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둔 고통 동시에 몰려올 새해, 위기 때 개혁해야 도약한다]
[尹 대통령, ‘집권 2년 차 징크스’ 실용과 협치로 넘어야]
[사법 개혁도 시대적 소명]
미뤄둔 고통 동시에 몰려올 새해, 위기 때 개혁해야 도약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2023.1.1/대통령실
새해는 그동안 미뤄둔 고통이 동시에 밀려오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올해 한국 경제는 1%대 성장에 머문다고 한다. 이 수준으로 고용 안정과 적정 소득을 보장하기 어렵다. 전기료, 교통비 인상 등 고물가도 예고된 현실이다. 에너지와 공급망 위기는 작년 사상 최대의 무역 적자로 나타났다. 올해도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가파른 금리 상승은 언제든 가계 부채 폭탄의 폭발이라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 정세의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기료, 교통비, 가계 부채 문제처럼 한국 정부가 단계적 고통 분담을 통해 해결했어야 할 내부 과제를 미뤄둔 탓이 크다. 표를 얻기 위해 개혁을 외면한 정치 포퓰리즘이 오늘의 복합 위기를 만든 것이다. 탈원전, 소득 주도 성장, 노동 기득권과의 타협 등 시대착오적 정책도 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개혁을 미루고 실천하지 않으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더 나은 미래로 전진할 수도 없다. 정치가 외면할 뿐 한국 국민 모두 아는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지금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의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묻고 있다”며 “미래와 미래 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가장 먼저 노동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며 “노동 개혁의 출발점은 노사 법치주의”라고 했다. 본지와의 신년 인터뷰에선 “노동 개혁은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십 수 년 전에 시작했어야 할 해묵은 과제들이다.
경제가 안 좋으면 정치는 이를 핑계로 개혁을 미룬다. 경기 침체의 고통에 개혁의 고통을 더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위기 때 개혁하는 나라만이 도약에 성공했다. 안주하는 나라는 예외 없이 퇴보했다. 대통령의 개혁 약속은 꽉 막힌 나라를 이대로 물려받을 수 없다는 미래 세대의 절박함을 반영한 것이다. 이 약속을 지키려면 야당에 대한 대화와 설득이 필수적이다. 좋든 싫든 내년 5월까지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 윤 대통령의 개혁은 이뤄질 수 없다. 야당도 미래 세대를 위해 개혁에 협조해야 한다. 대결만으론 야당의 미래는 없다.
한국은 경제·문화·방위력 등 여러 지표에서 이미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섰다. 1인당 GDP가 올해 일본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한국이 이미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비관론도 들려오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고 개혁을 미루면서 고통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겨 왔기 때문이다. 2023년은 그동안 쌓인 해묵은 개혁 과제를 해결해 차원 높은 도약을 시작하는 원년이 돼야 한다.
-조선일보(2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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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집권 2년 차 징크스’ 실용과 협치로 넘어야
[천광암 칼럼]
환란 때도 경제성장률 ‘목표’는 3%… 실용·협치·타협 없인 現 위기 탈출 난망
협치 기회 올해가 마지막일 수도… 한남동 관저에 야당 초청은 언제?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세계에는 ‘2년 차 징크스(sophomore jinx)’가 있다고 한다. 데뷔 첫해 펄펄 날던 선수들도 2년 차가 되면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사례가 흔하게 나타난다. 자초한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지만 한국의 대통령들도 집권 2년 차에 정권의 명운이 달린 위기와 봉착하는 징크스를 겪어 왔다. 2000년 이후 선출된 대통령들은 거의 예외가 없었다.
2003년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3월 국회로부터 탄핵을 당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2년 차인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시기다. 세월호 침몰은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2년 차에 벌어진 참사다. 문재인 대통령이 팬데믹 위기와 처음 맞닥뜨린 것은 집권 3년 차 12월이지만, 경제 정책의 간판인 소득주도성장이 좌초한 것은 2년 차일 때다.
2년 차 징크스는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경제 위기 징후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밀려든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파도는 전주곡 정도로 느껴진다. 윤석열 정부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정부가 작년 말 ‘2023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6%다. 한국 경제가 2%에도 못 미치는 성장률을 보인 것은 1980년 오일쇼크,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위기 등 4번뿐이라고 흔히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것은 결과로 나타난 수치이고, 그 직전 해 정부가 내건 전망 또는 목표치는 그렇게 낮지 않았다. 2020년은 2.4%, 2009년은 3% 안팎, 1980년은 1∼4%였다. 심지어 한국경제가 역대 최악의 위기를 겪었던 1998년(―5.1%)을 목전에 두고 직전 해 정부가 잡았던 성장목표도 3%였다. 당초 5%를 제시하려 했지만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성장률을 2%로 낮춰야 한다는 국제통화기금(IMF)과 타협점으로 찾은 것이 3%였다.
비단 수치만의 문제도 아니다. 앞서 4번의 위기는 각각 고(高)유가, 외환 고갈, 미국의 파생금융상품 부실, 코로나 팬데믹 등 분명한 원인이 존재했고 해법 또한 단순했다. 위기 극복은 방법이 아닌 의지의 문제에 가까웠다. 하지만 올해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위기는 미중 디커플링,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식량난, 글로벌 인플레이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등 원인마저 복합적이다.
윤 대통령이 어제 신년사 대부분을 경제 문제에 할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내놓은 경제 위기 해법은 크게 두 줄기다. 단기적 처방으로는 ‘해외 수주 500억 달러 프로젝트’를 포함한 수출산업 집중 지원을, 중장기적 해법으로는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의 추진을 제시했다.
이 중 각 계층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데다 법 개정까지 필요한 3대 개혁의 경우는 협치, 양보, 타협, 통합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여든 야든 어느 한쪽만의 이념이나 철학을 고집해서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것들이다. 유연성과 실용주의가 결합하지 않고는 해결 불가능한 과제들이다.
노동개혁만 해도, 파시즘과 공산주의 모두로부터 영국을 지켜낸 윈스턴 처칠 총리의 실용주의적 태도는 좋은 참고가 된다. 처칠은 국가 경제를 볼모로 한 파업에 대해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도 강경하고 단호한 태도를 취했지만, 한편으로는 최저임금제도의 강력한 옹호자였고 실업수당의 전신인 실업보험을 처음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최초의 직업소개소를 세우는 데도 기여했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3대 개혁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가 초당적, 초정파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는 협치를 언급하면서 “거대 야당 인사가 청와대에 올 수 없다고 한다면 내가 밖으로 찾아가 만나겠다. 국회의사당 식당도 좋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집권 3년 차인 내년에는 22대 총선이 있다. 내년 말경이면 임기가 반환점을 돌아 집권 초반에 비해 급속히 힘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이 협치를 하려고 해도 올해를 넘기면 기회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다. ‘야당 인사’들에 대한 식사 초대가 너무 늦어지면 의미가 없다. 장소도 기왕이면 국회의사당 식당보다는 한남동 관저가 좋겠다.
-천광암 논설주간, 동아일보(2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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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개혁도 시대적 소명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집권 2년차를 맞아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3대 개혁 모두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를 위해 안정적인 사회적 틀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올해 이들 개혁 외에도 사법 개혁이라는 중요한 시대적 흐름 앞에 놓여 있다. 개혁은 인적 교체를 기반으로 하는데 올해 대법원장과 대법관 2명이 바뀐다. 윤 대통령 임기 내에 대법관 13명 중 12명이 바뀌기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올해부터 사법 개혁이 시작되는 것으로 본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뉴스1
사법 개혁의 필요성은 지난 6년간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끈 사법부를 지켜본 사람들 상당수가 느끼고 있다. 대법원만 봐도 문제가 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대법관(대법원장 포함) 중 우리법연구회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등 이른바 진보 성향이 8명이었다. 특정 정치 성향의 대법관이 임명되는 것 자체를 비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도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9명을 지명하는데, 주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비슷한 판사를 선택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대법관들이 사안을 다루는 데 있어서 법리에 충실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자신의 성향을 관철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경향을 보이는 데 있다. 다수의 로펌 관계자들은 기업 관련 사건의 경우 특정 대법관이 속한 재판부에 배당되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한다. 워낙 기업에 부정적인 입장만 고수하는 터라 그 대법관에게 배당되는 순간 대법원에서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모세혈관 같은 하급 법원까지 따져보면 문제는 더 많다.
편향된 대법관 구성부터 바로잡는 것이 사법 개혁의 출발점이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녹록지 않다. 현 정부 첫 대법관이 된 오석준 대법관도 대법원장 제청 후 119일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야당의 발목 잡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7월 임기가 끝나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후임은 9월까지가 임기인 김 대법원장이 제청을 한다. 김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대법관 인사권을 존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지난 6년간 그가 한 일을 보면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3대 개혁은 정부가 행동에 옮기는 순간 많은 국민이 정책의 영향을 체감하기 때문에 사법 개혁보다 더 민감하고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사법 개혁은 사법부가 재판을 통해 우리나라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의 밑바탕으로, 당장 피부에 와닿지 않더라도 결코 늦추면 안 되는 숙제다. 올해 있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인선이라는 고차방정식을 윤 대통령이 어떻게 풀어낼지에 사법 개혁의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윤주헌 기자, 조선일보(2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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