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콩밥은 옛말...연 3100만원 복지에 “나 감방 돌아갈래”] ....

뚝섬 2023. 5. 16. 08:08

[콩밥은 옛말...연 3100만원 복지에 “나 감방 돌아갈래”]

[교도소 유치 나선 지자체]

[교도소보다 못하다… ‘타인은 지옥’ 된 文정권 청년주택]

[한국판 죄와 벌]

[무너진 샐러리맨 신화]

['5년 후 또 오시겠네요'] 

 

 

 

콩밥은 옛말...연 3100만원 복지에 “나 감방 돌아갈래”

 

교도소 수준 높아져 

 

전북 남원의 60대 A씨는 지난 2월 자신의 집에 불을 질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도소에 가고 싶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교도소에 가면 의식주가 보장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B(27)씨는 작년 5월 대전 유성구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을 흉기로 협박해 현금을 뺏으려 한 혐의로 기소돼 최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수중에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가려고 했던 것일 뿐 실제 돈을 뺏으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에서도 교도소에 가려고 행인을 찌른 30대 여성이 작년 11월 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최근 교도소에 가려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앞서 교도소에 가려고 주로 저지르는 범죄인 단순 절도로 인한 재복역률은 2012 40.3%에서 2021 50.9%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창살 밖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며 불안정한 삶을 사는 것보다 교도소가 낫다고 본 셈이다.

 

재소자 1인당 연간 수용비

 

올해 재소자 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연평균 3100만원이다. 급식비, 피복비, 의료비, 생필품비는 물론 이들을 수감하는 관리 비용을 포함한 것이다. 이는 올해 1 가구 중위 소득( 2088892· 2400 만원)보다 많다. 재소자 1인당 비용은 2021년 2800만원이던 게 2년 만에 10%가량 늘었다. 교정 당국 관계자는 “범죄자도 최소한의 인격적 품위를 유지해야 하다 보니 정부도 재소자의 의식주 수준을 높여주고 있다”며 “‘콩밥 먹는다 말은 이제 옛말”이라고 했다. 교도소의 복지 수준을 경험한 재소자들이 이를 잊지 못하고 오히려 재범을 저지르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내가 일해서 돈보다 범죄자에게 들어가는 세금이 많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범죄자들을 사회와 격리하는 교도소가 오히려 휴식처가 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힘든 교도소 생활이 범죄자 교화 기능을 할 수 있는데, 지금은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들어가 생활하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며 “신체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등을 제약함으로써 죗값을 치르게 하고는 있지만 형이 너무 짧다 보니 ‘잠시 때운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저소득층의 기초 복지 향상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보장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생활고에 시달려 교도소에 가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면, 범죄자들과 교류가 생기면서 범죄를 학습하게 되고 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교도소행을 택하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고 한다. 일본 법무성이 발표한 ‘2017 범죄 백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의 범죄는 1997년 1만2818명에서 2016년 4만6977명으로 20년 사이 3.7배 증가했다. 이 중 90%가 넘는 범죄가 과자나 음료수를 훔치는 단순 절도였다. 이들의 범행 목적은 대부분 ‘교도소에 가는 것’이라고 한다.

 

-김광진 기자/오유진 기자, 조선일보(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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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도소 가려고 죄짓는 사람들 는다는데. 재소자 명당 연간 3100만원 들여 먹이고 재워주니국립 호텔같은가.

 

-팔면봉, 조선일보(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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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유치 나선 지자체

 

올해 8월 강원 태백시에는 교도소 건립을 환영한다는 현수막 150여 장이 한꺼번에 걸렸다. 태백시 교도소 건립 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에 포함된 것을 축하한 것이다. 전북 남원시는 같은 달 법무부와 교도소 건립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기피시설의 대명사였던 교도소를 유치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급속한 인구감소로 지역 경제가 생사의 기로에 서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태백시는 1980년대 광산 경기가 괜찮을 때만 해도 인구가 13 명에 달했다. 지금은 42000 수준까지 떨어졌다. 많을 때는 50곳이나 되던 광업소가 지금은 1곳뿐이다. 이마저도 친환경 에너지를 선호하는 추세 때문에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류태호 태백시장은 “뭐라도 해야 살아남는다고 정도로 시민들의 마음은 절박하다”고 말했다.

▷남원시의 경우 2015년 교도소 유치 논란이 있을 때만 해도 반대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2차 추진 때는 달랐다. 읍면동을 상대로 교도소 유치 의사를 물었더니 4곳이 부지 제공 의사를 밝혔다. 남원시 인구는 올해 7 처음 8 아래로 떨어졌다. 남원시 관계자는 “인구 감소 추세와 지역 경기 침체 등이 교도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바꿔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태백시와 남원시에는 2026년에 교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태백시 교도소는 직원 500명, 재소자 1500명 규모이고, 남원시는 직원 200명, 재소자 500명 규모다. 교정 공무원 등이 유입되면 줄기만 하던 인구가 모처럼 늘게 된다. 시설 관리나 조리 분야에서 지역 주민의 채용도 예상된다. 지자체들은 면회객들이 오가면서 숙박 교통 음식 관련 업종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도소 유치 효과를 먼저 체감한 곳은 경북 청송군이다. 이미 4개의 교도소가 있는데도 추가로 여자교도소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올해 3월 윤경희 청송군수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청송을 찾았을 때 여자교도소 신설과 교도관 비상대기 숙소, 법무부 연수원 유치를 건의했다. 도로를 신설해 주고 인허가 절차도 빨리 제공하겠다는 인센티브까지 제시했다. 인구 25000 명인 청송군의 경우 전국에서 찾아오는 면회객이 지역 상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 소멸에 처한 지자체는 올해 89곳에 달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매년 1조 원씩 기금을 마련해 10년간 지원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예산이나 기금과는 별도로 교도소와 같이 지역 유동인구를 늘리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들이 없는지 더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허진석 논설위원, 동아일보(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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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보다 못하다… ‘타인은 지옥’ 된 文정권 청년주택

 

[노정태의 시사哲]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로 본 SH 청년주택의 비인간성 

 

부산 출신 청년 종우는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고생 끝에 찾아낸 저렴한 고시원에 자리 잡았다. 주인 아주머니는 친절하지만 사람을 자꾸 훑어보고 살피는 느낌이다. 이웃 사람들의 분위기도 어딘가 께름칙한 구석이 있다. 험상궂은 깡패, 음침한 더벅머리, 벽을 두드리며 작은 목소리로 통화하라는 옆방 남자, 내 샴푸를 마구 쓰는 아저씨 등 호감 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이 값이면 어쩔 수 없지. 종우는 회사를 차리고 자신을 취직시켜준 대학 선배와 술을 마시다가 두 취객이 싸우는, 아니 한 쪽이 다른 사람을 일방적으로 구타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종우가 말리려고 했지만 선배는 괜히 남과 얽혀서 좋을 것 없다고 제지한다. 그런데 그들이 술자리를 끝내고 나와 보니 폭행은 살인으로 끝난 상태였다.

 

죄책감을 느끼며 고시원으로 돌아온 종우는 출출함을 느끼고 라면을 끓여 먹으려 한다. 그러자 같은 층에 사는 깡패가 내 것도 끓여달라면서, 다른 사람이 너를 계속 쳐다보고 있던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낯선 이들이 다닥다닥 붙어 사는 이 좁은 공간, 얇은 벽 너머로 말소리가 모두 들리는 이 고시원에는 뭔가 더 끔찍한 비밀이 있는 듯하다. 

 

네이버에 연재된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의 줄거리다. 이토록 한없이 찜찜하고 불쾌한 설정의 이야기가 누적 조회 수 8억회를 기록했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끌기도 했다. 모르는 사람끼리 부대끼고 살아야 하는, 사생활을 지키기 어려운 공간. 고시원에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를 장르적으로 표현해낸 이야기가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었던 것이다.

 

거의 모든 고시원의 구조는 비슷하다. 매 층마다 복도가 쭉 이어져 있고 양쪽으로 방이 줄줄이 배치된다. 최소한의 면적을 최대한 쪼개야 하므로 벽돌이 아니라 합판 따위로 방을 나눈다. 방음이 될 턱이 없다. 옆방 사람이 누구와 무슨 통화를 하는지, 저녁 먹은 게 소화가 안 되어서 방귀를 뀌는 중인지,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된다. 시각은 차단되지만 청각이 뚫려 있기에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한다.

 

역사의 시계를 좀 더 뒤로 돌려보자. 우리는 각방을 쓰는 고시원에 살면서도 사생활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불만을 품는다. 하지만 17세기 이전에는 심지어 왕과 귀족도 그만큼의 사생활을 누리지 못했다. 애초에 ‘복도’라는 건축 요소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각의 방은 서로 이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원치 않더라도 서로의 방을 통과해야만 했다. 엄마와 아빠가 동생을 만드는 중이건, 오빠가 간이 변기에서 용변을 보는 중이건, 남의 방을 통과해야만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완전히 떨어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프랑스 역사학자 조르주 뒤비와 그의 학문적 동료들은 <사생활의 역사>라는 5권짜리 대작을 함께 썼다. 서구에서 사생활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것이 구체적인 삶의 양식과 어떻게 맞물려 있었는지 파헤친 학문적 블록버스터였다.

 

그 작업에 참여했던 역사학자 미셸 페로는 아예 <방의 역사>라는 별도의 책을 통해 복도의 탄생과 사적 공간의 출현에 주목했다. 17세기 영국의 대저택에 복도가 생기면서 비로소 사람들은 남의 방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방마다 별도의 문을 설치하고 미리 노크하는 관습이 생겼다. 사람들은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에 홀로 앉아 근대적 의미에서의 ‘개인’이 될 수 있었다. 근대 철학은 사생활 발명의 연장선상에 놓인 사건이었다.

 

17세기의 사생활 혁명은 21세기에 이르러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그 추세는 분명하다. 가령 덴마크에서 새로 지은 감옥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어지간한 대학 기숙사보다 깨끗한 시설에 1인 1실, 개인별로 화장실까지 따로 쓰는 모습에 전 세계 네티즌들이 혀를 내둘렀던 것이다. 각자 사생활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을 누리는 것, 그것은 인권의 핵심 지표라 할 수 있다.

 

2021년 현재, 우리의 청년들은 사생활을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밝혀진 바,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제공하는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미분양 사태를 보면 분명히 그렇다. 문제의 청년주택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는 교통의 요지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보증금과 월세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경쟁률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현재는 무려 105명이나 입주를 거부한 상태다. 이유는 간단하다. 청약이 불발된 평형의 구성 때문이다. 2인 1실, 혹은 3인 1실의 셰어하우스 형태인데, 그나마도 추첨으로 모르는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는 것이다. 난생처음 만나는 누군가와 주방, 거실, 심지어 화장실까지 나눠 써야 한다. 2021년 대한민국이 청년에게 제공하는 삶의 조건이다.

 

이것은 17세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가장 기본적 인권인 사생활을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다. ‘룸메이트’나 ‘하우스메이트’를 구해서 함께 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일이다. 룸메나 하메를 구하는 사람은 본인이 직접 상대를 만나서 서로 조율하고 합의하는 반면, 서울시의 청년주택은 SH 측에서 추첨으로 짝을 지어주는 것이니 말이다. 군인의 숙소나 대학생의 기숙사, 혹은 수형자의 수감 시설처럼 매우 특별한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기존에 쌓인 신뢰 관계가 없는 임의의 타인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게 하는 주거 정책은 현대 문명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권은 청년 인권을 그다지 소중히 여기지 않는 듯하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협소한 공동 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가능성을 상상한 작품이다. 나 또한 고시원에서 적잖은 기간을 살아봤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 사람은 얼마든지 서로에게 지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조금씩 배려하고 서로 노력한다면, 천국은 아니어도 그럭저럭 괜찮게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가 국민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 청년을 독립된 인격체로, 사생활을 보장받아야 할 주체로 여기고 있지도 않는 듯하다. 우리 스스로 서로 지킬 걸 지키며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고시원에서, 청년주택에서, 기타 온갖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부대끼고 있는 고단한 젊음을 응원한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조선일보(2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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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죄와 벌

 

이병주 '예낭풍물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방은 12층 교도소의 맨 위층인데 천장이 옥상 바닥이어서 시멘트가 흡수한 열로 밤에 한숨도 잘 수 없는 곳이라고 한다. 더욱이 옥상에 태양광 집열판이 깔려 있어서 종일 흡수하는 열과 집열(集熱) 모터의 소음에 시달린다고 한다. 흉악범도 가둬서는 안 되는 이런 감방은 민주국가에서는 폐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24년 형기에 8년이 더해진 박근혜 전 대통령 근황은 못 들었지만 지난겨울을 북극 같은 냉방에서 보내고 올여름은 가마솥 속에서 보내고 있지 않을까? 한 달 전쯤 여섯 번째로 병원에 실려 갔다는 말을 풍문에 들었는데…. 

 

유튜버 변희재씨는 재작년 말, JTBC가 '입수'했다는 태블릿PC가 최순실씨 것인지 아닌지를 밝힐 결정적 방안을 제안했다. 카톡에 최순실씨가 보낸 메시지가 화면 왼쪽에 올라와 있는지 아니면 오른쪽에 올라와 있는지를 보고, 태블릿PC의 지난 수년 소재지를 GPS로 추적해서 최순실씨의 행선지와 일치하는지 대조해보라는, 쉽고도 100% 확실한 방법을 제안했다. 그런데 검·경은 가장 중요한 소유주 규명은 하지 않고 규명 방법을 제시한 사람을 구속하니, 새벽을 알린다고 닭 모가지를 비트는 격이다.

'드루킹' 특검은 핵심 사안은 남겨놓고 오히려 변두리만 뒤지고 있으니 혹시 김경수나 송인배는 건드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대용 제물로 삼으라는 암시를 받은 것이 아닐까? 한편 기무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었을 때 기각에 반발하는 세력의 국가 전복 시도에 대비하는 계획을 세웠다 해서 반역죄로 몰릴 처지가 된 듯하다. 북한의 내란 책동 가능성도 있으니 대비를 안 하면 오히려 그게 반역 아닌가? 탄핵이 인용되어도 정권을 사수하려는 계획이 아니지 않은가.

반대로,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박들이 몇 달 사이
에 수십 번 우리 항구를 드나들며 세탄(洗炭)을 하고 있다는데 정부는 제재할 능력이 없는 걸까, 의사가 없는 걸까?

고(故) 이병주 작가의 자전적 중편 '예낭풍물지'의 주인공은 어느 날 영문 모르게 체포되어 10년형을 살다가 병으로 출소한 후, 도대체 자기가 어떤 법을 어긴 것인가를 연구하다가 깨달음에 이른다. 범죄란 권력자가 그것이 죄라고 하는 것이라는….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1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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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샐러리맨 신화

 

어제 서울도서관에 가 책을 빌리는 데 직원이 복잡한 웃음을 지었다. '이 책 지은이가 몇 시간 전 구속됐는데 왜 하필…' 하는 표정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쓴 '신화는 없다'였다. 1995년 나온 이 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성공신화를 담았다. '학창시절 엿 장사, 뻥튀기 장사, 과일 장사 등 노점상을 전전하면서 학업' '졸업 후 천신만고 끝에 입사해 20대(代) 이사, 30대 사장, 40대 회장….' 개발시대 한국 현대사의 성공 인생을 그리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배우 유인촌은 1990년 KBS 주말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박형섭을 연기했다. 6·3사태로 구속됐던 운동권 청년이 건설회사에 들어가 세계를 누비는 성공 스토리에 시청률은 고공행진 했다. 드라마는 기업인 이명박이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데 공(功)을 톡톡히 세웠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 덕분인지 유인촌은 이명박 정부 첫 문화체육부장관을 지냈다. 어제 새벽 구치소로 향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배웅하는 얼굴들 속에 유인촌이 보였다. 침통한 모습이었다. 

 

▶어떤 사람은 '잘못은 잘못, 법대로 처벌하는 건 당연하다' '속시원하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정치보복이다' '언제까지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낼 거냐'고 한다. 누군가 '구속 축하' 떡을 돌리는 행사를 갖기도 했고, 한 정치인은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아침식사는 하셨습니까'라며 비아냥댔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직전 올린 글에서 '모든 것은 내 탓'이라고 했다.

▶지나 놓고 보니 '이명박'의 전성기는 대통령일 때가 아니라 샐러리맨 때였던 같다. '나는 여한 없이 일했다. 적도의 밀림, 열사의 사막을 누비며, 이름 없는 중소기업이 세계적 기업이 되기까지, GNP 100달러에서 8000달러로 대한민국이 성장할 때까지, 그 중심에서 소신껏 일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무한히 감사한다.' 이명박은 '신화는 없다'에 이렇게 썼다.

▶"대통령 직과 관련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와 대통령에서 물러날 때였다." 미국 8대 대통령 마틴 밴 뷰런이 한 말이다. 미국은 대통령에서 물러나면 발이라도 뻗고 자는 모양이다. 이제 한국 대통령들은 누구든 그러기는 힘들게 된 것 같다. '정권별 교도소를 따로 짓자' 아이디어까지 나오는 판이다. '정치인' 이명박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대한민국 성공시대 샐러리맨 신화가 이렇게 마감된다니 착잡할 따름이다.
 

 

-김기철 논설위원조선일보(1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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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후 또 오시겠네요'

 

국민을 어떻게 바꿔 어느 驛에 내려 놓으려 이러는가
권력 분산 개헌 없으면 5년마다 구치소 面會 반복할 뿐

 

서울구치소는 이름과 달리 경기도 의왕(義王)시에 있다. 서울구치소 나들이를 시작한 것은 1993년 여름 무렵이었다. 5년마다 전(前) 정권 사람들을 구치소에서 단체로 만나는 면회 행사가 정례화(定例化)되다시피 한 건 이때부터다. 마치 무슨 법칙처럼 현재 권력에 밉보인 순서대로 구치소에 들어왔다. 면회 몇 번 갔다 오면 '어떻게 국사범(國事犯)을 만나고 다니느냐'며 으름장이 날아왔다. 5년 후엔 그러던 그들 면회를 갔다.

오래전 어느 변호사 전화를 받았다. 자기는 경기도 어느 교도소에 있는 아무개씨 변호사인데, 전할 말이 있다는 것이다. 들어보니 '요즘 문득문득 당신이 그때 했던 말이 떠오른다'는 한마디였다. 그는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청와대 사람이었다. 다들 그를 통해 대통령 심기(心氣)를 살폈다. 유독 깨끗한 정치를 강조했던 대통령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겉은 멀쩡했지만 청와대는 삐걱대고 있었다. 수석비서관들이 일손을 놓아버렸다. 쥐꼬리만 한 활동비는 며칠 안 가 동이 났고 그들은 '국사(國事)'와 '청렴 정치'의 갈림길에서 대통령 눈치만 살폈다.

자기 돈 써가며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훗날 논공행상(論功行賞)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권이 일단 출범하면 숟가락 든 사람은 많아도 밥상 차리는 사람은 드물다. 당시 그 정권이 이 상황에 접어들고 있었다. 성질 급한 그가 나섰다. 여기저기서 물을 끌어대 청와대 가뭄을 해갈(解渴)시켰다. 대통령의 자신에 대한 신뢰를 너무 믿고, 정권의 주인이라는 사명감이 지나쳤던 탓이었을 것이다.

어느 날 저녁을 같이하고 그의 차를 얻어타고 귀가(歸家)하다 '정권 바뀌면 아마 당신이 일착(一着)으로 화(禍)를 당할 거요, 빨리 청와대를 탈출하시오'라고 했다. 절반은 술기운, 절반은 그를 위하는 마음으로 던진 이 말에 사람 좋은 그도 금방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얼마 후 그는 자의반(自意半) 타의반(他意半) 청와대를 떠났다. 그러나 법의 올가미를 피하진 못했다. 말이 씨가 된듯해 늘 그에게 미안했다. 변호사를 통해 전해온 '그때 당신이 했던 말'의 전후(前後) 사정이 이랬다.

원래 우파(右派)는 정치·사회 문제의 원인을 주로 사람 차이에서 찾는다. 가난의 원인을 게으름으로, 범죄의 원인을 인성(人性) 탓으로 돌린다. 좌파(左派)는 반대다. 뭐든 제도(制度)와 사회구조 탓으로 돌린다. 가난과 범죄는 물론이고 이혼 증가·학력 저하·성희롱 문제까지 제도만 바꾸면 해결될 듯 주장한다. 정권의 성격 차이는 국민 심성(心性)도 바꿔놓는다. 영국과 프랑스 국민 상대로 경제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을 묻는 여론조사를 한 적이 있다. 영국 국민의 36%가 '경제성장', 프랑스 국민 36.5%는 '노동자에게 우호적 정권 등장'을 꼽았다. 가장 무서운 변화도 가장 반가운 변화도 국민이 바뀌는 것이다. 변화의 방향이 문제다.

한국 좌파는 이상한 좌파다. 이대로 가다간 현직 대법원장과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를 받을 판이다. 검찰은 대통령이 내준 숙제를 푸느라 정신이 없다김일성 정권에 정통성(正統性) 있다던 논문을 쓴 교수가 국가정보원 적폐청산위원장이 됐다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을 제공했던 국세청 조사국이 이번에도 전(前) 대통령 문제로 팔을 걷고 나섰다운동권 출신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 위세(威勢)는 전 정권 문고리 권력을 능가한다고 한다대통령을 100% 지지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말을 100%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안보와 밀접한 주요국 대사에 현지어(現地語)를 못하는 벙어리 외교관을 계속 내보내고 있다여권 주도로 만든 헌법 개정안 초안에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대한민국 뼈대가 사라졌다.

10개월 전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 폭풍을 맞았던 그때 대통령에게 과다(過多) 집중된 권력이 사태의 원인이라는 데 누구도 이론(異論)이 없었다. '우리 편 대통령' '우리 편 문고리'가 등장했다 해서 사라질 문제가 아니다. 해법은 현 정권이 야당 시절 주장했던 권력분산형 개헌밖에 없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현 정권 사람들 입에서 '권력 분산'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이런 정부가 노사(勞使) 문제·최저임금 문제 등 경제부문에선 모든 걸 제도 탓으로 돌리는 것도 기이한 현상이다. 국민을 어떤 국민으로 바꾸고 우리를 어느 역(驛)에 내려놓으려고 이러는지 불안하기만 하다.

의왕구치소에 마지막으로 면회를 갔던 10년 전 만난 여성 교도관이 잊히질 않는다. 면회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5년 후에나 다시 오시겠네요'라는 말이 비수(匕首)처럼 날아왔다. 모든 현재 권력의 종점(終點)을 꿰뚫는 섬찟한 말이었다.

 

-강천석 논설고문, 조선일보(18-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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