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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특검의 늪’에서 허우적거려야 하나] ....

뚝섬 2024. 11. 11. 09:21

[언제까지 ‘특검의 늪’에서 허우적거려야 하나] 

[“내 휴대전화 집사람이 보면 죄짓는 거냐”]

 

 

 

언제까지 ‘특검의 늪’에서 허우적거려야 하나

 

[정용관 칼럼]

尹 회견 한마디로 압축하면 “특검만은 안돼”
‘여사 특검’이 궁극적 해법이랄 순 없지만
옹색한 법 논리로 방어만 하는 건 더 문제
특검의 강 건널 지혜와 용기 절실한 시점

 

“참 서글픈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기자회견에 대한 어느 원로 법조인의 한탄이 지금도 귓전을 맴돈다. 세계 10대 강국에 속한다는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자기 부인 문제를 놓고 TV 앞에 나와 2시간 넘게 “어찌됐든 사과”한다면서도 “아내 사랑 차원 아냐…” “순진한 면 있어” “앞으로 부부싸움 많이 해야” 등의 발언을 하는 걸 지켜보면서 그 ‘채신없음’에 “눈물이 나더라”는 것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자기 부인을 대놓고 손가락질하고 낯 뜨거운 온갖 패설을 쏟아내는 것에 분개하고 어떻게든 보호하겠다는 방어 기제가 작동하는 건 인지상정일 수 있다. 하지만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젊은 기자들과 끝장토론을 하듯 언쟁하며 사사로운 심리를 드러내는 모습에서 발언 내용이 맞는지 틀리는지, 진솔했는지 어땠는지를 떠나 씁쓸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최고의 공적 기관인 대통령에 대해 우리 국민이 기대하는 ‘격(格)’이란 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이번 회견은 나름대로 깊은 검토를 거쳐 전략적 계산에 따라 이뤄진 것 아닌가 싶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나 논란은 두루뭉술하게 눙치고 넘어가면서 활동 중단이든 뭐든 다른 건 다 양보해도 ‘여사 특검’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고 했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 대통령이다. 야당 단독 추천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 사실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 발언은 ‘여당’을 겨냥한 것이라고 본다.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을 향해 ‘특검 반대’의 메시지를 강하게 던졌다는 얘기다. 낭떠러지 끝의 위태로운 형국에 처한 상황에서 야권의 공세에 밀려 한 발 삐끗하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이판사판 저지의 길을 택한 것이다.

흥미로운 건 한 대표 측 대응이다. 한 대표 역시 특별감찰관만 내세울 뿐 여사 특검 얘기는 일절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특검 정국이 어떤 정치적 결말로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다. 자칫 정권을 사지(死地)로 몰아넣을 경우 한 대표의 정치 생명은 그 길로 끝날 수도 있다. 역설적으로 ‘윤-한’ 두 사람은 특검 문제에선 같은 운명에 처한 셈이다.

반면 민주당의 특검 공세의 칼끝은 바로 이 지점을 노리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 탄핵, 임기 단축 개헌 등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의 ‘11월 위기’를 넘기기 위한 방탄 여론 조성용이라는 걸 상식적인 국민이 모르지 않는다. 아직은 불 붙지 않는 ‘젖은 연탄’에 매달리기보다는 특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정국은 기약 없이 1년이고 2년이고 도돌이표처럼 특검 재발의, 거부권 등이 반복되는 양상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 이 대표의 신상에 결정적 변화가 오지 않는 한 이런 대치는 지속될 것이고, 나라는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그럼 언제까지 나라가 ‘특검의 늪’에서 허우적거려야 하나. 여권은 “특검은 곧 탄핵”이란 위기감이 크다고 한다. 태블릿PC 차원을 넘는 육성 녹취가 어디서 터져 나올지 모르고 결국 탄핵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의도 시각으론 맞는 말이지만 국민 눈높이와는 차이가 있다. 대외활동 중단,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등은 사후 조치다. 그거라도 잘하면 좋겠지만, 이미 불거진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않은 채 어떻게 ‘정치적 크레디트(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까.

결국 핵심은 대통령 부부가 떳떳하냐는 것이다. 일반인들로선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의 ‘청와대 야당 노릇’까지 거론하며 당당함을 보여줬는데 왜 특검은 극구 피하는 건지 하는 의아함이 일 수도 있다. 특검 수용만이 정쟁의 악순환을 끊고 난국을 타개할 궁극의 해법인지 의문이지만 그렇다고 “위헌 시비” “인권 유린” 운운하며 옹색한 법 논리로 방어벽을 치고 나선 건 공감을 얻기 어렵다.

명태균 사건서 보듯 여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호가호위하는 인물들이 한둘이 아닐 거란 의혹이 상당히 퍼져 있다. 약한 리더는 여론에 떨고 어리석은 리더는 여론을 무시하지만 현명한 리더는 여론을 판단하고 대책을 세운다. 대통령은 작금의 여론을 제대로 판단하고 있는가. 국민 불신을 해소하고 특검의 늪, 특검의 강을 어찌 건널 것인지 용기와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데…. 항우를 빗댄 고사성어 필부지용(匹夫之勇)’이 자꾸 떠오르는 요즘이다.

 

-정용관 논설실장, 동아일보(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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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대전화 집사람이 보면 죄짓는 거냐”

 

박성재 법무장관은 8일 국회 법사위에서 “우리 집에선 (집사람이) 제 것도 보고, 집사람 것도 제가 본다”며 “집사람이 제 휴대전화를 보면 죄짓는 거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후보 시절) 아내가 아침 5, 6시인데 안 자고 엎드려서 제 휴대폰을 갖고 답하고 있었다. (잠을) 안 자고 완전히 낮과 밤이 바뀌어 그렇게 했다”고 한 말을 야당이 꼬집자 나온 답변이다.

▷박 장관은 “바쁜 경우에 간단한 답 같은 건 다른 사람을 시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박 장관의 발언은 논란의 핵심을 비켜간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 대선 후보 시절 입당원서에 적힌 전화번호가 노출된 뒤 문자가 쏟아졌다고 했다. 김 여사가 답변을 한 대상에 윤 대통령과 아는 사람들도 있는지, 번호가 저장돼 있지도 않은 생면부지의 사람들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부부간에 휴대폰 문자 등을 공유하는 이들이 많지도 않지만 설사 상대방 문자를 본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대신 답변까지 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여사가 문자 상대방과 윤 대통령의 관계, 문자에서 언급된 이슈의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고 보냈는지 의문도 남는다.

▷윤 대통령은 새벽에 답장을 하던 김 여사에게 “제가 ‘미쳤냐, 잠을 안 자고 뭐 하는 거냐’ 그랬더니 (아내가) ‘이분들이 다 유권자인데…’”라고 했다는 말도 전했다. 김 여사가 밤잠 안 자고 정치권에 뛰어든 자신을 도왔다는 점을 설명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답변은 자연스럽게 추가적인 궁금증을 낳았다. 김 여사가 이후 당선인 시절이나 대선에서 당선된 뒤에도 ‘바쁜’ 윤 대통령을 대신해 답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정치인이나 대선 후보 가운데 공개를 전제로 한 SNS 관리를 참모에게 맡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 문자 답신은 수신자로 하여금 ‘직접 썼다’고 믿음을 주는 것이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이 알려지자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문자 답변을 받은 이들 중에선 “내가 받았던 문자가 대통령이 보낸 게 맞나” 하는 반응들도 나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발언만으로는 김 여사가 단순 인사만 보냈는지, 다른 내용까지 보냈는지를 알 도리는 없다. 다만 통상의 대통령 부인 역할을 넘어서는 행동을 보여온 것과 맞물리며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정작 윤 대통령은 같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김 여사의 휴대전화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명태균 씨 논란과 관련한 답변을 준비하면서 “아내 휴대전화를 보자고 할 수도 없는 것이라, 제가 그냥 물어봤다”고 했다. 김 여사는 대통령 전화를 통해 문자 답신까지 하는데 대통령은 김 여사의 휴대폰을 보지 않는다니 “대체 뭔지” 하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김승련 논설위원, 동아일보(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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