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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5초의 차이, 결정적 순간을 판정하는 사진]

뚝섬 2024. 9. 9. 10:20

0.005초의 차이, 결정적 순간을 판정하는 사진

 

[사진기자의 사談진談] 

 

게티이미지의 영국 사진기자 리처드 히스코트가 로보틱스 카메라로 촬영한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승전의 ‘결정적 순간’. 7번 레인의 노아 라일스(미국)가 0.005초 차로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는 장면이 깨끗한 해상도로 촬영됐다. 사진 출처 리처드 히스코트 인스타그램세계 최대의 사진 에이전시 중 하나인 게티이미지의 영국 사진기자 리처드 히스코트는 이번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승전이 열린 스타드 드 프랑스 천장에 ‘로보틱스 카메라’를 설치했다. 폐회식 등의 행사에서 사용된 수많은 조명 사이에 놓인 이 카메라는 경기장 내 미디어 좌석에서 사진기자의 PC로 제어됐다. 이렇게 설치된 카메라는 게임을 하듯 조이스틱으로 줌이 가능하고 앵글을 바꿀 수도 있다. 히스코트는 6만4000분의 1의 셔터스피드로 1초에 30장이 찍히는 캐논 R3 카메라로 금메달이 갈린 이 순간을 기록해냈다. 100m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미국의 노아 라일스와 자메이카의 키셰인 톰프슨 모두 우승을 확신하지 못하고 전광판을 바라봐야만 하는 ‘찰나’의 상황이었지만 9초784의 라일스가 9초789의 톰프슨보다 0.005초 앞서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100분의 1초까지 표기하는 육상 기록 표기상 라일스와 톰프슨의 공식 기록은 모두 9초79로 기록됐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에는 경기장 내 수많은 영상 장비들이 선수들의 ‘결정적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설치된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는 더 정확하게 보고, 시청자들이 더 몰입할 수 있도록 광학센서를 활용한 ‘컴퓨터 비전 시스템’이 사용됐다. 오메가는 경기장 내 수많은 카메라로 선수의 경기 장면을 기록하고 이 기록된 이미지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4K UHD 그래픽으로 생성해 내는 비오나르도(Vionardo) 기술도 선보였다. 예를 들면 테니스 선수가 서브를 넣을 때 라켓에 맞는 공을 실시간 추적해 리턴 시간을 계산하고 체조 선수의 점프 높이와 체공 시간, 발의 각도까지 계산해 데이터로 제공한다. 장대높이뛰기 선수의 경우에는 몇 cm가 모자라 바를 넘을 수 없었는지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했다. 명확한 리플레이 화면도 제공해 심판들의 판정에도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판들이 판독한 ‘포토피니시’. 사진 출처 오메가 제공이 사진은 올림픽 타임키퍼인 오메가가 이번 파리 올림픽에 선보인, 초당 4만 장의 사진을 기록할 수 있는 ‘스캔 O 비전 얼티밋’ 카메라가 찍은 것보다 훨씬 더 해상도가 뛰어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오메가의 카메라는 사진기자들이 사용하는 사진보다 더 많이 찍혀 ‘포토 피니시’ 판독 능력은 좋지만 해상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 ‘비전 기술’은 선수들의 유니폼 안에 물리적인 센서를 부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선수에게 방해받지 않는 거리에 설치된 카메라로 영상만 찍으면 되기 때문이다. 금메달 5개를 비롯해 총 7개의 메달이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한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의 ‘심장 박동수’ 측정에도 이 ‘비전 기술’이 사용됐다. 심장 박동에 따른 선수들의 얼굴색 변화를 분석해 심박수를 측정하는 원격광혈류측정(Remote photoplethysmography) 기술이다.

 

-최혁중 사진부 기자, 동아일보(2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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