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로나 급증은 독재의 실패… 성장 둔화 등 대가 치를 것”]
[조선 500년 마지막 궁중 잔치의 허망함]
“中 코로나 급증은 독재의 실패… 성장 둔화 등 대가 치를 것”
[2023 글로벌 석학 인터뷰]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인을 죽이거나 미국 핵 억지력을 발동시키지 않고서는 한국을 공격할 수 없다” 며 “(그런 점에서) 나는 한미 동맹을 ‘운명 공동체’ 라고 부른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DB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급증은 중국 독재 체제의 실패다. 중국은 이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86)는 동아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혼란을 1, 2년 안에 해결한다고 해도 경제 성장 둔화와 인구 감소, 생산성 저하를 비롯한 장기적인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나이 교수는 중국 기술 굴기(굴起)를 차단하기 위한 반도체 규제 같은 미국 수출 규제에 대해 “미국 경쟁력을 강화하는 현명한 조치”라면서도 “보호주의가 심해진다면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 교수는 국가가 경제 문화를 비롯한 ‘매력’ 요소를 통해 힘을 얻어내는 ‘소프트파워’ 개념의 창시자다. 그는 올해 7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에 대해선 “운명 공동체(community of fate)”라고 규정하며 “북한 위협에 대한 해답은 미국의 확장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미군 주둔을 유지하고 한미 연합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면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체제의 위기로 분석하는데….
“‘코로나 제로’와 코로나19 급증은 독재 체제의 실패다. 독재 체제에선 독재자가 실수를 하면 바로잡을 길이 없다. 중국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중국이 1, 2년 안에 코로나 정책으로 빚어진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인구 감소와 생산성 저하 등 경제 둔화로 인한 장기적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모두가 중국의 강력한 성과를 기대했던 과거와 달리 중국은 이제 좀 더 평범한 국가가 될 것으로 본다.”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책 방향과 미중 관계에 미칠 영향은….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 주석은 과거 중국 성공의 비결이었던 급속한 경제성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경제 성장의 둔화는 시 주석과 통치 체제 유지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시 주석이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정학적 환경을 원치 않는 만큼 올해 미중 관계는 약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중 전략적 경쟁의 근본적인 구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2030년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단기적으로 대만해협에서 미중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대만해협 충돌이 전 세계에 초래할 엄청난 대가를 감안하면 충돌을 피하는 것에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대만에서의 군사적 충돌이 임박했다고 예측하는 이들은 상황을 과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의한 무력통일을 반대하는 동시에 대만의 독립선언을 막는 ‘이중 억제’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중국 견제를 위한 수출통제는 어떻게 평가하나.
“수출통제와 국가안보를 연계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수출규제와 관련해 ‘마당은 작게, 담장은 높게’라는 원칙을 밝혔는데 그것이 옳은 접근법이다. 화웨이 등 통신장비나 첨단 반도체 등 국가안보와 분명한 관계가 있는 일부 분야에 대한 수출통제는 일리가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제를 광범위하게 디커플링(탈동조화)하려는 시도는 바보(foolish) 같은 일이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산업정책이 보호무역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보호주의의 위험은 언제든 존재한다. 그러나 ‘반도체과학법’이나 ‘인프라법’을 기본적으로 보호주의라고 보지 않으며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현명한 움직임이다. IRA에 대해선 바이든 행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대책은 분명하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보호주의적 요소를 잘 통제하길 기대한다.”
―보호주의가 중국과 경쟁하는 미국의 소프트파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데….
“보호주의가 너무 강하다면 미국의 매력이 줄어들면서 소프트파워가 약해질 수 있다. 다만 미국 소프트파워의 원천에는 경제뿐만 아니라 개방사회도 있다. 반면 중국은 주변국과 충돌하고 시민사회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고집하면서 소프트파워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미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내며 나이 교수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와 미군 주둔을 통한 중국 견제라는 ‘나이 이니셔티브’를 수립했다. 그의 정책은 이후 30년간 미국 동아시아 정책의 근간이 됐다.
―올해 한미동맹은 70주년을 맞는다. 북한이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 미국이 확장억제에 더 유연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나는 한미동맹을 운명 공동체라고 부른다. 한미동맹의 진정한 유대와 신뢰는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가 아니라 북한이 미군을 죽이지 않고는 한국을 공격할 수 없다는 그 사실 자체에서 나온다. 확장억제력과 관련해 우리는 핵 공유나 전술핵 재배치가 미국의 재래식 전력만큼 신뢰할 수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나는 재래식 전력이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북한 도발 중단에 역할을 하지 않으면 군사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중국이 북한을 억제하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설득하려는 시도는 오랫동안 지속돼온 노력이지만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다. 북한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법(the answer)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확장억제를 보장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군의 주둔 그 자체와 한미 연합훈련의 강화라고 본다.”
―일본의 재무장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일각에선 아시아 다자안보체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의 군국주의화에 대한 우려는 기우다.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는 북한과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을 억제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국의 경계를 불러올 이유가 없다.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여러 국가가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이미 아시아에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한 ‘쿼드(Quad)’와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 협력체 ‘오커스(AUKUS)’가 있고 이를 통해 공식적·비공식적으로 다양한 외교·안보 협력을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불가피하다고 보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2023년에 끝나리라고 기대하기엔 비관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어느 쪽도 전쟁을 끝내기 위한 양보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이 전쟁은 실존적 문제다. 그가 타협을 한다면 지도자로서의 위상이 심각하게 손상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만큼 그는 기꺼이 이 전쟁을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것이다. 코로나19로부터 회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재정지출을 확대해 인플레이션을 초래했고 이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경기침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런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각국의 군비 증강으로 세계가 경쟁의 시대로 돌입했다. 한국에 대한 조언은…?
“불행하게도 우리는 강대국 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은 어느 쪽이 더 큰 위협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군사적 위협의 관점에선 중국보다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동아일보(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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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입국 규제도 중국발 유입 100% 못 막아. “개량 백신 접종” 전문가 조언 귀담아 들을 때.
○ NASA 국장 “中, 달 먼저 장악하고 美 내쫓을 수도” 경고. 美·中 패권 경쟁은 이제 지구도 모자라 달 쟁탈전으로.
-팔면봉, 조선일보(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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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500년 마지막 궁중 잔치의 허망함
고종 즉위 40년 연회 복원 공연 시각·음악적으로는 화려했지만
8년 뒤 국권 상실 상기하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반면교사’

국립국악원의 송년공연 '임인진연'. (국립국악원 제공)
조선 시대 국왕의 생일잔치는 어땠을까. 지난달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임인진연(壬寅進宴)’은 그 궁금증을 풀어준 무대였다. 임인은 임인년, 진연은 궁중에서 베푸는 잔치다. 실제로 이 공연은 1902년 고종(高宗) 즉위 40주년과 51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잔치를 100분 안팎으로 재구성했다. 이 때문에 임인진연은 조선 왕조 500년의 마지막 궁중 잔치라고도 부른다.
시각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이날 무대는 감탄을 자아내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특히 잔치 주인공인 고종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무대 맨 앞의 어좌(御座)를 비워둔 채 무대 방향을 거꾸로 돌린 점이 인상적이었다. 연출·무대 미술을 맡은 박동우 홍익대 교수의 말처럼 “관객들이 황제의 시선으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국립국악원 정악단·무용단 등 140여 명을 총동원해서 궁중 무용과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종합 예술 무대가 됐다. 특히 어부사를 노래하면서 배를 둘러싸고 춤을 추는 마지막 ‘선유락(船遊樂)’ 장면은 화려한 색채와 우아한 동선이 어우러져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120년 만에 재현한 궁중 잔치라고 하지만, 정작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반가움보다는 오히려 짙은 서글픔이 남았다. 한국 근현대사의 숨가쁜 연표가 떠오른 탓이다. 임인진연이 열렸던 1902년은 제1차 영일(英日) 동맹이 체결된 해다. 국경을 맞댈 일이 없는 영국과 일본이 의기투합한 이유는 분명했다.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 뒤 일본은 러일 전쟁에서 승자가 되면서 조선 병합의 야욕을 본격화했다. 결국 1905년 조선은 을사늑약(乙巳勒約)으로 외교권을 빼앗겼고 1910년 국권마저 잃고 말았다. 국왕의 만수무강과 태평성대를 기원했지만, 불과 몇 년도 지나지 않아 공염불(空念佛)이 된 셈이다.
고종과 대한제국에 대한 역사적 평가만큼 학계에서 첨예하게 엇갈리는 쟁점도 드물다. 한편에서는 근대화와 자주 국가를 염원한 명군(明君)으로 묘사한다. “대한제국은 무능해서 망한 것이 아니라 고종의 근대화 사업을 박멸하려는 일제의 계략에 희생된 것”(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망국의 책임이 있는 암군(暗君)이나 혼군(昏君)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고종은 왕정을 극복하려는 의식이 부족했다. 대한제국은 매관매직을 일삼았으며 부패로 얼룩져 있었다”(김재호 전남대 교수) 같은 평가가 여기에 속한다.
명군인지 암군인지 가릴 만한 능력이나 처지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엔 슬픈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심지어 현재 정부 기관 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는 점이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국립국악원에서는 “자주 국가를 염원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궁중 잔치”라는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당시 궁중 연회의 절차와 의식을 기록한 진연의궤(進宴儀軌)를 소장한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는 이런 구절로 끝난다. “1902년 두 차례 치른 잔치에서 대한제국 1년 예산의 9%에 해당하는 비용이 쓰였다. 성대한 기념 잔치로 인한 업무 공백과 막대한 비용은 고스란히 백성들에게 전가됐고, 이후 근대화를 위한 개혁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국운은 기울어 갔다.”
냉혹한 국제 질서를 도외시한 채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 보여준 것이야말로 ‘임인진연’의 역사적 의미가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훈을 상기시킨 무대가 됐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은 120여 년 전과 얼마나 다른 것일까.
-김성현 기자, 조선일보(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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