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힘]
[화가 나면 무조건 걸어야 하는 이유]
용서의 힘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쓴 ‘레미제라블’은 ‘인간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용서인가 처벌인가’라는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이다. 소설 주인공 장발장은 빵을 훔친 죄로 19년 감옥살이하는 내내 세상을 증오한다. 그런데 출소 후 성당에서 은식기를 훔치다가 들켰을 때 성당 사제가 “내가 준 것”이라며 장발장을 감싸고 은촛대까지 선물하자 분노를 털어내고 이후 선한 삶을 추구한다.
▶소설 밖 세상에도 범죄와 비행의 나락에 빠진 이를 처벌 대신 용서로 구원하는 감동적인 스토리가 많다. 서울 용산에서 국숫집을 하던 배혜자 할머니는 생전에 노숙자에게 공짜로 국수를 대접했다. 한 번은 어느 사람이 국수값을 내지 않고 도망가자 뒤따라 나가며 “그냥 가, 뛰지 말고. 넘어지면 다쳐!”라고 외쳤다. 그 외침이 실의에 빠져 있던 남자를 일으켜 세웠다. 남자는 그 후 외국에서 사업가로 살고 있다고 한다.
▶27년 전 양산 통도사 자장암 시주함에서 3만원을 훔쳤던 가난한 소년이 최근 200만원을 시주함에 넣고 가며 남긴 편지가 어제 신문에 소개됐다. 남자는 그 당시 돈을 또 훔치러 갔다가 스님에게 들켰는데 스님이 말없이 고개만 젓고 어깨를 다독이며 보내줬다고 한다. 스님이 소년을 경찰에 넘겼다면 그는 이후 세상을 원망하며 더 깊은 범죄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자장암 편지 사연은 때론 용서가 처벌보다 힘이 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화다.
▶용서가 곤경에 빠진 이만 구하는 것은 아니다. 용서하는 이에게도 마음의 평화를 준다. 가수 조용필은 ‘큐’에서 ‘너를 용서 않으니/ 내가 괴로워 안 되겠다’는 가사로 그 차원을 노래했다. 위대한 종교도 용서로 자신을 고통에서 구하라고 가르친다. 불교에선 ‘원한을 품는 것은 타인에게 던지려고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는 행위’라고 한다. 천주교 신자가 미사 때 암송하는 ‘주님의 기도’에도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는 대목이 있다.
▶1981년 괴한의 총탄에 쓰러졌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자신을 쏜 청년을 찾아가 손을 잡으며 “용서한다”고 했다. 크게 뉘우친 청년은 출소 후 유기동물 구출 활동가로 새 삶을 살고 있다. 용서를 세상을 향한 더 큰 사랑으로 승화하는 이도 있다. 1987년 아들을 학교폭력으로 잃은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은 가해 학생들을 용서한 데 이어 아들 이름으로 장학금을 만들어 40년 가까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있다. 이런 분들이 성인이고 그들 덕에 세상이 아름답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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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면 무조건 걸어야 하는 이유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전 계족산 황토길
예전 어느 신문과 화병(火病) 인터뷰를 했다. 그 신문의 에디터가 뽑은 제목이 “火 치유법 가장 많이 묻는데… 죽을 고비 넘긴 내 답은 걷기"였다. 화, 분노에 대한 해결책을 듣기 위해 화병 전문가를 찾아와서 꼬치꼬치 인터뷰를 해서 얻은 결론이 걷기라는 것이다.
화를 해결하기 위해 침이나 한약, 인지행동 치료나 상담, 명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기자의 관심은 결국 걷기로 모아졌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확실하게 효과가 있는 게 걷기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결론은 아마도 본인의 경험에서 확인을 한 것 같다. “화가 나는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밖으로 나가서 걷는 것이었거든요."
EBS의 다큐멘터리 ‘용서’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어떻게 저런 관계에서 화가 없어지고 용서가 일어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수 십 년 동안 구박을 받다가, 또 오랜 시간동안 만나지도 못했던 사람이, 마음 속에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간직하고 살았던 사람이 단지 걷기 여행을 떠나서 오로지 걷다보면 용서가 될까? 하는 의문이다.
냉정하게 이 프로그램을 되짚어 보면 ‘걷기가 용서에 이르게 한다’ 라고 보기는 어렵고, 어쩌면 ‘용서가 될 때까지 걷자’가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제법 많은 사례에서 용서라는 프로세스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걸으면 분노가 가라앉을 것일까? 분노의 상황을 짚어보고, 이 분노를 어떻게 조절할지를 관찰해 보자. 독자들은 스스로 자신에 맞는 상황을 적용해 보아도 된다.
화가 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상황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는 것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다. 3초면 충분하다. 이 때 이미 화를 낼지 말지가 결정된다. 그리고 몸이 반응을 한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피가 솟는 느낌이 든다. 열이 오른다. 아마도 혈압을 측정하면 20~30 정도는 너끈히 올라갔을 것이고, 심장 박동을 재면 분당 10~20회는 빨라졌을 것이다.
이렇게 변화된 몸이 바로 안정되지 않는다. 이 상황은 꽤 오래 지속된다. 10분~20분? 어떤 사람은 하루 내내 지속된다고 하소연을 한다. 한참 시간이 지나 해결이 되지 않으면 결국 힘이 빠지고 포기를 하게 되는데, 신체적 징표들은 다 정상으로 돌아오더라도 억울하고 분한 기억이 마음 속 깊이 박혀 언제든 화를 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지만 몸은 이미 지치고 면역계의 지표들은 뚝뚝 떨어져 있다.
분노의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급한 불을 꺼야 한다. 그리고 이후에는 잔불 정리를 해야 한다. 급한 불을 꺼야 불이 다른 데로 번지지 않고, 잔불을 정리해야 재발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먼저 안정을 시키고, 점차 이해를 하고, 결국 용서까지 이르러야 분노의 문제는 완전히 해결이 된다. 그런데, 걷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단계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단지 걷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걷기는 혈액의 흐름을 말초로 이끌도록 한다. 분하고 억울한 감정은 화의 속성으로 인하여 위로 치받는 양상이 있다. 화병 환자의 체열(體熱)을 보는 연구, 분노 감정에서의 혈액의 흐름을 보는 연구에서 상체, 주로 심장 부위와 얼굴로 밀집하는 경향이 있다. 걷기를 하면 혈액의 흐름이 주로 하지로 전달되어 분노의 상태와는 반대의 양상을 만들어 낸다.
걷기의 자세는 전신을 똑바로 세워주며, 걷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몸의 균형과 함께 이완을 도모한다. 그래서 분노로 인하여 뻣뻣하게 굳는 뒷목, 치받아 올라가는 열감을 내릴 수 있다. 마치 승마를 할 때 몸이 상하로 리듬 있게 흔들리면서 편안함으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밖으로 나와 걸으면 나의 시선이 외부를 향하게 된다. 분노의 감정이 나의 내부로 향하고 있다면 관심과 에너지의 방향을 외부로 돌리게 된다. 만일 내가 원하는 곳이 있다면 더욱 좋다. 나의 아지트라도 있다면, 목적을 가지고 그곳에 갈 수 있다면, 아니면 맛있는 먹을 거리라도 찾아서 걷는다면 분노는 자연스럽게 사그라진다.
걷다 보면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양한 생각 속에서 분노를 풀어낼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여러 생각을 종합하다 보면 제3자의 시각, 그리고 객관적인 관점을 얻을 수가 있다. 여기에 명상적 요소인 ‘화두’라도 하나 올리고 걷는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간혹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지고 나면 걷기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꿈이 송두리째 날아가고, 또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갑갑해서 그럴 것이다. 그리고 한 달, 두 달 이렇게 걷기를 하고 나면 마음이 정리되어 다시금 마음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걷기가 그런 것이다.
화가 난다면 일단 나가서 무작정 걷기라도 합시다. 굳이 걷기 명상은 아니라고 하여도 단지 걷기만이라도 합시다.
-글·사진ㅣ 김종우:
한의학과 정신의학, 그리고 명상과 기공을 통해 분노와 우울, 불안 등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화병 전문가(강동경희대 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다.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 교수.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방신경정신과학회, 한국명상학회, 대한스트레스학회, 한국통합의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명상전문가, 여행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명상과 여행을 함께하는 걷기 여행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저서로 <홧병><마음을 치유하는 한의학 정신요법><화병으로부터의 해방><마흔 넘어 걷기 여행> 등이 있다.
-조선닷컴(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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