림살이 내역은 감추고 외부 노출을 꺼리는 행태를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나.
-조선일보(23-02-18)-
_______________
조폭 그 자체인 건설 현장 노조 횡포, 5년 방치된 무법 천지

2019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전국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동시 파업해 고공 농성을 벌였다. 사진은 울산시 북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건설 현장 불법 행위 조사에 나선 국토교통부가 전국 1494개 현장에서 2070건의 피해가 신고됐다고 발표했다. 타워 크레인 기사들이 월급 외에 챙기는 월례비 뒷돈 요구가 1215건(59%), 노조 전임자를 사칭한 임금 강요 567건(27%) 등 부당한 금품 요구가 86%를 차지했다. 한 건설사는 최근 4년간 타워 크레인 기사 44명에게 월례비 38억원을 주었다고 한다. 다른 건설사는 한 공사 현장에서만 10개 노조로부터 전임자 임금을 강요받아 월 1547만원씩 지급했다. 118개 건설업체가 최근 3년간 1686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다.
건설 현장이 거대 노조의 무법 천지가 된 지 오래다. 민노총과 한노총은 서로 자기 노조원을 현장 근로자로 밀어넣으려 수시로 폭력을 휘두르거나 집단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한 건설노조는 노조 상근 간부를 모집한다면서 ‘무술 유단자, 키 180㎝ 이상, 몸무게 90㎏ 이상’을 우대한다고 했다. 영화에 나오는 조폭 행태 그대로다.
건설 노조가 장악한 현장에서 타워 크레인 기사들은 공사 속도를 좌우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월급 외에 기초·골조 공사를 담당하는 하도급 업체에서 ‘월례비’라는 명목의 뒷돈을 받고 있다. 이 돈이 1인당 월 300만~500만원에 달해 월급 못지않다고 한다. 조폭들의 ‘삥 뜯기’와 마찬가지다. 이들의 횡포에 질린 건설사들이 자구책 차원에서 양대 노총 소속이 아닌 소형 크레인 기사 활용을 늘리자 2019년엔 소형 타워 크레인 금지를 요구하며 집단 파업을 벌여 전국 건설 현장을 마비시켰다.
이것도 모자라 한국노총 건설노조 위원장이 작년 6월 노조비 1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노조원들이 낸 조합비가 하루 수백만원씩 아들 이름 통장으로 들어갔고, 이 돈으로 아파트까지 샀다. 건설 노조들의 횡포와 그로 인한 추가 비용은 결국 아파트 분양가로 전가된다. 국민 약탈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지난 정부와 경찰은 이들의 불법을 사실상 방관해 왔다. 조폭 노조들과 정치적 공생 관계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은 기득권이 된 거대 노조의 개혁에서 출발해야 한다.
-조선일보(23-01-20)-
_______________
노조 회계 비공개가 이상한 일이다
[朝鮮칼럼]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의 대형 트럭들이 지난달 24일 파업을 위해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도로에 줄지어 서 있는 모습. /김동환 기자
정부가 노동조합의 회계를 더 투명하게 운영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민간단체에 들고 나는 돈을 정부가 통제해 탄압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한다. 이들은 노조의 재정을 조합원에게만 알리면 되지 왜 대중이 들여다보도록 공시해야 하느냐고 주장한다. 반대로 묻고 싶다. 하지 않을 근거는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 회계를 개혁하려는 이유로 부패 척결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더 근본적인 명분이 있다고 말한다. 노조 유지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다는 사실이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밝힌 연간 국가보조금 37억원은 일부에 불과하다. 노조 조합원이 회비라고 생각하고 내는 조합비는 세법상 기부금으로 분류돼 연말정산 때 20%씩(2021~2022년 기준) 세액공제를 해준다. 2000년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도입하면서 다른 세금은 조금씩 깎아줬는데 그때 함께 도입된 제도다. 많은 직장인이 인식 못 하지만, 노조 조합비를 내면 정부가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환불해주고 있다. 민주노총이 걷는 연간 조합비는 약 1000억원으로 추정된다는데 이에 대해 정부가 200억원을 세금에서 지원해준다는 뜻이다.
역시 기부금으로 꾸려가는 다른 공익법인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 매년 공시해야 한다. 정부의 세금 혜택, 기부자들의 선의(善意) 등을 감안한 견제 장치다. 조합비에 대해 기부금 세액공제 혜택을 똑같이 받는데도 노조는 “공익법인으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장부 공개를 거부한다. 비영리법인 세제 전문가인 배원기 홍익대 교수는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사회의 이익에 이바지하는 공익법인이어야 하고, 그 경우 재정을 공개하는 것이 한국 세법의 원칙이다. 하지만 노조는 혜택은 받고 의무가 없는 어중간한 상태로 유지되는 중”이라고 했다.
한국 노조가 얼마나 ‘어중간한 상태’인지는 미국과 비교하면 명확히 드러난다. 미국도 노조를 세금으로 지원한다. 조합비를 내면 일정액을 환급해준다. 대신 노조에 대한 공시 의무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까다롭다. 노조가 연간 1만달러(약 1280만원) 이상을 주는 임직원의 이름·급여·직무와 연간 250달러 넘는 지출의 용처를 세세하게 밝혀야 한다. 임원 연봉 정도만 공개하면 되는 상장사보다도 공시 규정이 훨씬 엄하다.
미국 최대 노조 중 하나인 ‘팀스터(Teamsters)’의 공시 자료를 찾아보았다. 미 노동부의 노조 공시 전용 홈페이지에서 검색하니 간단히 나왔다. 연례 보고서는 분량이 415쪽에 달했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의 자세하기로 이름난 연례 보고서가 80쪽 수준인데 이보다도 훨씬 두껍다. 위원장부터 미화원까지, 노조에 속한 임직원 약 500명에 대한 연봉 및 노조가 지출한 비용이 짜글짜글 적혀 있다.
이해 충돌 소지가 있는 노조 간부의 경제 활동도 공시 대상이다. 조합원의 돈을 모아 사업이나 행사를 하면서 내부자가 개인적인 이득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팀스터의 한 노조 간부가 공시한 내역은 이렇다. ‘노조 관련 금융사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로 25달러짜리 화분 받음, 노조 행사를 연 호텔이 25달러 상당의 과일 바구니를 선물로 보냄….’
노조 회계 장부의 철저한 공시를 명시한 미국의 ‘노사 보고 및 공시에 관한 법’은 그 취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수백만명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노조와 사용자(회사)의 관계는 국가의 상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의회 조사 결과 조합원과 대중의 이익을 해치는 다수의 노조 비리가 발각되었다. 자유로운 상업 활동을 위해 노동단체 및 임직원에 대해 최고 수준의 책임과 윤리적 기준을 요구한다.’ 노조가 썩어 들어가면 국가 경제로 독이 번질 수 있다는 경계가 담겨 있다. 비슷한 이유로 프랑스, 독일 같은 국가들은 전문가에 의한 독립적인 회계 감사 의무화 등의 견제 장치를 두고 있다. 한국은 그조차도 아니다. 노조 회계 감사는 자격 요건이 없다. 세금은 어느 나라보다 많이 지원하는데 납세자는 ‘셀프 투명성’만 믿어야 하는 처지다.
노동운동에 대해 한국 사회는 그동안 참 너그러웠다. 출근길을 막고 시내를 마비시켜도 대체로 견뎠다. ‘전태일’로 상징되어온, 노동계의 민주화에 대한 기여를 어느 정도 인정해준 결과일지 모른다. 언제까지 그런 접근이 먹힐까. 기업은 상장사·비상장사 할 것 없이, 비영리단체도 점점 많은 대상이 전보다 엄격한 회계 공시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번거로운 건강검진이 결국 건강에 도움이 되듯이 철저한 회계 감사와 공개가 조직의 미래에 득이 된다는 것을 선진화된 자유시장경제 참가자들은 이미 안다. 노조만 이를 ‘무단통치’라며 과격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
-김신영 기자, 조선일보(22-12-24)-
______________
경찰 이제야 노조 조폭 행태 단속, 산업 전체로 무기한 실시해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 여의대로에서 가진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촉구와 정부에 건설노동자 개혁입법 쟁취를 요구하는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22/뉴스1
경찰이 8일부터 건설 현장의 갈취, 폭력 등 조직적 불법 폭력 행위에 대한 특별 단속에 들어갔다. 내년 6월까지 200일 동안 실시한다고 한다. 노조, 특히 민노총 산하 건설 노조의 불법 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건설 업계와 현장 인근 주민이 정부에 고통을 토로하고 대책을 호소했다. 그런데 이제야 경찰이 특별 단속에 들어간다고 한다. 200일 시한은 또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법 집행에도 시한이 있나.
건설 노조가 현장에서 벌이는 불법 행위는 조폭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소속 노조원 채용과 고용 보장, 고용 승계, 비노조원과 타 노조 조합원 채용 금지, 일당과 수당 인상, 노조에 등록된 건설 기계와 덤프 트럭 사용, 타워크레인 운용권 등을 건설업자에게 강요했다. 이권을 강취해 돈을 뜯는 조폭 행태 그대로다. 공사장 안전 문제를 신고하겠다며 금품을 뜯어내기도 했다. 이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공사장 진입로를 막아 공사를 못하게 했다. 건설사에 대한 소음 민원을 유도하려고 집회를 열거나 운동권 노래, 심지어 장송곡을 밤새 틀어 인근 주민에게 고통을 줬다. 건설 현장의 사소한 일들을 과장해 신고하거나 투서하는 방법으로 공사를 방해했다. 비노조원에 대한 폭행은 일상적이었다. 전국 도처에서 무법천지의 폭력 해방구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노골적 조폭 행태를 경찰이 아니면 누가 중단시킬 수 있나. 이런 당연한 의무를 경찰은 방치하다시피 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말리거나, 노조는 싸우는데 근처에서 교통을 정리하는 일이 고작이었다. 건설업자와 주민들은 특히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노조의 불법 현장에서 경찰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한다. 경찰이 문 정권 출범의 일등 공신인 민노총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건설업자들은 이들의 강요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노조는 공권력의 사각지대에서 이득을 챙기고 세력을 불렸다.
민노총 산하 노조의 폭력 갑질 행위는 건설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 현장에서 벌어져온 일이다. 작년에는 업무 방해, 협박 등 민노총 조합원들의 집단적인 괴롭힘 때문에 택배 대리점주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대우조선, CJ, SPC, 하이트진로 등 민노총의 이른바 ‘타깃 업체’에서 불법 폭력이 벌어졌지만 공권력이 제대로 행사된 적이 없다. 노조의 불법 갑질, 폭력 행위에 대한 경찰의 특별 단속은 200일 시한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건설 현장만이 아니라 산업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조선일보(22-12-09)-
_______________
국민에 인기 없어도 해야만 하는 일은 해야 한다

8일 오후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국민연금 전문가 포럼이 열리고 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발언하는 중이다./보건복지부
복지부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8일 주최한 국민연금 전문가 포럼에서 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기준소득 월액의 9%에서 2025년부터 점진적으로 15%까지 끌어올리는 안이 제시됐다. 그간 복지부와 조율해왔다는 점에서 정부 의견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러면 2057년이던 연금 재정 소진 시기가 2073년까지 16년 늦춰진다고 한다. 연금을 받는 시작 연령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금의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받는 돈에 비해 내는 돈이 너무 적어 도저히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제도였다. 극심한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30년 정도면 기금이 소진된다는 것은 뻔히 내다보이는 미래였다. 그때는 그해 보험료에 세금을 합쳐 연금을 줘야 한다. 나라에 큰 부담이 된다. 이 때문에 20대 대상 조사에서 3분의 2가 ‘청년에게 불리한 제도’라고 답했고 ‘다단계 사기나 마찬가지’라는 반응도 나왔다.
현재의 보험료율 9%는 OECD 평균인 18%에 비교할 때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9% 보험료율은 직장 가입자 경우 1998년 이래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간 나중엔 연금을 유지하려면 보험료율을 지금의 4배로 인상해야 한다. 역대 정권이 인기 없는 보험료 인상을 미적거린 탓이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은 보험료 인상안을 만든 복지부 공무원들을 탄압하기까지 했다. 그 탓에 개혁 부담이 더 커져서 윤석열 정부로 넘어왔다.
연금 개혁 출발은 만시지탄이다. 늦었지만 흔들리지 말고 추진해야 한다. 다시 문 정권 같은 포퓰리즘 정권이 등장해도 이 개혁만은 지켜야 한다. 보험료율 인상 시점도 가급적 당기고 15%가 되는 기간도 단축해야 한다. 연금을 받는 시작 연령도 올려야 한다. 모두 국민에게 인기 없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산사태처럼 재앙이 닥친다. 표가 되지 않아도 해야만 하는 일은 하는 것이 정부와 정치의 존재 이유다.
-조선일보(22-12-09)-
________________
국민이 찾아준 국정 방향… 샛길 유혹 떨쳐야
[이기홍 칼럼]
尹 지지율 회복 추이에 담긴 민의는 ‘민노총 원칙 대응, 文 정권 심판,
신중한 언행, 여당 정상화’에 대한 지지… 黨 장악 관심 끊고 국정 전념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 회복세의 의미를 깊게 새겨야 한다. 그동안 왜 지지율이 바닥을 헤맸는지, 남은 4년 5개월간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의 진단과 처방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지율 회복세의 원인은 명확하다. 첫째는 국민이 윤 후보를 뽑아준 근본 이유인 법과 원칙의 회복, 좌파정권 청산 미션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둘째는 도어스테핑 중단으로 본인 리스크가 줄었고, 셋째는 여당 내분이 잠잠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너무도 당연한 방향이었다. 그 명확한 길을 외면한 채 헤매온 대통령에게 국민이 이게 당신이 갈 길이라고 정답 힌트를 준 게 최근의 지지율 변화다. 이제 관건은 모범 답안대로의 실행인데, 다시 엉뚱한 길로 이끌 유혹은 숱하게 널려 있다.
윤 대통령은 민노총 불법에 법과 원칙, 무관용 대응을 내세워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은 행동으로 뒷받침되는 게 약하다.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적당한 타협을 요구하는 압박이 커질 것이다. 과거 정권들도 법과 원칙을 강조하다 적당히 타협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만약 이번마저 법과 원칙 다짐이 호기로운 수사(修辭)로 끝난다면 균형 잡힌 노사 관계는 물론 정권에 대한 국민 신뢰는 영영 세울 길이 없어질 것이다.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법상의 절차를 준수한 파업에 대해선 확실하게 권리를 보장하되, 정치 파업이나 불법 행위로 인해 야기되는 모든 피해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선례를 만들고 정권 내내 일관성 있게 지속해야 한다. 피해를 입은 민생과 기업들을 위한 지원 조치는 신속하고 구체적이고 방향이 선명해야한다. 민노총이 개별 기업들을 분리 공략하면 당해낼 기업은 많지 않다. 피해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민노총 세력을 상대로 배상을 받아내는 건 지난(至難)한 작업이다. 행정적 제도적 지원에 나서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법과 원칙을 강조한 걸로 대통령이 할일을 다한 것은 아니다. 마거릿 대처는 2, 3년치 석탄을 비축해 놓고 파업에 맞섰다. 피해 최소화 대책을 면밀히 챙기며 국민에게 인내와 협조를 거듭거듭 당부해야 한다. 그래서 중도는 물론이고 온건 진보 내에서도 “무너진 룰을 바로 세우는 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해야 한다. 일관성·지속성을 통해 불법 행위자들에게 교훈을 주고, 가치와 원칙이 끝까지 지켜진다는 점이 분명해지면 상대 진영 내에서도 동의와 존중의 폭이 자연스레 확산될 것이다.
문 정권 청산이 확실하게 이뤄질지도 아직은 변수가 많다. 문 전 대통령 관련 주요 의혹, 즉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원전 폐쇄 △대북 의혹 △딸 부부의 태국 이주 관련 의혹 등의 진실이 규명되어야 하는데, 검찰총장으로 발탁해준 인사권자에 대한 부채감, 격렬해질 좌파진영의 반발 등을 우려해 대충 덮고 가자는 편한 길 유혹이 생길 수 있다.
성공 정권의 길로부터 벗어나게 할 또 하나의 유혹은 당 장악 욕심이다. 이를 부추기는 이들이 윤핵관이다. 매사를 계파정치·당권다툼의 낡은 관점에 찌든 눈으로 바라보는 그들은 속삭일 것이다. “당이 정권을 적극 방어해주지 않습니다, 중진들은 몸 사리기 급급합니다, 당을 장악해야 행정부가 편해집니다….”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 만찬정치를 시작하면서 윤핵관부터 불렀는데 이를 말리지 못한 참모들의 수준이 한심할 뿐이다.
윤 대통령은 당에 아무 연고도 없다. 그래서 자기 사람을 심어 장악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야 한다. 당에 뿌리 깊은 계파, 생사를 같이해온 가신(家臣)들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친윤이 되는 데 장벽이 없다. 과거 이명박 정권을 압박했던 친박 같은 라이벌 세력도 없다. 대통령이 오로지 국정에만 전념해 경제를 살리고 인기가 올라가면 여당은 모두가 친윤이 될 것이다. 반면 지지율이 바닥을 기면 다들 뒤에서 딴소리 하고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탈당을 요구하는 세력도 나올 수 있다.
만에 하나 대통령이 공천에 검찰 출신 등 친분 인사들을 심으려 하면 공천 파동은 불 보듯 뻔하고 총선은 해보나 마나가 된다. 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차기 대표는 측근이든 아니든, 대선 후보군이든 아니든 총선 승리에 대통령과 명운이 함께 걸린 공동운명체가 될 수밖에 없다. 굳이 대통령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 차기 대선주자도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면 감싸고, 지지율이 바닥이면 차별화하려 들 것이다. 아무리 심복, 설령 동생이나 자식이 차기 주자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한동훈 차출론도 마찬가지다. 설령 한동훈이 아무리 유능하게 대표직을 수행해도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이면 “검찰 출신은 역시 안 돼”라는 인식이 퍼지고 멀쩡한 한동훈까지 망가질 수 있다. 경제가 바닥이거나, 배우자 리스크가 불거지면 한동훈 할아버지를 데려와도 총선은 이길 수 없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은 사람을 가려가며 택해서 당을 장악하는 게 아니라, 전체를 다 내 사람으로 만드는 큰 그림의 접근이 필요하다. 김영삼 정부 초기 주변 현인들은 YS에게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청산 두 개만 제대로 해도 청사에 남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금 국민은 윤 대통령에게 조언해주고 있다. △민노총으로 상징되는 비대한 집단 권력에 맞서 법과 원칙·공정을 회복하고 △좌파 정권이 저지른 비리·불법을 청산하고 △신중한 언행과 엄정한 주변 관리로 사적 리스크를 차단하고 △당 장악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국민이 이렇게 정답지를 보여주는데도 지난 봄여름의 자충수를 반복하면 온건 보수와 중도층이 기대를 접고 다시 돌아설 것이다.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2-12-09)-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재명만 중요한 게 아니다] [ .. 나라는 망해도 좋다는 사람들] (0) | 2023.03.03 |
|---|---|
| [세금에 우는 연금 생활자들] [셀프 면죄부에 면세 대통령연금.. ] (0) | 2023.03.03 |
| [법원은 법을 어겨도 되나] [실패한 제도가 치적이라는 대법원장] (1) | 2023.03.02 |
| [다음 차례는 검사들의 국회 대거 진출.. ] [‘검찰 특권공화국’.. ] (1) | 2023.03.02 |
| [한국 이제 과거사 싸움해야 하는 수준은 넘어선 나라다] .... (0) | 2023.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