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86, 조국 키즈, 위선은 어떻게 유전되나]
[국회 회의 중 코인 거래만으로도 의원 자격 상실이다]
[김남국뿐일까]
운동권 86, 조국 키즈, 위선은 어떻게 유전되나
[박정훈 칼럼]
86 운동권은 민중을 팔아 권력을 벌고
조국 키즈는 가난을 마케팅해 이익을 챙긴다
세대를 넘어 위선도 유전됐다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돈 봉투 살포’ 스캔들은 민주당 안에서도 비판이 많지만 유독 송영길 전 대표를 싸고 돈 사람들이 있었다. 김민석 정책위 의장과 우상호 의원이 대표적이었다. 김 의장은 송 전 대표가 “청빈까진 아니어도 물욕이 적은 사람”이라 했고, 우 의원은 “의혹이 부풀려졌다”고 했다. 위기에 몰린 동료를 손절하지 않고 뜨거운 동지애로 감싸주었다.
세 사람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을 뜻하는 ‘86 그룹’ 운동권의 맏형 격이다. 연세대 81학번 송영길과 우상호, 서울대 82학번 김민석은 각각 총학생회장을 지내며 격렬했던 80년대 학생운동의 한복판을 지켰다. 그리고 나란히 정계에 입문해 서로 돕고 밀며 최고참 반열에 올랐다. 운동권 출신의 전형적인 정치 궤적이었다.
기득권에 대한 저항 정신이 운동권의 정체성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크게 도덕적이진 않았다. 첫 사달은 운동권의 성지(聖地) 광주에서 터졌다. 2000년 5·18 전야제를 위해 광주에 간 86 정치인들이 망월동에서 참배한 뒤 단란 주점에서 접대부 술판을 벌인 일이 드러난 것이다. 사태의 전말은 뒤늦게 술집에 합류한 임수경 전 의원에 의해 공개됐는데, 여기에 송영길·우상호·김민석이 나란히 등장한다. 임수경이 목격한 현장은 이랬다.
“문을 열자 송영길 선배가 아가씨와 어깨를 붙잡고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 김민석 선배는 양쪽에 아가씨를 앉혀두고 웃고 이야기하느라 제가 들어선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마이크를 잡고있던 송영길 선배님은 저를 보고 같이 노래를 부르자는 듯이 손짓을 하셨고 (중략) 순간 누군가 제 목덜미를 뒤에서 잡아끌며 욕을 했다. ‘야 이 X아, 니가 여기 왜 들어와. 미친 X.’ 믿고 싶진 않지만 이 말을 한 사람은 우상호씨였다.”
당시 이들 나이 30대였다. ‘5·18 광주’를 정신적 뿌리로 여기는 이들이 정치를 시작하자마자 다른 날도 아닌 5·18 전날에 흥청망청 술판을 벌였다. 젊은 나이에 거머쥔 권력의 맛에 얼마나 취했는지 알만 했다. 임수경의 폭로는 큰 파문을 낳았다. 야권의 대주주인 광주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정치생명에 중상을 입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끄떡없이 위기를 건너뛰어 출세 코스를 질주했다. 386이 486·586이 되고 예순이 넘어서도 86 그룹은 한 번도 정치 무대의 중심에서 벗어난 일이 없다.
‘민중’을 팔아 정치 자산으로 삼았지만 삶의 방식까지 민중적이진 않았다. 김민석 의원은 불법 자금 7억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고 5년간 선거에도 나오지 못했다. 민정당 연수원 점거로 투옥됐던 김의겸(고려대 82) 의원은 재개발 건물 투기로 ‘흑석 선생’이란 불명예를 달았다. 사노맹 사건으로 6년 복역한 은수미(서울대 82) 전 성남시장은 수사 기밀을 거래한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6개월간 수감됐던 조국(서울대 82) 전 법무장관은 자녀 입시 서류 위조 등으로 내로남불의 상징이 됐다.
나는 이들이 진심으로 기층 민중을 위했는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운동권 86이 주축이던 문재인 정부는 서민의 삶을 개선하긴커녕 도리어 못살게 하는 정책을 폈다. 소득 주도 성장으로 하위층 일자리를 없애고, 부동산 규제로 ‘미친 집값’을 조장했으며, 불평등과 자산 격차를 심화했다. 민중을 자립시키기보다 세금 지원에 손 벌리며 살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서민층을 ‘정부 의존의 가두리 양식장’에 가둬두려는 정책을 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결코 억측이 아니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서울대 80) 전 정책실장은 “집이 없는 사람이 진보적 투표 성향을 갖는다”고 했다. 조국 전 장관은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며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살아가라고 주문했다. 그렇게 국민에겐 집 없이 궁핍하게 사는 민중적 삶을 권유하면서도 자신들은 뒤에서 온갖 기득권을 누렸다.
41세 김남국 의원은 조 전 장관의 정치적 후광을 업은 ‘조국 키즈’의 대표 주자다. 2019년 조국 수호 집회에서 활약한 공로로 민주당 공천을 받아 38세에 일약 금배지를 달았다. 그는 조국의 검찰 개혁 어젠다를 이어받아 ‘검수완박’에 총대 멨지만 알고 보니 넘겨받은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구멍 난 신발을 신네, 라면만 먹네 하더니 코인 투기에 수십억을 굴리는 위선의 DNA도 물려받고 있었다.
김 의원에게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단지 돈 출처가 어디냐, 특혜는 없냐 같은 사법적 문제만은 아니다. 투기꾼처럼 돈벌이에 혈안이 됐으면서도 천연덕스럽게 거지 코스프레를 하는 그 이중성이 가증스럽다. 86 운동권은 민중을 팔아 권력을 벌고, 조국 키즈는 가난을 마케팅해 이익을 챙긴다. 세대를 뛰어넘어 위선도 유전되고 있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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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회의 중 코인 거래만으로도 의원 자격 상실이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도중 수시로 코인을 거래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 의원의 코인 지갑 거래 내역과 국회 영상 회의록 등을 비교해보면 그는 ‘핼러윈 참사’ 관련 보고와 질의가 있었던 지난해 11월 법사위 회의 중 자리를 비우고 위믹스 코인을 다른 코인으로 교환하는 거래를 했다. 앞서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姨母)’로 오인해 논란이 됐던 5월 한동훈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날도 15차례, 4월 검수완박법 처리를 위한 본회의 때도 10차례 코인을 거래한 기록이 나왔다고 한다. 김 의원 코인 지갑이 모두 공개된 게 아니란 걸 감안하면 이게 전부가 아닐 것이다. 국회의원이 국정 논의 시간 중 개인 재산 불리기에 열중했다면 공직자로서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김 의원의 코인 보유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워낙 자주 사고팔아 중복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위믹스 코인 88억원 외에 게임회사 넷마블이 발행한 ‘마브렉스’ 코인 9억원어치, ‘메타콩즈’라는 코인 4억원어치가 새로 나왔다. 작년 2월에는 위믹스 코인 30억원어치를 팔아 ‘클레이페이’라는 신생 코인을 샀는데, 그가 산 뒤 가격이 3배 오른 후 100분의 1토막이 났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투자자에겐 코인 투자로 손실을 봤다는 명분을 주고, 뒤로는 원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돈세탁’이 가능하다”고 했다.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김 의원은 위믹스 코인 보유 직전 ‘돈 버는 게임(Play to Earn·P2E)’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발의해 관련 업계가 입법 로비를 위해 김 의원에게 코인을 그냥 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당시 위믹스 코인은 공시보다 30% 더 유통돼 업계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실이라면 이해충돌을 넘어 심각한 뇌물 사건이다. 김 의원은 12일 “하늘에서 떨어진 돈, 굴러 들어온 돈은 하나도 없다”고 했지만 게임 업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국회 회의 중 코인 거래에 대해서는 “저희도 확인이 안 돼서 거래 내역을 보고 있다”고 했다. 본인이 직접 공무 외 실명 거래만 했다면서 ‘저희’는 뭐고, 확인이 안 된다는 건 또 뭔가. 그가 코인 관련해 내놓은 해명은 본질을 빗겨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민주당이 자체 진상 조사를 벌이고 이재명 대표가 윤리감찰을 지시했지만 그 결과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검찰이 계좌 추적을 통해 낱낱이 밝혀야 한다.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는 “당의 무너진 도덕성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김 의원 사퇴를 요구했다. 국회 국정 논의 중 코인 거래를 한 것만으로도 이미 의원 자격 상실이다.
-조선일보(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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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뿐일까
김남국의 ‘60억 코인 보유’
코인 손해 봤던 2030들 특히 분노
이제 ‘입법 로비’로 옮아간 의혹
최악의 스캔들로 번지나
반복된 코인(가상 화폐) 투자 광풍은 수많은 코인 폐인을 양산했다. 도박판이나 다름없는 코인 불장(Bull Market·강세장)이 조성될 때마다 2030의 주머니에서 나온 수천억, 수조원은 누군가에게로 흘러들어 갔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가상 화폐의 일종인 '위믹스' 코인을 최고 60억원어치 보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5일 한 언론사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22년 1~2월 한 가상 화폐 거래소를 통해 위믹스 코인 80만여 개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믹스는 '미르의 전설' 등을 개발한 중견 게임 회사 위메이드가 만든 코인이다. 2023.5.5/뉴스1
기성 세대의 부동산 투자 대열에 참여할 능력이 안 되는 2030에게, 코인은 그나마 돈을 불릴 ‘사다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전세금, 연말 성과급을 날리고 망연자실한 이들이 우리 주변에 수두룩하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0억원어치 넘게 갖고 있었다는 ‘위믹스’도 2030을 울렸던 코인 중 하나다. 김남국에 대한 2030의 분노가 더 큰 이유다. 김 의원은 2022년 1~2월 최대 127만개의 위믹스 이체 거래를 했다. 이후 발 빠르게 다른 코인으로 갈아탔지만 ‘위믹스 사다리’에서 못 내린 2030들은 계속 손해를 봤다.
김 의원은 위믹스 취득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다. 2021년 초 LG디스플레이 주식을 판 9억8000만원이 종잣돈이라고만 했다. 남은 코인이 9억원 정도이고, 중간에 10억원 정도를 현금화했다니 10억원의 이익을 본 셈이다. 그것도 적지 않은 돈이다.
과거 김 의원이 “‘다음 달에는 100만원만 벌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며 살았다”는 ‘흙수저 코스프레’를 한 것에도 2030은 폭발했다. 사다리를 잡아 주는 척하면서 자기 잇속만 챙겼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회 법사위나 인사청문회 도중에도 코인 거래를 했다. 작년 11월에는 법사위에서 핼러윈 참사(慘事) 관련 질의가 오가던 중에도 그랬다.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행태였다.
본지가 ‘김남국 코인’을 취재하기 시작한 것은 한참 전이다. 작년 12월에는 후배 기자가 김 의원에게 코인 보유 여부에 대해 물었다. 그때 김 의원은 “옛날에 기자들이랑 술자리에서 한 얘기가 와전된 거 같다. 나도 그만큼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2017년 한때 40억원어치까지 보유했는데 지금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허구의 사실이고 근거도 없지 않으냐”라고도 했다.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도 아니니 들킬 일이 없다고 본 것 같다. 이번에 보다 구체적으로 물으니 “확인을 못 해주겠다” “어떻게 취재가 된 것이냐”는 말을 반복했다.
2030의 특징은 탈(脫)이념, 탈정치, 실용이다. 그들에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물질적 이익 추구는 당연하고 떳떳한 일이다.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을 갖고 뭐라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공정한 경쟁’이라는 전제가 깨지는 경우는 못 참는다. 나의 투자가 다른 룰에 지배를 받는다고 판단되면 분노를 표출한다. ‘조국 사태’가 불붙었던 것은 조국 전 장관이 ‘대입(大入)의 공정’을 무너뜨린 것이 2030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제 ‘김남국 코인 의혹’은 ‘입법 로비 의혹’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코인 발행사들이 코인을 로비·홍보용으로 정치권에 뿌린다는 것은 가상 화폐 업계에서 오래전부터 나오던 얘기다. 주식은 신주 발행을 하려면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지만 코인은 훨씬 쉽다.
위믹스도 일찌감치 로비 가능성이 제기됐던 코인이다. 한국게임학회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규제 완화 기류가 있을 때마다 위믹스 가치가 급등했다”면서 “‘위믹스 이익 공동체’가 국회에 있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코인 로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엄청난 스캔들이 될 수 있다. 제2, 제3 또는 그보다 더 많은 ‘김남국’이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로비가 민주당 쪽에 국한됐을 것이란 법도 없다. 한 정치권 인사는 “‘송영길 돈 봉투 사건’보다 더 민감한 사안”이라며 “‘조국 사태’ 2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최재혁 사회부장, 조선일보(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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