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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했는데 망신 주기 청문회, 학폭을 기회 삼은 정치 폭력.. ]

뚝섬 2023. 3. 22. 06:38

[사퇴했는데 망신 주기 청문회, 학폭을 기회 삼은 정치 폭력은 정당한가]

[가해자들의 ‘학폭’ 승리 공식]

[애인의 과거] 

[박범계를 지켜보는 게 고통스러운 이유]

 

 

 

사퇴했는데 망신 주기 청문회, 학폭을 기회 삼은 정치 폭력은 정당한가

 

더불어민주당이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사퇴한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청문회 실시 안건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정 변호사 아들은 고교 시절 동급생에게 언어 폭력을 가한 사실이 인정돼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정 변호사 측은 불복하고 법적 다툼을 벌였다. 정군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피해 학생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사과는커녕 소송으로 2차 가해를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

 

그렇다고 해도 이미 사퇴해 민간인이 된 사람을 대상으로 국회에서 청문회를 여는 건 또 다른 폭력적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 변호사는 여론의 큰 비난을 받고 하루 만에 사실상 경질됨으로써 개인적으로 중벌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이보다 큰 벌이 없을 것이다. 그 때문에 자리에서 사퇴해 민간인으로 돌아갔다. 이런데도 청문회를 연다면 한 번 더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나. 민주당 소속 국회 교육위원장은 “정 변호사가 불참할 경우 부인이나 자녀의 증인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협박까지 했다. 학폭 가해자에게 가하는 이런 식의 막무가내 정치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최근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자녀 학폭 문제로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사진은 정 변호사가 인천지검 특수부장 시절인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건 수사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연합뉴스

 

민주당은 청문회 안건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야가 최장 90일간 쟁점 안건을 숙의하게 돼 있는 안건조정위원회도 50분 만에 끝마쳤다. 이번에도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을 안건조정위에 투입하는 꼼수로 이 국회법 제도를 무력화시켰다. 저녁 8시에 회의를 열면서 국민의힘에는 7시 54분에 통보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사회 전반의 학폭 규탄 분위기에 편승해 정부에 대한 정치 공세의 소재로 삼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정 변호사의 처신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사퇴해 민간인 신분이 된 사람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린치를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무슨 일이든 지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하다.

 

-조선일보(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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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들의 ‘학폭’ 승리 공식

 

내 아이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됐다면? 상식적인 부모라면 피해 학생이 얼마나 다쳤는지부터 묻고, 가해 사실이 확인되면 아이와 함께 피해 학생과 부모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며 선처를 호소할 것이다. 더러는 피해 학생 탓을 하거나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정당화하는 몰상식한 부모들이 있다. 요즘은 변호사를 앞세워 법적 대응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법 기술자’들은 가해자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데만 집중한다. 우선 피해 학생 쪽에 연락하지 말라는 조언부터 한다. 섣불리 사과하거나 합의를 시도하면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면 9단계 징계 조치 중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지 않는 ‘3호(학교 봉사)’ 이하 처분이 나오도록 한다. 그 이상의 징계 처분이 나오면 재심을 청구하고, 그래도 안 되면 징계 처분 취소 소송으로 시간을 끈다. 그래야 특목고든 대학이든 입시 전형이 끝날 때까지 학폭 전과 기재를 미룰 수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물러난 정순신 변호사도 이 공식을 따랐다. 정 변호사 아들은 고1이던 2017년 5월부터 동급생을 언어폭력으로 괴롭히다 2018년 3월 학폭위 심의를 받게 됐다. 당시 현직 검사였던 아버지는 “학교의 선도 노력을 많이 막았고”, 진술서 작성을 지도했으며, 전학 처분이 나오자 재심 청구, 가처분신청, 징계처분 취소 소송으로 1년 가까이 전학을 미뤘다. 결국 아들은 수능 성적만으로 서울대에 합격했고, 피해 학생은 징계 처분이 지연되면서 몸도 학교 생활도 만신창이가 됐다.

 

▷대구 중학생이 학폭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후 2012년 학폭 징계 기록을 생기부에 남기는 제도가 도입됐는데 이를 계기로 학폭 전과 세탁을 위한 소송 수요가 생겨났다. 증거가 남는 신체폭력에서 언어폭력이나 은근한 괴롭힘으로 학폭이 ‘진화’하면서 법 기술이 개입할 여지도 커졌다. 서울행정법원엔 학폭 사건 전담 재판부가 신설됐으며 학폭 전문 변호사 17명이 활동 중이다. 간혹 억울한 가해자도 있지만 많게는 1000만 원이 넘는 소송비를 감당할 수 있는 소수가 시간을 끌며 징계를 피하는 동안 피해자는 2차 가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학폭이 소송전이 되는 순간 ‘선도’ ‘회복’ ‘화해’ 같은 교육적 가치에서 멀어진다. 정 변호사가 법 지식이 아닌 상식으로 대응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합당한 책임을 지게 했더라면 피해 학생은 일상을 회복하고, 아들은 훨씬 나은 사람이 됐을 것이다. 법 기술자 아버지의 그릇된 자식 사랑이 남의 아이와 제 자식과 스스로가 달리 살아갈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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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의 과거

 

한 여성 변호사가 ‘유학생 출신’이라는 남편 말이 거짓인 것을 알고 이혼했다. 오랜 세월 함께 살았고 자녀가 있었으며 부부 사이에 큰 문제도 없었지만 “믿을 수 없는 남자와 더는 살 수 없었다”고 했다. 과거 남녀가 갈라서는 이유로 주로 꼽힌 것은 이처럼 학력을 속이거나 범죄 전과 등을 감추는 행위, 상대의 부정(不貞), 경제적 무능, 가정 폭력 등이었다.

 

▶남녀의 헤어짐을 다루는 대중가요나 소설·영화도 이로 인한 파국에 초점을 맞춘 게 많았다. 박상민 노래 ‘무기여 잘 있거라’는 약혼식 날 애인의 숨겨둔 아내가 아이를 안고 식장에 들이닥치자 충격받은 여자가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우린 서로가 사랑을 하고 결혼도 하기로 했지만/ 우리 약혼하던 그날에 (중략) 웬 아이를 떡 안고서 나타나게 되었던 거야.’ 영화 ‘화차’의 여주인공은 다른 여자를 살해한 뒤 그 여자로 신분을 위장해 결혼하려다가 파국을 맞는다.

 

▶그런데 연인의 결별 사유에 최근 들어 학폭(學暴)이 추가됐다. 배우자 될 사람의 폭력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학교 생활기록부를 조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혼전 건강진단서나 졸업증명서 교환은 전에도 있었지만 생활기록부 확인은 전에 없던 세태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처럼 학폭을 다룬 작품이 인기를 끄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교육부가 지난해 초·중·고 학생 387만명을 대상으로 한 학폭 실태 조사에서 5만4000명이 피해를 호소했다. 코로나로 대면 수업이 축소됐던 2020년 줄었다가 다시 늘었다. 폭력 양상도 흉포화하는 추세다. 집단 구타에 물고문 불고문까지 한다. 이런 사람들은 독신을 각오해야 할 것 같다. 한 결혼 정보 회사가 미혼 남녀에게 물었더니 ‘연인이 학폭 가해자라면 헤어진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폭력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큰 여성 쪽은 더 단호해서 ‘결혼할 수 없다’는 반응이 84%나 됐다.

 

▶김동인 단편 ‘발가락이 닮았다’의 주인공은 총각 시절 불임 진단을 받았다. 결혼 후 뜻밖에도 아내가 임신하자 기뻐했는데 태어난 아기가 자신을 닮지 않았다. 아내를 믿고 싶었던 남자는 아이에게서 어떻게든 자기와 닮은 부분을 찾아 결혼을 지속하려 애쓴다. 결혼의 첫 조건은 서로를 향한 믿음이다. 그 믿음의 조건에 ‘학교 폭력을 쓰지 않았던 배우자’도 포함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폭 전력은 아이돌 가수나 배우·운동선수처럼 세인의 주목을 받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됐다. 이젠 학교 때 주먹 휘두르면 결혼도 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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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를 지켜보는 게 고통스러운 이유

 

박범계 스스로 문제점 못 느낀 ‘살려주세요 해보라’는 발언과
검찰 인사안의 민정수석 패싱, 일반적인 무례함을 뛰어넘어
양아치 같은 이질감 안겨줘

 

박범계 법무장관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동네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박 장관이 다닌 고교에 가지 않으면 내가 다닌 고교에 가도록 배정이 됐으니 학교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교 1학년 때 반에 밴드부원이 있었다. 어느 날 자율학습 시간에 하도 떠들어서 내가 조용히 좀 하라고 제지하다가 다툼이 벌어졌다. 그가 교실 거울을 깨 조각을 집어 들었다. 친구들이 나서 말리는 바람에 싸움은 일단 중단됐다. 휴식 시간에 3학년 밴드부 주장이 밴드부실로 날 불렀다. 학생들은 음악 시간에 음악실에 가다가 음악실 옆 밴드부실로 끌려가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곳에서 혼자 밴드부 주장과 마주했다. 그가 겁을 주다가 “혹시 서클에 가입돼 있느냐”고 물었다. YMCA에 있다고 하자 그냥 가라고 했다.

 

YMCA는 박 장관이 가입한 ‘갈매기 조너선’류의 음성서클 약자가 아니라 국사책에 나오는 황성기독교청년회를 말한다. 하지만 제(祭)보다 젯밥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고 그중에는 우리 학년 ‘짱’도 있었다. 여학생과 빵집에서 빵만 먹어도 바리캉으로 머리가 깎이던 시절 서울 종로 YMCA회관이나 야외에서 여고 YMCA와 연합집회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랑 시비가 붙었던 밴드부 녀석은 3학년 때 반 친구를 칼로 찔러 퇴학을 당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 나오듯 1980년을 전후한 당시는 서울 변두리 지역 학교에 폭력이 만연했다. 그래도 웬만해서는 학생을 퇴학까지 시키지는 않았다. 서클 친구가 다른 서클 친구에게 맞고 와 패싸움을 벌였다가 학교에서 나오게 됐다는 박 장관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최근 거론되는 연예인 체육인 학폭과는 비교도 안 되는 심각한 일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의원님 살려주십쇼’ 한 번만 해보세요.” 박 장관이 국회의원 때 대법관인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삭감된 대법원 예산을 복원시켜 주겠다며 한 말이다. 일반인은 호의를 베풀 때도 절대로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학교 양아치가 친구를 잡아놓고 괴롭히다가 ‘보내줄 테니 살려주세요 한번 해봐’ 하는 것과 비슷한 뉘앙스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이상하게 느끼지 않았다면 그가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이 얼마나 분노했던지 요구한 예산을 철회해버렸다. 가정이 불우해서 양아치가 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겠지만 개과천선했다는데도 양아치 근성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종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검사들은 아무리 터프해도 범생이들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9수 끝에 사시에 합격하고 소신을 굽히지 않는 좌충우돌 끝에 정상에 올라 지금은 뒷짐을 지고 어슬렁거리고 다니지만 기본적으로 범생이다. 신현수 민정수석 역시 검사 출신답지 않게 술 한잔 들어가면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를 흥얼거리는 로맨티시스트이지만 기본적으로 범생이다. 그 범생이들의 구역에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람이 들어와 발생한 것이 최근 검사 인사 사태다.

박 장관은 신 수석을 패싱해버렸다. 인사권자가 대통령인데 별거냐 할지 모르지만 청와대가 그 패싱을 해명할 논리를 찾지 못해 얼버무릴 정도로 이질적인 사건이다. 박 장관은 신 수석을 패싱하면서 그에게 “왜 우리 편에 서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범생이들은 억지 논지로라도 왜 옳은가를 먼저 내세운다. 그래서 범생이이고, 그래서 사회가 유지된다. 양아치들은 우리 편이냐 아니냐만을 따지고 우리 편이 아닌 상대편을 굴복시키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패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은 잘생긴 외모에 예의도 깍듯하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그런 위선적인 삶을 살았는지, 지지하는 사람은 믿기 싫고 비판하는 사람은 궁금할 따름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유신 말기에도 홀로 입신양명을 위해 고시 공부에 몰두한 학생이었고 장관으로서 완장질을 할 때도 범생이 티가 역력해 가련해 보이기까지 했다. 박 장관은 그들과는 전혀 다른 부류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는 푸틴을 연상시키는 러시아 대통령 페트로프가 등장한다. 만찬에서 페트로프의 불편한 행각을 함께 지켜본 뒤 미국 대통령에게 영부인이 이런 말을 한다. “페트로프는 똑똑해. 그러나 양아치(thug)야. 양아치 앞에선 움츠려선 안 돼(Don‘t cower to him).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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