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파에 놀아나지 말라]
[과학은 사라지고 이념만 남았다]
[30년간 일본에 앞선 것과 협력할 것]
아베파에 놀아나지 말라
[오늘과 내일]
野, 日 강경 우파들 흘리는 내용에 흥분
쉬쉬한 대통령실, 칼자루 쥐고도 문제 키워
안보를 위해 일본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1.1%에 불과했다. 경제는 2.3%였다. 동아일보와 국가보훈처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17∼22일 진행한 조사 결과는 한국인들이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대통령실이 “일본에 거부감이 덜하다”고 보는 젊은층(19∼29세)도 2.2%, 3.3%만이 안보, 경제면에서 일본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여론의 반감을 뚫고 한일관계를 개선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일 굴욕외교”를 슬로건 삼아 독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 관련 진실을 밝히라 주장한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후쿠시마 현장을 확인하겠다며 방일을 강행했다.
민주당은 정작 왜 극우 산케이 등 일본 언론들이 약속이나 한 듯 독도, 후쿠시마 관련 보도를 쏟아냈는지 주목하지 않는다. 한일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일본 집권 자민당 내 강경 우파들이 흘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피격으로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파벌이다. ‘아베파’들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 나서자 초조해졌다.
‘기시다가 과거사에 대한 새로운 사죄와 반성을 표하면 안 된다.’
이게 아베파의 정서다. 독도나 후쿠시마 관련 내용을 흘리며 기시다의 한일관계 구상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기시다도 아베파를 의식한다. 소식통은 “통절한 사죄와 반성 내용을 언급할 경우 아베파가 들고일어나 정권을 내놓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기시다에게 있다”고 했다. 기시다가 약속한 방한 때 사죄와 반성에서 진전이 있을 거라는 낙관도 어렵다. 기시다는 아베파의 공격을 피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을 자신의 집권 성과로 부각하려 할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 내에서도 기시다가 사죄와 반성에서 진전된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한미일 협력,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에 동감한다면 기시다가 강제징용 피해자·유족들에게 사죄와 반성의 성의를 보일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 주는 게 필요하다. 그게 초당적 협력이다.
“민주당은 오히려 기시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아베파에 놀아나는 것이다.”
한일관계를 오래 봐온 전문가는 이렇게 지적했다. 독도 거론은 가짜뉴스가 분명해 보인다. 기시다가 윤 대통령에게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말한 자체를 감출 일인가. 시각을 바꿔보자. 일본은 오히려 한일관계를 개선하려는 한국에 수입 규제를 풀어달라고 매달리는 셈이다. 칼자루는 한국이 쥐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의 첫 대응은 화를 키웠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거론됐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을 때 반응은 “정상회담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였다. 거론됐다 한들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원칙대로 하겠다고 분명히 대응하면 될 일이었다. 대통령실이 쉬쉬하자 후쿠시마 관련 문제가 거론된 것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구도가 형성됐다.
윤 대통령의 지난달 한일관계 관련 대국민 담화도 문제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의 할 일이 부각되지 않고 기시다 대신 변명해주는 느낌을 국민에게 줬다. 윤 대통령은 일본이 수십 차례 과거사에서 사과했다고 말할 필요가 없었다. 미래로 간다고 과거를, 피해자·유족을 잊는 게 아니라며 이들을 위해 윤 대통령이 무엇을 할지 담화에 큰 비중으로 진솔한 내용을 담았다면, 지금 여론 지형도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윤완준 정치부장, 동아일보(23-04-07)-
______________
과학은 사라지고 이념만 남았다
후쿠시마·광우병·사드 전자파…
포퓰리즘 정부서 음모론 횡행
정파 다툼 심해질수록 ‘심판없는 하키게임’ 될 것

하늘에 항공기가 비행운을 뿌리며 날고 있다. 일부러 화학 성분을 섞는다는 켐트레일 주장이 음모론 중 하나다.
음모론 연구자인 롤런드 임호프가 실험을 했다. “독일에 있는 한 회사가 연기를 감지하는 경보기를 개발했는데, 이 장비가 직원들에게 메스꺼움과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가짜 뉴스를 흘렸다. 슬쩍 한마디를 덧붙였다. “회사도 이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개선 요구를 거부했대...”
다음부터가 진짜 실험이었다. 피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는 “이것이 비밀 정보”라고 말해줬고, 다른 그룹에게는 “널리 알려진 정보”라고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비밀 정보’라고 했을 때 ‘메스꺼움 유발’을 ‘사실’로 믿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사람들은 ‘숨겨진 진실’이라고 할 때 적극 공감했다. 왜 메스꺼움을 유발하는지 과학적 근거는 관심 없고, ‘숨겨진 진실’을 공유하는 소수 그룹에 끼었다는 점에 열광했다.
논픽션 작가 리 매킨타이어의 ‘과학을 부정하는 사람에게 말 거는 법’이라는 책을 보면 다양한 음모론이 소개돼 있다. 평평한 지구론자들은 미시간 호수 72㎞ 밖에서 시카고를 관측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지구 곡률을 부인한다.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은 1998~2015년 지구 기온이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9.11 테러를 부시 정부가 기획했다는 주장은 음모론의 고전에 속한다. 미 식품의약국이 의도적으로 암 치료제 허가를 보류하고 있다거나, 연방준비제도가 2008년 금융 위기를 일부러 조장했다고도 한다.
유사 과학으로 흥미를 자극하는 음모론도 있다. 비행기가 하늘에 남기는 비행운(콘트레일)은 비밀 정부가 국민의 정신을 지배하려고 약물을 뿌리는 프로그램이라는 ‘켐트레일’ 주장이 대표적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한국에도 중금속 화학구름을 뿌린다는 고발 글과 사진이 나온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5G 이동통신 송전탑 때문에 발생했다는 주장이 난무했다.
이런 음모론은 포퓰리즘과 섞일 때가 많다. 특히 “정부 차원의 포퓰리즘은 음모론을 횡행하게 만들고, 과학적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도 피해를 준다”는 연구도 있다. 42국을 대상으로 코로나 초과 사망률을 조사했더니 포퓰리즘 정부에서 2배 이상 높았다.
음모론이 영화의 소재가 되면 심각한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 2005년 이후 한국에서는 음모론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탈원전 정책도 현실에서 발생 가능성이 희박한 재난 영화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은 음모론 영화에 상당히 취약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다.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 관객들이 진영으로 뭉치면 확증 편향이 더 단단해진다.
음모론에 빠지는 사람들은 과도한 자신감을 갖고 있거나, 지나친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거나, 혹은 의외로 낮은 자존감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핼러윈 참사와 같은 “거대하고 감당하기 힘든 사건에 직면했을 때 통제력 상실과 불안에 대처하는 일종의 대응 체계로 작용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청담동 술자리가 있었다고 믿는 국민이 30%에 이른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불과 일주일 전에 올라온 유튜브 영상에는 아직도 “첼리스트의 입을 누군가 막았다” “정권 실세들의 추악한 술자리가 문제다” “진실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란 댓글이 달려 있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가 우리 해안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세슘이나 삼중수소 농도, 이것을 측정하는 것은 과학이다. 광우병과 사드 전자파도 과학이다. 호남 가뭄 피해와 4대강 보 상시 개방과의 상관관계도 과학이다. 그러나 포퓰리즘 음모론자는 과학을 이념 문제로 만들어 버린다. 미국 학자 톰 니콜스는 책 ‘전문가와 강적들’에서 사실 관련 이슈를 정파적 다툼 속에 빠뜨리는 상황을 ‘심판 없는 하키 게임’에 비유했다. 관중이 수시로 빙판 위로 난입하는 아수라장이 돼버린다는 것이다.
-김광일 논설위원, 조선일보(23-04-07)-
_____________
30년간 일본에 앞선 것과 협력할 것
[김인현의 바다와 배, 그리고 별]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의 산코기센에 취업이 되었다. 세계 최대 선박 운항선사에 선원 송출을 나간 것이다. 각종 해운 관련 서적이 선박에 많았다. 나는 열심히 했고 선장까지 진급했다. 신조선을 인수하기 위해 한 달간 일본에 머물렀을 때 일본 조선소의 우수함을 느꼈다. 1980년대 일본의 소니 등 전자제품이 세계를 휩쓸 때 나도 이런 시류에 편승하여 일본제 카세트, 휴대용 카메라, 단파방송용 라디오를 구매했다. 그 당시 일본은 세계 최대의 조선국이요 해운국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도 굴지의 선박회사들이 생겨나서 선원들은 더 이상 일본 회사에 송출을 나가지 않고 우리 선박에 승선한다. 2000년부터 우리 조선은 세계 1위가 되었다. 더 이상 일제 카메라의 매력에 빠지지 않고 더 우수한 삼성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조선산업은 2020년대에 들어서 양적, 질적으로도 우리가 세계 1위다. 최근 들어 액화천연가스(LNG)와 같이 고부가가치 선박의 건조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우리가 앞서 나간다. 아직도 해운은 일본이 세계 1위지만 우리가 앞서는 분야가 생겨났다. 일본의 외항 상선대는 3500척으로 우리보다 3배 정도 규모가 크다. 그러나 고베 대지진 이후 일본 수출상품은 거의 모두가 부산항에 먼저 와서 대형 컨테이너에 실린 뒤 미국으로 나간다. 그 일본-한국 간 이동을 모두 우리 중소형 정기선사들이 수행하고 있다. 상품의 수출입에서 일본은 우리에 대한 의존도가 대단히 높아진 산업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에서 배워야 할 분야가 있다. 바로 산업끼리 서로 상부상조하는 자세다. 일본 조선산업이 일감 부족으로 어려워지자 산코기센은 1984년 120척을 발주했다.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고 여러 조선소에 건조를 맡겼다. 대형 조선소의 자회사가 선박 300척을 소유하여 일본 해운사에 싸게 빌려준다. 조선 경기가 나쁘면 자체 발주해서 조선소에 일감을 준다. 일본 조선해운산업이 우리보다 안정적인 이유이다.
우리가 일본과 상부상조할 분야도 있다. 일본은 임대업을 하는 선주사들이 1000여 척의 선박을 소유하고 있다. 운항을 위한 선원들이 필요하다. 우수한 선원 양성에서 앞선 우리가 일본 선주사에 선원을 공급해 줄 수 있다. 대형 유럽 정기선사들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중국에 먼저 기항하고 우리 부산항을 통과해버려 우리 화주들이 피해를 많이 보았다. 일본은 우리보다 2배의 컨테이너 선박이 있다. 비상시 우리는 부족한 컨테이너 선박의 공급을 일본으로부터 받도록 해야 한다.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미주와 유럽에 구축해 두었던 컨테이너 터미널을 잃었다. 일본이 가지는 외국 터미널을 우리가 공유하면서 하역 작업을 안정화시켜 운송 안보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우리는 그 대신 일본 수출입 화물의 부산항에서의 안정적인 입항 및 출항을 일본에 제공할 수 있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일본 조선을 이겼고 해운에서 앞선 분야를 가지게 되었다. 일본 선박에 선원 송출을 나갔던 사람으로서 큰 보람이요 감격스러운 일이다. 해운 분야에서 일본과 상호 협력하여 우리가 더 큰 실리를 취하고 안정된 공급망을 확보했으면 한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동아일보(23-04-07)-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대통령 턱 밑의 역린(逆鱗)] .... (1) | 2023.04.08 |
|---|---|
| [북 비핵화? 노무현-문재인은 국민을 속였다] (0) | 2023.04.07 |
|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DJ의 후예들] .... (2) | 2023.04.07 |
| [어느 댓글 “양곡법 강행 의원들 월급은 쌀로”] .... (0) | 2023.04.06 |
| [이해찬과 조국의 기만적인 ‘강제징용’ 아는 체] .... (1) | 2023.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