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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확인한 ‘G8’의 높은 문턱] [한국의 G7 가입, 현실화하나]

뚝섬 2023. 5. 19. 05:44

[다시 확인한 ‘G8’의 높은 문턱]

[한국 ‘G8 국가’ 가능할까.. 미국은 지지 분위기, 일본 찬성 여부가 관건]

[선진 대한민국에서 우리 전통문화는 왜 찬밥인가]

 

 

 

다시 확인한 ‘G8’의 높은 문턱

 

“G7은 죽었다. 현재와 같은 구성으로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유럽의 한 싱크탱크는 2018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맹폭했다. “오늘날의 G7은 과거의 유물”이라며 더 대표성을 띤 새 멤버들의 가입을 촉구했다. 캐나다 샤를부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 등을 놓고 회원국 간 갈등이 여과 없이 노출된 직후였다.

기존의 G7에 한국과 인도, 호주, 러시아를 참여시켜 G11으로 키우는 방안이 거론되기 시작한 게 이때였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G7은 낡았다”며 새로 참여할 후보국으로 4개 나라를 콕 찍어 언급했다. 당시 그의 발언은 한때 G8 멤버였다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으로 퇴출당한 러시아를 복귀시키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다른 회원국들의 공개 반대로 G7 확대 논의는 흐지부지됐지만, 한국의 가입 가능성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G7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을 회원국으로 둔 비공식 국가 협의체다. 자유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선진국 클럽’으로 국제 경제 및 외교 규범을 논의하는 리더 그룹이라는 점에서 가입 시 그 상징성은 대단하다. 신흥 경제국들이 포함된 G20에 주도권을 빼앗기는 듯 보이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G20는 몸집이 비대하다는 지적과 함께 회원국인 러시아, 중국과의 갈등으로 한계에 봉착해 있다. 유엔마저 무력화한 상태에서 결국 서구 선진국들은 다시 G7 중심으로 뭉치는 분위기다.

 

▷급변하는 글로벌 지형을 반영해 G7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커지고 있다. 브라질까지 포함해 G12로 만들자는 식으로 다양한 조합과 후보 국가가 거론된다. 민주주의 국가 10개국을 모은 ‘D10(Democracy10)’ 창설이 대안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다만 소수 결속으로 국제사회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기존 회원국들의 벽은 여전히 공고하다. 한국의 G7 가입을 놓고는 특히 일본의 견제가 만만찮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 유일 회원국으로서의 영향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일본의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다.

▷한국은 19∼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 옵서버 국가로 초청됐다. 한국 정상으로는 역대 네 번째 참석인 데다 한일 관계의 훈풍까지 더해져 G8로의 확대 기대감이 커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회원국 변화와 관련한 어떤 논의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아직은 높은 국제사회의 문턱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보다 긴 호흡으로 준비 전략을 다시 다듬어야 할 때이기도 하다. 단독 드리블보다는 다른 후보국들과 연대해 ‘G 멤버’ 가입의 문을 넓히는 식으로 전략을 다양화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이정은 논설위원, 동아일보(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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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G8 국가’ 가능할까… 미국은 지지 분위기, 일본 찬성 여부가 관건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10일 G7(주요 7국) 주한대사를 초청, 만찬 모임을 가졌을 때다. 서울에 주재하는 필립 골드버그 미국 대사, 아이보시 고이치 일본 대사, 콜린 크룩스 영국 대사 등 G7 대사 7명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이날 만찬은 한국이 이달 중순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 초청된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마련됐다.

 

하지만 박 장관의 속내는 따로 있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정상화, 한미동맹 격상 외에 역량을 기울이는 분야가 한국이 G7에 가입, G8 국가가 되는 것이다. G7 국가들과의 잦은 만남을 통해 호혜적인 관계로 만들어 G8 진출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것이 장관의 구상이다. 이날 한일 관계 개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등의 대화로 분위기가 무르익자 박 장관이 일어나 건배를 제의하며 말했다. “G7에 한국을 더하면 무엇이 됩니까.” 그러자 G7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나라의 대사가 “G8″이라고 외치며 건배에 응했다. 박 장관은 며칠 뒤 프랑스·독일·캐나다 외교장관이 일본 나가노에서 열리는 G7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아시아로 올 때도 이들을 한국으로 초청, 회담을 가졌다. 3일 기자와 만난 박 장관은 “외국에서 볼 때 한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선진국으로 이미 세계 8강 수준에 와 있다”며 “한국은 G8 국가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했다.

 

G7 국가와 한국

 

박진 장관한국 G7 가입 자격 충분

 

박 장관의 말대로 대한민국이 G7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8강 수준에 와 있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확인된다. 세계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3 달러를 넘고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인 ‘30-50 클럽 가입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 7국에 불과하다. 30-50 클럽은 캐나다를 제외한 G7국가와 놀랄 정도로 일치한다.

 

2022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교역액은 1조4150억달러로 G7 국가 중에서는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다음으로 5위다. 4위인 프랑스(1조4370억달러)와도 큰 차이가 없다. 올 초 미국의 시사 주간지 ‘US뉴스&월드 리포트 2022 세계 강대국 순위에서 한국이 세계 6위라고 발표했다. 더욱이 한국은 K팝, K영화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나라가 되고 있다.

 

한국의 ‘G8 국가’ 가능성이 제시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이 아니다. 2020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G7을 확장하자며 호주, 인도, 대한민국을 G7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자 사실상 G8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국제 정세의 격변은 한국의 G8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 갈등 심화에도 유엔 안보리는 아무런 역할도 하고 있다. 기존 국제질서를 무시하는 중국의 폭주, 룰라 대통령의 재등장에 따른 브라질의 좌회전 등으로 주요 20국 회의(G20)는 동력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G7 가장 주주(株主) 미국은 한국의 G7 가입 추진을 반기는 분위기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최근 70년 된 한미 동맹이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미국이 앞장서서 G7에 한국을 불러들여서 G8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G7 국가들은 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의 긴밀한 동맹국인데, 한국은 G7이 될 자격이 있다”고 했다.

 

자민당 우파, 한국 G8 반대

 

EU를 탈퇴, 국력이 쇠퇴하고 있는 영국은 관계가 소홀해진 유럽 국가보다는 아시아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이런 배경 아래 영국은 한국의 G7 가입을 지지하면서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 한다는 관측이 외교부 안팎에서 나온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도 한국이 G7 가입에 대해서 무조건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북한 문제 등에서 늘 한국과 입장을 함께해 온 캐나다도 외교적으로 설득 가능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한국 G8 국가화의 관건은 일본이다. 일본은 G7에서 유일한 아시아 회원국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싶어한다. 특히 여전히 한국을 아래로 보는 분위기가 자민당 우파 의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것이 걸림돌이다. 전직 주일대사는 일본의 위상이 약화하는 가운데 일본이 내세울 있는게아시아 유일의 G7 회원국타이틀이라며 “자민당 우파가 과연 그런 독보적인 지위를 한국과 나누고 싶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G8 문제와 관련, 한일 양자관계에서 일본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지만 미국이 나설 경우 상황이 달라질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4·26 한미 정상회담 당시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외교적 결단” “정치적 용기”라며 감사하다고 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누구보다 한·미·일 3각 협력을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설득하면 청신호가 들어올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의 G7 가입을 지지하는 대가로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 약속을 요구할 이라는 관측도 있다. G7은 유엔처럼 사무국이 있는 것도 아니고, 회원 가입에 특별한 절차가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지지하고, 일본이 반대하지 않으면 G8 국가가 될 가능성이 허황된 꿈은 아니라는 평가다.

 

美日과 관계 좋은 호주와 연대해 G9 추진도 방법

 

1970년대 출범한 G7 1998 러시아가 참여, G8 15 넘게 운영됐다. 그러다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으로 러시아의 자격이 정지됐다. 이때부터 G7이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선도하는 선진국 클럽’ 이미지가 강해졌다. G7에 러시아가 가입했다가 사실상 탈퇴한 역사가 있기에 G8나 그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한국이 G7에 단독으로 가입하려 할 경우, 일본의 반대와 G7 반열의 다른 나라의 견제 때문에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과 유사한 지위의 국가와 연대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함께 G7에 가입할 국가 후보로는 호주가 거론된다.

 

호주는 민주주의가 성숙해 있고, 1인당 GDP가 6만5000달러의 선진국이다. 미국 인·태 전략의 핵심인 쿼드 참여 국가로, 일본도 호주와는 준(準)동맹 관계를 유지한다. 다만, 호주는 인구가 2600만명에 불과하고, 교역액이 7190억달러로 국가의 위상 및 경제 규모가 작은 것이 단점이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은 “한국 단독으로 G8가 되려고 할 경우 다른 나라의 반발이 클 수 있다”며 “아시아의 호주와 함께 들어가는 전략도 하나의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G8 국가화는 매우 복잡한 함수를 풀어나가는 것과 비슷해 단기간에 이루려 하기보다는 한국의 역량을 차근차근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오준 전 유엔 대사는 “G7 개편 논의는 유엔 안보리 확대 논의가 수십 년째 이뤄지고 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며 “당분간은 한국이 G7에 꾸준히 초대받아 세계 주요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G7과 국제사회가 한국의 역할과 능력을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하원 논설위원, 조선일보(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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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대한민국에서 우리 전통문화는 왜 찬밥인가

 

[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요즘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럽다”는 사람이 참 많다. 분단, 전쟁, 가난, 독재 등 각종 비참함을 돌아 가며 상징하던 이 나라가 불과 수십 년 만에 세계를 호령하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으니 자랑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화려한 그 모습의 이면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 가지 긴 ‘어두움’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전통’ 문화에 대한 우리 국민의 거대한 외면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특징은 선진국치고 우리만큼 문화적으로 소위외국 들에 잠식당하고 있는 나라가 없다는 슬픈 현실이다. 통계가 말해 준다. 예를 들어, 음악 분야를 살펴보면 국악이 우리 전체 공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티켓 판매액 기준으로 전체의 1% 정도이다. 나머지는 다 ‘서양의 것’이다. 공연 예술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술, 조각, 춤, 서예 등 이 나라 문화가 명함을 내걸고 있는 거의 모든 장르에서 ‘서양의 것’들이 온전히 판을 치고 있다. 그러니 “나라가 문화적으로는 아직 식민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표현이 그리 과장이 아닌 것이다. 한 나라에서 전통 문화가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외면당하는 이 현상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위대하게 세계를 호령한 적이 있는 나라들은 나라도 그러지 않았다. 그들에는 무력·경제력과 함께 큰 ‘문화의 힘’이 있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등이 보여 준 민족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헌신들이 그 나라 각각의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역사가 짧아 아예 전통 문화라는 것이 없는 미국 같은 나라도 재즈, 컨트리 뮤직, 팝송 같은미국형전통 음악에 대한 애정과 헌신은 대단하다.

 

도대체 우리 대한민국은 왜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나는 그것이 일제 식민 시대가 배태시킨민족적 열등감에서 유래되었다고 생각한다. 즉 식민 국가 시민이라는 부끄러운 딱지가 상처가 궁극적으로 민족 문화에 대한 외면, 박대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 문화는 본질적으로 자랑할 만한 무엇이 정말 있는 것인가? 나는 체험을 통해 ‘그렇다’고 확신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나는 한때 IGM이란 CEO 교육 기관을 운영한 적이 있다. 그때 우리는 수학여행을 골프장이 아니라 민족 문화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갔다. 예를 들면, 안동의 병산서원 같은 곳이다. 조선 시대 서원이란 한마디로 양반들을 위한 사설 교육 기관이었다. 그곳에서 1박 2일 동안 소위 조선의 사상, 문화, 관습들을 배웠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한 CEO가 “나의 민족성을 이렇게 깊이 깨달은 적이 없다”고 소감을 말하면서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우리 모두가 그 눈물에 공감했다. 그만큼 한국의 전통 사상은 강력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문화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안동에서의 경험은 새로운 실험으로 연결되었다. 이번에는 ‘한국 가곡’이 그 대상이었다. IGM의 지하 구내식당에서 저명한 CEO 20여 명을 모신 가운데 ‘우리 가곡 음악회’를 한번 열어 보았다. 한국 가곡이란한국의 시와 한국의 선율들을 합쳐 만든문자 그대로김치 냄새 온통 나는 전통 장르이다. 그 공연에 대해 CEO 관객들이 보여준 압도적인 반응을 몇 번 목격하면서 우리 문화의 잠재력에 대한 진정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에 나는 몇몇 뜻 있는 분과 의기투합해서 ‘한가사모(한국 가곡을 사랑하는 모임)’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다. 약 20명의 한가사모 회원은 1년에 3~4회씩 정기적으로 모여 ‘가곡 잔치’라는 것을 열고 있다. 모두 행복해하며 즐거워한다.

 

한가사모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가사모 주최 송년 음악회’까지 열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몇 달 전이었다. 우리는 세종문화회관을 빌려 회원들이 각각 초대한 관객 1000여 명을 상대로 ‘한국 가곡’을 공연했다. 관객들이 보였던 격렬할 정도의 반응은 우리 모두에게민족 혼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실감케 했다. 불행히도 코로나로 중단되어 버렸던 그 송년 음악회가 올해 말에 다시 열린다. 참 많은 사람이 지금 그것을 고대하고 있다.

 

이것이 모두 무엇을 입증하는가? 딱 한 가지이다. 잘만 접근하면, ‘김치 냄새버터 냄새 얼마든지 압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 나라는 5000년에 걸친 긴 역사를 가진 대단한 문화 민족이다. 불행히도 식민 시대가 이 민족의 자부심을 까 부셔버리면서 문화에 대한 자부심까지도 짓밟아 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마디로 우리 국민은 다른 선진국들의 그것에 비해 너무나 많은 것을 상실한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고유 문화는 탁월한 잠재력을 가진 거대한 민족적 자산이라고 확신하게 된 사람이다. 음악만이 아니다. 시조, 탈춤, 판소리, 서예, 도자기, 공예 이런 모든 것이 우리의영혼 거대하게 자극하고 고양시켜 보고들임을 나는 확신하고 있다. 이 나라에 다시 민족의 문화적 영혼을 찾는 물결이 일어나야 한다. ‘한판사모(한국 판소리를 사랑하는 모임)’ ‘한탈사모(한국 탈춤을 사랑하는 모임)’ 같은 것이 계속 나와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물론 정부가 힘을 써야 한다. 그러나 나는 정부보다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뒤를 미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하는 편이다. 경제를 일으키는 데는 관료 시스템이 효율적일 수 있지만, 문화는 좀 다르다. 나는 이 나라 CEO들에게 부탁드리고 싶다. 간단하게 한번 시작해 보시라. 회사의 행사에 우리의 가곡, 판소리, 탈춤 등을 한 가락씩 넣어드려 보시라. 그것을 공연한 예술인들을 후하게 대접해 드리시라. 직원들이 만든 전통 문화 동호회에 회사가 작은 지원금으로라도 격려해 드려라. 이 작은 풀뿌리들이 반드시 거대한 풀뿌리로 자랄 것임을 나는 약속할 수 있다. 직원들의 민족적 자부심은 물론, 그들의 창조적 역량도 많이 고무시킬 것이다.

 

한 민족의 경제적 풍요와 문화적 정체성은 궁극적으로 민족의 역사라는 수레의 두 바퀴이다. 역사의 수레가 앞으로 전진하려면 이 두 바퀴가 반드시 함께 굴러가야 한다.

 

-전성철 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조선일보(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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