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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폭탄도 연애편지도 김정은에겐 먹혔다”]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 ....

뚝섬 2023. 2. 2. 10:20

[“말폭탄도 연애편지도 김정은에겐 먹혔다”]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

 

 

 

“말폭탄도 연애편지도 김정은에겐 먹혔다”

 

[오늘과 내일]

폼페이오 “한 치 양보 없이 美 안전 지켰다”
트럼프식 널뛰기 대북정책이 남긴 것은 뭔가

 

회고록은 역사가 아니다. 역사로 만들기 위한 주관적 노력일 뿐이다. 특히나 정치인, 여전히 큰 야심을 품고 있는 인물의 회고록은 자기 자랑과 변명으로 덧칠돼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읽을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역사의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사건, 그 뒷얘기, 나아가 사후 평가는 어디서도 기대하기 어려운 쏠쏠한 재미를 준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낸 회고록 ‘한 치도 물러서지 말라(Never Give an Inch)’도 꽤나 흥미롭다. 폼페이오의 책 출간은 내년 대선의 공화당 경선에 나서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그의 회고록은 여느 정치인이 선거 전에 내놓는 책과 달리 몹시 사납고 공격적이다. 자신이야말로 위험을 무릅쓴 극한 전사이자 냉혈한 현실주의자로서 ‘아메리카 퍼스트’의 구현자임을 내세우려는 의도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그래선지 철저히 당파적, 정쟁적이다. 민주당 인사는 물론 안보전문가, 언론인에게까지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낸다. 함께 일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 특히 공화당 경선의 잠재적 경쟁자들도 험악하게 깎아내린다. 반면 트럼프는 시종 변호한다. 자신은 트럼프의 총아(寵兒)로서 충직한 실행자였다고 자부한다. 트럼프가 부추긴 의사당 폭동 같은 불편한 얘기는 가급적 피한다. 과거 ‘트럼프 엉덩이만 쫓는 열추적 미사일’이라던 놀림을 상기시키는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폼페이오는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우선 트럼프가 김정은을 향해 날린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같은 말폭탄이 ‘역대 어느 행정부도 하지 못한 멋진 전략’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을 몇 달간 조용하게 만들었고 이후 북한이 쏜 미사일은 단 한 발이었다고 썼다. 하지만 그 한 발이 미국 전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었고 그 직후 김정은이 ‘핵무장 완성’을 선언했다는 사실은 빼놓았다.

나아가 갑작스러운 대화 국면 전환도 외교의 창을 열어둔 결과라고 했다. 정상회담 약속만으로 인질 3명을 귀환시켰고,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선 6·25전쟁 전사자 유해 송환과 핵·장거리미사일 시험 중단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비록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대가로 줬지만 “홈런은 아닐지라도 가치 있는 거래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해선 “나쁜 양보도, 나쁜 타협도, 나쁜 거래도 하지 않은 옳은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트럼프와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 지속적인 ‘연애편지’ 교환을 통해 북한 도발을 막는 효과를 거뒀다며 이렇게 적었다. “트럼프 임기 말까지 북한은 핵실험도, 장거리미사일 발사도 하지 않았다. 미국을 안전하게 지킨 중요한 성과였다.”


극과 극을 널뛰듯 오간 트럼프식 대북 접근법은 전례 없는 실험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과연 성공적이었을까. 일시적 책략의 승리였을지는 모르나 북한에 시간만 벌어준 것은 아닌가. 트럼프가 떠난 뒤 곧바로 드러난 사실은 북한이 더욱 위험해지고 미국도 한층 불안해졌다는 것이다. 여지없이 북핵을 이고 살게 된 한국의 처지는 말할 것도 없다.

북한은 당장 폼페이오 회고록을 꼼꼼히 검토할 것이다. 폼페이오가 ‘그렇게 재미 좀 봤다’며 드러낸 미국식 셈법, 나아가 북한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과 비하에 김정은은 이를 갈고 있을지 모른다. 미완(未完)으로 끝난 협상의 민감한 내용까지 들춰낸 그의 기록은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실패의 자인(自認)이 아닐 수 없다.

-이철희 논설위원, 동아일보(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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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

 

1월 1일 조선소년단 제9차 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김정은. 이날 이후 김정은은 한 달 넘게 사라졌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이란 노래를 북한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다. 김정일이 5대 혁명가극을 창작하면서 1971년에 직접 지었다고 한다. 호칭도 3대째 세습됐으니, 지금은 김정은이 장군님이다. 김정은을 자주 보면 좋을지 나쁠지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요즘 김정은을 보기가 진짜 힘들다.

1월 1일 소년단 행사에 잠깐 얼굴 비치고 지금까지 자취를 감췄다. 한 달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지도자가 한 달이나 사라져도 아무 문제가 없으니 북한은 참 기이한 곳이긴 하다. 김정은이 사라지면 남쪽 전문가들은 “중요한 결단을 두고 숙고 중”이란 판에 박힌 대답을 내놓는다. 노는지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한 달은 좀 너무한 감이 있다.

그런데 1월엔 김정은이 사라질 만한 중요한 이유가 두 가지나 생겼다. 하나는 평양의 코로나 재확산이다. 평양에 발열 환자가 급증해 25일부터 닷새간 봉쇄령이 떨어졌다는 소식은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이 공개한 북한 외무성 공지문을 통해 이미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도 현재 평양엔 발열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해 왔다. 주변에 온통 열이 나는 환자들인데, 코로나인지 독감인지 평양 사람들도 알 방법이 없다고 한다. 검사 키트가 없기 때문이다. 또 진단을 받는다고 해도 방법도 없다. 병원에 약이 없다. 그나마 있던 약은 작년 5∼6월의 대유행 때 탈탈 털어 다 썼는데, 이후 보충했을 리도 만무하다. 가동되는 의약품 공장도 거의 없는 데다 국경 봉쇄로 수입도 못 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처지에서 보면 이번 코로나를 특별히 무서워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8월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토론에서 김여정은 “방역 전쟁의 나날 고열 속에 심히 앓으시면서도 자신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인민들 생각으로 한순간도 자리에 누우실 수 없었던 원수님”이라고 했다. 오빠가 발열자였다는 사실을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것인데, 5∼6월의 발열자는 사실상 모두 코로나 환자였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김여정의 말대로라면 김정은은 코로나에 걸렸다 회복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김정은처럼 초고도 비만 환자는 회복했어도 위험하다. 지난달 19일 유럽심장학회(ESC) 잡지에는 코로나 감염자 7584명과 비감염자 7만5790명을 대상으로 후유증이 얼마나 가는지 평균 18개월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코로나에 감염됐을 경우 완치 이후 약 3주간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4.3배나 높아지고,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은 무려 81배나 높아졌다는 게 요지다. 코로나 감염 후 18개월이 지난 뒤에도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은 1.4배,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은 5배나 높은 상태가 유지됐다. 완치된 지 6개월가량밖에 되지 않은 김정은은 지금 후유증이 강한 위험 구간에 있는 셈이다.

지난달 18일 발표된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조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확진자 847만 명을 조사해보니 재감염자는 1회 감염자보다 치명률이 1.79배나 더 높았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김정은은 이미 충분히 건강이 좋지 않다. 특히 코로나가 큰 후유증을 남기는 심혈관 질환은 김씨 집안의 치명적 약점이자 가족력이다. 김일성과 김정일 모두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심근경색의 4대 위험인자는 흡연과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이다. 김정은은 오래전부터 4대 인자 모두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사람은 심근경색 발생 위험성이 6배나 높은데 가족력까지 있으면 훨씬 더 위험하다. 여기에 코로나 재감염까지 된다면 말할 나위가 없다.

김정은이 외부 노출을 자제할 만한 두 번째 이유는 올해 북한에 23년 내 가장 심한 추위가 닥친 것이다. 심혈관 환자는 가장 더운 날과 가장 추운 날을 조심해야 한다. 김일성은 폭염 기록을 연이어 세우던 1994년 7월에 사망했다. 김정일은 매서운 한파가 들이닥쳤던 2011년 12월에 숨졌다. 심혈관 환자에게 미치는 코로나의 악영향과 후유증, 재감염자의 치명률 증가, 기록적 한파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가족력을 가진 초고도 비만환자 김정은에게 있어 1월은 참 잔인한 달일 수밖에 없다. 나 같아도 밖에 쉽게 나가진 못할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오래 사라지면 북한 사람들은 궁금해할 것 같다. 모두 이렇게 생각할지 않을까.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 안녕하십니까?’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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