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개딸과의 결별선언’]
[민주당 또 ‘반란표’ 색출 소동, 되풀이되는 ‘홍위병’ 행태]
[학폭 아빠, 조폭 삼촌, 개딸들의 민주당]
[‘李에 대한 정치적 불신임’ 평가까지 나온 민주당 내 이탈표]
[체포동의안 부결은 됐지만, 더 큰 정치적 부담 안은 이재명]
[민주당의 멋진 당헌, 애초에 지킬 생각 없던 보여주기였다]
[불체포특권의 역설]
민주당의 ‘개딸과의 결별선언’
“모처럼 패배의식에서 벗어나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더불어민주당 비명계 의원 A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전히 ‘개딸’들의 테러 1순위로 꼽히는 그에게선 이전과는 다른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는 ‘부결’(138표)보다 ‘가결’(139표)이 딱 한 표 더 나오고, 무효와 기권이 20표 나온 것에 대해 “일부러 짜라고 해도 저렇게 못 짠다. 저 묘한 숫자 속에 진정한 당의 총의가 담겨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당 대표이니 한 번은 지켜주겠다’라는 신의와, ‘그렇지만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경고라는 거죠.
무엇보다 ‘패배의식’이란 그의 단어 선택에 공감이 갔습니다. 요즘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보면 “우린 뭘 해도 안 된다” “어차피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다”라는 분위기가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깔린 ‘학습된 무기력’이죠. 꼭 야당이라서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여전히 169석이나 가진 원내 1당인걸요.
그런데 이번 표결 결과가 오랜만에 민주당 의원들에게 “우리도 바뀔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줬다는 거죠. 그 내막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독(毒)이 된 180석
민주당 내 학습된 무기력은 2020년 총선 이후부터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코로나 시국에도, 심지어 조국 사태 속에서도 180석의 압승을 거둡니다. (물론 코로나 재난지원금의 깜짝 효과와 비례 위성정당까지 띄운 ‘꼼수’ 덕도 컸습니다만….)
국회에서 180석은 개헌을 제외하고 모든 법안과 예산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너무 크게 이겼다. 180석이 결국 독이 될 것이다. 147석 정도가 적당한데…”라던 한 중진 의원의 말이 그땐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명언이었습니다.

(좌) 총선이 치러지던 2020년 4월 15일 오후 당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국회 의원회관에 설치된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며 손뼉을 치는 모습. 왼쪽부터 더불어시민당(당시 민주당이 띄운 비례 위성정당) 이종걸 선거대책위원장,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우) 2020년 4월 20일 총선 승리 후 처음 열린 의원총회에서 밝게 웃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 동아일보 DB
180석을 확보한 당 지도부는 곧장 ‘원 보이스’부터 강조했습니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조국 내전’을 거쳤던 탓에 제2의 ‘조금박해’(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 등 소장파 의원 모임)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컸겠죠. 갑자기 커져 버린 당의 덩치가 버겁기도 했을 겁니다. 당시 한 지도부 의원이 “열린우리당 시절 ‘108번뇌’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초장부터 초선 의원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17대 국회(2004년) 당시 108명의 초선 의원들의 과도한 개인플레이로 당이 우왕좌왕하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여기에 강성 지지층도 가세했습니다. “기껏 180석이나 만들어줬더니 뭐 하고 있느냐”고 본격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거죠. 민주당이 180명의 ‘원보이스’로 무장한 채 강성 지지층의 뜻에 따라 ‘입법 독주’에 돌입한 배경입니다. 민주당은 2020년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차인에게 4년 계약기간을 보장하고,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을 5% 내로 제한)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합니다. 그해 12월엔 공수처법 개정안과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논란의 법안들도 야당과 합의 없이 통과시켰습니다. 야당은 필리버스터로 맞섰지만 결국 ‘쪽수’에 밀려 아무 힘도 못 썼습니다.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세질수록 당내에서도 신중파나 협상파보다는 강경파 의원들이 득세했습니다. 2021년 5월 전당대회에서 초선 김용민 의원이 강성 지지층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17.73%로 1위에 올라 수석 최고위원이 됐던 것이 대표적입니다. 김 의원은 당선 직후 김어준 유튜브에 나가 “검찰 개혁을 빨리 끝내겠다”라고 약속했죠.

2021년 5월 전당대회에서 수석 최고위원으로 뽑힌 뒤 김어준의 유튜브 방송에 나가 활짝 웃고 있는 김용민 의원. 유튜브 화면 캡처
김 의원 등이 속한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가 당 안팎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입니다. 김 의원 등의 ‘성공 사례’에 너도나도 앞다퉈 지지층 입맛에 맞춘 강성 발언들과 강경 법안의 발의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한 보좌진은 “법안을 과하게 밀어붙이면 ‘거여의 폭주’라고 욕먹고, 여론 눈치를 보느라 좀 자제하면 지지층이 난리 치고, 민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라고 했습니다.
3년 새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의원들은 어느새 각자가 헌법기관인 것을 망각한 채 ‘군사 작전’을 치르듯 당의 지시대로 움직였습니다. ‘선당후사’를 위한 쓴소리는 의원총회가 아닌 술자리에서나 터져 나왔습니다. 인터뷰 때도 익명을 원하는 의원들이 늘었고요.
2020년 여름의 취재 기록을 돌아보니 그 때 이미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선 무력감이 팽배했습니다.
“지금 우리 당이 다수결의 원칙을 얘기하면서 무조건 밀어붙이는데, 입법부에선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법을 만드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곳이고, 그래서 관행이란 게 중요한 데 너무 지나치다.” (5선 의원)
“공수처는 사실 천천히 해도 된다. 이해찬 대표도 계속 민생 법안이 최우선이라 해놓고 청와대에서 쪼니까 공수처로 자꾸 그렇게 가는데, 공수처가 민생이랑 뭔 상관이냐.” (3선 의원)
“요즘은 모든 의사결정과정이 당에서 논의하는 게 아니라 지도부가 결정하고 통보하는 식이다. 이럴 거면 원내대표만 뽑지, 무엇 하러 돈만 많이 들게 300명씩 뽑나 모르겠다. 요즘은 미래통합당과 같은 무력감을 느낀다. ‘말 해봤자 안 될 텐데 뭐 하려 하나’ 싶다.” (5선 의원)
● 개딸과의 결별 선언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과 함께 등판한 ‘개딸’과 손잡으면서 민주당은 더욱 민심과 멀어져 갔습니다. 개딸들의 극성맞은 문자폭탄에 지친 의원들은 침묵하기 시작했고, 일부 몇몇 ‘용자’들을 제외하고는 아예 입을 닫았습니다.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이 0.73%포인트 차로 석패하자 개딸들은 패배의 이유를 당내에서 찾으려 했습니다. 경선 때 이낙연 전 대표를 도왔던 의원들의 사무실로는 수백 통의 ‘팩스 테러’가 이어졌습니다. 잉크가 빨리 닳도록 검은색 바탕의 A4 용지에 흰색으로 ‘죽어라’는 등의 메시지를 적었다죠.
친문(친문재인) 좌장 홍영표 의원은 지방선거 패배 후 ‘이재명 책임론’을 말했다가 지역 사무실이 “치매 아니냐” 등 막말 문구가 적힌 3m짜리 대형 대자보로 도배되는 일도 겪었습니다.

2022년 6월 홍영표 의원의 지역 사무실에 붙은 ‘치매 대자보’. 논란이 되자 해당 대자보를 붙인 개딸들은 사무실을 찾아 꽃다발을 전달하고 사과했다고 한다. 동아일보 DB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거치면서 개딸들의 폭력성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당내 불만도 점점 쌓여갔던 것 같습니다.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온 이탈표가 그 증거겠죠. 비명계 의원들은 “그걸 보고 ‘나도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한 동료들이 많았을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합니다.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돌이켜 보면 지난 총선 이후 의원들은 늘 ‘컨트롤’의 대상이었다. 원내에선 당 지도부가 당론을 강요했고, 원외에선 개딸들의 성화에 알아서 늘 눈치를 봤던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길들여 지던 중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로 오랜만에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겁니다.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이제 개딸들이 두렵지 않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복수의 비명 의원들은 “전화번호 한 3000개 정도 차단하면 테러 문자도 안 온다”라고 합니다. 극성 개딸 규모가 대략 3000명 안팎일 거라는 겁니다.

‘김건희 특검법’ 반대 입장을 냈다가 개딸들의 테러를 받았던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왼쪽)은 지난해 9월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공개 면담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날 면담 자리에는 조 의원을 지지하거나 보수 성향으로 추정되는 남성 5명만 참석했다. 동아일보 DB
● 민주당의 갱생은 가능할까
이미 변화는 조금씩 감지되는 듯 합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각 시도당과 지역위원회에 ‘윤석열 정권 치욕적 강제동원 셀프배상/ 이완용의 부활인가!’ ‘국민능멸 굴욕외교!’ ‘친일본색 매국정권!’이라고 적힌 현수막 시안 3종을 전달했습니다. 통상 중앙당에서 문구 시안을 전달하면 현역 의원 등 지역위원장들이 그대로 만든 현수막을 지역구 골목골목에 내겁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6일 전국 시도당과 지역위원회에 내려보낸 강제징용배상 관련 현수막 시안.
그런데 이번엔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이완용’은 너무 나갔다”라는 자정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현수막 내용이 오히려 지역 여론에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였죠. 지도부 소속 한 의원조차 “나도 ‘이완용 현수막’은 못 걸었다”라고 하더군요. 개딸들이 지역구별 현수막 게시 현황을 체크해 ‘수박 색출’ 작업을 하고 있다지만 어느덧 의원들에겐 당장 내년 총선이 더 중요해진 겁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이완용’ 문구를 담아 더불어민주당이 건 현수막. 뉴시스
A 의원은 이제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 좀 다른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극성 태극기부대와 결별한 덕에 승리했듯이, 우리도 개딸과의 결별에 성공해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의 갱생이 가능할지,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저도 다시 한번 기대를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김지현 기자, 동아일보(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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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또 ‘반란표’ 색출 소동, 되풀이되는 ‘홍위병’ 행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31표 이상의 이탈 표가 나오자 민주당 내에서 색출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같은 당 의원을 겨냥해 ‘반동’ ‘밀정’이라고 하고, 일부에선 친이낙연계 의원 실명을 거론하며 “어떤 표결을 했는지 밝히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한다고 한다. 이 대표 열성 지지자들은 이날 비(非)이재명계 의원 40여 명의 이름과 지역구, 전화번호가 적힌 문건을 ‘반란군 명단’이라며 공개했다. 이들에게 문자 폭탄을 받은 일부 의원은 “나는 부결로 찍었다”며 표결 내용을 공개했다고 한다. 홍위병 소동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자유 투표, 비밀 투표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헌법은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회법은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돼있다. 더구나 인사와 관련된 사안에 의무적으로 무기명 투표를 하는 것은 1952년부터 국회법에 내려온 전통이다. 비밀 투표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부결을 정한 사안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결과가 자신들 뜻과 다르다고 “공천에서 잘라야 한다”고 한다. 당 이름이 ‘민주’인 정당의 열성 지지자들의 행태가 이렇다.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만들어 돌리고 있는 22대 공천 낙선 대상자, 이른바 살생부 중 하나. 지난 27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했거나 기권 또는 무효표를 행사해 사실상 찬성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비명계 의원 들의 이름, 지역구, 선수는 물론이고 핸드폰 번호까지 올라와 있다. (SNS 갈무리) ⓒ 뉴스1
민주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4년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의원 일부의 이탈로 부결됐다. 그때도 열린우리당은 반대표를 ‘반(反)개혁’으로 낙인찍고 색출 소동을 벌였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실명 투표로 바꾸자는 법안까지 냈다. 당시 국회의장, 국무총리를 맡은 의원까지 “나는 아니다”라고 고백을 해야 했다. 한때 국회를 장악했던 열린우리당은 결국 당이 쪼개지고 정권을 내줬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됐다. ‘원 팀’을 내세워 당내 비판을 억눌렀다.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당론과 다른 표결을 한 의원은 징계하고 당에서 내쫓고 입법 폭주를 거듭했다. 그 결과 또 다시 정권을 잃었다.
이 대표는 이날 ‘반란표 색출 자제를 요청할 생각이 없느냐’는 물음에 “우리 사회 노동 환경 개선에 더 관심을 가져 달라”고 동문서답했다. 자제를 요청할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사실상 색출을 부추긴 것과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이번에 일부 이탈표로 인해 그나마 내부 자정 기능이 조금은 살아있는 당이라는 인상을 국민에게 줄 수 있었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이 대표가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나, 자신의 양심을 따른 이들 이탈표가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나.
-조선일보(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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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포안 이탈표에 “반란자 색출” 인민재판. 편 가르기, 할 때는 즐거워도 당할 때는 죽을 맛.
-팔면봉, 조선일보(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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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아빠, 조폭 삼촌, 개딸들의 민주당
[선우정 칼럼]
그는 단계마다 주위를 값싸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이 그렇게 됐다
이러다가 나라 전체가 싸구려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정청래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고 썼다./뉴시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그제 스타일을 구긴 직후 정청래 의원이 자기 페이스북 ‘정청래의 알콩달콩’에 대형 고딕체로 글을 올렸다.
“분노할 때 분노하고 일어설 때 함께 일어섭시다. 그래도 내일의 태양은 떠오릅니다. 이재명은 죽지 않습니다. 눈물 나게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개딸을 향한 선동인지, 이 대표를 향한 아부인지, 둘 다인지 모르겠지만 민주당에서 올라온 글 중에 가장 절절하고 비장했다.
정 의원이 ‘학폭 아빠’로 재소환된 게 전날이다. 국가수사본부장 내정자가 아들의 학폭 문제로 낙마하자 몇 년 전 정(청래) 의원 중학생 아들의 동료 여학생에 대한 강제 추행, 음란 문자 발송 사건이 다시 거론됐다. 성인이었다면 실형을 받았을 죄질 나쁜 학폭이다. 부모라고 자식의 잘못을 일생 책임질 수 없다. 정 의원도 그렇다. 문제는 성추행 이후 가해 아들을 몇 년 동안 피해 여학생과 같은 학교에 다니도록 방치했다는 것이다. 학폭 당시 그는 국회의원이었다. 이것은 부모 정 의원의 책임이다.
국수본부장 내정자는 아들 학폭 문제 자체 때문에 하루 만에 물러난 게 아니다. 공직자 신분으로 아들을 싸고돌면서 학교의 강제 전학 조치에 법 논리를 내세워 저항한 사실 때문이었다. 그의 낙마엔 양면성이 있다. 윤석열 정부 인사 검증 시스템의 중대한 결함을 드러냈지만, 동시에 최소한의 규율과 도덕이 이 정부에선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줬다.
민주당엔 이런 규율이 왜 작동하지 않을까. 정 의원은 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이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다. 이 지위까지 오르는 중요 순간에 민주당에서 정 의원 아들의 문제가 제기됐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2017년 언론에 공개된 범죄인데도 그렇다. 아들의 비행 문제를 일생 족쇄로 차고 사는 국민의힘 어느 의원과 비교하면 민주당의 도덕 기준은 정치권 상식과 다르다. 일반 상식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이것이 민주당 위기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표에 대해 도덕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무엇이든 너무 흔하면 의미가 없어진다. 그의 도덕 문제가 그렇지만 지금도 주목할 만한 몇 가지는 남아있다. 이 대표의 일명 ‘형수 욕설’ 파일엔 “녹음해서 공개해 봐”란 말이 녹음돼 있다. 형수에게 욕을 한 다음 ‘내 욕설을 공개하고 싶으면 하라’며 큰소리친 것이다. 성남시장 때였다. 누구나 천박한 본성이 있다. 하지만 꿈이 있는 사람은 홧김에 본성을 드러냈더라도 이내 감추려고 한다. 그런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인데도 “공개하라”고 했다. 꿈이 없는 사람, 자신의 값어치를 싸게 매기는 사람만이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 대표는 자기가 “인권 변호사”라고 말한다. 동시에 그는 성남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을 변호한 조폭 변호사였다. 조폭 조카, 살인마 조카를 변호한 사실은 유명하다. 친족 중엔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조폭도, 살인마도 변호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변호사라고 무조건 하지 않는다. 친족이라면 더욱 그렇다. 꿈이 있는 변호사는 몸을 함부로 굴리지 않는다. 그가 ‘조폭 삼촌’ ‘살인마 삼촌’이라서 문제 삼는 경우는 드물다. 그제 사퇴한 국수본부장 내정자처럼 법률가의 법 논리로 조폭 조카, 살인마 조카를 싸고돌았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혀 온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이 1월 17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수원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고운호 기자
이 대표에겐 인생의 서사가 있다. 인생의 서사는 꿈을 매개로 승화시켜야 정치적 자산이 된다. 그는 승화에 실패했다. 꿈이 아니라 욕망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정치는 늘 이권을 사고파는 흥정에 머물고 있다. 성남시장 8년 동안 그의 주위엔 전국 최강 투기꾼만 모여들었다. 그들이 성남에서 해먹은 돈이 8000억원에 이른다. 경기지사 4년 동안은 조폭이 꼬였다. 대북 사업을 조폭이 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대선 결과가 달라졌다면 ‘조폭 재벌’ 얘기도 나왔을 것이다. 그동안 그의 주변에 지식인, 예술인이 모였다는 소리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는 단계마다 주위를 값싸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은 그제 싸구려가 됐다. 언젠가 나라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 문제를 “사법 리스크”라고 한다. 나는 ‘도덕 리스크’가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규범이 민주당에선 작동하지 않는다. 맹목적 지지자가 두려워 눈을 감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규범이 작동했다면 이 대표는 당대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정통 야당 대표로 정말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이 대표의 도덕 문제는 윤 정권과 아무 상관 없다. 정권과의 대결이 아니라 민주당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현 정권이 가장 원하는 야당은 학폭 아빠, 조폭 삼촌, 그리고 개딸들이 설치는 민주당이다. 민주당 사람들도 대부분 알 것이다.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일보(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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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에 대한 정치적 불신임’ 평가까지 나온 민주당 내 이탈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이 27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169명 중 최소 31명이 이 대표 체포에 찬성, 기권, 또는 무효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불신임”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이 대표는 대장동 민간 업자에게 7800억원대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시에 4800억원대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428억원을 약속받았다는 진술도 있다. 기업들에서 성남FC 후원금 133억원을 받는 대가로 토지 용도 변경, 용적률 상향 등 막대한 이익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개인 비리 의혹이다. 이것을 감싸는 데 민주당이 통째로 동원된다면 당내 반발이 일어나는 게 당연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 대표는 이날도 “윤석열 정부의 사법 사냥”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장동 수사는 문재인 정권이 시작했다. 문 정권이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심각했던 것이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패한 가장 큰 이유도 대장동 비리다. 이 상황에서 이 대표가 정치를 계속할 뜻이라면 불체포 특권에 의존하지 말고 당당하게 수사에 응해야 했다. 그래야만 본인과 민주당 모두에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정반대로 불체포 특권 뒤에 숨는 길을 택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열성 지지층만 바라보면서 지난 1년 가까이 ‘이 대표 방탄’에만 열중했다.
체포 동의안 부결로 이 대표 구속영장은 자동으로 기각됐다. 그러나 앞으로 백현동·쌍방울 사건 등으로 추가 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 체포 동의안을 전부 부결해도 결국 법정에 나가 재판받아야 한다. 이렇게 많은 불법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당무 집행을 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이 대표는 당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한다. 당 차원의 방탄 없이는 버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체포 동의안이 부결되자 의원총회를 열고 ‘김건희 여사 특검’ 등을 추진키로 했다. 문재인 정권 당시 샅샅이 파헤치고도 증거를 찾지 못한 사건이다. 이 대표 방탄용 맞불 놓기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내 비(非)이재명계는 최근 보고서에서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민심이 민주당을 떠났다. 개혁을 원하는 국민에게는 비전도 전략도 없는 무능한 당이 됐다”고 자평했다. 민주당은 68년 역사를 가진 당이다. 세 번이나 집권했다. 지금은 압도적 국회 다수당이다. 이런 주요 정당이 한 개인의 사당으로 전락해 민심을 잃은 채 불법 혐의 감싸기에만 동분서주한다면 한국 헌정사의 오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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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동의안 부결은 됐지만, 더 큰 정치적 부담 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도중 눈을 감은 채 손으로 턱을 만지고 있다. 이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재석 의원 297명 중 과반에 이르지 못해 부결됐지만 가결이 139표로 부결(138표)보다 많았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297명 출석에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가 나왔다. 찬성이 반대보다 1표 더 많았지만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넘기지 못해 부결된 것이다. 169석의 민주당은 단일대오를 강조했지만 30명 정도의 이탈표가 나온 셈이다. 이 대표 체제에 대한 당내 반발 기류가 표면화한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 부결로 구속영장은 자동 기각됐지만 적지 않은 반란표가 쏟아진 것은 이 대표에겐 큰 정치적 부담이다. 이 대표는 비명계 의원들을 일대일로 접촉하고 손편지를 보내며 표 단속을 했다. 압도적 부결을 토대로 당내 퇴진 공세를 정면 돌파하고 현 정권과 맞서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찬성·기권·무효표를 합치면 159표로 절반을 넘는다. 이 대표로선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불체포특권 폐지는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래 놓고 “사법사냥이 일상이 되어가는 폭력의 시대” 등의 주장을 내세우며 표 대결에 나섰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작금의 상황에 대해 겸허히 성찰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식 개혁이 결국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상황논리로 개혁을 스스로 좌절시켰기 때문”이라는 정의당의 지적을 새기길 바란다.
이 대표는 “당 내부와 더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해 윤석열 독재정권에 강력히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이탈표가 예상보다 많았지만 당장 대표직을 내려놓을 생각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반면 “이대로는 총선 못 치른다”는 비명 반명 측은 이 대표가 이제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집단적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제1야당은 당의 진로를 놓고 심각한 내홍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 대표 문제가 모든 국정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선 안 된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고 하더라도 기소 자체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백현동 개발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대납 의혹 등 다른 수사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할 의무가 있다. 그와 별개로 민주당은 민생 법안 처리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검찰도 무리한 야당 탄압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증거에 입각해 수사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이 대표와 검찰 모두 또 다른 시험대에 섰다.
-동아일보(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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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멋진 당헌, 애초에 지킬 생각 없던 보여주기였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사무총장은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국민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내용이다. 그런데 막상 이 조항이 적용될 일이 발생하자 민주당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26일 “(이재명 대표 수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야당 탄압, 정치 탄압”이라며 “당헌 80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장동 비리는 전형적인 개인 불법 혐의다. 80조엔 ‘정치 탄압’을 이유로 조항 적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도 없다. 이런 식이면 라임펀드 사기 주범 김봉현의 돈을 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기동민·이수진 의원에 대해서도 ‘정치 탄압’이라며 당헌 적용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당헌 80조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만든 ‘반부패 혁신안’의 대표적 내용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개혁적이고 깨끗한 이미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대표가 이 조항에 해당되자 무시하고 있다. 뼈를 깎는 각오로 이 조항을 지킬 생각이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민주당이 당헌을 이용해 대국민 쇼를 한 것은 이뿐이 아니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을 실시할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 역시 문재인 대표 시절 만들어졌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발생한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바로 이 당헌에 해당됐다. 그런데 민주당은 보궐선거 직전에 이 조항을 고쳐서 후보를 냈다. 이 당헌을 만든 문 대통령은 이 부끄러운 행태의 뒤에 숨는 방식으로 동조했다.
당헌은 정당의 헌법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국민 앞에서 한 엄중한 약속이다. 당헌도 미비한 점이 드러날 수 있고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두 경우처럼 마치 깨끗한 척 보여주기 이벤트용으로 당헌을 이용하고 막상 그 당헌을 적용해야 할 경우가 닥치면 무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애초에 지킬 생각 없이 내세운 당헌은 속임수일 뿐이다.
-조선일보(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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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포특권의 역설
[朝鮮칼럼]
불체포특권은 의회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불체포특권은 총칼을 앞세워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 드는 독재자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의회주의를 지켜주는 최후의 방파제다.
문제는 불체포특권이 의회주의를 지켜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독재자가 힘으로 의회를 짓밟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 마음을 먹고 있는 상대, 법을 지키지 않기로 작정한 누군가에게, ‘헌법에 보장된 의원 불체포특권을 존중하라’고 이야기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우리는 이런 현상을 ‘불체포특권의 역설’이라 불러볼 수 있다. 불체포특권이 전제하고 있는 상황은 헌정 질서가 파괴되는 비상 상태이기 때문에,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불체포특권으로 헌정 질서를 지킬 수가 없는 것이다.
홍콩의 사례를 떠올려 보자.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였고, 영국의 법질서를 따라 홍콩기본법을 만들었다. 그 속에는 당연히 불체포특권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이후 홍콩 민주파 야당 국회의원들은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몇 달간 ‘실종’되거나 심지어 고문을 당하기까지 했다. 홍콩기본법은 한낱 종이 위에 쓰여 있는 글씨로 전락하고 말았다.
불체포특권의 역설은 이게 끝이 아니다. 반대로 의회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있을 때 불체포특권은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를 끌어들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선 후보까지 했던 유력 정치인이 황급히 국회의원직을 얻고, 당대표까지 거머쥔 후, 본인을 위한 방탄 국회를 열었던 모습을 우리가 방금 생생하게 목격한 바 있으니 말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본인에게 칼끝이 향하자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당연히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 상황이 참으로 엄혹하게, 본질적으로 바뀌었다”며 불체포특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것은 ‘내로남불’이라고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는 불체포특권의 역설을 온몸으로 구현했던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검수완박 밀어붙이듯 불체포특권을 폐지하거나 유명무실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으로서 국회의원을 잡아 가둘 권력을 손에 넣기 직전까지 갔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는 낙선했고, 불과 석 달 만에 재보궐선거를 통해 금배지를 달았다. 결국 국회는 ‘이재명 체포동의안 정국’에 빠졌고 투표 이후에도 허우적대고 있다.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정치를 보며 국민들이 불체포특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환멸에 빠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한국갤럽이 21~23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불체포특권 폐지에 찬성하는 응답이 57%로 절반을 넘겼다. 반면 불체포특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7%에 머물고 있다.
필자는 27%에 속한다. 헌법에 못 박혀 있는 불체포특권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위험천만한 일이기도 하다. 물론 앞서 말했듯 누군가 헌법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초법적 비상사태가 벌어진다면 불체포특권은 민주주의의 보루 역할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망하는 것도 아니다.
본인이 대통령 될 줄 알았던 이재명 후보의 의기양양한 발언을 곱씹어 보자.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그래서 ‘합법적’으로 불체포특권을 약화시켰다면, 1987년 이후 지속되어온 대한민국의 민주적 전통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을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당장 군사 쿠데타를 걱정해야 할 나라에 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포퓰리스트가 철권 통치의 주역이 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를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불체포특권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위험하지 않을 때 그것을 남발하면 오히려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지는 극약처방이다. 이번 체포동의안 투표 결과를 두고 어떤 해석이 오가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분명하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정국’을 끝내고 민주당, 더 나아가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이 정직하고 겸허하게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조선일보(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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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 체포안, 무더기 반란표로 간신히 부결. 동지들은 간데없고 유리방탄 파편만 흩날려.
-팔면봉, 조선일보(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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