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같은 드론 전쟁 ]
[서울 상공에서 북한 드론이 자폭하는 날]
[‘트럼프 도박’에 홀려 ‘푸틴 수렁’에 빠진 김정은]
게임 같은 드론 전쟁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의 국립건축박물관에 미국, 영국, 캐나다 국가가 울려 퍼졌다. 세 나라 각 군(軍)의 대표 게이머들이 전쟁 게임 ‘콜오브듀티’ 실력을 겨루는 대회가 열린 것이다. 역대 다섯 번째로 열린 올해 대회에서는 미 육군의 e스포츠팀이 우승을, 영국 공군팀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2020~2021년 이 대회를 연패(連覇)한 미 우주군은 우승을 축하하는 뜻에서 트로피를 우주로 발사했다.
▶2018년 미 육군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어 신병을 모집하기 위해 게임 전문인 e스포츠팀을 만든 후 해군, 공군, 우주군, 해병대, 해양경비대도 모두 팀을 창설했다. 올 초에는 영국 육군도 전술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를 활용한 모병용 영상을 만들었다. 영국 랭커스터대의 마크 레이시 부교수는 이에 대해 “군이 어떤 새 기술을 찾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전쟁의 양상이 달라졌기 때문에 컴퓨터 게임이 이용될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군사 전략과 전술을 개발하기 위한 보드게임은 고대부터 있었다. 로마군은 모래판 위의 미니어처 군대를 움직여 전쟁을 계획했다. 바둑이나 체스도 그 일종이다. 최초의 컴퓨터 전쟁 게임은 미 존스홉킨스대에 설치된 육군작전연구실이 1948년 개발한 ‘방공 시뮬레이션’이었다고 한다. 미군은 풀스펙트럼워리어,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들을 실제 훈련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 육군은 2028년까지 훈련용 게임과 시뮬레이션 개발에 260억달러(약 36조원)를 투입할 예정이란다.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에 본격적으로 투입된 드론은 전쟁을 더욱 게임처럼 만들고 있다. 드론 조종사는 드론에서 전송된 장면이 보이는 스크린 앞에 앉아 먼 곳의 적을 추적하고 제거한다. 상대의 피를 볼 일이 거의 없다. 인간 조종사가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AI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적의 선별, 추적, 타격까지 컴퓨터가 알아서 한다.
▶‘괴짜 게이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치명적인 드론 조종사가 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드론 조종에는 빠른 판단과 눈과 손의 기민한 협응이 필요한데, 이런 능력은 실제 전투보다 컴퓨터 게임과 더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1년 반 동안 300명 이상의 러시아군을 제거한 29세의 우크라이나군 드론 조종사 올렉산드르 다크노는 어린 시절 너무 열심히 게임을 해서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곤 했다. 게임 강국인 한국에 이런 드론 조종사 유망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을지도 모르겠다.
-김진명 기자, 조선일보(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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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공에서 북한 드론이 자폭하는 날
러·우戰 '발명품' 소형 전투 드론.. 가난한 조직일수록 탐내는 무기
러 파병 北이 배워서 쓴다면 오물 풍선과는 비교 못할 위험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병사가 1인칭 시점(FPV·First Person View)으로 조종되는 자폭 드론을 띄우고 있는 모습. 러시아보다 재래식 전력이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드론의 장거리 비행 능력을 키우고 군집 임무 수행 기술 등도 적용해 러시아군에 타격을 주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북한이 1만명 넘는 군인을 보냈다. 우크라이나 내부 상황에 밝은 소식통에게 ‘돈 빼고, 북한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바로 답이 왔다. “당연히 드론 전투 기술이다. 그 ‘당근’ 없이 북한군이 왔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1세기의 첫 국가 간 전면전이다. 드론·인공지능 같은 디지털 첨단 기술이 실전에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전쟁이기도 하다. 전투 드론, 그중에서도 게임하듯 조종사가 목표물의 영상을 들여다보며 타격하는 일인칭(FPV·first person view) 드론은 이 전쟁에서 사실상 ‘발명’된 전술로 꼽힌다.
미군이 이라크전에서 썼던 ‘프레데터’ 드론 등은 중무기를 장착한 수백억원짜리 시스템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쓰는 FPV 드론은 수십만원짜리도 많다. 지난해 인터뷰했던 한 우크라이나 드론 조종사는 “아마존 쇼핑몰에서 중국 DJI 드론을 주문한 다음 개조해서 전투에 투입했다”고 했다. 서방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기도 전인 전쟁 초기, 전력(戰力)이 러시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우크라이나가 주요 도시 몇 개를 탈환하게 해준 핵심 병기가 FPV 드론이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말한다. 허를 찔린 러시아도 이후 드론 경쟁에 뛰어들었다. 두 나라 모두 올해 100만대 넘는 드론을 생산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한 군사 전문가는 “FPV 드론은 기기 자체의 성능보다 여기에 장착할 무기와 운용법의 창의성이 승패를 가른다”고 했다. “드론을 적의 무기고에 조용히 보내 자폭시키기만 하면 대규모 폭발을 쉽게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싸니까, 실패하면 그만이고요. 조종사 없는 가미카제(일본의 자폭 전투기)라 보면 됩니다.” 소셜미디어와 현지 언론엔 실전 투입된 드론의 최신 활용법을 담은 영상과 글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올라온다. ‘파편 탄두’를 실은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군 위에서 자폭해 큰 피해를 주고, 러시아군은 드론에 야간 투시경을 달아 숲에 숨은 우크라이나군을 한밤에 정밀 타격하는 식이다. 하지만 진짜 기발한 드론 전술은 두 나라 모두 기밀로 분류해 감추고 있다. 유일한 파병국인 북한만큼은 전장에서 생생히 들여다볼 것이다.
지난해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전쟁에서 사용할 드론을 띄워 보이는 모습. /조선DB
값싼 FPV 드론은 북한과 비슷한, 가난하고 고립된 조직에 특히 유용하다.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드론을 보내 이스라엘의 최첨단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하며 전쟁의 문을 열었다. 민간 드론에 폭탄을 달아 통신탑·관제탑·무기고를 동시다발적으로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이슬람 무장 세력 후티가 홍해의 서방 선박을 공격하며 쓴 무기도 드론이다. 미국이 격추하긴 했지만, 2000달러짜리 드론을 떨어뜨리려 한 방에 200만달러 넘는 방공 미사일을 쏘느라 손실이 컸다.
이들 이슬람 단체의 ‘뒷배’인 이란은 러시아에도 드론 지원을 해왔다.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통해 러시아-이란-하마스·후티로 이어지는 드론 연대(連帶)에 자연스레 합류하게 됐다.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드론 훈련을 하고 있다’는 국정원 보고는 그래서 섬찟하다. 북한이 러시아에서 배워 FPV 드론을 서울 상공 어디서 자폭시키기만 해도 경험 못 한 공포가 확산할 것이다. 오물 풍선과는 차원이 다르다. 방산 선진국이어서인지, 한국은 약자의 무기로 여겨진 전투용 드론 개발엔 열심이지 않았다. 정부가 북한 파병을 계기로 계획 중이라는 우크라이나 참관단 파견은 전쟁의 판도를 바꿨다는 FPV 드론의 전술을 우크라이나 쪽에서 들여다보고 빨리 따라잡을 기회가 될 수 있다. 많은 서방 국가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드론 전쟁을 배운다. ‘전쟁놀이’ 운운하며 야당이 발목 잡을 일이 아니다.
-김신영 국제부장, 조선일보(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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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도박’에 홀려 ‘푸틴 수렁’에 빠진 김정은
[이철희 칼럼]
트럼프 ‘우크라 終戰 구상’ 도박판에 북한군 파병으로 막판 ‘숟가락 얹기’
불확실성의 안갯속 ‘총알받이’ 모험.. ‘조종의 대가’ 푸틴의 덫 덥석 물었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는 신간 ‘전쟁’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계속 연락해 왔다고 썼다. 트럼프가 2021년 백악관을 떠난 이래 푸틴과 아마도 7차례 통화했을 것이라는 보좌관의 말을 인용하며 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시민이 정부 승인 없이 분쟁 중인 외국과 교섭하는 무자격 외교는 ‘로건 법’ 위반이다.
물론 트럼프 대선캠프도, 러시아 크렘린궁도 즉각 부인했다. 그런데 정작 트럼프는 언론 대담에서 즉답을 회피하며 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퇴임 후 푸틴과 통화했는지 ‘예 또는 아니요’로 답해 달라는 질문에 트럼프는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내가 그렇게 했다면 영리한 일(smart thing)이라고 할 수 있다. 그건 좋은 것이지 나쁜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와 푸틴의 기묘한 브로맨스, 특히 늘 푸틴에게 다가가며 절대 험담하지 않는 트럼프의 푸틴 사랑은 미 정보당국에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누군가는 상대를 홀리고 겁주는 스파이 출신 푸틴의 포섭 능력에서, 누군가는 난폭한 킬러에 대한 존경심부터 키워 온 트럼프의 성장 배경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트럼프는 2022년 2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을 두고도 “천재적이다” “노련하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결코 전쟁은 없었을 것이라며 모든 게 조 바이든 대통령의 무능 탓이라고 했다. 나아가 대통령이 되면 ‘24시간 안에’ ‘전화 한 통으로’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장담해 왔다. 구체적 계획에 대해선 “알려지면 실패한다”고 함구하면서.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은 강하게 힐난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아마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왜냐고? 푸틴은 (이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을 것이기에. 트럼프는 푸틴을 바로 환영해 맞이했을 것이다. 독재자들에 관한 한 트럼프의 기본 생각은 원하는 대로 뭐든 하도록 놔두는 것이니 말이다.”
실제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J D 밴스 부통령 후보가 얼마 전 밝힌 구상을 살펴보면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는 우크라이나엔 재앙이 될 것이다. 현재의 교전선을 기준으로 비무장지대를 조성하고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를 통해 전쟁을 동결(凍結)한다는 것인데, 빼앗긴 영토의 수복도 포기하고 서방 동맹 가입도 배제되는 그런 방안은 우크라이나에는 항복 문서에 사인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르면 내일 윤곽이 드러날 미국 대선 결과는 향후 세계질서,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를 가를 중대 분기점이다. 설령 트럼프가 당선된다 해도 하루는커녕, 아니 몇 주, 몇 달 안에도 종전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2년 반 넘게 계속된 전쟁이 끝 모를 연장전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종전의 ‘선 긋기’에 앞선 쟁탈전으로 치달을지 이번 미국 대선 결과로 대략 큰 방향이 정해질 것이다.
김정은의 북한군 파병은 이 결정적 시기를 목전에 두고 벌인 한 판의 도박이다. 막판에 한몫 챙기겠다는 심산에서였을 텐데, 작금의 우크라이나 전황을 보면 그런 계산이 통할 수도 있는 형국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기습 공격으로 한때 자국 영토 쿠르스크 지역에서 서울 면적의 두 배가량을 빼앗겼지만 이제 그 절반을 되찾았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도 우위 속 교착 전세를 이어 가고 있다. 그러니 숟가락 하나 얹으면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군이 보내질 전장은 한반도의 산악 지형과는 전혀 다른 대평원의 낯선 환경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정밀폭격과 드론전, 핵위협과 참호전, 용병전까지 첨단과 구식 전쟁 양태가 온통 뒤엉키면서 점차 총력전 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더욱이 병사를 소모품처럼 여기는 러시아식 공세 작전에 북한군은 총알받이가 되기 십상이다. 실려 온 병사의 주검을 본 주민들의 동요가 불러일으킬 체제 불안의 태풍까지 김정은이 염두에 뒀을지는 의문이다.
북한군은 이미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돼 며칠 내로 전선에 투입될 것이라고 한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실전 참여 시기나 강도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제 와서 발을 빼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쟁은 끝없는 불확실성의 영역이다. 김정은은 그 전장의 안갯속에 병사들을 던져 놓았다. 김정은이 결행한 비정한 도박의 미래를 가늠할 첫 결과가 곧 나온다. 그걸로 대박이 날지 쪽박을 찰지 당장 판가름 나진 않을 것이다. 특히 ‘조종의 대가’ 푸틴이 트럼프 도박판을 미끼 삼아 파 놓은 함정에 김정은이 빠진 것 아닌지는 두고 볼 문제다.
-이철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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