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조롱하는 ‘궁정 광대’ 명태균]
[尹 담화, 이번 만은 '안 하는 게 나았다'는 평가 안 나와야]
[尹 회견,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해야]
尹 조롱하는 ‘궁정 광대’ 명태균
[이진영 칼럼]
명태균은 대통령 부부의 ‘궁정 광대’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 있는 거야?”
조롱당하고도 쩔쩔매는 대통령 부부
대통령 권위 잃으면 뭘 할 수 있겠나
제왕적 대통령의 측근들은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대통령에 버금가는 권력을 행사하는 황태자(crown prince), 대통령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실세 측근들(acolytes), 대통령과 사적 인연이 깊은 가신 측근들(retainers), 그리고 궁정 광대(court clown)다.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국가정보원 차장, 주영 대사와 주일 대사를 두루 역임한 정치학자 라종일 박사가 왕정 시대 용어로 소개한 유형화다. 현실에서는 한 인물이 두 개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는 김건희 여사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찐윤’이 실세 측근, 공식 직함 없이 대통령 부부와 사적 인연으로 입길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가신 측근들이다. 현대인들에겐 생소한 유형이 궁정 광대인데, 올 9월 한 언론의 단독 보도로 갑자기 등장해 연일 놀라운 이야기를 쏟아내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궁정 광대에 가깝다.
궁정 광대는 남다른 재주와 친화력으로 왕의 압박감을 덜어주고 말 못할 고민을 들어주는 인물이다. 점잖고 잃을 것 많은 권세가들은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하는 막말로 왕이든 누구든 금기 없이 조롱하는 특권을 지닌 사람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 희곡에는 광대가 자주 등장한다. ‘리어왕’의 광대는 가짜 효심을 내세운 딸들에게 속아 나라 땅을 나눠주고 버림받은 리어왕에게 “지혜로운 자가 멍청이가 되어 하는 짓이 숙맥 같구나” 한다.
명태균과 그의 측근이었던 인물이 폭로하는 용산 이야기를 한 편의 희곡이라 생각하면 명태균의 역할은 분명해진다. 그는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집을 수시로 드나들었다고 한다. 김 여사가 ‘어젯밤 꿈에 남편이 젊은 여자와 어딜 떠나는’ 같은 민망한 이야기도 털어놓는 상대였다. 대통령은 ‘장님 무사’, 김 여사는 ‘앉은뱅이 주술사’라 했고, 대통령에게 5년을 버틸 내공이 없으니 ‘젖은 연탄’ 보수의 ‘번개탄’ 역할만 2년 하고 내려오라 했단다.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 있는 거야?” 하고 김 여사 흉내도 냈다. 대통령 탓에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총선 백서에 감히 ‘대통령 탓’이라 쓰지 못하는 여당이다. 금기를 깨고 무례를 범하는 건 광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광대가 광대만의 특권을 누리는 이유는 그가 국정에 힘이 되는 존재여서다. 외로운 왕에게 위안을 주고, 때론 직언으로 세상 이치와 민심도 전한다. 왕은 속으로 뜨끔 하면서도 “고놈 입버릇 참 고약하구나” 하고 만다. 어차피 광대가 하는 말이다.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는 권력 중심부에서 특유의 흰소리로 긴장을 해소하거나, 권력에 대한 조롱과 풍자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흉흉한 민심이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압력을 빼주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명태균의 광대 짓은 불길하다. 그를 매개로 대통령 부부가 공천에 개입했다거나 공천 거래를 했다는 법적인 의혹 탓만은 아니다. 대통령은 광대의 무례를 대범하게 웃어 넘기지 못하고 그의 조롱에 쩔쩔매는 듯하다. 명태균의 존재가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명 씨와 2번 만났다”고 했는데 곧 여러 번 만난 사실이 들통났다. “당내 경선 막바지 이후 관계를 끊었다” 했으나 취임식 전날 통화하는 대통령 육성이 나왔다. 김 여사와의 카카오톡 문자 대화에서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가 공개된 후론 대통령과 무관한 ‘배 나온 오빠’란 표현에 당내에서 발작적으로 정색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광대는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어도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존재다. 광대의 말은 누구도 곧이듣지 않기 때문이다. 광대가 내로라하는 책사들을 제치고 “이 정권 창출엔 내가 일등공신”이라 하면 누가 믿겠나. 그런데 명태균은 어떤가. 그가 ‘꿈자리가 사납다’고 해서 대통령이 해외 순방 출국 일정을 바꾸었다고 한다. 대통령 부부를 앉혀 놓고 초대 총리로 아무개를 임명하라고 했단다. 이런 황당한 얘기가 그럴듯하게 들린다면 정권이 위기라는 뜻 아닌가.
대통령실은 명태균 의혹에 ‘법적으로 문제될 것 없다’고 했다. 법적 책임보다 더 심각한 건 명태균 의혹이 용산의 권위를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마천의 ‘사기-골계열전’에는 세 가지 리더십 유형이 나온다. 유능해 속일 수 없는(不能欺) 지장(智將), 존경스러워 차마 속일 수 없는(不忍欺) 덕장(德將), 감히 속일 엄두를 못 내게 하는(不敢欺) 용장(勇將)이다. 유능하지도 않고, 존경받지도 못하면서, 위엄도 없다면 무엇으로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을까.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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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담화, 이번 만은 '안 하는 게 나았다'는 평가 안 나와야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4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 대해 대통령실은 “일문일답을 통해 국민이 궁금해하는 모든 사안을 소상히 설명해 드릴 것”이라고 했다. 임기가 이제 반환점인데 대통령 지지율을 10%대로 끌어내린 핵심 원인인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해서도 질문을 충분히 받을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보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궁금해하는 내용을 진솔하게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담화나 기자회견은 국민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월 KBS 녹화 대담 때는 김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의혹에 대해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다”며 사과하지 않았다. 의전과 경호의 문제로 돌리려고 했다. 4월 총선 직전 ‘의료개혁 담화’에선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산출한 최소한의 (의대) 증원 규모”라고 말해 의료계 반발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다 총선에 참패한 뒤에야 “아내의 현명치 못한 처신에 사과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곤경에 처한 이유는 누구나 아는 것이다. ‘김 여사 문제’다. 한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추천 특검’이 김 여사를 수사하는 특검법을 민주당이 밀어붙이는데도 응답자 54%가 ‘잘한 결정’이라고 했다. ‘민주당 추천 특검’이란 말 자체가 어불성설인데도 54%가 지지한다는 것은 김 여사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명태균씨 관련 녹취록이 연이어 공개되며 김 여사의 공천·국정 개입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실망 대부분은 부인과 관련돼 있다. 종전처럼 ‘법적으론 문제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려 한다면 국민 마음은 아예 멀어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5일에도 연금·의료·교육·노동 등 4대 개혁을 강조하며 “개혁에는 반드시 저항이 따르게 돼 있다”고 했다. 야당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개혁 저항을 넘으려면 기댈 곳은 국민뿐이다. 지금 10%대 국정 지지율로는 4대 개혁은커녕, 국정 자체를 할 수 없다. 대통령 회견이 다시 국민을 실망시킨다면 국정 동력은 사라진다. 그 피해는 국민이 입게 된다. 모든 것은 윤 대통령에게 달렸다.
-조선일보(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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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회견,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2024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24.11.5.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제한 없이 모든 질문을 받고 답변할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실 측은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질문받을 것”이라며 회견 시간이나 질문 분야, 개수 등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질문에 충분히 답하는 ‘끝장 질의응답’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이 당초 외교 일정 등을 이유로 이달 말 열겠다던 기자회견을 대폭 앞당긴 데 이어 회견 형식에도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은 그만큼 절박해진 위기 인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꼬리를 무는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에다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까지 공개되고 국정 지지도가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20% 아래로 떨어지면서 더는 실기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시간 제한이나 추가 질문 배제 등 제약을 두지 않겠다고 한 만큼 윤 대통령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모든 의문에 대해 솔직하게 답해야 한다. 거기엔 사과와 해명, 다짐이 있어야 한다. “아내가 박절하지 못해서” 같은 인식이나 “돌을 던지면 맞고 가겠다”는 심산으로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거나 강변하는 ‘일방적 회견’이 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것이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관계가 껄끄러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대신 친윤 추경호 원내대표를 불러 조기 회견을 권유받는 모양새를 연출한 것은 석연찮은 대목이다. 앞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 사과와 대통령실·내각 개편, 김 여사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국정기조 전환 등 다섯 가지를 요구했다. 집권 여당 대표가 임기 반환점을 맞는 대통령을 공개 압박하는 방식을 놓고 갑론을박이 있지만 그 내용은 민심을 반영한 최소한의 요구일 것이다. 그만큼 여권은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 윤 대통령은 여전히 쓴소리는 내치면서 통하는 사람 말만 듣는 태도를 보인 것 아닌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선출되지 않은 대통령 부인의 통제받지 않은 권력 행사 의혹에 있다. 법·제도로도, 심지어 대통령조차 통제할 수 없었다는 점에 분명히 사과하고 향후 조치를 밝혀야 한다.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 같은 응당 했어야 할 조치에 그쳐선 안 된다. 야당의 특별검사 요구에도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이 아니라 타협이 가능한 방안을 내놔야 한다.
이번 회견은 윤 대통령에게 가혹한 시간일지 모른다. 4대 개혁 등 국정 과제를 비롯해 북한군 파병, 미국 대선 같은 안보 현안까지 하고 싶은 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국정도 민생도 개혁도 그 다음이다. 한 대표가 지적한 ‘독단적 국정 운영’의 근원도 다른 데 있지 않다. 대통령 자신과 주변을 향한 의구심이 씻기지 않는다면 그 자리와 말의 무게부터 잃을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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