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분쟁화’ 日도우미 나선 野]
[기시다의 침묵, 그래도 진 게임은 아니다]
[한국은 서둘지 말고, 일본은 재 뿌리지 말아야]
[‘삼전도의 굴욕’은 누가 불러들였나?]
[어려운 국가 외교에 한 줌 고민도 없이 오로지 헐뜯을 궁리만]
○ 韓日 회담 때 독도 논의 여부 두고 野 연일 공세. 대꾸할 가치 없는 주장 놓고 논란 만드는 게 日 의도인데….
-팔면봉, 조선일보(2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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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분쟁화’ 日도우미 나선 野
‘독도 논의’ 日보도 엇갈려… 野는 기정사실화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가 다뤄졌다는 일본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 대통령실은 20일 “전혀 근거가 없거나 왜곡 보도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외교 당국서 (일본 측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차례 독도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씀드렸다”며 “아무 근거도 없이 일단 내질러놓고 사실이 아닌 게 밝혀지면 슬그머니 빠지는 행태가 일본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우리 정부의 부인에도 ‘독도 논의’를 기정사실화하며 “망국적 야합” “굴욕 외교”라며 비난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박홍근(왼쪽에서 둘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분석·평가 좌담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양경숙 의원, 박 원내대표, 김상희 의원, 강창일 전 주일대사. /뉴시스
이날 일본의 다른 언론에서는 “독도 문제가 정상회담서 언급되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본 내에서도 주장이 엇갈리는 것이다. 야당이 우리 영토인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해묵은 일본의 노림수에 말려드는 것을 넘어 일본의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문제까지 올랐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부정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고, 영토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헌법상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망국적 야합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일본 언론과 관방장관이 나서는데 애써 감추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박진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제1차장 등 외교 참사 3인방은 분명한 책임을 지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독도 논란은 일본 측이 제공했다. 일본 정부 부대변인 기하라 세이지 관방 부(副)장관은 16일 정상회담 이후 자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케시마(竹島·독도를 부르는 일본의 표현)’ 문제 등이 논의됐냐는 질문에 “한일 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하면서 (기시다) 총리는 ‘한일 간 현안에 대해서도 잘 대처해 나가자’는 취지를 밝혔다”며 “이 사안들 중엔 다케시마 문제도 포함된다”고 답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 등이 이를 인용해 보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튿날 아침 도쿄 현장에서 가진 백브리핑에서 이에 대한 사실 확인 요청에 “독도 관련 이야기는 없었다. 소인수, 확대 회담에서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논의된 내용을 전부 다 공개하는 건 적절치 않고 공식 발표 위주로 보는 게 좋겠다”고 했고, 야당은 이 발언에 근거해 의심을 키운 것이다. 하지만 이날 산케이신문은 “정상회담서 독도는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 내에서도 서로 다른 얘기가 나오는 만큼 사실관계가 불투명한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 당국자들은 종종 국내 정치용으로 두루뭉술하게 실제와 다른 얘기를 하기도 한다”며 “그게 야당 눈에 띄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독도는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데다 역사·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영토다. 하지만 일본은 1905년 2월 발령된 시마네현 고시를 근거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토 분쟁에서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지역을 분쟁화하려는 상대국의 시도에 말려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토 분쟁이 국제화·노골화되면 근거와 무게가 다른 두 나라의 권리가 같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우리가 100% 영유하고, 실질적 주권·행정권을 행사하고 있는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 이유가 뭐가 있느냐”면서 “야당이 애국을 가장한 매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남의 것을 뺏기 위해 ‘분쟁’을 만들려 하는 것이고, 우리는 해온 대로 ‘무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야당이 오히려 논란을 만들어가며 일본의 억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도 “만에 하나 일본이 원론적인 자기네 주장을 반복했더라도, 그게 타협의 대상이 되나”라며 “민주당은 영토를 외교 협상의 대상으로 만들겠다는 건가”라고 말했다.
다만 여론을 섬세히 살피지 못하는 정부의 대응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독도 문제가 다뤄진 게 아니라면 일본 언론에서 보도가 나왔을 때 즉각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논의 내용을 전부 공개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모호한 해명으로 뭔가 언급은 있었을 것이라는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박진 장관도 18일 KBS뉴스에 출연해 “기시다 총리가 그 부분(독도·위안부 문제)에 대해 말은 꺼냈다고 받아들여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정상회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의제로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우리 측 제안이) ‘일본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는 우리 정부 당국자의 이야기는 부적절한 것”이라며 “친일·반일 구도의 19세기 프레임에 갇힌 야당 주장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철희 교수도 “독도가 협상 대상이었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의심은 단호히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화 기자, 조선일보(2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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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의 침묵, 그래도 진 게임은 아니다
[정용관 칼럼]
김대중-오부치 ‘사죄’ 직접 언급 안한 日
12년 만의 셔틀외교 아쉬움 크지만 野 “굴욕적 야합” “崇日” 주장은 뻔뻔
尹도 ‘결단’ 내세우지 말고 ‘설득’ 나서야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로 나온 조언의 핵심은 한마디로 “천천히 서둘러라”였다.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으로 잘 알려진 이 말엔 신중함, 냉철함, 치밀함 등의 의미가 깔려 있다. 정치인이 아닌 정통 외교관 출신들이 이 말을 자주 썼다. 한일 관계는 살짝 건드려도 터질 수 있는 폭탄이나 마찬가지이니 섣부르게 접근하지 말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한일 관계는 늘 미묘한 정치 문제였다. 지난 10여 년, 특히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한일 관계는 블랙아웃 상태에 빠졌다. 국내 여론도 문제지만, 역사의 가해자인 일본 측 사정도 녹록지 않긴 매한가지였다.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는 문 정부 때 내팽개쳐진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 외상이었다. 그로선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섣불리 발을 담갔다가 제2의 위안부 상황이 재연될 경우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자민당의 ‘오너’도 아닌 그는 최대 계파인 아베파 등 강경 보수 세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도 했다. 4월엔 통일지방선거와 중의원 보궐선거도 예정돼 있다.
이번 방일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란 정황은 이처럼 한둘이 아니었다. 4월 방미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던 이유다. 일본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듣는 귀’라는 별명을 가진 기시다는 ‘말하는 입’이 없는 듯 신중했다.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했을 뿐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사죄를 끝내 입에 올리진 않았다.
우리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안에 대해 “대단한 결단”이라면서도 그에 걸맞은 호응 조치도 나오지 않았다. 되레 독도 위안부 문제도 논의된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거나, 2018년 우리 함정이 독도에 접근한 일본 초계기를 향해 사격용 레이더를 조준했다는 ‘레이더 조사(照射)’ 등 그간 양국 간의 해묵은 크고 작은 현안을 다 끄집어내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일본 측의 정상회담 브리핑 과정을 보면서 이러니 ‘존경받지 못하는 대국’이라는 소리를 듣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본의 이런 태도는 사실 예견된 것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왜 그리 강제징용 해법과 방일을 서둘렀을까. 대통령의 직진 스타일이나 소영웅주의를 거론하기도 하고, 외교라인의 판단 착오를 지적하기도 한다. 여권의 설명은 다르다. 현실적으로 더 이상 방치할 수도, 달리 해법도 찾을 수 없는 지경까지 온 데다 시간을 더 끈다고 해서 일본 측에 결정적 변화가 올 가능성도 거의 없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딱히 감출 패도 마땅치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변호사처럼 문구 하나하나를 따지는 일본에 전혀 다른 초식(招式)을 구사하는 전략을 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런 ‘이니셔티브 전략’이 먹힐지 아닐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에서 “친일 넘어 숭일(崇日)” “조공” “일본 하수인 전락” “망국적 야합” 운운하며 반일 프레임을 또 들고나온 것은 뻔뻔하다. 문 정부 때 파탄 난 한일 관계를 복원하려는 노력의 일환임을 스스로도 알면서도 이완용이니 제2의 을사늑약이니 하며 철 지난 ‘매국노’ 노래만 틀어대니 MZ세대를 비롯한 국민 반응도 시큰둥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나 여권도 ‘결단’이라는 표현은 자제하는 게 낫다. 과거 한일 관계에선 크게 두 가지 결단이 있었다. 1964년 독일에 돈을 빌리러 갔던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과 수교를 맺으라”는 에르하르트 총리의 충고를 듣고 전격적으로 한일 수교에 나선 것, 그때 ‘사쿠라’ 소리를 들어가며 한일 수교에 찬성했던 DJ가 오부치 선언을 이끌어내고 일본 문화 개방 결단을 단행한 것이다. 그 역사의 흐름은 이어가되,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대단한 결단을 한 것인 양 포장할 필요까진 없다.
강제징용 문제를 국제 중재위로 가져가지 않는 한 제3자 변제 외엔 뾰족한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다만 정치엔 논리뿐 아니라 감성의 영역도 존재한다. 어쩌면 감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그 점에선 미흡했다. “국익 위한 결단” “모든 건 내가 책임진다” 등의 수사보다는 이제라도 국민과 징용 피해자들에게 저간의 사정을 진솔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단 얘기다.
“천천히 서둘러라”의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의 양자로 들어간 이름도 없던 시골 소년이었다. 몸이 병약해 전쟁에서 용맹을 떨치진 못했지만 주도면밀하게 궁극의 권력을 얻은 인물이다. 한일 관계 개선의 첫발은 뗐다. 물꼬를 텄을 뿐 어느 쪽으로 물결이 칠지는 알 수 없다. 곧 방미다. 이젠 주사위 게임이 아닌 체스 게임을 하듯 주도면밀해야 한다. 진짜 게임은 이제 시작이니까.
-정용관 논설실장, 동아일보(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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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서둘지 말고, 일본은 재 뿌리지 말아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3.17/ 대통령실
지난주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싼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회담 규탄 집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주할지 모른다”는 황당한 괴담을 늘어놓았다. 회담 직후부터 ‘삼전도 굴욕’ ‘일본 하수인’ 같은 극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재명 방탄 정국’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돌려놓기 위해 이번 회담 비난에 총력을 쏟는 모양새다. 한국의 선제적 결단으로 성사된 정상 간의 만남에서 일본이 기대했던 호응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일반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회담 이후 발표된 각종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일제 강제 징용 해법을 내놓았을 때부터 예상했던 여론의 흐름이다. 국민들 중 상당수가 우리 대법원이 일본 기업이 물어야 한다고 판단한 보상금을 왜 우리 기업이 대신 물어야 하는지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때부터 징용 문제가 다뤄진 과정이 워낙 복잡한 데다, 일본에 대해 오랜 기간 누적된 국민 정서가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머릿속에 새기면서 국민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무조건 정상외교를 헐뜯으려는 억지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하지만, 일반 국민의 아쉬워하는 감정마저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정상회담을 정당화하려는 조바심에 일본을 변호하려는 듯한 태도는 국내 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대통령 외교 참모가 일본이 그동안 여러 차례 사과했다면서 추가적인 입장 표명이 불필요하다는 식으로 해석될 발언을 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적절치 않다.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일본 기시다 정부는 다음 달로 예정된 보궐 및 지방선거를 앞두고 운신의 폭이 좁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 자칫 선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까 염려스러워 윤 대통령이 내민 손을 적극적으로 맞잡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사정을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위안부 합의 이행과 독도 영토에 대한 입장을 꺼냈다는 식의 일본 언론 보도가 흘러나오는 것은 놀랍고 실망스럽다. 기시다 정부가 그런 식의 언론 플레이를 했다면 어렵사리 마련된 관계 개선의 계기를 틈타 정치적 이해를 탐하는 소인배 행태라는 비난을 면키 힘들다.
한일 양국의 지난 정부가 파국으로 몰아넣은 양국 관계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은 대단한 용기와 인내심을 요구한다. 한국은 서둘지 말고, 일본은 재 뿌리지 말고 조심스럽게 지금의 국면을 관리해 나가며 다음 국면으로 나아갈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조선일보(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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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도의 굴욕’은 누가 불러들였나?
1636년 4월 11일, 청(淸)나라의 홍타이지(태종)는 심양성의 천단(天壇)에서 황제 즉위식을 올립니다. 이 자리에는 조선 사신 나덕헌과 이확도 있었습니다. 숭명(崇明) 의식이 뼛속에 새겨진 이들은 ‘황제’ 홍타이지에게 절하기를 거부하다가 실컷 두들겨 맞습니다.
홍타이지가 이들을 통해 보낸 국서(國書)는 친명반청(親明反淸)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조선에 대한 마지막 경고였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조선의 신하들을 향해 “글은 읽었지만 백성과 나라를 위해 경륜을 발휘할 줄은 모르면서 한갓 허언(虛言)만 일삼는 소인배들”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인조는 이렇게 큰소리칩니다. “군사도, 재물도 없는 우리는 오로지 대의(大義)와 하늘만을 믿는다.” 여기서 ‘대의’란 임진왜란 때 우리를 도와준 명나라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청나라와의 전쟁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최명길을 향해 윤집은 이렇게 극언합니다. “대저 최명길은… 전하의 죄인일 뿐만 아니라 진회(秦檜)의 죄인입니다.” 금(金)나라와의 화의를 진행했다 하여 만고의 역적, 간신으로 비난받는 남송(南宋)의 진회만도 못한 자라는 비난이었습니다.
삼전도의 치욕
12월 9일 압록강을 건넌 청의 철기(鐵騎)는 12월 14일 지금의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도달합니다. 최명길이 목숨을 걸고 청군 진영으로 달려가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인조와 신하들은 간신히 남한산성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인조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에 빠집니다. 남한산성으로 달려오던 지방의 근왕병(勤王兵)은 청군에게 속속 패하고, 식량은 바닥을 드러냅니다. 급기야는 장병들이 파업을 벌이는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청 태종은 이듬해 1월 17일 인조에게 국서를 보냅니다.
“지금 그대가 살고 싶다면 빨리 성에서 나와 귀순하고, 싸우고 싶다면 또한 속히 한번 겨뤄보자. 서로 싸우다 보면 하늘이 처분을 내릴 것이다.”
궁지에 몰린 인조는 결국 출성(出城), 즉 항복을 결심합니다. 믿기지 않는 것은 이 와중에도 결사항전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김수현, 황일호 등은 아래와 같은 내용의 국서를 청에 보내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제 노약자들을 먼저 죽이고, 남은 양식을 모두 태워버린 뒤 날랜 장정을 뽑아 그대들과 최후의 결전을 벌이고자 한다. 남한산성이야 완전히 망할지 모르지만, 남은 사람들은 들고일어나 자식은 아비의 원수를 갚고, 아우는 형의 원수를 갚고, 신하는 임금의 원수를 갚을 것이다. 그대들은 부질없이 만대의 원한만 맺게 될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웅변(雄辯)이지만, 실상은 청 태종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소인배들의 허언’에 불과했습니다. 최명길 등은 인조에게 이렇게 호소합니다. “성을 나가면 보전되거나 위태롭게 될 가능성이 반반이지만, 나가지 않으면 열이면 열, 망하고야 말 것입니다. 전하의 뜻이 만약 정해지면 이로부터 회복의 기틀이 마련될지 어찌 알겠습니까?” 마침내 인조는 1월 30일 성문을 나와 삼전도(三田渡)에서 청 태종에게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예(禮)를 올리고 항복합니다. 이것이 바로 ‘삼전도의 굴욕’입니다.
청 태종이 베푼 잔치가 끝난 후 황급히 궁궐로 돌아가는 인조를 바라보면서, 청군의 포로가 된 백성들은 통곡하며 절규합니다. “우리 임금이시여, 우리 임금이시여, 우리를 버리고 가시나이까?” 수십만 명의 백성들이 청나라에 노예로 끌려가는 참극 속에서 그나마 종사(宗社)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최명길 등 주화파(主和派)의 애끓는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오랑캐에게 항복한 임금을 향해 대놓고 ‘더러운 임금’이라며 신하들이 조정을 떠날 때, 조정을 추스르면서 재건사업에 진력한 것도 최명길이었습니다. 하지만 후대의 역사는 최명길보다는 척화파(斥和派) 김상헌, 그리고 윤집·오달제·홍익한 등 삼학사(三學士)를 더 기억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호소
그리고 그 전통은 오늘날에도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박정희 정권이 한일국교 정상화를 추진했을 때, 야당과 지식인, 언론, 학생들은 “굴욕외교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옵니다. 그런 비난을 듣는 박정희 대통령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당시 일본과의 막후교섭 임무를 맡았던 박태준 전 포철 회장에게 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한일수교와 관련하여 정치자금 수수의 흑막이 있느니, 굴욕적이니 해서 비판도 많고 반대도 격심하지만, 우리가 언제까지 미국놈들에게 밀가루나 얻어먹고 사는 게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냐. 나라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다는 것이 내 신념이다. 설사 굴욕적인 측면이 있더라도 우리가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두고두고 왜놈들에게 더 큰 굴욕을 받으며 살아야 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일기본조약을 비롯해 한일국교 정상화 관련 조약들이 조인된 다음 날인 1965년 6월 23일 박정희 대통령은 ‘한일회담 타결에 즈음한 특별담화문’을 발표합니다. 이 담화문에서 박 대통령은 “오늘의 국제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라면서 “아무리 어제의 원수라 하더라도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필요하다면 그들과도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도모하는 현명한 대처가 아니겠습니까”라고 호소합니다.
또 박정희 대통령은 한일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굴욕외교”라며 반대해 왔던 국민들에게 이렇게 일침을 놓습니다. “만일 그들의 주장이 진심으로 우리가 또다시 일본의 침략을 당할까 두려워하고, 경제적으로 예속이 될까 걱정을 한다면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들은 어찌하여 그처럼 자신이 없고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서 일본이라면 무조건 겁을 집어먹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비굴한 생각, 이것이 바로 굴욕적인 자세라고 나는 지적하고 싶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
윤석열 정부는 3월 6일 그동안 한일 관계의 걸림돌이었던 징용공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에게 약 40억원을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우선 변제(辨濟)하되, 한국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공동 조성하는 ‘미래청년기금’에 일본 기업이 출연(出捐)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징용공·위안부 관련 단체들은 “굴종외교”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친일 정권의 본질을 보여준 최악의 굴종외교”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가히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의 치욕이자 오점이 아닐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이런 반발을 예견했습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신중론을 제기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안보 등 시급한 현안이 많은데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 미래를 위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면서 결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국민들은 윤 대통령의 충정(衷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갤럽이 3월 8~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반대한 반면, 찬성은 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삼전도의 굴욕’ 운운하지만, ‘삼전도의 굴욕’을 야기한 것은 ‘글은 읽었지만 백성과 나라를 위해 경륜을 발휘할 줄은 모르면서 한갓 허언만 일삼는 소인배들’이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국민을 살리고 나라를 일으켜 세운 이들은 최명길 선생, 박정희 대통령 같은 분들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배진영 월간조선 편집장, 조선닷컴(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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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국가 외교에 한 줌 고민도 없이 오로지 헐뜯을 궁리만
야권이 거짓과 도 넘는 극언을 동원해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탁현민씨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가 의장대 사열 중 국기에 인사하는 사진을 올린 뒤 “상대국 국기에 고개 숙여 절하는 한국 대통령을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하나. 일장기에 경례를 하는… 어처구니없음”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일장기 뒤편에는 태극기가 나란히 있었는데 일장기에만 경례한 것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전형적인 가짜 뉴스였지만 민주당 일부 의원은 이를 퍼 날랐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정상 등 다른 외국 정상들도 방일 때 기시다 총리와 함께 자국 국기와 일장기 앞에서 동시에 목례를 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도 이집트 방문 때 이집트 국기에 고개를 숙였다. 이는 대부분 국가에서 상식에 가까운 의전이다. 탁씨는 의전 책임자를 지냈는데 이 상식적 의전 기본도 모르나. 모른다기보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무조건 상대를 헐뜯으려고 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의장대 사열 중 양국 국기를 향해 예를 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인만이 아니다. KBS는 뉴스 앵커가 의장대 사열 장면을 설명하면서 “윤 대통령이 일장기를 향해 경례하는 모습을 보셨다. 의장대가 우리 국기는 들고 있을 것 같지 않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 외국 정상이 방문했는데 의장대가 그 나라 국기를 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세상에 어떤 대통령이 남의 나라 국기에만 경례를 하겠나. 나중에 정정하고 사과했지만 무슨 흠집이라도 잡아 헐뜯으려는 생각이 앞서서 상식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윤석열 정권이 일본의 하수인이 되는 길을 선택했고 영업 사원이 결국 나라를 판 것”이라는 상식 밖 말을 했다. 또 “일본에 조공을 바친다” “항복식 같다” “오므라이스에 국가 자존심과 인권, 정의를 맞바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친일 정상회담” “망국적 야합” “숭일(崇日)”이라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의 주요 내용인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완전 정상화하고 수출 규제도 해제해 경제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한일 재계는 ‘미래 파트너십 기금’도 만들기로 했다. 우리 경제와 안보에 큰 도움이 되는 일들이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나라를 팔아먹고 조공을 바치는 일인가. 징용 해법에 대한 일본의 호응과 사과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 역시 해결될 문제들이다.
국가 간 외교, 특히 한일 관계는 많은 상반된 요소가 얽힌 난제다. 정부가 이 난제를 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칭찬받을 일도 없지만 욕먹을 일도 없다. 문 정권이 그렇게 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책임이 있는 정부라면 일시적으로 국민 비판을 받더라도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안보 경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야당이 이 기회를 이용해 정부를 비판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처럼 “하수인” ”매국” “조공” “항복” 등 이치에 닿지 않는 극언을 남발하면서 무엇이든 꼬투리를 잡으려고 식사 메뉴까지 비난하는 경우는 없다. 지금 민주당식이면 일본과 관계 정상화를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완용’이라고 비난할 판이다. 비판을 해도 그 안에 국가 외교의 어려움에 대한 일말의 고민은 담겨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사실과 합리성을 갖춰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민주당식 비난은 국익과 미래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적의에 찬 선동일 뿐이다. 이는 결국 자해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조선일보(2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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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日 학생들에 “미래 위해 조금 더 勇氣 내달라” 강연. 이젠 일본이 용기를 낼 차례.
○ 佛 마크롱, 하원 표결 건너뛰고 ‘연금 개혁법’ 돌파 시도. 정치적 승부수 통해 한국에도 영향 미칠지 흥미진진.
-팔면봉, 조선일보(2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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